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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와 나-222화 (222/343)

2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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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는 자리에 앉아 지도를 바라봤다.

적이 움직일만한 현은 섭과 주. 그 두 현은 예주와 맞닿아있었고, 실제로 그 근방의 현들이 계속 장수군의 공격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그 두 현을 동시에 움직이려면 섭이 맞지만, 그들의 본진에서 병력을 조율하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적 본대가 아군 본대를 피해 거리를 많이 물린 상황이었고, 그에 비해 적의 움직임이 너무 긴밀했다.

하나도 아니었다.

최소 둘.

못해도 두 곳, 많으면 그 이상의 진을 꾸리고 거기서부터 계속 양동의 계로 아군 주변의 현을 집요하게 파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일까.

만약 자신이라면?

상대의 전략은 매우 훌륭했다.

아군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요점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단지 전술에서 그치지 않고 현 조조군의 입지와 예주의 상황을 전부 고려한 전술. 그렇기에 반드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전략.

장수라는 사람에게서 나온 전략일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는 그간 장제와 장수로 이어지는 저들의 행보에 이렇다 할 특이점이 없었다. 사실 누구여도 상관은 없고, 중요한 건 이 국면을 어떻게 넘어서느냐였다.

여기가 사마의 개인의 승부처였다.

“증명해야 해. 안 그러면….”

전호는 이번 기회에 사마의를 시험하려 들었다. 이 소녀의 한계는 어디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이걸 그는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사마의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과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사마의는 분명 여기서 증명하려 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그에게 도움되는 사람인지 깨닫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여기서 성과를 내야만 했다.

“분명 물자는 돌아갈 거야.”

병사도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 분명 어디선가 보급이 계속 돌고 있기는 할 것. 하지만 아군이 그간 여러 번 정찰하며 움직였지만 단 한 번도 꼬리를 잡힌 적이 없었다.

그러면 발상을 전환하자.

그 꼬리를 잡아내려면 어디를 찔러야 할까.

땅에 숨은 여우를 잡아채려면 어디가 가장 좋을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아마 그 꼬리를 잡기 어렵겠지. 우연이라도 겹치지 않는다면 아마 그럴 리는 없을 터.

그러니 생각해야만 했다.

“이미 이 주변 가도는 전부 기병을 보내 수색했는데, 그런데도 꼬리가 안 잡혔다면, 나라면 어디를….”

물자의 운반과 이송.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거점.

약탈당하는 현에 물자를 비축해볼까 싶었다. 그걸 역추적한다면 분명 적의 군량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터. 시도하는 것은 나쁘지 않겠으나, 반대로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움직이는 적이 그런 허점을 보일 것 같지도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하면.

“여우를 잡아야 해, 여우를 잡아….”

가도가 아니면 아마 산길.

특히 형주 인근과 예주로 이어지는 곳에는 산맥이 길게 늘어졌다. 고지대는 아니나, 그렇다고 하여 그곳을 전부 일일이 살피기는 힘들 정도로 넓은 산맥.

“봉우리는 특정할 수 있어.”

사마의는 지도의 몇 거점에 깃발을 올렸다.

너무 고지대면 이동에 시간이 걸린다. 양동의 계는 자고로 신속에 있으니 그런 지대는 삼가겠지. 마찬가지로 물자 보급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까.

그러면 특정되는 곳은 몇 군데 있었다.

소녀는 쭉 고민했다.

보랏빛 눈동자에 이체를 발하며 지도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생각나는 산등성이 몇 군데. 압축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들을 어떻게 끌어낼까.

머리를 집어넣은 거북이.

굴에 숨은 여우.

숨어서 등을 보일 때마다 촐싹대며 아군의 뒤를 건드리는 그 발칙한 것들을 잡아내려면 분명 아군도 적의 예측을 넘는 과격한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조건을 넓히자, 일단 여기는 아니고….”

단지 저지대의 능선이라면 숫자는 많았다. 조금 더 압축을. 가령 예주와 너무 밀접한 산등성이도 예외로 친다. 그래서야 덜미를 잡힐 확률이 너무 높았다. 마찬가지로 너무 먼 산등성이도 제외.

천천히 소거해간다.

하나씩 가능성을 지우고 뭉갠다.

소녀는 침음성을 흘리며 계속 고심했다. 적당히 떨어진 위치면서도 산맥의 중앙 부근이어선 안 됐다. 가로막는 산맥이 없으면서도 적당한 거리, 적당한 높이.

“여기랑 여기. 그리고 여기.”

범위를 좁히고 좁히면 약 세 곳에서 다섯 곳으로 좁힐 수 있었다. 만약 사마의가 그 상황에서 그 전략을 제시했다면 분명 그 근처에 진을 꾸릴 것.

그렇지만 그것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만약 불발로 돌아가면 어쩔 수 없었고, 만약 꼬리를 잡았다 하더라도 그 꼬리를 전부 잡아채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경각심은 줄 수 있겠지.

지금은 적의 움직임만 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걸 조금만 더 비꼰다면, 적의 움직임이 경직되었을 때를 잡아챌 수만 있다면.

몇 지점은 파악했다.

움직일 기병의 숫자도, 재료도 충분했다. 그간 제멋대로 움직였던 여우를 잡아챌 사전준비는 우선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

사마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우 사냥을 시작해보자.”

굴을 판 영악한 여우를.

* * *

장수군의 본영.

우선 중앙 막사에는 가후의 집무실이 있었다. 군의 주인은 분명 장수였지만, 그는 가후를 극진히 대접하기 위해 군사행동에 있어 자신과 동렬의 권력을 쥐여준 것.

가후는 그 안에서 죽간을 펼쳐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적의 움직임도 예상대로.

역시나 그들은 예주의 각 현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는 의도했던 가후도 놀랄 정도로 주변 민간인의 수호에 열을 냈는데, 특히나 군을 밤새 움직여가며 미리 대처하는 장면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대전제에는 그르침이 없었다.

오히려 저들이 바쁘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그렇게 허탕을 쳐가며 체력을 소모하고 탈력감을 느끼면 느낄수록 거물 사냥은 가까워진다.

“조조군이라면 이 정도는 해내야지.”

너무 쉽게 뒤흔들렸더라면 그녀는 아마 실망했을 것. 거물은 사냥에 곤란함이 크면 클수록 잡아냈을 때의 성취감 또한 일품이었다.

과거 이각과 곽사의 사이를 벌리는 일이 그랬다.

둘은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전우로 뭉친 기간이 있었다. 그런 이들을 이간질하여 삼보의 난을 일으키는 과정에 얼마나 공을 들였던가.

그 결과로 황제는 장안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조를 타도하는 일은?

아마 이각과 곽사를 공략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난해함이었다. 이미 중원에서 최강의 반열에 오른 조조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로.

그렇기에 성취감 또한 일품이겠지.

“후, 후훗. 그래요. 여기서 조금만 더 흔들면, 그리고 그들이 찢어진다면 그 이음새를. 천천히 뜯고 뜯어내다 보면.”

최선은 저들의 방어선을 뚫고 허도 인근까지 진군하는 것. 거기서는 싸울 필요도 없었다. 허도 주변에서 약탈을 자행하며 혼란만 초래해도 현 조조군은 무너져내린다.

못해도 저 방어선의 군을 박살 내야 했다.

지금의 조조군은 단 하나의 상처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형주 방어선이 무너진다면, 그때는 분명 엉덩이가 무거운 유표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니까.

그러니 그때까지는 계속 쥐고 흔든다.

“이대로 주도하면서, 흠. 그러네? 이번엔 여기를 찔러볼까. 위험부담은 있겠지만, 그래도 해볼 가치는 있는데.”

적 본진인 곤양과 무양 사이. 그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면 아마 허도에서 이어지는 보급로의 선행 보급창고가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성공한다면 적의 사기를 나락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방법. 대처만 하며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과정에서 병사의 사기를 유지할 수 있는 장군은 몇 없으니까.

그게 가능한 장군은 명장, 또는 영웅이라 불린다.

전호라는 남자가 최근 조조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호걸이라 불린다지만, 그는 아직 지휘관으로서의 경력이 미천했다.

그러니 그 부분을 파고들면….

그 순간 장막을 열어젖히며 장수가 뛰쳐 들어왔다. 숨까지 헐떡이며 가쁜 숨을 고른 그는 이윽고 자리에 앉은 가후에게 달려왔다.

“선생! 큰일이요!”

“…무슨 일이죠?”

“지금 보고가 있었는데, 이 하룻밤 사이에 유격대의 진영 두 곳이 무너졌다고 하오! 적이 눈치챈 것이 아니요!?”

그 말에 가후가 살짝.

아주 조금이지만 눈을 치켜떴다.

“장소는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수가 막사에 걸린 지도로 향해 몇 거점을 가리켰다. 형주와 예주에 걸친 백락산 인근에 걸친 등성이 중 정확히 두 곳.

“여기, 그리고 여기요. 갑자기 불을 지르고는 아군 유격대를 단번에 휩쓸었다고 하는데, 이걸 어쩌면 좋소?”

전부 섭의 서쪽, 적 본진인 곤양에서도 꽤 거리가 있는 지점이었다. 가후는 장수의 말을 들으며 살짝 턱을 쓰다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필 거기?

가후는 만약 덜미가 잡힌다고 하여도 곤양과 무양 사이의 유격대가 붙잡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곳이라면 적 본대와도 거리가 가까운 편에 속했고, 샅샅이 수색한다면 언젠가는 발각당할 테니까.

하지만 그곳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불이라고 하셨지요.”

“그렇소! 갑자기 산기슭부터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고 그러더이다. 그것도 무려 하룻밤 사이에 두 곳이 전부 다 박살이 난 거요!”

“불이라….”

구태여?

가후는 그 부분에서 살짝 의심이 들었다.

가을 산악지대에 불을 잘못 지르면 지른 당사자도 휘말릴 위험이 있었다. 진의 위치를 알아냈다고 하면 그대로 분쇄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구태여 불을 지를까.

“혹시 그 외에는요?”

“응?”

살짝 멍한 표정을 짓는 장수. 그런 그를 바라보던 가후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로 다가갔다.

“그러니까, 여길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산불이 났다는 정황은 없던가요? 가령… 이곳이라던가. 아니면 이곳.”

“흠? 잘 모르겠소. 그들도 본인들의 상황만 말했으니, 아마 다시 가서 확인하면 뚜렷이 나오긴 할 것인데.”

“꼭 알아봐 주세요.”

가후의 가정이 맞는다면, 이건 아마 어림짐작으로 가장 반응을 크게 불러올 수 있는 방식으로 찔러본 것이었다.

불이 나면 제아무리 유격대라도 당황하여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의심되는 곳을 몇 곳을 불사르고, 거기에서 병사의 움직임이 있는 곳은 짓밟는다.

이 가을 산에서 불?

자칫 잘못하면 인근으로 크게 번져 대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 게다가 흔적이라고는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유격대가 머물 법한 장소를 특정해냈다는 건.

“그럼 선생, 이제부터는 어떡하면 좋겠소?”

만약 그녀의 가정이 올바르다면.

“서두를 거 없어요. 우선 이 근처, 그리고 조금 거리는 떨어졌지만 이곳. 이 두 곳에서 산불이 있었는지만 확인해주시겠어요?”

“그때까지는?”

“지금 이대로 계속 유지해도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적이 어림짐작으로 움직였다면 구태여 아군이 큰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나름 잘 숨긴다고 숨겼는데, 그것을 무식하게 불을 질러 끌어낼 줄은 몰랐다.

그것이 덜미를 잡은 게 아니라, 단지 위치만 특정하였을 뿐이라면?

유격대를 잡을 뚜렷한 방법 없이 장소만을 특정하여 행동한 것이라면 아직 괜찮았다. 더 숨어들어, 더 깊숙이 파고들어 지금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만.

물론 지금보다는 조금 더 어려워지겠지만.

“우선은 이대로 유지하시지요.”

“아, 알겠소.”

그 말을 끝으로 장수는 가후의 부탁을 받아 막사 바깥으로 떠났고, 혼자 남은 가후는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는 픽 웃었다.

분명 조조군도 만만치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담하게, 어쩌면 무식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위치를 특정하기까지는 그간 아군 유격대의 행동과 움직임, 그리고 지형의 이점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

“역시 만만하지는 않네.”

그렇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가장 최악은 아군 유격대의 존재 자체를 특정 짓는 일. 그건 아군의 행동 자체를 파악할 방법이 생겼다는 건데, 그러면 기존의 대전제를 지워야 할 판국이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구태여 아군이 먼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었다. 여기서 괜히 유격대를 움직인다면 분명 소란으로 이어질 것.

그러면 그 체계 자체를 발각당할 우려도 있었다.

상대도 꽤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건 분명 가후의 예상보다 뛰어난 면모였지만, 아직 흐름이 바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면, 여기서 변주를 줘야겠지?”

도전은 받아들이겠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가후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런 쾌락, 희열을 느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조조라는 거물이 가장 약할 시기는 다름 아닌 지금. 그녀가 가장 높은 자리에 막 올라선 지금 이 순간이었으니까.

“조금 더 놀아볼까?”

한 방 먹은 사실은 인정하고, 그 이상으로 갚아준다. 아직 겨울은 멀었고, 전쟁은 채 시작하지도 않았으니까.=============================※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222화가 되었습니다!

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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