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각자의 거리감 고개를 돌려 경비병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는 잠시 물러나라.”
병사들에게 언질을 주고 문을 닫았다. 그리하여 남겨진 것은 그녀와 나. 소연 아씨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책상 앞까지 걸어갔다.
“안색이 별로네.”
“…별거 아냐.”
그 대답에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거무죽죽하여 병자를 보는 것 같은데 뭐가 별거 아닌가.
“그렇게 일이 바빠?”
“조금. 사전에 말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
그랬으면 소연 아씨는 또 태연함을 연기했겠지. 괜찮은 척, 아닌 척.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그녀의 안색이나 표정은 결코 조금 무리했다고 해서 저리될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안 잔 거야?”
몸이 아픈 건 아니겠지.
그러면 조조나 곽가 모두가 입을 모으지는 않았을 터. 만약 정말 몸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아프면 쉬어야지. 지금도 쌓인 서류가 대체 몇인가.
“사람이 모자라. 인력은 모자라고 당장 결제해야 하는, 살펴야 하는 일은 많아.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문관들은….”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잖아.”
살짝 책상을 두드리며 아씨의 말을 끊었다.
“얼마나 안 잤냐고.”
조금 화날 거 같으니까.
내가 소연 아씨와 만나고 이제 4년 좀 넘게 지냈다지만, 사실 그간은 거의 항상 붙어있다시피 했다. 힘든 일도 많았고, 고생한 적도 많았다. 실제로 그녀와 몇 날 철야를 함께했던 적도 부지기수였지.
그동안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더 이상한 거지.
“……조금 잠을 설친 거야.”
“다 죽어가는구만, 뭘 조금 설쳐?”
웃기지도 않지.
얼굴도 창백해서는 눈 밑으로는 거뭇거뭇했다. 좀 야윈 느낌도 들었는데, 그 이전에 자꾸 팔을 떠는 것도 이상하잖아.
“왜 그렇게 무리를 해.”
“누가 그랬어?”
“……조조가 그러더라. 아씨가 힘들어하는 게 눈에 빤히 보인다고. 좀 가서 상태 좀 보고 오라더라.”
그러니 소연 아씨가 혀를 찼다.
탁자를 마주하고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다리는 살짝 쪼그리고 팔로 탁자를 받친 뒤, 정확히 그녀와 눈을 마주하게 하였는데, 그러니까 소연 아씨가 살짝 시선을 피했다.
“왜 그렇게 무리를 해.”
“…바빠서, 라고 해도 안 들을 거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아까부터 손 떠는 게 영 심상치 않았다. 야윈 느낌도 너무 들어서, 솔직히 말해. 아니, 솔직이고 나발이고.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잡았다.
“이리와 봐.”
다행히도 그녀의 집무실 책상 바로 앞에는 꽤 길쭉한 의자가 있었다. 그래서 손을 이끌어 그녀를 의자로 이끌어 앉히고는 나도 그 옆에 앉았다.
“무슨 생각이야?”
“무슨 생각이기는.”
살짝 무릎을 두드리며 웃었다.
소연 아씨는 아마 내가 쉬라고 해도 안 듣겠지. 고집 하나는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아마 억지로 쉬라고 한다면 되려 본인의 타당성으로 설파하려 들지 않을까.
그래서 그냥 웃었다.
“잠깐 쉬라고 그러는 거지.”
소연 아씨가 왜 최근 들어서 점점 무리하는 건지 몰랐다. 뭔가 몰려있는 사람처럼, 어딘가 강박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모습에는 여전히 의문스럽기도 했다.
“갑자기 왜 이래.”
“응? 난 언제나 아가씨랑 이러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봐? 내가 언제는 아가씨를 홀대한 적이 있던가? 기억하기로는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거 같았는데.
애당초 마음이 있는데, 어떻게 홀대를 하나.
“……바빠서 그런 거야. 안정되면 나도 좀 쉴 거고, 그러면 문제없어.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까지 안 해도….”
“하여간 말이 많아.”
이러고 있다가 시간만 흐를 것 같아서 그냥 소연 아씨의 목에 팔을 두르고 천천히 눌렀다. 그녀의 몸은 내 생각보다 가녀렸고, 또 힘없이 푹 쓰러졌다.
내 허벅지를 베고 누운 그녀를 바라봤다.
“좀 쉬라니까는.”
“……하여간.”
그녀는 살짝 한숨을 쉬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하진 않았다. 눈을 살포시 감는 모습에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사르르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몇 번인가 쓰다듬었다. 어루만지며 배배 꼬기도 해보고, 그러면서 쓸어내리기도 한다.
손에 감기는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어때. 좀 편해?”
“……허벅지가 좀 딱딱하네.”
이걸 불평해?
어이가 없네. 아니 어쩔 수 있나. 일단은 나도 무장 나부랭이라고 단련은 빼먹지 않고 하니까 허벅지가 좀 탄탄할 수 있지. 그거를 베는 감각이 별로라고 불평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잠시 둘 다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창가로 비추는 햇살이 집무실을 비추고 있는 상황. 살짝 떠다니는 먼지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그것에 시선을 돌릴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였다.
“……아직 조조군은 완벽하지 않아.”
“알고 있어.”
“아직 멀었어.”
멀었다고 할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이 천하에서 조조만큼 강하다고 부를 수 있는 군벌이 몇이나 된다고. 게다가 황제 폐하까지 모셨다.
확실하게 기반을 닦아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사실상 적수라고 부를 수 있는 상대는 기껏해야 원소나 공손찬, 유표나 원술 정도가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쫓기는 것처럼 움직이는 거야?”
소연 아씨는 종종 그런 모습을 보였다.
사실 반동탁 연합도 그랬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일이 해결됐지만, 거기에 가담하기까지 각지에서 도적을 끌어들이고 원소와 손을 맞잡는 등 너무 급히 움직였던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조조와 힘을 합치고서는?
지금 이 꼬락서니를 봐라.
그녀는 조조와 힘을 합친 이후로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움직였다. 그게 점점 전장에 익숙해졌기 때문일지, 아니면 그녀 특유의 조바심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가 아닐까.
서주의 일도 그랬다.
우선 아가씨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조조가 그 자리에서 조숭의 죽음으로 행동할 것을 정했다면 분명 그건 소연 아씨도 동의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쫓기는 것처럼 보였니?”
“그렇게 보여.”
지금도 그렇게 보인다.
황제 폐하를 모신 뒤로 나는 소연 아씨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언제나 집무실에만 있었고, 사실상 단둘이 만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런 걸까.”
그녀는 살짝 자세를 돌려 머리를 정자세로 하고 나를 올려다봤다. 손을 뻗어서 내 뺨을 만지고는 살짝 쓸어내렸다.
“네가 보기엔 내가 그렇게 보였니?”
“뭘 그렇게 조급해하는 거요. 아가씨가 아니더라도 움직일 사람은 많아. 조조도 있고, 순욱 선생도 있고. 하다못해 나도 있잖아.”
소연 아씨는 눈을 감았다.
“……생각하는 게 있어.”
“안 알려줄 거지?”
그녀는 침묵으로 긍정했다.
조금은 화도 나지만, 그렇다고 구태여 캐낼 생각은 없었다. 그런다고 말할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그녀의 볼을 콕콕 찔렀다.
“하여간. 왜 이렇게 똥고집이요?”
픽 웃으면서도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검은색 머리카락은 여전히 부드럽게 찰랑거리며 내 손에 감겨왔다.
아직 출정식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녀는 내 허벅지 위에서 점점 말수가 줄어들더니, 이내 조금씩 숨소리를 고르게 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피곤해 보였으니까. 이렇게 조금만 더 있으면 아마 잠들지 않을까. 하여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하염없이 쓸어내렸다.
“……나한테 잘해주지 마.”
조그마한 목소리.
잠에 취한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이유도 궁금했지만, 잠에 취해 말을 꺼내는 사람에게 되묻기도 뭣했다.
“너한테는, 운이가 있잖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잠들어버렸다. 새근거리면서 고개가 살짝 옆으로 돌아갔는데, 그 표정이 너무 편해 보여서. 그래서 방금 들은 말이 착각이 아닐까 생각했다.
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던져본 건가?
하지만.
“……진짜, 사람 뒤흔드는 건 천재야.”
뒤숭숭한 마음을 뒤로하고 잠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출정식 직전까지 줄곧.
그녀는 그때까지 깨는 일 없이 곤히 잠들었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편히 잠든 얼굴을 쭉 바라보았다. 언제까지나 이러고 싶었다. 그냥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멀어졌던가.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그게 너무나도 싫었다.
* * *
“어디 갔었어요!?”
연병장에 도착하자마자 운이가 소리를 빽 질렀다. 주변을 돌아보니 이미 모든 병력은 집결해있었고, 저 멀리 문관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것도 보였다.
“내가 늦었나?”
“아예 늦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미리 있으셔야죠! 미리 연설문도 준비하고, 또 해야 할 것도 얼마나 많은데요.”
“알겠다, 알았어.”
살짝 손을 내저으며 앞에 나섰다.
이제부터 출정식을 시작한다. 나는 형주로, 그녀는 예주에서. 각자가 서로의 일을 처리하겠지. 그렇게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 같은 걸 바라보면서 공무에 힘쓴다.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운아.”
“왜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의붓여동생에게 픽 웃어주었다. 운이와도 분명 할 말이 많았다. 여포와의 관계, 조조와의 관계. 그리고 운이 본인과의 관계까지.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냥, 좋아한다고.”
“에, 엣? 아니, 지금 뭐라고요?”
당황해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천천히 연병장의 상석으로 걸어갔다. 등에 걸친 망토가 영 거추장스러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 무게라면 능히 감당할 수 있었다.
소연 아씨는 소연 아씨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걷는다.
그 길이 서로 합쳐진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조금 다르더라도 분명 우리는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보여준 미래를 잊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는 설령 잠시 떨어져 있더라도 같이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더라도 그것을 안타깝다고 말할 자격이 없었다.
“들어라!!”
소리를 질렀다.
속에 있는 감정을 전부 끌어내듯이 크게. 저 멀리 어디에라도 들릴 수 있게 큰 소리로 병사들의 앞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만인을 이끄는 장이 되었다.
내 개인의 감정에 휘둘려 공사를 그르칠 수 없는 위치까지 올랐다. 병주의 흔한 도적 나부랭이가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대들과 함께할 남자의 얼굴을 잘 기억하라.”
우습기도 했지만, 반대로 그만큼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 감정은 부담감이 되어 내 어깨를 한껏 짓누르고 있었지만, 그것 역시 내가 바라던 일이었기에 능히 감당하리라.
소연 아씨.
당신이 거둔 호세는 이렇게 컸소.
그 병주의 도적놈이 동료를 대다수 잃는 큰 희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만인을 이끄는 장군이 되었다. 되어버렸다고도 할 수 있겠지.
당신은 분명 대단한 사람이었다.
나보다도 분명. 아마 세상 그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난 목소리 높여 말할 수 있었다. 그런 당신이 무리해가면서까지 더 나아가려고 한다면, 뱁새에 불과한 몸이지만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긴 명령은 하지 않겠다.”
만인의 앞에서 그들을 내려다본다.
“명령에 복종하고 전투에 충실하라.”
하여 고한다.
“내 등을 따라라.”
그 목숨을 내게 바쳐라. 나와 소연 아씨의 목적을 위해 분투하라. 언젠가 이 대륙의 혼란을 끝내기 위해. 그러고 난다면 분명 그녀가 말했던 태평 치세를 위해 힘쓸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나도 멈추지 않으리라.
그녀도 분명.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기합을, 소리를 질러라!!”
연설문에는 없는 말들을 연이어 퍼부었다.
내 옆에 서 있던 방삼이는 작은 목소리로 이럴 줄 알았노라고 말했고, 반대로 운이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무렴 어떠랴.
소리를 높여라. 그리하여 천하의 그 누구나가 우리의 존재를 알 수 있게 그 용맹을 함성으로 증명하라.
“오직 승리를, 반드시 승리뿐이다!!”
손을 치켜들었다.
이제부터는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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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 아씨는 이번에 겨우 잠을 설치지 않고 편히 잠들었네요.
RIP 아닙니다.
사마의의 경우에 지금 건드리면 이 소설의 향방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마의는 아가야... 아직 지켜줘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