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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와 나-217화 (217/343)

21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각자의 거리감 이번 형주 원정은 황제 폐하의 칙명이 아닌 연주목 조조 개인의 반응이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아무래도 황제 폐하가 공공연하게 역적이라 칭하고 공격한다면 말 그대로 유표나 조조,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이 날 터인데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연주와 예주의 상황도 썩 좋지 못했다.

“…서주까지 움직였다, 라. 제법 하네요.”

사마의는 픽 웃으며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포와의 일 이후.

밤에 돌아온 우리를 맞이한 사마의는 웃고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않을 리가 없어서 서로 말까지 맞추었는데. 그렇기에 오히려 더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그 뒤로도 이 소녀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태연하게 지도를 바라보며 연주와 예주, 양 측면에 깃발을 올린다. 이번에 서주의 유비가 국경으로 군을 움직였다는 소식이 들리며 하후돈과 하후연을 대장으로 한 부대가 새로 그 방면으로 파견된 상황이었다.

“이제 후방의 지원도 없다고 생각해야겠네요. 허도에서 북형주로 향하는 아군과 여남의 조인 장군, 그리고 서주로는 하후 남매가 군을 이끌었으니 사실상 가용할 수 있는 병력 대다수를 쓴 셈이에요.”

“그러겠지.”

우선 우리가 맡은 임무는 무력시위.

형주와 구태여 전면전을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우선 상황을 지켜보며 수비. 상대의 전력이 상대할 법하다 싶으면 그때 형주로 진입하여 몇 거점을 함락시키는 정도에서 그치라는 명령이었다.

“조조는 참 적이 많네요. 원소가 움직일 수 없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공손찬 공략에 진척을 보이는 것이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원술까지 움직이면 볼만하겠네.”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말아주실래요?”

물론 서주의 군은 규모가 작은 편이라 하후 남매에게 쥐어진 군도 고작 오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소집 해제했던 군을 다시 불러들일 여유도 돈도 부족했기에 사실상 그나마도 무리하여 짜낸 셈.

“지금 원술까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조인의 군만으로는 힘들어요. 물론 그 사람의 공적과 실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우리는 어떨 거 같아?”

그 말에 소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모르긴 해도, 뭐 사실 동탁군 밑에서도 밀린 장수라는 남자가 별거 있겠어요? 한 가닥 할 거라면 애초에 이각 곽사에게 밀려서 도망치지 않았겠죠.”

방심은 좋지 않다.

그렇게 말하려다가 순간 흠칫했다.

대체 언제부터 나는 사마의를 참모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전장에 데리고 다니고 싶지 않았고, 여전히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어린아이에게 군무를 묻고 있는 내가 있었다.

“아저씨?”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돌이켜봐도 언제부터 사마의가 내 참모처럼 움직였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처음부터 살살 조언을 해주었던 것 같은데, 정말 눈치를 채보니 이 꼬마가 내 군사가 되어있었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나.

“…뭔데 사람을 그리 빤히 쳐다봐요?”

“아니. 아무튼, 너무 방심하는 건 안 좋을 수도 있어. 우선 주변을 경계하면서 진군하되, 그 인근 현의 협조를 받는 방향으로 가려고.”

인제 와서 그러기에도 애매했다.

지금의 관계는 모르긴 몰라도 사마의도 희망하고 있는 형태. 그러니 전장, 혹은 업무에 데려가지 않으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는 거겠지.

생각해보면 저 나이 때 나는 전장에 섰던가.

물론 그걸 같은 범주에 놓고 비교하기 어려웠고, 솔직히 여전히 아이는 아이답게 커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이런 말을 꺼내면 이 건방진 꼬맹이는 그간 자기가 해준 게 몇이냐며, 사무는 왜 시켰냐며 툴툴거리겠지. 처음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았지만, 인제 와서 바로 잡기에는 분명 애매한 감이 있었다.

게다가 이 소녀의 재능은 진짜였다.

“이 일, 어쩌면 시간이 생명일 수도 있어요.”

사마의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양주의 원술은 이곳과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예주 남부로 진군하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서주는 물론이요, 당장 완에서 움직이는 장수의 병력까지.

사실상 북방을 제외한 삼면이 적이었다.

“여기서 대치가 길어지면 당연히 중앙의 흔들림도 길어질 것이고, 그러면 원술도 기회라고 여기어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빨리 처리해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 보랏빛 눈동자를 돌린다.

“건재하다는 걸 증명해야 해요. 장수? 그런 이름도 없이 장안에서마저 밀린 이에게 시간을 끌어서 자칫 흔들림이 길어진다는 느낌은 안 주는 편이 나아요.”

이번에 데려가는 인원도 전과 비슷했다.

여포와 장료는 우선 나와 함께 움직인다. 본래 여포의 휘하에 고순이라는 남자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는 이번에 조인 장군의 밑으로 편재되었다던가.

그 외에는 조홍 장군이 내 밑으로 편제될 것이라 들었고, 이번에 새로 아군에 들어온 백파적의 인물 중 서황을 내게 배치한다고 했다. 항장은 기본적으로 같이 뭉쳐두지 않으니 그 둘도 아마 각각 전선으로 퍼지겠지.

솔직히 여포가 정식으로 군에 귀의한 것이 아닌 내 개인적인 사람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여포와 장료가 함께 다니는 지금 상황이 이상한 것이었다.

“너는 싫다고 해도 따라올 거지?”

사마의는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며 가슴을 폈다.

“지금까지 아저씨 주변에서 두뇌로 받쳐준 게 누구라고 생각해요? 복양에서 물밑작업을 펼친 건 또 누구고요.”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자기 공을 과시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이 소녀는 그 또래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함과 두뇌를 과시하고 있었다.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일까.

“알다시피 너도 정식으로 군에 임관한 것이 아니야. 내 개인적인 사람이지. 그래도 따라올 거라면, 이번에는 어린애로 대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아저씨. 그거 알아요?”

사마의는 오히려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쳤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허리에 손을 얹는다. 보라색 눈동자를 또렷이 응시하는데, 그 표정은 자신감일까. 그거랑은 살짝 달랐다. 조금 단호해 보이기까지 한 느낌으로 당당히 응시하는 소녀.

“난 아저씨가 어린애 취급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지금도 싫고, 앞으로도 싫을 테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웃겨.”

그러면 어린애처럼 굴지를 말던가.

물론 생각해보면 사마의가 어린애처럼 구는 경우가 썩 많지는 않았다. 가끔 어리광을 부리거나 약오르게 구는 것 정도? 그나마도 자주 있는 일도 아니었다.

“뭐가 웃겨요!”

“그렇게 발끈하니까 웃기는 거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정말로 사마의를 군사처럼 부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냥 정보를 취합하고 이 꼬마의 의견도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하여 판단한다.

마지막 판단은 내가 맡을 터.

“아무튼. 장수라는 사람에 대한 추가 정보는 없나?”

“아무래도 장제의 조카라는 것 정도일까요. 그나마도 내부 항쟁에서 참패하고 형주 북부로 도망가다가 활 맞고 죽어, 장수가 군을 맡았다는 것밖에는 정보가 없어요.”

“쯧, 귀찮게 됐네.”

물론 기존에 나온 정보를 취합하면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닐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형주를 통합한 유표가 어리숙한 이에게 이런 일을 맡길 것 같지 않았다.

소연 아씨는 유표를 제법 인정하고 있었다.

호족의 기세가 강하고 각 지역의 자부심이 강한 지역. 그런 지역에서 홀로 나서 호족을 취합, 마침내 형주의 장으로 오른 실력은 보통이 아닐 거라고 말했었지.

그런 사람이 조조를 건드리는데 별거 아닌 사람을 내보낼 것 같지는 않았다.

“유표가 보낸 사람이 무능할 거라는 생각이 안 드네. 차라리 확실히 명장이었으면 우리도 아예 지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텐데.”

그 말에 사마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수는 사실 유표의 직속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여차하면 떨어내기도 쉬워서 방패막이 삼아 앞에 내세웠을 가능성이 커요.”

“뭐, 그랬으면 좋겠네.”

사실 이건 붙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바깥에 나도는 정보가 적다면 결국 한 번 맞상대를 해봐야 견적이 나올 터.

우선은 내실을 다지며 만반의 준비를 다지는 것밖엔 다른 방법도 없었다. 모든 병법서에서도 나오는 말이라는데, 기본적으로 최고의 전술은 견실함이라고 하더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지만, 적어도 적을 모르면 나 자신이라도 알고 준비하는 게 맞지.

“일단은 지금 고민해도 다른 방법이 없겠네.”

“뭐, 그도 그렇죠.”

어차피 며칠 뒤면 형주로 떠난다.

조조의 명령은 간단했다.

예주 인근으로 진군하는 장수의 군을 막아라. 만약 가능하다면 그들을 격파하고 그 주변 진을 함락시켜 완 근처까지 진군하되, 무리하지 말고 우선 지키는 걸 최우선으로 여겨라.

……다시 생각하니까 간단하진 않네.

몇 번 했다고 정인이라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좀 적당한 임무를 내려야 하는 거 아냐? 이건 뭐 매번 힘든 일만 툭툭 던지고 있으니.

언제 한 번 따져야 하나?

* * *

사마의는 전호와의 대화가 끝나고 잠시 그의 곁을 떠나 방으로 돌아왔다. 서적만 잔뜩 쌓인 방. 하내의 본가에 돌아갔을 적에 꽤 많이 챙겨왔던 서적들을 비치해뒀는데, 그중 하나를 뽑아서 손에 쥐었다.

솔직히 내용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나이는 어려도 어찌 모를까. 눈물을 붉히며 서로 다투던 남녀가 오밤중에 돌아왔다. 게다가 그 뒤로 이어지는 기묘한 기류까지.

“나도 아이가 아닌데.”

여전히 키는 작았다.

이제야 막 십 대 중반이라고 부를 나이. 여전히 소녀의 나이는 어린 편이었고, 전호는 그런 사마의를 성적으로 보지는 않을 터.

소녀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참았다.

참았지만.

이가 빠득 갈렸다.

여포가 뭔데. 그 여자가 한창 전호와 드잡이할 때, 자신은 이미 그 남자를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점찍었다.

본인이 먹이 되어 그 남자를 도화지로, 하여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 그 남자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쇠퇴까지. 그 모든 걸 바라보고 관찰할 생각이었다.

“진정, 진정하자.”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분했다. 그 이상으로 짜증도 났다. 자신이 애써 간직하던 서적에 누군가가 먹물을 끼얹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이상이 더럽혀진 느낌에 화가 났지만, 그래도 참았다.

모든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었다.

영웅이라면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알아야 했고, 그런 관계가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 분명 이전까지의 사마의라면 그것을 웃어넘기며 더 발전하고 있노라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

그렇지만 왠지 웃을 수 없었다.

나만의, 내가 만들어갈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 사마의는 관찰자의 관점에서 벗어났다. 그게 언제부터일까. 소녀 본인도 잘 모를 정도로 서서히 진행된 일이었다.

그런 변화도 나쁘지 않다고.

그렇지만 이런 감정은 또 어떠한가.

“이게 질투일까.”

가슴 한편에서 찌릿하고 오는 느낌. 물론 그가 여성 관계가 아예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조운과의 관계도 점치고 있었고, 그때는 이런 느낌까지 들지 않았는데.

여포는 그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알고 있었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그것과 가슴이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를 수 있었다. 평소 이성적임을 관철하던 사마의에게는 처음 있는 일. 그렇기에 소녀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묘한 불쾌함과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렀다.

적어도 성인이 된다면 이런 작은 몸에 갇혀 제약받을 일도 없었다. 군의 일도, 내정의 일도. 그리고 그 남자와의 관계도.

전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제 보라색 머리를 배배 꼬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그게 어린 사마의에게는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질 뿐.

“그 사람은 내가 완성시킬 거야.”

그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반드시.

그 역할만은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겠다. 여포? 그녀는 그저 그의 조력자에 불과했다. 그건 조운도 마찬가지였고, 진소연과 조조 같은 경우는 그라는 사람이 활동할 배경에 불과한 이들.

최종적으로 그를 받칠 사람은 자신이었다.

사마의는 그렇게 자신하고 있었다.

조금씩 작업하던 것이 드디어 점점 먹히기 시작해, 이제 전호는 사마의에게 군무에 대해 터놓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렇게 조금씩 그를 바꿔나가면 그만이었다.

여기서 완의 일을 성공리에 마무리한다면 다음 발자국을 내디딜 수 있을 터. 조금씩 그에게 사마의라는 이름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시간만 들이면 돼.”

천천히 사마의를 그의 안에서 중요한 인물로 새긴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깎아내, 이윽고 자신이 없는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이 어린 사마의에게는 조바심으로 다가왔다.

짜증이 났다.

“왜 하필 이 나이에 만나서.”

여포의 일로 다시 깨달았다. 그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많은 관계를 이룬다.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자리 잡는지는 전적으로 소녀 본인에게 달린 일.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작고 가녀린 몸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차라리 자신이 좀 더 큰 뒤에 만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작품 설정에 개미인간님이 보내주신 팬아트가 있습니다!

쬬 아가의 다소 야한 복장의 팬아트인데, 이걸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감격입니다. 다시 한 번 후기를 빌어 감사를 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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