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14화 (214/343)

21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감정의 무게 집에는 아직 사마의가 있었다. 그 아이는 이제 거의 나와 살다시피 하고 있었으니, 그 집에서 대놓고 그럴 수는 없잖아? 도덕적인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애 앞에서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야.

여포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코를 훌쩍이면서 눈을 비비고 있었다. 품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정말 천하무쌍이라던 무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금 진정됐어?”

“진정할 것도 없으니까 괜찮거든.”

그녀는 애써 코를 훌쩍이고는 내 품에서 살짝 벗어났다. 끌어안던 무언가가 없어진 묘한 상실감에 살짝 손을 쥐락펴락했지만, 그나마도 웃어넘기고는 손을 뻗었다.

“그러면 일단 집에 가자.”

물론 그녀의 말처럼 자지를 깔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선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울었으면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포는 오히려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기 지금 꼬맹이 있잖아.”

“……설마 진심이야?”

“내가 뭐랬어.”

그녀는 내 손을 붙잡고 픽 웃기를.

“자지 까라고 했잖아?”

아니 물론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리고 그것 자체를 거절할 마음은 없었다. 여전히 코를 훌쩍이는 중이라지만, 그런 것을 전부 고려하더라도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매력적인 여성이 내게 마음을 품는다.

하지만 시기가 영 좋지 못했다.

“다음은 어때. 내일이라도 좋고….”

“주인아.”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이끌었다.

“나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거 같아. 기껏 마음을 먹었는데, 내일이 되면 주인이가 마음 바꿀 수도 있잖아. 그게 아니면…….”

붙잡았던 손에 힘이 느껴졌다.

물론 아플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그녀의 심경을 느낄 정도로는 강하게, 그렇게 맞잡은 손을 꼭 부여잡으며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건, 아직 싫어?”

“……가자. 어디 숙소라도 비어있겠지.”

평소였으면 억지 부리지 말라고 한숨을 내쉬었겠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대신 미소로 화답하며 먼저 앞장을 섰다.

“어?”

그녀는 벙찐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본인이 말했지 않은가. 자지 까라고. 내 살다 살다 그렇게 과격한 고백은 처음이었다. 물론 예전에 운이도 바지 깐 날 붙잡았던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남남이었을 당시의 일.

……남남이어서 더 어이가 없는데?

“진짜? 오늘, 그. …할 거야?”

“반하게 하겠다며?”

애당초 본인이 먼저 의욕적으로 나와놓고서, 정작 내가 동의하니까 의심하는 건 어떻게 된 거냐. 애당초 미인이 한 판 뜨자고 자지 까라는데 거절할 남자가 어딨어?

사실 그런 이유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녀가 먼저 용기를 내어 손을 뻗었다면 나로서는 그 손길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러면 변명 같은데.

정정한다. 사실은 그냥 나도 하고 싶었다. 지금의 그녀는 이제까지와 비교해도 그 이상으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여자가 우는 걸 보는 취미도 취향도 없는데, 그런데도 그냥 하염없이 예뻐 보였으니까.

“그, 그래! 시발 주인이도 바지 벗어!”

“여기 야외거든?”

그러니까 여포의 얼굴이 조금 더 빨개졌다.

“아니 여기 말고. 말이 헛나온 거야. 응? 자꾸 사람 무안 줄래? 자꾸 그러면 진짜 내가 주인이 가만 안 두는 수가 있거든?”

어이가 없어서 픽 웃었다.

가만 안 둬? 어떻게.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나름 여자를 끼고 문란하게 살았던 전적이 있었다. 기루 같은 곳에도 왕년에는 얼마나 발을 자주 들였는데.

“어떻게 가만 안 두게? 응? 이응?”

일부러 비꼬는 느낌으로 그녀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놀렸다. 내가 돌아봐도 얄밉기 그지없을 정도로 짓궂은 행동인데, 확실히 여포도 잔뜩 성났는지 어깨까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설마 때리지는 않겠지?

아까까지 분위기 좋았…, 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겠네. 생각해보니까 여자 하나 된통 울려놓고 그 옆에서 촐싹거리는 나쁜 남자잖아?

“……거기 똑바로 서.”

“아니, 잠깐만.”

너한테 맞으면 나 죽는다.

농담이 아니라 여포가 진심으로 주먹질을 시작하면 한 방에 나동그라질 자신이 있었다. 힘으로는 감히 내가 여포에게 비빌 수조차 없으니까.

그녀는 성큼 다가와서는 내 멱살을 잡았다.

“미안, 미안하다고! 사과할…!!”

홱 잡아 당겨지는 몸.

그녀는 내 멱살 채로 잡아당겨 그대로 입을 맞춰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그저 입술끼리 맞닿은 정도였지만, 이것만으로도 내 입을 막아버리기엔 충분한 것.

여포가 씩 웃었다.

“가만 안 둔다고 했지.”

“…그러네. 가만, 안 두기는 했네.”

차마 이런 방식으로 가만두지 않는 거라면 나쁘지 않겠노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앳된 처녀의 느낌을 내다가도 어느 순간엔 돌변하여 누구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다.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것도 그녀의 매력이라면 매력인가.

“이제 안 그럴 거지?”

“예.”

물론 이런 입막음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 * *

기존 연주성에서 허도로 모든 기반을 옮기는 작업은 어렵기 짝이 없었다.

특히 황제를 받들어 수도로 지정한 이상에야 허도를 기존 황도와 비슷하게라도 구색을 갖춰야 하는데, 이건 아마 몇 년에 걸치지 않고서는 힘들 정도로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 일.

게다가 주변 제후의 반응도 영 심상치 않았다.

“원술 쪽 움직임은 아직인가요?”

“아직 동향을 전부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소연 별가께서도 잠시 눈 좀 붙이시지요. 벌써 사흘 밤낮입니다.”

“적당히 쉬었으니까 괜찮아요.”

그녀는 순욱의 말에 손을 내저었다.

아직 할 일이 많았다. 당장 주군인 조조도 특별히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이상에야 계속 분주하게 움직이며 각 군의 조율과 예주의 통치를 관리, 거기에 황제에게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형주는 이미 움직였다.

아마 그들이 그리 당당하게 움직였다는 것은 기존 형주를 넘보던 원술이 말머리를 틀었다는 뜻. 그렇다면 남은 지역은 양주 혹은 서주와 예주를 비롯한 북부밖에 없었다.

“방심할 수는 없잖아요? 형주야 곧 병사를 파견할 테고, 여남에 조인 장군을 두어 양주와 형주를 동시에 견제한다지만 아직 모자라요.”

여기가 고비였다.

연주 입성도, 그 이후 반란도 무사히 넘겼다.

기대하지 않았던 황제까지 품은 상황에서 이제 조조군은 각 세력의 압박을 어떻게 잘 벗어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조금 쉬셔야 합니다. 최근 안색이 말이 아니신 것인데, 아무리 소연 별가께서 체력이 남다르다 하셔도 이건 명백히 무리하고 계신 겁니다.”

“아직 괜찮아요.”

조금 수면이 모자랄 뿐이었다.

소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살짝 머리가 지끈거리긴 했지만, 그 이전에 현 상황을 완벽하게 정리하기 전까지는 쉴 수 없었다.

황제를 옹립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는데, 안 그래도 연주는 잦은 전쟁으로 휴식기가 필요했던 데다가 예주는 아직 완벽하게 조조를 따른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형주는 이미 조조를 견제하기 시작한 상황.

여기서 양주의 원술이나 서주의 유비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잘 관찰해야만 했다. 둘 다 언제든 조조를 적대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인물들.

“순욱 치중도 아시잖아요? 지금이 가장 중요한 국면이에요. 안 그래도 저희의 숫자는 문무백관이라 말하기 부족한 상황인데, 저까지 쉬면 답이 없어요.”

최근 밤잠을 심하게 설치긴 했다.

여전히 그녀는 혼자 어둠 속에 남으면 몸을 떨었다. 그게 정신적인 질병인지는 그녀 자신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 영향이 슬슬 일상생활에서의 피로로 드러나는 상황.

사실은 이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라고 시간을 전부 공무에 쏟고 싶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다른 이에게 보이는 것도 싫었다.

그에게는 언제나 아름다운 여인으로 남고 싶었다.

욕심이라고 해도 좋을까. 그녀는 이렇게 일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오히려 그에 대한 생각이 동시에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 본 적이 있을까.

이 세계를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그의 존재감은 점점 더 크기를 키워갔다. 돌아가지 못할 현대가 아닌 지금 이 자리를 현실이라고 인식하면, 그만큼 그의 존재도 더욱 현실감을 키우기 시작한다.

“우선 양주로는 다시 사람을 보내주세요. 서주의 동향은? 아직 유비에게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면 태산 방면의 군도 여남으로 돌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건 조공이 따로 정욱 선생님에게 일임하셨습니다. 아마 이번에 세작이 돌아온다고 하니, 슬슬 그쪽의 움직임도 결론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소연은 얼굴을 감싸고 한숨을 내쉬었다.

형주 방면으로 전호와 함께 보낼 군이 약 1만. 여남에는 조인이 2만의 군을 모아 대기하며 여차하며 형주와 양주, 양 방면으로 움직일 수 있게 대기시킬 예정이었다.

여기까지는 문제없었다.

중요한 것은 서주.

만약 서주까지 군을 움직여 조조를 압박하려 한다면 손이 너무 부족했다. 특히 허도 재개발과 그간 소모한 군자금 탓에 서주까지 처리할 여력이 모자랐다.

“일단 정욱 선생님께서 자료를 정리하시면 제가 올리겠습니다. 그러니 별가께서는 제발 눈 좀 붙이시지요.”

“피곤하면 잘게요.”

어차피 잘 수 없다는 건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언제나 잠자리에서 악몽을 꾸며 자고 깨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조금씩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잃어가는 느낌.

현대인에게는 가혹한 일이었다. 직접 전장에서 말을 몰고 적의 머리를 깨부순다. 누군가에게 명령하여 다른 이를 죽이게 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대립한 이를 처리하는 일도 전부.

과부하.

그녀는 그 감각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 현상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손을 놓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데,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도 있었다.

만약 그녀가 전부 포기하겠다고 하면 전호가 어떻게 말할까. 아마 심한 말은 하지 않겠지. 대신 그가 자신의 곁을 떠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와 그를 묶는 연결고리는 그 약속이었으니.

“괜찮아요.”

이런 곳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당장 자신이 여기서 조금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현장에 나서는 전호의 부담이 줄어든다. 양면으로 군이 흔들리면 자연스레 형주 방면으로 떠날 그의 지원도 옅어지기 마련.

“그리고 따로 예주 호족과의 회동도 잡아주시겠어요? 아직 협조적이지 않은 호족도 많으니, 이번에 한 번 자리를 잡고 결판을 내야겠어요.”

외부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지금, 자칫 외정에서 패하기라도 한다면 내부의 혼란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미리 내부를 단속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들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하필 이 시기에 원소가 공손찬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완벽하게 승리하지는 못했다지만, 그쪽도 언제 결판이 날지 아무도 모를 일.

미리 대비하여 나쁠 것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시선을 흘렸다. 누가 보아도 무리하고 있는데 본인이 저리 완고하게 괜찮다고 하니 말릴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분명 유능했다.

방식은 다소 과격한 면도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이지 않았다. 가끔은 예상치도 못한 해괴한 발상을 꺼내기도 하는 걸 보면 천재라는 건 저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소연의 단점도 명확했다.

계속 무언가에 쫓기듯이 움직였다. 어떤 일이라도 빠르게, 더 빠르게. 효율과 속도에 중시하며 다른 이를, 혹은 자기 자신마저도 갈아 넣는 방식의 일 처리.

언젠가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러면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소연 별가께서도 시간이 나시면 제때 휴식을 취하세요. 여기서 쓰러지시면 조공께서도 곤란하실 겁니다.”

“알고 있어요.”

순욱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소연은 고개를 책상으로 돌려 그 위에 쌓인 서류와 죽간을 바라봤다. 아직 허도의 치수와 개간에 대한 업무도 멀었고, 무엇보다 이번 형주 외정 예산도 충분히 모으지 못했다.

분명 어디선가는 끌어와야 할 금액.

“……보고 싶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멈출 수 없다는 강박증은 소연을 계속 괴롭혔는데, 유일하게 마음을 놓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기 힘든 현 상황마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넌 아직 나 좋아하니?”

닿지 않을 질문이었다.

당사자의 앞에서 하지 않는 이상 의미도 없는 말. 용기가 없어서, 그 당시에는 여전히 이 세계를 별개의 세계라고 인식하여 혼란스러워서 할 수 없었던 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지금이라면 말해줄 수 있는데.

확실히 마음을 정한 지금이라면….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조금 길어져서 한 번 끊었습니닷!!

다음 편부터는 여포의 씬.

그리고 소연 아씨의 경우에는 분명 계획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와 나에서 그녀는 분명 어떤 방식으로건 작품의 핵을 관통하는 인물입니다.

지금은 스토리 상 조금 떨어진 느낌입니다.

착실히 때가 오면 빌드업 오밀조밀 짤 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소연 애기는 애기야. 그래도 언젠가 자랄 거야...ㅠㅠ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