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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와 나-212화 (212/343)

21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감정의 무게 연주와 예주에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었다.

황제의 귀환.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세력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와 소란은 이윽고 서주까지 이어졌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움직이는 게 맞기는 하나….”

유비의 질문에 제갈근이 살짝 고개를 떨궜다.

형주의 사자.

그는 대놓고 함께 군을 움직여 연주를 압박할 것을 부탁했다. 현 연주와 예주의 성장세를 막기 위해. 그리고 장차 황제를 끼고 각 지방에 간섭해올 게 분명한 조조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각 세력의 결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알고는 있었다.

서주는 애당초 조조와 척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유비가 개인적으로 조조와 손을 맞잡겠노라고 천명한다면 단언컨대 서주 명사와 호족은 유비를 버릴 터.

어차피 다투어야 한다면 다른 이들과 합심하는 게 나았다. 게다가 유포는 황가의 인물이면서도 지방에 큰 권력을 쥔 인물. 그런 이마저 현 황제와 조조에게 저항하기 시작한다면 그 정통성에 상처를 내기도 쉬웠다.

“유공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솔직히 현 황제 폐하를 지지하고는 싶어요.”

여기서 현 황제의 치세를 부정하는 순간 차기 한 황실을 유지할 대안이 없었다. 자연적으로 주변 지방 호족과 제후의 난립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이 뻔한데, 그걸 공공연하게 언급할 수가 없었다.

서주는 조조를 증오했다.

전쟁 관계였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그녀가 황제를 옹립한 지금에 이르러서도 조조와 척을 지고자 했다.

“조조를 부정하면 자연스럽게 현 황제 폐하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 서주 사람들은 그걸 진심으로 바란다고요?”

관우 또한 한 발짝 나섰다.

황제를 부정하는 건 어떤 경우에서도 일반 백성이 해도 될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게 원소로부터 시작된 흐트러진 기류. 그 망언에 다들 놀아나는 것만 같았다.

“……조조는 싫은데, 황제 폐하가 조조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그런데 그 황제 폐하에게 흠이 있다면, 일반 사람들은 그 흠을 더욱 고집하여 헐뜯기 마련이죠.”

“쯧.”

제갈근의 말에 관우가 혀를 찼다.

지금 당장은 군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물론 무리한다면야 일만 정도는 국경에 배치할 수 있겠지만, 이만한 병력으로 조조가 재차 움직인다면 막아낼 수 없는 것도 당연지사.

여기서는 수그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의 지지기반은 서주.

서주가 과연 엎드려 버티는 것을 허락할까. 그토록 영토 전역을 짓밟혔던 서주의 자존심이 그것을 용납하는가. 그걸 알고 있기에 제갈근도 섣부르게 군을 움직이라고도, 그렇다고 거절하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누이. 그냥 움직이면 안 되는 건가?”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당장 지금 서주의 명사나 호족 할 것 없이 조조에게 복수할 것을 외치고 있어. 그들이 날 받든 것도, 그리고 군비에 도움을 보탠 것도 전부 그것 하나 때문일 테니까.”

기존 서주의 토박이.

그들의 협력 없이는 서주를 다스릴 수 없었다. 실제로 도겸이 서주목의 인을 넘겼을 때도 그들의 허가가 있었기에 비로소 그녀가 서주의 장이 된 것.

하지만 지금 조조와 대적한다?

연주, 예주와 서주는 바로 경계를 맞댄 지역이었다. 물론 남부 지방으로 군을 움직이기에 상대적으로 동쪽은 허술하겠지만, 그 상황을 전부 정리한 뒤라면?

거인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할까.

형주는 너무 멀고 넓었다. 양주도 마찬가지. 가장 조조의 본거지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으며, 장차 조조가 생각하기에 걸리적거리는 방해물은 어디인가.

“쯧, 쉽지 않네.”

장비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 황건적 토벌에 군을 움직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비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픽 웃었다. 그때는 관직에 오르고 싶었는데, 정작 올라보니 그 경치도 그녀가 생각하던 것만큼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 마디에 모두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건 예전과 다를 게 없기도 했지만, 그 규모는 하늘과 땅의 차이. 과거에는 오백 여의 병사와 관우, 장비의 목숨이었다면 이제는 서주 백성의 운명이 그녀의 손에 달려 있었다.

조조는 거스르는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거절하는 방향으로 가죠.”

당장 조조와 맞상대할 전력이 부족했다. 아무리 관우와 장비가 전장에서 일당백, 그 이상을 자랑하는 용장이라 하더라도 중과부적. 지금은 몸을 수그리고 전력을 준비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제갈근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당장 유비에게 놓인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선택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지도, 앞으로 있을 폭풍과 같은 시대의 변화도 전부 예상할 수 있었다.

인간은 미래를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뇨. 주군, 지금은 움직이시죠.”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앉아도 죽음이요, 서도 죽음이라면 당당히 서서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던 어린 여동생의 말.

그 아이는 말했다.

조조는 결국 어떻게 되건 서주를 침공한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은 누구도 아닌 원소가 될 것이고, 그 결전을 위해서 서주라는 배후의 적을 남겨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어차피 싸우게 될 대상이라면 상대가 가장 곤란할 지금, 어떻게든 그 배후를 흔들 수밖에 없노라고. 이대로 넘어간다고 서주를 놔둘 것 같지 않다는 소녀의 말에는 제갈근도 동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수동적인 대처냐.

능동적인 움직임이냐.

그녀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어차피 서주와 연주는 척을 졌어요. 저희가 설령 행동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전화가 미칠 것인데, 그러면 이 서주 자체를 포기하실 생각이 아니라면 행동하는 게 맞다 생각해요.”

“누이가 정했는데 선생이 반대하는 거야?”

장비가 먼저 살짝 고개를 들어 제갈근을 바라보았다. 이미 누이가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제깟 것이 뭐라고.

최근 안 그래도 서주 출신의 인사들이 대놓고 유비를 면박하고 얕보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갈 가문도 마침 서주의 인사.

그간의 짜증이 점점 치밀어오르고 있었다.

“장비, 그만.”

관우는 그런 남동생에게 팔을 뻗었지만, 반대로 시선은 제갈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도 작금의 상황에서 움직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빤히 알 것인데.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세요?”

유비는 살짝 미소 지으며 되물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더라도 조조는 움직인다.

예전의 서주였다면 연주와 예주를 상대로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겠으나, 지금의 서주는 그 생산력 자체가 패전으로 인하여 초토화된 상황. 어차피 뒤가 없다면 다른 세력에 편승하여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어쩌면 조조에게 항복하면 살 수도 있는데요? 황제 폐하를 모시고 있는 지금, 그 조조가 백기를 든 이들에게 철퇴를 내릴까요?”

“……지금까지의 조조를 본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제 아비의 죽음. 그 대가를 서주 전역에 치르게 한 여자였다. 이성을 잃었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 게, 그녀는 정말 말 그대로 빠르고 간결하게 서주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서주 전역을 휩쓸었다.

아마 그녀는 아비의 죽음을 빌미로 서주를 점거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바로 옆에 자리한 주를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짓밟을 생각이었지 않나 싶었다.

그런 여자가 결전을 앞두고 불안요소인 서주를 놔둔다? 제갈근은 절대 있을 수 없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러네요.”

유비라고 조조와 함께했던 기간이 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몇몇 수라장을 함께 넘으며 보았던 그녀는 결코 행동에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기에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 행동력은 분명 서주에게는 악재.

“장비, 관우. 병력을 준비하자.”

이대로 앉아서 말라죽을 수는 없었다.

완의 가후라고 했던가. 그녀의 서신은 정말 정확하게도 서주의 약점을 꼽으며 자신들에게 합류해야만 하는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놀아나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걸 차치하더라도 양주에서는 원술이 복수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형주에서는 유표가 조조를 견제하기 시작한 지금이 적기라는 것도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힘들겠지만, 한 번만 더 힘을 내보죠!”

유비는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었다.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을 애써 웃음으로 무마했다.

* * *

최근 여포가 좀 이상하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웠는데, 말수가 적어졌다던가 계속 멍하니 있기를 반복하는 느낌. 오늘 아침만 해도 당장 밥이 전부 타들어 가는데 혼자 멍하니 그걸 지켜보더라니까는.

“아저씨. 혹시 뭐 했어요?”

“…아마 그건 아닐 텐데.”

조조의 저택에서 돌아온 이후 여포가 이상해지긴 했다. 하지만 설마 거기가 어디라고 따라왔을까. 내가 뭘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짐작 가는 것이 없었다.

“답답해 미치겠네요. 평소에도 좀 싹수가 없긴 했는데, 그래도 저렇게 기운이 없는 건 처음이잖아요? 뭐 병이라도 걸린 거 아녜요?”

미안한데 싹수는 너도 노랗거든.

물론 말하면 또 대놓고 눈을 치켜뜰 것이 뻔해서 가만히 있었다. 그와 별개로 확실히 아군 전력에서 여포를 잃는다는 건 뼈 아프긴 했다.

“…일단 시간은 좀 남았으니까 기다려 보자. 그때까지 여포가 뭐라고 말을 꺼내건, 만약 병이라면 차도가 있는지도 살펴야지.”

“난 몰라요. 여포는 아저씨가 알아서 해요.”

사마의는 아예 고개를 홱 돌리고는 다시 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같이 좀 생각해주면 덧나냐 싶다가도, 또 이런 꼬마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것을 상담하는 게 우스워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그래. 한 번 여포한테 터놓고 물어봐야지. 혹시 진짜로 몸이 이상한 거라면 전장에 데려갈 수는 없잖아?”

“문제까지는 아닌데.”

“……왔으면 좀 기별이라도 해라.”

갑자기 뒤에서 좀 확 튀어나오지 마라. 대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겠는데, 여포는 정확히 툇마루에 걸터앉은 우리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사마의는 슬쩍 고개만 돌려 여포를 확인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책에 시선을 쏟았다. 명백하게 이 일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태도 같아서 많이 얄밉기는 한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아니, 너 요즘에 많이 이상하잖아.”

“별거 아니야.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그녀의 낯빛은 그다지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누가 보아도 먹구름 잔뜩 낀 인상으로 괜찮다 하여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몸이 아픈 거면 진짜로 말해. 이번에 형주 방면으로 떠나면 당분간 돌아오기 힘들 건데, 그쪽에서 병이 도지면 답도 없으니까.”

아무리 군의가 있다고는 해도 질병은 얕볼 수 없었다. 천하에 내로라하던 영웅호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게 꼭 또 다른 영웅이라는 법은 없었다.

무명 소졸의 창칼도 아닌 병사.

“천하무쌍이라고 많이들 그러는데, 그러는 너도 사람이잖아. 전장에서 병에 걸리면 답이 없다는 건 너도 알잖아?”

“사람…, 이지. 응. 그렇지.”

무언가 얼떨떨한 반응이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데도 전혀 긍정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반응에는 과연 사마의도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시선을 돌릴 정도로. 정말 어디 큰 병이라도 걸린 건가.

“이리 와봐.”

그녀에게 살짝 다가가며 손을 뻗었다.

“이마 까.”

머리카락을 걷고 열을 재봤다. 딱히 체온이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이런 간단한 확인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가끔 병 중에서도 체온에 변화가 없는 질병도 있었다. 나도 몇 봤었는데, 내 아는 돌팔이 의원 말하기를 체온이 변하지 않는데 시름시름 앓는 병이 가장 지독한 병이라고 하더라.

“의사 부를까? 조공한테 말하면….”

“됐어!!”

여포가 소리를 빽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년은 됐어. 아냐, …아니, 주인아. 그게 아니라…. 아무튼 조조는 됐어. 그냥 혼자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 같아. 그러니까 괜찮아.”

그녀는 살짝 말을 버벅거리다가 이내 뒤를 돌아 저 멀리 뛰어갔다. 혼란스러워 보이던 그 표정이 유독 눈에 밟혔다.

“진짜 뭐 잘못 먹은 거 아녜요?”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여포는 분명 조조를 언급하자마자 바로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녀의 상태가 뭔가 이상해 보였던 것도 어딘가 맞물리는 구석이 있었고, 그녀는 내게 사랑하노라고 말했던 적도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잠깐으로 되겠어요?”

사마의의 짓궂은 질문에 픽 웃었다.

“조금 시간 걸릴 거 같아. 저녁은 알아서 챙겨 먹을 수 있지? 밥 먹고는 잘 씻고. 책 너무 오래 보느라고 늦게 자면 엉덩이 맴매다.”

“웃겨요.”

그 소리를 들으며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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