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11화 (211/343)

21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허도에서 있던 일 허도에서 재차 병사의 모집이 시작됐다.

기존에 조인이 지키던 완 일대와의 경계. 그 부근에 주둔하던 조인은 허도의 모병이 끝나는 즉시 군을 여남으로 돌려 양주의 원술을 견제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우선 모병하는 과정에서 내가 손을 놓을 수만도 없었기에 짧은 휴가가 끝나버렸다. 오랜만에 아무것도 안 하고 방구석에서 굴러다니고 편했는데….

“오라버니, 표정이 풀어졌어요.”

운이가 내 팔을 툭 건드렸다.

“아니 갑자기 너무 과중한 업무를 맡아서 그런가. 좀 피곤해서 그래. 가끔은 그럴 수 있는 거 아냐?”

“쉴 때는 쉬고 집중할 때는 집중한다.”

하여간 잔소리는.

그렇지만 최근 몸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특히 서주 이후로 크게 부상하고 낫자마자 바쁘게 돌아다녀서 그럴까. 거기서 한 번 쉬어주니 몸의 피로가 전부 터져 나온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오라버니도 병주 이후로 제대로 쉰 적이 없으시잖아요? 거기서 갑자기 쉬면 반동이 생길 수 있죠. 차라리 확실하게 움직이시는 게 나을 수 있어요.”

운이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팔을 걷었다.

“차라리 저희랑 같이 단련을 재개하시는 건 어때요? 최근에 여포랑 같이 단련하면서 실력도 붙는 느낌이라니까요?”

“아직도 하고 있었어?”

얼마 전까지 여포와 운이가 계속 대련 형식으로 단련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아직도 이어졌다는 건 처음 들었다. 안 그래도 둘 다 나보다 강한데, 거기서 얼마나 더 강해질 생각이지?

“아, 그러고 보니까 여포 그 사람 무슨 일 있어요?”

“응?”

운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오늘 아침에 대련하는데 뭔가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 저한테 정타를 두 번이나 허락한 건 처음이었어요. 평소에는 스치기도 힘든데….”

“그러게나 말이다.”

오늘 새벽에도 좀 이상하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여포가 새벽부터 깨어있던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조조의 사택에 왔을 리는 없었으니까 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

그전까지는 평소와 같아서 잘 모르겠다.

“오늘 아침은 진짜 이상했다니까요? 사람이 불러도 멍하니 있기만 하고. 가끔 혼잣말하는데 대련에 집중도 못 하더라니까요.”

아무리 운이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여포에게 대놓고 정타를 두 번이나 날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여포가 왜 여포인데.

천하무쌍의 칭호는 헛것이 아니라고, 대련이니까 실전과 다르기는 해도 일반적으로 정타가 들어간다는 건 전장에서는 바로 죽음과도 직결되는 것이었다.

“뭐, 가끔은 그런 날도 있겠죠. 아무튼, 이제 모병까지 접어들면 다시 형주 경계로 가시게 될 건데 이번엔 생각해두신 사람은 있어요?”

“글쎄다.”

우선 방삼이는 확실히 데리고 갈 거고. 운이도 이렇게 말하는 거 봐서는 따로 말해서 데려가라는 무언의 과시겠지? 거기에 여포가 간다면 장료 이 양반도 움직일 것이고.

사마의 같은 경우엔 최대한 전장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데려가지 않으면 진심으로 짜증 내지 않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소연 아씨도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녀는 이미 조조군에서도 중추. 애당초 그녀가 나선다는 건 대장직 자체를 그녀가 맡는다는 건데….

“아마 평소처럼 움직일 거 같은데.”

이쯤 되면 거의 내 개인 사단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은 구성원이었다. 여포와 조운, 장료, 방삼이. 거기에 사마의는 아직 나이가 어려도 군 내부의 행정에서는 우리 중 누구보다 나은 면이 있었다.

거기에 몇 장교만 더하면 충분한 전력인데.

“우선 조공께서도 몇 사람을 붙여주긴 할 거야.”

“조공, 말이죠….”

운이가 살짝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평소 이 계집애가 조조에게 무언가 반응한 적이 없었기에 이런 떨떠름한 반응은 제법 의외였다.

“오라버니, 혹시 조공이랑 무슨 일 있어요?”

“…왜?”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반응이 늦어버렸다. 운이는 이쪽을 살짝 올려다보며 의문스럽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간을 찡그렸다.

“뭐라고 할까요. 감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조공이 오라버니를 보는 시선이 좀 달라졌다고 할까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요. 어쩌면 그 사람, 오라버니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얘도 참. 그 양반이 어떤 사람인데.”

“그렇죠? 그래도 좀 거슬리긴 해서….”

대놓고 거슬린다고 말하는 건 어떨까 싶었지만, 그 이전에 얘는 뭐 감으로 다 때려 맞추나 싶기도 했다.

물론 조조가 날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내게는 확신이 없었다. 그녀는 내게 욕심난다고 했지만, 그게 진정 사랑이라는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뭐, 설마 그렇겠어요. 오라버니도 괜히 제 말 들었다고 헛바람 들면 안 돼요? 괜히 이상한 짓 하다가 찍히기라도 하면 큰일 날 거라고요.”

운이는 양손을 들고 으르렁거리는 듯한 행동을 취하며 픽 웃고 있었다. 이상한 짓이라고 할까, 어제도 그 집에서 미친 듯이 몸을 섞었는데….

“조심할게.”

그와 별개로 이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몸을 섞었건 말건, 그 자체를 떠나 조조는 방심할 수 없는 여자였다. 그녀는 본인의 말대로 천천히 나를 물 들이려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건 아직 알 수 없는 일.

“…뭐에요.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이쪽도 뻘쭘하잖아요.”

“말해놓고?”

픽 웃으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우선 당장은 멍하니 계시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형주와의 대치를 생각하죠. 안 그래도 그쪽에 전 동탁군 소속 장수라는 사람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결국 저희가 대치하게 될 건 유표가 아니라 장수가 될 거에요.”

“아직 아는 게 부족해.”

장수라는 이름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조조군 내에서도 정보를 모으고는 있다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장제의 조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고. 전선에서도 보통 장제가 선두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기에 정보가 다소 부족했다.

백지인 상대와의 대치.

그건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머리 아픈 일이었다.

특히 최근 양주에서는 원술이 한창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군은 그의 움직임도 놓칠 수 없으니, 결국 여남으로 이동한 조인 장군과 군을 둘로 나누어 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인데.

특히 현 원술은 그 휘하 손견의 장녀 손책의 분전으로 장강 이남을 평정하기 시작했다던가. 여러모로 난세라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게다가 서주는 또 어떤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조공은 적이 많네.”

“…아무래도 그렇죠. 남쪽도 신경 쓰이는데 이번에 폐하를 모시면서 사실상 장안과도 완전히 적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동쪽으로는 서주가 있잖아요?”

서주라.

그쪽에는 분명 유비가 있다던가.

솔직히 난 유비에 대해 잘 몰랐다. 기억나는 것은 밝은 갈색 머리카락에 녹색 눈동자. 그리고 항상 헤실헤실 웃는다는 것 정도일까. 오히려 그 휘하 관우나 장비가 인상 깊었다.

“맞다. 오라버니, 오늘 점심 예정 있어요?”

“없는데.”

그러니까 그녀는 내 오른팔에 메달려서 씩 웃었다.

“그럼 오늘 점심은 저랑 놀아주세요.”

“……어휴, 그래라.”

어차피 점심 잠깐을 제외하면 다시 군 재편과 모병으로 분주할 것인데, 이렇게라도 김을 좀 빼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니까 운이도 헤실거리며 고개를 든다.

“요즘 오라버니도 너무 바쁘잖아요? 그간 운이가 얼마나 외로웠는데요. 자꾸 그렇게 방치하시면….”

살짝 농담조로, 그렇지만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다는 것처럼 눈을 내리깔고 입꼬리를 살짝 당겨 웃는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

정말로.

솔직히 이렇게까지 일에 매진하리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무슨 일 하나 끝나면 다른 사건이 터지고, 그걸 또 해결하면 다른 사건이 터진다.

……이게 난세?

어떻게 된 게 병주에서 혼자 이것저것 해야 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각지로 제후라는 놈들은 또 뭐 그리 많은 건지.

“그럼 오늘은 아씨도 부를까?”

“…어, 음. 아가씨라면야 뭐….”

그렇게 반쯤 실망한 투로 그러지 마라.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는데, 최근에 소연 아씨를 못 보고 좀 됐잖아. 이렇게 시간이 마침 빌 때 여럿이 모이면 좀 좋아?

“낮에는 그런 짓 못 한다.”

“아, 아니!! 누가 그런 거 생각한댔어요!?”

아니면 아니지, 왜 화는 내?

혹시 찔렸니?

* * *

가후는 성내 집무실에 앉아 천천히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예주로 보냈던 첩보가 하나씩 들어오는데, 얼추 대략적인 내용은 그녀의 예상대로였기에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은 따로 정리하여 폐기하기로 했다.

단지 이번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하다면.

“전호, 전호라….”

그녀는 의자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당연히 조인이 올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조인은 군부에서만큼은 진소연, 하후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조조군의 상장. 특히 이런 사령관의 역할에는 차고도 남을 인재였다.

전호.

기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남자도 몇몇 자료에 누락은 있었지만, 그간 세운 전공은 나름 화려하긴 했다. 특히 여포의 침공을 내부에서 진압한 일은 조조군에게 있어 회심의 선방.

하지만 그 개인의 능력은?

솔직히 말해 그가 나선 전장은 현 조조군 군부의 쌍두마차로 우뚝 선 진소연과 조인에 비해 적었고, 그렇기에 그의 정보도 썩 많지는 않았다.

“조인이라면 방법은 있었는데….”

그 조인보다 유능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정보가 없었기에 첫수를 어떻게 둬야 할지 난감한 부분도 있었다.

그녀는 담뱃대를 입에 물고 고개를 들었다.

“어떤가, 선생? 좀 생각나는 건 있는가?”

“조인이라면 차라리 양면에서 쥐고 흔들면 그만이었어요. 그 남자는 익히 알려진 대로 군령을 최우선 하는 남자. 살살 양 측면으로 자극하면 먼저 튀어나올 확률도 있었는데, 이 남자는 좀 어렵네요.”

조인은 능력이 확실했지만, 그만큼 알려진 것도 많았다. 반대로 전호라면 최근 조조군 내에서 급부상하는 새 권력의 축이었지만, 반대로 알려진 것이 적다.

“차라리 유표 말대로 선공해버릴까?”

“상대가 만만하다면 그도 가능하겠지만요….”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살짝 말꼬리를 흘렸다. 가후가 생각하기에 조조가 그렇게 빈틈을 내줄 여자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 조조군을 비롯해 연주와 예주는 사상누각.

당장이야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지만, 그 기반은 요 수년 만에 이루어진 것. 어디서 터지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내릴 터였다.

조조가 어수룩한 인물도 아니고, 이런 중요한 일에 무능한 인재를 파견한다? 그런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는 것보다는 더욱 확실하게 기반을 다지는 게 나았다.

“장공. 혹시 어릴 적 놀이는 자주 하셨나요?”

“어? 음. 뭐, 조금은?”

“그럼 땅따먹기 놀이는 아시나요?”

가후는 픽 웃으며 지도를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키는 지점은 예주 영천군에서 바로 형주와 맞닿는 곤양현. 그곳에는 막 급조한 요새가 있었다.

아마 전호라는 장수가 군을 이끌고 온다면 아마 그 부근에 대기할 터. 그 바로 옆에는 형주와 예주에 발을 걸친 섭이라는 땅이 자리하는 상황.

“요컨대 이건 땅따먹기죠. 조조가 그저 군만 배치할 리가 없어요.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 근방을 공격해올 것인데, 결국 그렇게 되면 아군과 서로 각 지역을 놓고 움직이는 각축전이 될 거고요.”

“어쨌건 싸우긴 해야 한다는 거요?”

가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조의 군은 강병. 그러면 저희가 구태여 싸워줄 필요는 없죠. 그들의 움직임은 피하면서 기동전으로 상대의 의표만 찔러 살살 자극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응? 그걸로 되나?”

당연히 된다.

적어도 가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조조와 장수의 시간 싸움. 특히 조조는 주위에 적이 많았는데, 그게 표면상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조조의 힘이 강대해 보여서일 뿐.

그녀에 대한 불만은 연주와 예주 내부에서 여전히 표출되지 못한 채 쌓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면 아군이 해야 할 일도 매우 간단해졌다.

“저희는 최대한 조조의 군과 대등해 보이는 것처럼 연기하며 그만이에요. 그러면서 영천의 땅 일부를 잠시나마 점거한다면?”

가후는 픽 웃으며 섭현 위의 주현을 가리켰다.

“이 두 곳을 거점으로 예주를 넘죠. 천천히 자극하면서 끌어낸다. 그러면서 전면전만 살살 피하면서 시간을 끌기만 하여도 그만이에요. 나머지는… 그러네요.”

이걸로 모자란다면 한 세력 더 참전시키자.

“서주라도 자극해볼까요?”

그들이 움직일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마 구태여 조조와의 전면전을 피하려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건 주변에, 그리고 조조에게 어떤 인상을 심어주느냐. 설령 서주가 함께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더라도 정보 하나 흘려주는 것만으로 조조는 서주까지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거물을 상대하려면 우선 입을 많이 준비해야 했다. 그것으로 사방을 물어뜯으며 조금씩, 천천히 그것의 살점을 뜯는다.

한 입, 두 입.

천천히 뜯고 뜯어, 마지막에 기운이 빠진 그것에 결정지을 일격을 날리면 그만. 물론 장수에게는 그만한 힘이 부족했지만, 가후가 생각하기에 조조의 패망을 바라는 또 다른 거물이 북쪽에 도사리고 있었다.

“우선은 서주로 사람 하나를 보내시죠.”

“…어우, 이런 일은 선생에게 맡기겠소.”

장수는 고개를 저었고, 반대로 가후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이 남자는 다른 건 다 별로여도 자기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러니 그녀는 이 남자를 선택했다.

“예, 최대한 힘 써보지요.”

현 조조라면 거물 중에서도 거물.

사냥할 가치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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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후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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