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209화 (209/343)

20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허도에서 있던 일 황제 폐하를 모시는 과정은 제법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가장 문제였던 것이 기존에 폐하를 모시던 장양과 동승 같은 이들이었는데, 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황제 폐하를 조조가 모시는 걸 허락했다.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 와중에 원소가 군을 움직였다는 사실은 조조에게도 부담이었고, 무엇보다 황제 폐하 본인에게도 부담이었던 관계로 아무것도 없는 폐허 낙양을 버리고 예주로 이동하기로 했다던가.

연주는 원소와 바로 밀접한 지역이었다.

“아마 그게 아니더라도 조공은 예주로 왔겠죠.”

사마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픽 웃었다.

나도 조조나 황제 폐하와 함께 귀환하고 지금은 예주의 허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조조는 황제 폐하에게 아뢰길 낙양보다는 허도에 새로이 황궁을 잡고 수도로 정하자고 했다던가.

덕분에 허현은 허도로 새로이 개명되어 한 제국의 새 수도로 자리 잡아 한창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었다.

“원소만 아니면 연주가 훨씬 낫지 않나?”

“아니죠, 아저씨. 생각해봐요. 예주는 비록 조공이 세력권에 넣었다고 해도 기존 호족들의 힘이 강할뿐더러 확실하게 제 땅이라고 주장할 방법이 마땅찮았잖아요.”

소녀는 픽 웃으며 등을 뒤로 젖혔다.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미 계절은 가을. 나름 선선한 바람과 함께 오랜만에 장마가 끝나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선명히 드리우고 있었다.

“여기에 황제 폐하를 모시고 입성하면서 조공은 확실하게 예주의 기반도 다질 수 있게 됐잖아요? 아무리 호족 힘이 강해도 황제의 명이라면 어쩔 수 없을 테니까.”

그도 그랬다.

여포의 패배 이후 사실상 조조가 관리하게 됐다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조조군은 예주를 효율적으로 실효 지배하진 못했다.

그걸 황제를 모셔 허현 일대를 수도로 정하여 행정구역을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예주 사람들도 조조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 황제 폐하를 모시는 게 현 연주목 조조인데, 그런 그녀에게 어떻게 거슬러?

“머리 잘 썼네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사마의는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손에 쥔 다과를 살짝 베어 물었다. 툇마루에 앉아 다리를 앞뒤로 까닥이면서 깨작깨작 다과를 삼키는 소녀.

“움, …이거 생각보다 맛있네요.”

“그거 이번에 앞에 열었더라. 나한텐 조금 달긴 한데, 그래도 넌 이런 거 좋아하잖아? 이번에 하내 갔다 왔다고 들었는데.”

“어휴, 말도 말아요.”

손을 내저으면서도 계속 입을 움직여 다과를 삼킨다. 너무 맛있게 먹기에 나도 한 점 집어먹었는데, 역시 나한테는 좀 달았다. 어린애 입맛은 확실히 나한텐 좀 안 맞는데.

난 이런 것보다는 그냥 향 세고 자극 강한 거에다가 따스하게 덥힌 술 한 잔이 더 좋았다.

“이번에 사마 가문을 소패로 끌어오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특히 아버지가 꼬장꼬장해서 고생했다니까요? 자, 어서 칭찬해줘요.”

“어이가 없네?”

아버지라.

꼬장꼬장한 아버지라는 말에 전풍의 얼굴이 떠올랐다. 더 기억해서 뭐하랴. 언젠가는 다시 마주할 사람이었다.

어떤 형태로건 간에.

“아저씨가 그렇게 사모하는 아가씨가 직접 분부했다니까요? 그래도 소패 지역에 사마 가문을 들여둔 상황에서 예주 동쪽은 확실히 다질 수 있겠죠.”

“그래, 그래. 고생 많았네.”

어쩔 수 없어 적당히 머리를 어루만지며 대충 얼버무렸는데, 사마의는 그것도 좋다는 것처럼 머리를 맡기고 살짝 기댔다.

“어이구? 아빠와 딸이야?”

우리 옆에 서 있던 여포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물론 사마의는 그러나 말거나 오랜만에 다시 모여서 그런지 한창 어리광부리기 일쑤. 딱히 싫지도 않아서 그냥 적당히 받아주는 상황이었다.

“왜요. 혹시 아니꼬워요?”

“주인아. 대체 왜 주인이 근처에는 항상 이렇게 열 받는 애들만 있는 거야? 뭐 따로 그런 사람들 위주로 모으기라도 해?”

딱히 그걸 의식한 적은 없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사마의는 물론이요 은근히 운이도 사람 열 받게 살살 긁는 건 제법 했다. 방삼이? 뭐 그놈은 항상 나한테만 지랄하는 놈이고.

그런데 그걸 논하자면 여포도 마찬가지 아닌가.

“고작 몸종한테 듣고 싶진 않네요.”

사마의도 혀를 빼꼼 내밀며 픽 웃었다. 물론 이에 여포가 주먹을 꽉 말아쥐고 부들부들 떠는 건 당연지사.

왜 다들 이렇게 사이가 안 좋나 싶었지만, 반대로 이렇게 농담이라도 나눌 수 있는 사이면 나쁘지 않다는 느낌도.

그래서 이거 다 농담 맞지?

“그래도 뭐….”

순간 소녀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방금까지 여포에게 혀를 내밀며 놀리다가 문득 고개를 숙인 것인데, 순간 말이 없어져서 여포도 고개를 갸웃거릴 즘.

“뭐, 고맙기는 해요.”

“응?”

“이번 원정, 당신이 아저씨한테 큰 힘이 됐을 거라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 내가 없는 동안 아저씨를 잘 지탱해줘서 고맙다고요.”

소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살짝 고개를 돌렸다.

이건 나도 제법 의외였는데, 설마 사마의가 여포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솔직히 그간 사마의는 여포를 쓸만한 사람이라고만 했을 뿐이지 그 외에 어떠한 생각도 없던 것 같았으니까.

“이 얄미운 꼬마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포도 그건 마찬가지였는 듯, 살짝 고개를 앞으로 숙여 사마의에게 다가갔다. 이에 사마의는 혀를 차면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뭐, 그래도 이젠 제가 있으니까 별 상관없겠네요. 계속 아저씨 집에서 죽치고만 있지 말고 뭐라도 하러 나가는 게 어때요?”

“…그럼 그렇지. 하여간 밉상스럽네.”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포가 인상을 찌푸렸는데, 그러면서도 딱히 해코지할 것처럼도 보이지 않았기에 손을 뻗어 다과를 쥐었다.

윽, 역시 너무 달다.

둘이 그렇게 떠드는 사이 느긋하게 찻잔을 쥐고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 남은 달달한 느낌이 전부 떫은 찻물에 씻겨내려가는 느낌.

이래서 사람들이 단 음식에는 차를 마시는구나.

예전에는 너무 사치여서 감히 시도할 수도 없던 일이지만, 지금은 나름 받는 돈도 있던 데다가 특히 이번 전투에 이은 포상으로 제법 곳간이 두둑해졌다.

“아무튼, 아저씨는 이제 어떡하실 거에요?”

“응?”

뭐야, 얘기 벌써 끝났어?

고개를 돌려보니 사마의나 여포나 전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이 주변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고 있었던지라 지금까지 무슨 말이 오갔는지 잘 모르겠는데.

“안 들었죠?”

“그야 뭐. 여포도 차 우리는 솜씨가 많이 늘었네. 이제 이불 널겠답시고 힘껏 당겨서 찢어먹는 일만 좀 어떻게 하면 좋겠는데.”

“……난 몰라. 모르는 일이야.”

대체 몇 번째냐.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됐을 건데, 여전히 여포는 가끔 이불을 널다가도 잘 널리지 않으면 양손으로 힘껏 당기다가 이불을 찢어먹기 일쑤였다.

천하무쌍의 힘을 가사에 쓰지 말라니까는.

“그러니까. 이번에 황제 폐하를 허도로 모셨잖아요? 사실상 이번 일의 주역은 아저씨고. 조공은 최측근으로 황제 폐하를 모실 것이니 당연히 관직 또한 상당히 높은 서열로 쥐어질 거잖아요.”

그야 그렇겠지.

당장 간이로 구성된 조정은 여전히 분주하다고 들었다.

그중에서는 조조를 대장군으로 올린다느니 하는 소리도 들렸다는데, 솔직히 이번에 예주로 도착한 이후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어 상세 내용까지는 잘 몰랐다.

“그렇게 되면 아저씨는 어떻게 움직일 거냐는 거죠. 요컨대 이제 조조의 어깨에는 날개가 달린 셈이잖아요?”

“그렇겠지.”

이에 사마의가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렸다.

“그렇겠지, 가 아니고요! 조조를 견제하고 싶으면 여기서 아저씨도 분명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니까요? 소연 별가도 이번에 꽤 승진할 건데, 그러면 분명 아저씨 얘기도 나올 거고요.”

“일단 기다려 보자고. 곧 부르겠지.”

조조는 내가 본인의 방식에 의문을 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가 갑자기 날 쓰지 않고 버려둘 여자인가?

그럴 리도 없었다.

어차피 어떤 경로로건 나를 부려 먹으려 들 터였다. 조조는 내게 욕심이 난다고 했는데, 애당초 그 여자가 보물을 아끼는 성격이 아니잖아?

분명 어떻게든 끌어올리려 들겠지.

“여기서 발언권을 가지고 더 높은 작위를 얻겠다는 생각은 안 하세요? 여기서 황제 폐하에게 직접 찾아가서 공을 주장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응? 그건 조조 그년이랑 척지는 거 아냐?”

사마의에 말에 여포가 먼저 반박했다.

여포라고 어찌 모를까.

애당초 기존 조조군의 수장은 조조. 거기에 황제 폐하가 입성하였다 하여도 기존 체제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언젠가는 권력의 최정점을 놓고 둘의 갈등은 필연적이라 보는 시선이 다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황제를 직접 알현하여 그녀에게 관직을 얻어낸다? 그건 어쩌면 조조의 의향을 거스르는 뜻으로 비칠 우려가 있었다.

“저희에게 중요한 건 지지해줄 세력이에요. 당장 황제 폐하에게 붙자는 게 아니라, 적당히 관직만 받아내어 기반을 닦으면 되잖아요?”

“아니, 그건 됐다.”

그렇게까지 하여 그 어린 소녀를 이용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더라도 관직은 쥐어질 것이고, 무엇보다 나를 지지해줄 사람이라는 건 관직의 고저와 무관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일단 잠시 기다리자고. 우리도 우선 조조군의 사람이잖냐. 네 의견도 잘 알겠는데, 지금 괜히 나서면 자칫 분열할 수도 있잖아?”

이에 사마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마치 할 말이 있는데 꾹 참는 느낌으로. 이 아이가 속내에 꾹 참은 말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우선 이 얘기는 여기서 멈출 필요가 있었다.

당장 관직을 목표로 발버둥 치기엔 일렀다.

아직 허도는 막 제국의 수도가 될 준비에 한창이었다. 기존 조조군의 세력에 예주의 호족, 황제와 그를 보필하는 이들이 뭉쳐 뒤죽박죽된 것이 허도의 현 상황인데, 그것을 헤집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조금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

당장 근래에 들어 너무 많은 전쟁에 나섰다. 복양성에서의 일은 물론이요, 백파적과의 전투와 황제 폐하의 어가 사수까지.

“휴가니까 조금은 푹 쉬자고.”

“혼란한 지금이 적기인데….”

사마의는 못내 아쉽다는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그렇지만 아예 이 조직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그간의 희생이 너무 많았다.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그걸 내 손으로 전부 부정하고 망치라고?

“자자, 너도 하내에서 막 돌아왔잖아? 좀 쉬어. 너 주려고 이렇게 맛있는 다과도 사뒀는데 자꾸 공적인 얘기할 거야? 여포도 그간 고생했는데 좀 앉고.”

우선 짧은 평화는 누리라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이들은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겠지. 당장 아가씨만 해도 근래 들어서는 막 지어진 조정 건물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공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니까.

언제까지 쉴 순 없겠지만, 적어도 당장 저 정치판에 머리를 들이대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만 좀 쉬자고.”

가을이니만큼 음식과 술을 즐기면서 말이야.

물론 남쪽 북형주를 중심으로 묘한 움직임이 있다고 하니 조만간 군을 움직여야 할 수도 있었다. 여전히 천하는 혼잡한 상황이니까.

“뭐, 그래요. 가끔은 휴식도 중요하니까요.”

“잠시뿐이야.”

어차피 곧 움직여야 했다.

그건 사마의도 나도, 그리고 여포 또한 알고 있을 일. 안 그래도 근래 허도 내 분위기가 뭔가 찌릿찌릿한 게, 이 고요함이 폭풍 전야와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그래. 응? 우리 주인이도 요즘 너무 싸돌아다녔다고. 맹수는 휴식도 전력으로 취하면서 체력을 보충하는 법이야.”

여포는 거기까지 말하고 내 옆에 주저앉아 다과에 손을 뻗었다.

“겍, 이게 맛있다고? 존나 단데??”

그리고는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내둘렀다. 사마의는 혼자 맛있다고 계속 집어먹고 있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과도한 단맛이었다.

“왜요? 왜 다들 이 맛을 모르지.”

입을 오물거리면서 말하는 게 퍽 귀엽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솔직히 나도 차 없이는 도무지 먹기 힘든 맛이었다.

“쯧, 입맛만 버렸네.”

여포는 아예 찻잔을 한 번에 들이켜며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

그간 너무 바빴으니까. 그러니까 잠깐은 이렇게 두런두런 대화나 나누면서 느긋하게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오래는 못 누리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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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가의 기준이 뭐냐는 질문이 있으셨습니다.

아가는... 아가입니다. 모두 아가가 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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