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97화 (197/343)

19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 옹립 백파적을 굴복시켰다.

단순히 그렇게 끝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양봉을 필두로 그들 수뇌부는 장차 아군에 협력적으로 나오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놈들을 아군 휘하로 편재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물론 군을 움직일 때 백파적도 아군 입맛에 맞춰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장차 추격대를 상대할 때는 조금 도움이 되려나.

“군승,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동승이 먼저 날 찾아왔다.

내 뒤로 서 있는 양봉과 양정. 그 모습에 동승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 어쩌다 보니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말로 설명해야 무엇하랴.

백파적을 겉으로나마 무릎 꿇리면서 생기는 가장 큰 이득. 그건 다름 아닌 동승과 장양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걸로 어가를 지키는 병력의 과반수를 내가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이걸로 황제 폐하를 겁박하거나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동승과 장양이라면 어느 정도 겁박해도 좋지 않겠는가.

이들은 힘으로 건드리기 영 껄끄러웠으니까.

“…아니 전호 군승, 갑자기 이게, 아니….”

그는 당황하여 뭐라고 할 말을 찾았지만, 솔직히 그저 손을 잡게 되었다는데 뭐라고 할까. 그저 몇 번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세 분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시니 앞으로 황제 폐하께 위협이 오가는 일은 없을 것 같소.”

“그리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마는, 아무래도 저희가 힘을 합친다 하여도 여전히 동승 어르신과 장양 어르신이 도와주셔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허허, 그리 말해주니 감사하오.”

동승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사태도 알았겠다, 우선 황제 폐하께 보고하러 가겠소이다. 이리 두 세력이 화합하니 폐하께서도 분명, 좋아하실 거요.”

“살펴 가십시오.”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 난 다음에야 혀를 찼다.

더러운 영감탱이.

“흠, 곤란하게 된 거 아닙니까?”

양봉이 뒤에서 하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뭘 어쩌겠어. 앞으로 군비를 전부 아군에게 떠넘긴다? 그럼 이쪽도 나름의 방법은 있다. 마지막에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황제 폐하에게 뭐 어떻게 말을 쏙닥거릴 모양인데.”

그 정도는 어차피 감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황제를 장안에서 먼저 모시고 나온 게 동승. 그 권리를 내세워 황제 폐하 인근의 사람을 꽉 잡은 것도 그 남자였다.

그러니 뭐, 당연히 뒷말을 안 하진 않겠지.

하라 이거야.

어차피 난 조조가 낙양을 정리할 때까지, 그리고 황제 폐하를 모시고 낙양에 도착할 때까지만 곁을 지키는 임시에 불과했다.

“두령, 원래 그런 성격이셨습니까?”

“…응? 내가 왜 두령이야.”

양봉에게 핀잔주듯 말하니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도적으로 와 도적을 꿇렸으니, 그가 새로운 두령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도적을 거두셨으면 당연히 두령이라 불러야 할 것이 아닙니까?”

아니 그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당장 병주에 있을 때도 두령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병주에 있을 적인 나보다 양봉이나 양정이 훨씬 도적으로 경력이나 경험이 많은 거 아닌가?

두령 소리까지 들으려니 영 낯간지러운데.

“이 새끼들은 주인이를 언제부터 알았다고 친한 척이야? 두령? 두령은 느그…, 읍읍!!”

“좀 조용히 해라.”

옆에서 막 떠들려는 여포의 입을 손으로 가로막고 그들에게 양해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니 오히려 양봉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천하무쌍이 조용히 하라면 조용히 해야죠. 그녀라면 얼마든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강한 자가 왕인 세계가 이쪽 바닥 아니겠습니까.”

“아니 뭐, 그리 말해주면…, 으악! 야!! 핥지 마!”

시발 손바닥에 따듯하고 말캉한 느낌이 느껴져 바로 손을 떼니 손바닥에 침이 발라져 있었다. 여포는 그 모습을 보고 픽 웃으며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왜? 주인이 좋아하는 게 이런 거 아니었나?”

혓바닥 날름거리지 마라.

“…천하무쌍이…….”

그 뒤편에서 서황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 분홍색 머리칼이 빛을 잃은 느낌이 들 정도로 좌절하는 느낌. 솔직히 그 천하무쌍이 이런 푼수라는 걸 알면 좀 깬다 싶기는 하지.

반면 여포는 당당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는 게 이상하다 싶을 무렵.

“그럴 생각이라면, 그…, 언제든 덤벼.”

“뭘 덤벼?”

부끄러워할 거라면 애당초 그런 말은 꺼내지 마라. 이쪽도 낯부끄럽잖아. 게다가 이제 막 도착한 양봉이나 양정, 서황 같은 이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이 발정 난 치녀, 뭘 덤비라는 거에요?”

운이도 그 말에 손을 내밀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뭔데요? 아예 오라버니를 잡아먹을 기세로 보던데, 그러다가 아예 뼈 한 점 남기지 않고 씹어 드시겠어요, 네?”

순간 상상해버렸다.

안 그래도 여포의 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뾰족하니 날카로워 보였는데, 그 이에 팔뚝이 씹히는 상상을 하니까 등골부터 소름이 쫙 올라왔다.

“두령, 평소에는 재밌게 지내시나 봅니다.”

“공적인 자리가 아니니까.”

마침 동승이 방문했기에 말하는 게 늦었지만, 기본적으로 도적들은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면 그에 맞춰 조촐하게라도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는 했다.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조촐하게 하겠지만, 그래도 댁들이 아군 군문에 들였는데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연회라 부를 정도로 거창한 자리는 불가능했다.

“이미 댁들 군영에도 식량을 보내두었어. 양은 적지만 말린 고기도 좀 보내두었으니, 댁들은 이 자리에서 술잔이나 교환하면서 먹고 떠들면 돼.”

군을 합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군으로 들어오겠다 했으면 그간의 원한은 다소 잊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을까.

불과 얼마 전에 난투를 벌였기에 완벽하게 화합하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단지 조금이라도 서로에 대한 반발을 씻을 수 있다면야 그걸로 족했다.

“당신도 내게 불만이 있다면 전부 말해. 불과 하루 전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쌓인 것도 있을 게 아니야? 진심으로 날 따르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갈등은 없어야지.”

“…그러시다면야.”

양봉과 양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손을 내밀고 마주 잡은 뒤에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여포와 운이는 으르렁거리고 있었고, 장료는 그것 웃으면서 보고 있었다. 방삼이는 아예 모른 척하고 있었고 조홍은…, 아니 이 여자는 또 어디로 갔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여간 자유분방한 영혼아.

“자리 다 정리해!!”

밥상머리 앞에서 싸움박질은 금지다.

* * *

유비는 저 멀리, 연주 방면을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조조가 연주를 잠시 비웠다는 사실은 분명 어쩌면 서주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터.

안 그래도 조조의 세력 확장세는 심상치 않았다.

명분은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닌 상황. 서주를 공격하여 막대한 피해를 보게 하였으니, 그 보복이라는 명목이라면 충분히 공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현 서주의 호족 몇과 관료들은 지금 연주의 뒤를 공략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생각?”

유비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걷던 제갈량이 고개를 들어 유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시선에 그저 어색하게 웃을 뿐.

그녀는 요즘 제갈량과 부쩍 같이 다녔다.

이 아이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니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나름 귀여운 구석도 있는 데다가 제갈 가문에는 큰 신세도 지었다.

제갈근은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고 극구 사양했지만, 그와 별개로 유비는 어린아이를 좋아하던 면도 있기에 제갈량을 끼고돌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네, 조금 고민이 있네.”

“…연주?”

어린아이답지 않은 발언에 유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하루 이틀도 아니었고, 가끔은 이런 아이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 새로운 방도를 깨달을 때도 있었다.

소녀는 유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격 불가. 알고 있지 않음?”

“…그러네.”

서주도 연주를 공격할 명분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조조가 움직인 이유는? 장안에서 황제 폐하가 도망쳐 나왔다는 정보는 이미 흔하게 돌아다니는 풍문이었다.

조조는 그 보좌를 위해 움직였다.

어쩌면 이 정보 자체가 조조군에서 퍼뜨린 정보일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당위성을 만들어두면 설사 다른 군이 연주나 예주를 탐내더라도 황제를 위해 움직인 조조군을 쉬이 공격할 수만은 없으니까.

당장 그랬다가는 황제 폐하의 권위를 무시한 역도로 몰릴 수도 있을 판국에 쉬이 움직일 수 있는 제후가 몇이나 될까.

그나마 가능성 있는 원술은 최근 형주로 방향을 선회하여 유표와 갈등을 빚는 와중이었다.

남은 것은 서주의 유비.

그녀는 언제나 저 자신을 황실의 후예라 지칭했다. 그런 여인이 황제의 위기에 달려간 조조의 뒤를 친다?

“천하가 비웃겠지.”

“그것이 아니더라도 서주 군사력 미비. 언젠가 패함. 상대는 조조. 그 뒷감당, 가능?”

조조는 무서운 여자였다.

적어도 자신을 거스른 이들은 언제든 자비 없이 짓밟을 준비가 되어있는 인물이었다. 황건적의 난에서 몇 번 만났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러했고 최근 서주 공방전에서도 그녀는 변하지 않았었다.

그런 사람을 적으로 돌리려면 최소한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확신 하에 움직여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뿌리까지 짓밟힐 테니까.

“고민 삼가. 어차피 못 이김.”

“…량이가 그렇게 말하니 좀 슬픈데?”

“진실만 말함. 난 잘못 없음.”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서주의 병력을 총동원한다 하여도 이만 언저리나 나올까. 행정시설이 전부 파괴되어 동원령을 내리고 싶어도 명령을 전달하여 이행하는 데까지만 해도 시간이 한참 소모되었다.

조조군은 똑똑하게 서주를 무너뜨렸다.

각 농지를 불사르고 가축을 도살하며 서주의 생산량을 극도로 떨어뜨렸다. 점령지의 서주민을 전부 강제이주 시키니 호구가 몇인지 파악할 방법이 없었고, 각 지방의 관청을 전부 파괴하면서 통치의 근간이 무너졌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유비는 그걸 생각하면 여전히 한숨만 절로 나왔다. 덕분에 도겸을 대신하여 서주목에 오른 지금도 여전히 그 뒷수습에만 매진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를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쉽게 공략할 수도 없고, 설령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밀려. 그때 조조는 서주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인데,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네.”

서주의 호족과 관료는 특히 조조의 공격에 큰 피해를 보았다. 당장 땅과 백성이 흩어지니 그들의 재산을 잃은 것인데, 덕분에 그들은 조조와 연주에 누구보다 격하게 반발하고 있었다.

“강제로라도 다물게 해야 함.”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서주목이라 하더라도 유비는 외지인.

그들의 협조 없이 서주를 통치할 방법은 없었다. 그나마 유명 명사 가문과 연결이 되어 그들의 조력을 받고 있다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는 노릇.

유비가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였다.

“유비니…, 량아!! 너 또 거기에 있었니!?”

제갈근은 유비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마침 그 곁에 붙어있는 제갈량을 보자마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왔다.

“엑, 언니?”

“너 오늘 하라는 건 안 하고 어딜 싸돌아다니나 했더니! 자꾸 유비님 귀찮게 하지 말라고 언니가, 어어? 너 도망가? 도망가는 거니?”

제갈량은 도도도 달려가며 고개를 돌려 혀를 빼꼼 내밀었다. 물론 이게 언니인 제갈근의 혈압을 폭발적으로 상승시켰다는 건 지명한 사실.

“…유비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제갈근은 유비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얼마나 진심으로 뛰려면 저렇게까지 할까 싶을 무렵.

“오늘은 진짜 용서 못 해.”

“…세상에.”

제갈 선생이 저렇게 빨랐구나.

한달음에 저 멀리까지 달려가 순식간에 제갈량을 붙잡고 바로 엉덩이부터 까고 볼기짝을 때리는 제갈근. 그 모습에 유비는 혀를 내둘렀다.

여전히 고민은 많았다.

서주는 아직 피폐한 채였고, 무엇보다 내부 호족과 관료의 조율에서 상당히 난해한 점이 많았다. 그런 복잡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끔은 예전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있으니까.

가끔은 이렇게 그저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유비는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제갈 가문이 그녀의 수족이 되어주었고, 장비와 관우가 그녀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꺄아아악!! 언니, 아파! 여기 외지! 바깥!! 엉덩이 까면 안, 꺄아악!! 제발, 그만, 아파!! 미안해요, 미안해요미안해요!!”

“오늘은 용서 안 할 거라고 했잖아.”

……슬슬 말려야 하나.

유비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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