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96화 (196/343)

19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 옹립 즉석에서 처형식을 치러서 그럴까.

아군과 대치한 백파적의 분위기에 날이 선 느낌이었다. 양봉 또한 지긋이 이쪽을 노려보며 언제든 손을 쓸 듯한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아군과 백파적 사이에서 서황이라는 여인과 여포가 대치하고 있었다.

“도끼? 또 존나 거창한 거 쓰고 자빠졌네.”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여포에게 먼저 고개를 숙인 서황.

“한 수, 잘 부… 읏!?”

고개를 채 들기도 전에 바로 휘둘러지는 여포의 방천화극.

서황은 채 자세 잡지 못한 상태에서 그것을 어떻게든 받아쳤으나 연달아 이어지는 화극의 궤적을 전부 막지 못하고 가까스로 창대에 맞아 자세를 비틀린 정도로 선방해냈다.

“예와 긍지는 어디로 갔습니까!?”

“응? 내가 너 같은 년한테 그런 걸 신경 써줘야 하나? 이거 웃기네. 네가 뭐 그럴 깜냥이나 되면 모를까, 긍지 같은 게 어딨어.”

“천하무쌍이나 되는 사람이 이리 졸렬하다니.”

그 말에 여포가 픽 웃으며 방천화극의 끝으로 나를 가리켰다.

“이젠 그냥 일개 몸종이라 말이야.”

몸종에게 긍지고 나발이고 있겠냐며 재차 서황을 향해 달려들었다. 물론 그 큼지막한 도끼를 잘도 휘두르며 여포의 방천화극을 빗겨내거나 쳐내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너무 나빴다.

“꺄흑!!”

결국은 배에 발차기를 허용해 저 멀리까지 나동그라지는 서황. 여포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방천화극을 크게 휘두르며 시선을 돌렸다.

“다음.”

백파적을 향한 시선.

그 시선에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여포, 돌아와.”

“쯧. 손맛 조금 느껴지나 했더니.”

누구도 나서는 이가 없다면 아마 저 여자가 백파적 내에서 최강의 무력이었을까. 솔직히 여포에게 저리 기습을 당하고도 열합 남짓 버텨낸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실력은 입증된 셈이었다.

솔직히 나보다 나은 거 같은데?

“장군. 원하는 게 있으니 이러는 거 아니요.”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본 양봉은 침착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그 허리춤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보였다. 주먹까지 꽉 말아쥐고 있는데도 참느라 고생이 많네.

“원래 도적이었으면 알 거 아니요? 내가 뭐 여기에 군승으로 온 것 같아? 아저씨, 댁도 백파적 나부랭이잖아.”

그러면서 다음 포로의 목을 쳐냈다.

피가 막 뿜어져 나오기에 이미 뺨을 비롯해 몸 앞부분은 핏물로 푹 젖었지만, 이게 오히려 상대를 위압하기에는 딱 적절하지.

그대로 양봉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꿇어.”

“뭐요?”

“도적끼리 싸움이 나면 별거 있나? 약하면 강한 놈이 꿇릴 때 꿇어야지. 안 그러면 다 뒈지는 건데. 그게 도적끼리의 관례였지 않소.”

아니면 뭐냐.

백파적은 사예주 주변에 있다 보니 병주랑은 규칙이 조금 달랐나? 그러면 미안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관례가 맞는 거 같으니까 거기에 따라줘야겠다.

“이보시오, 전호 장군. 조금 진정….”

“이 새끼야.”

그 말을 끊고 청강을 그에게 겨눴다.

“언제부터 도적끼리 이렇게 혓바닥이 길었어. 댁이 뭐 동승이나 장양 같은 관료들이랑 어울리니까 진짜 관료가 된 거 같아? 우습지. 댁들은 그냥 백파적, 단순한 도적이라고.”

근본은 어디 가겠느냐.

게다가 정치적으로 지지해줄 기반도 없고, 있는 거라고는 기존 도적질하며 모은 도적 새끼들. 그러니까 병력밖에 없는 놈들이 뭐라도 된 것 마냥 재지 말란 말이다.

“……이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가.”

“오, 그거지.”

“네놈이 건드린 게 누군지 아느냐? 군승? 그렇게 거들먹거리던 놈 중에 몇이 내 칼에 목이 달아났는지 너 같은 애새끼가 알긴 하겠느냐?”

그는 아까까지의 표정은 싹 지우고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러니까 이제야 도적 같네. 솔직히 아까까지는 뭐 극에 나오는 배우 보는 꼴이어서 썩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군승으로 온 것 같아?”

그리 말하며 또 한 놈, 포로의 목을 정성스레 잘라내었다. 이번에는 단칼이 아니라 천천히, 당기고 밀고를 반복하며 살살 썰어낸다.

그 비명이 사방으로 울린다.

그 뜨뜻미지근한 핏물도, 그 외침도 전부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앞섬은 그들의 핏물로 푹 젖은 상황에서, 눈가 근처에 튄 핏물을 손등으로 쓱 훑어내었다.

“나도 도적 새끼로 왔다니까는.”

이제 열한 놈 남았다.

“이놈들 다 죽이기 전에 잘 생각하라고.”

“이 무례한 새끼야. 꿇으라고? 천하의 백파적이다. 동탁 또한 쉬이 건드리지 못했던 우리가 이만큼 모였는데, 너 같은 애송이한테 꿇으라고?”

“머릿수? 고작 그걸로 되겠나.”

이쪽은 기병 전력 이천을 포함해 총원 오천에 육박한다. 놈들도 기마에 오른 마적이 있겠지만, 그게 정예 정규군과 대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오냐 좋다. 네놈이 여기서 죽고 싶다는데, 내가 그 소원 못 들어줄 것도 아니지. 도적? 고작 오백 이끌고 와놓고서 겁박하는 머저리가 세상 어디에 있다더냐?”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주변 병력에게 손짓했다.

“다 죽여라. 특히 저 애송이의 목은 꼭.”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슬금슬금 이쪽으로 전진하는 백파적의 무리. 아직 군영에서 전부 나온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아군의 두 배가량의 머릿수로 보였다.

“흠. 이걸 진짜로 덤벼드네?”

“아니 오라버니, 그렇게까지 말하면 누구라도 머리에 열 뻗치지 않겠어요? 이러다가는 전면전이라고요.”

“상식적으로 머리가 있으면 숙이는 척이라도 할 줄 알았지. 생각해보니까 그게 가능했으면 도적 나부랭이로 있지 않았겠네.”

사실 일부러 자극한 면도 없잖아 있다마는.

어차피 이럴 수도 있겠다고 예상한 상황. 이미 방삼이에게 따로 언질을 두어 장료를 포함해 기병 이천은 언제든 이리로 돌격해올 수 있게 준비해두었다.

“군기를 올려라. 그리고 운아.”

“네?”

“내 주변에 달려드는 놈들 다 쳐내.”

청강을 들어 저 멀리에 있는 양봉에게 검 끝을 겨눴다. 어차피 한 번은 싸워야 했다. 도적끼리의 무력시위라는 건 유혈사태 없이 넘어가는 일이 드무니까.

“양봉, 저 작자를 사로잡아야겠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녜요?”

어차피 곧 있으면 기병 무리도 한달음에 이리 달려올 수 있었다. 여기서 양봉을 내 손으로 사로잡는다면 일이 더 수월해지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채 준비되지 않은 군영을 이천 기마가 포위한다면 제들이 뭐 어쩔 것인데.

아무 문제도 없었다.

“괜찮으니까 따라오고. 여포, 주변을 포위하려는 적을 물리치는 일은 맡길게.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몸종은 난데, 내가 주인이를 따라가는 게….”

무슨 몸종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세상 천하 그 누가 여포를 몸종으로 쓸 수 있을까. 그냥 그 말에는 손을 휘저어주고는 점점 가열하게 달려드는 백파적을 향해 검을 겨눴다.

“저 도적놈들을 다 토벌해라!! 고개 쳐드는 잡초는 남김없이 짓밟고, 거들먹거리는 벌레 새끼는 전부 다 사지를 찢어버려라. 이게 군령이다!!”

배 안쪽에서 공기를 전부 내뱉을 기세로 소리치며 가장 선두를 달렸다. 그와 동시에 달려오는 병사를 이끌며 더 앞으로, 그 끝으로.

목표는 양봉.

군기는 이미 내걸었으니 저 멀리서 준비된 기마도 여길 향해 달려올 터. 그 전에 양봉을 사로잡는다면 일이 편해졌다.

“비켜라, 비켜비켜어어어!!”

검을 휘두르고 그걸로도 손이 모자라면 발로 걷어찬다. 그 뒤를 운이가 받쳐주며 달리고, 연이어 아군 병력이 그대로 백파적 무리에게 들이친다.

물론 백파적의 숫자는 아군보다 많았기에 한달음에 전부 흩어버릴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무장과 대열, 거기에 질적으로도 아군은 잦은 황건적 토벌과 예주 원술과의 전투, 서주 전투까지 참전한 정예 중에서도 정예였다.

고작 이만한 머릿수 차이에 밀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대치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화를 나눌 정도로 거리가 가까웠다. 양봉과 내 사이를 가로막는 백파적의 숫자는 제법 있었지만, 이것도 운이와 함께 뚫는다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것.

무아지경으로 그저 휘두른다.

달려가는 속도를 살려 앞만 바라본다. 측면의 적은 운이가 배제해줄 터였고, 정작 내가 매번 상대해야 할 숫자는 약 둘에서 셋.

사선으로 이어지는 검을 슬쩍 몸을 돌려 피하면서 청강의 끝자락으로 그 배를 꿰뚫는다. 거기서 검을 비틀고 그대로 베어내면 그 옆에 자리한 적의 옆구리에 틀어박히겠지.

그런 식으로 전투를 반복한다.

어려울 것은 없었다.

“나서서 싸워, 싸워라!!”

양봉은 소리치면서도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그 옆에는 아까 여포에게 나가떨어졌던 서황이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그와 함께하는 형세.

“운아, 네가 저 도끼녀 맡아줘야겠다.”

“무운을 빌게요.”

내가 저 도적 나부랭이한테 질까.

그렇게 상대를 정하고서는 운이는 서황에게, 나는 그대로 양봉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나름 도적, 그것도 이만한 숫자를 모은 두령인 값은 하는 모양이지만.

“크윽, 이이익!!”

검을 맞대었을 뿐인데 힘에서부터 밀고 있었다.

나름 검격을 막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겨루기에서 확연하게 힘의 차이를 보이며 점점 뒤로 물러나는 양봉.

“항복해.”

“미친놈.”

그 말에 픽 웃으며 검을 살짝 비틀어 끊어냈다.

이 동작 한 번으로 양봉의 검을 떨어냈고 뒤이어 바로 그 목을 향해 검 끝을 겨누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이 황제 폐하를 따르면, 뭐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그래서 여기서 이 지랄을 하면서 버티고 있나?”

“이런다고 백파적이 무릎 꿇을 것 같으냐.”

아니 이 사달까지 났는데 안 꿇으면 전부 죽일 수밖에 없는데. 솔직히 못 할 건 없었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영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주제를 알아. 너희는 그냥 당장 병사가 필요해서 끌어들인 도적 나부랭이라고. 낙양으로 가면 동승이나 장양이 네놈들을 후하게 대접하리라 생각해?”

아니면 뭐냐. 이미 한번 황제 폐하에게 눈도장을 찍을 대로 찍어놓고 뭐 관직이라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가?

말이 안 되잖아.

“정치적인 기반도 없고 땅도 없어. 있는 건 머릿수가 전부인 도적 떼가 무슨 관직이며, 무슨 부귀와 영화냐.”

꿈은 자면서 꾸는 게 꿈이잖아.

“이대로 낙양에 도착하면 팽하는 게 순리인 것을 왜 니들만 몰라? 이미 황제 폐하를 보필한 동승과도, 낙양 인근 하내의 태수인 장양과도 갈등을 빚어놓고, 낙양만 도착하면 다 끝날 성싶었어?”

“…그 주변에 도착하면 나와 연이 있는 두령이 있다. 거기서 머릿수만 모은다면, 누가 우리를 겁박하겠느냐.”

“이미 연주에선 연주목이 군을 이끌고 낙양 일대까지 입성했다. 그 규모가 몇인데, 동승과 장양도 위태로울 판국에 백파적? 본인이 생각해도 우습지 않아?”

처음에는 가능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은 내부적인 통솔에도 실패하여 황제 폐하에게 밉보인 시점에서 전부 끝났지.

게다가 정치적으로 동승, 혹은 장양 중 하나는 붙잡고 편을 들어도 모자랄 판국에 되려 적대하고 있는 것이 양봉과 양정의 한계였다.

이게 딱 도적의 한계였다.

누가 보기에도 전부 빠그라진 것을 본인들만 인지하지 못하고, 혹은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닐 것이라 부정하면서 버티는 꼬락서니가 아닌가.

“다시 한번 말한다.”

검을 살짝 내밀어 그의 목을 살짝 찔렀다.

“꿇어.”

핏줄기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저 멀리서 운이와 싸우던 서황도 이쪽의 상황을 보았는지 그 전투를 멈추었다.

“꿇으면 적어도 목숨만은, 그리고 뭐 잘 풀린다면 적당한 관직 정도는 추천하지. 하지만 여기서 거절한다면 어차피 네놈을 포함한 백파적 전부는 끝장이야.”

조조가 본대를 이끌고 도착만 한다면야 백파적 따위에게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장안 추격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물론 거기까지 버텨내야 한다는 게 고역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이들은 장안 추격대에게 패해도 끝장이었고 낙양에 도착해도 미래가 없었다.

그렇다면 날 위해 쓰여라.

“네놈, …당신을 믿을 수 있는 확신은.”

“내 손이 되고 발이 되어. 그러면 내 반드시 구명줄은 내려주지. 어차피 이 상황에서 너희에게 선택지가 많던가?”

졌으면 군문에 들어간다.

도적이란 본디 그렇게 철새 같은 족속이잖아.

“……방도가 없군.”

천천히 수그러지는 무릎.

이윽고 양봉의 무릎에 땅에 닿은 시점에서 씩 웃으며 그 검을 치웠다. 그래도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고, 여전히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

이걸로 됐다.

백파적이 내게 무릎을 꿇는다면 동승과 장양, 이 둘 또한 내가 되려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제 외쳐라. 무기 버리게 시켜.”

“…알겠소.”

“소?”

“……습니다.”

그래, 그거야.

패배에 승복이 빨라야 도적 새끼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시작부터 이렇게 도적을 꿇리고 복속시키면서 몸을 불렸었다. 아가씨와 있던 병주에서 그 머릿수를 모으기까지 대체 몇이나 되는 도적 두령들의 무릎을 꿇렸던가.

우습지만 벌써 4년 전 일이 떠올랐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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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지재의 존재 등에 관하여.

몇몇 문관 무장 등은 조조군 내에 있어도 아직 언급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희지재는 벌써 고인이 되셨습니다.

옆집 작가를 파산시키려 했다는 의혹.

오해입니다. 전 무죄입니다. 아무튼 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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