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95화 (195/343)

195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 옹립 만일을 대비해 여포와 운이, 그리고 병력을 정예로만 오백. 사실상 무력시위를 하러 가는 상황이니 이 정도의 머릿수는 필요하겠지.

“주인아? 뭐 하러 가는 거야?”

“그러게요. 방삼 씨가 그냥 오라버니가 불렀다고 했는데, 자세한 건 부른 당사자한테 들으라고 하던데요.”

그냥 말해줘도 됐을 텐데.

“뭐, 깽판 한 번 치러 가려고.”

“네?”

자세한 말은 가면서 할까.

살짝 손짓하며 움직이니 운이가 아군 병사에 명령을 내리고는 군을 움직였다. 제대로 된 거점이 아니기에 조금 떨어진 위치에 진을 구축한 상황이었는데, 목표는 저 멀리 진을 쳐놓은 백파적의 진영이었다.

“얘들아, 그놈들 잘 챙겨라.”

“…백파적 사람들인데, 오라버니 설마?”

“대가를 치러야지.”

어차피 무력시위를 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지만, 솔직히 그걸 차치하더라도 조금 짜증이 치민 것도 사실이니까.

자기들을 못 건드릴 거라고 확신하며 살살 이쪽을 자극하면서 군량 관련으로 얽혀오는 거.

그거 솔직히 존나 열 받았거든.

“하지만 오라버니.”

운이가 뭐라 하려던 것을 여포가 가로막았다.

“뭘 그래? 딱 좋구만. 안 그래도 그 새끼들 자꾸 깐족거리는 거 주인이도, 그리고 너도 아니꼬웠잖아? 딱히 뭐 다 죽이겠다는 것도 아닐 건데. 그치?”

“다 죽일 거였으면 전군 동원했지.”

게다가 내부에서 갑자기 그런 전투를 벌이면 황제 폐하의 안위도 걸렸다. 무엇보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그렇게 움직여버리면 대번에 아군이 반동분자로 찍힐 우려도 있고.

그렇게까지 일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

단순한 무력시위.

“그냥 무력시위야.”

몇인가 죽는 이는 나오겠지만, 그게 군 전체를 이끌고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응?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잖아.

“오라버니. 자칫 잘못하면 균형이 무너져요.”

“무너질 균형이나 있었냐. 게다가 동승의 군도 같은 짓을 저질렀는데 왜 백파적만 건드리겠어. 놈들이 정치적인 입지가 한없이 무에 수렴하니까 그렇지.”

힘은 가지고만 있어서야 의미가 없었다.

방삼이가 말했던 단순하게 생각하라던 말을 이렇게 다시 되새길 줄은 몰랐지만, 솔직히 지금 황제 어가를 호위하는 군벌 중 조홍까지 합류한 아군 이상의 전력을 보유한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 그 힘을 휘두를 때가 되었다.

“다 생각해봤는데, 어차피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흩어져 싸울 거라면, 어디 하나라도 확실하게 제압하면서 판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게 나아.”

수동적인 대처와 능동적인 주도.

당연히 주도하여 움직이는 게 다음을 고려하기 쉬웠다. 판을 깔렸다면 그 판 위에 서서 주도하는 게 가장 이상적.

지금까지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하여 누구보다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시선에 맞춰 네 군벌 중 하나에 불과한 위치에서 수동적인 대처밖에 할 수 없었다.

구태여?

“이번에 꿇릴 수 있으면 꿇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는 까불지 못하게 단단히 못을 박아야지.”

“만약 반발하여 군을 일으키면요?”

그 말에는 답하기보다는 픽 웃어주었다.

구태여 그쪽이 명분을 준다면야 나쁠 건 없지. 현 전력이라면 백파적과의 전면전도 충분히 가능했다. 단지 그러면 시간이 지체될 것인데, 그 사이에 추격대가 바짝 따라붙을 것이 난점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운이도 그쯤 되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셋이 군을 이끌었고, 그 뒤에는 포로로 잡아두었던 백파적을 질질 끌고 나아갔다.

일반적으로는 석방했지만, 아군 치중의 병력을 살해하면서까지 군량을 훔치려 들었던 이들이나 그에 준하는 이들. 구태여 돌려줄 필요 없이 즉결처형하려던 것을 혹시나 하여 구금했던 것.

개똥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더니.

그렇게 백파적의 군영으로 정예 오백을 이끌고 나아갔다. 주변에 몇몇 보이는 병사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하거나 각자의 진영으로 달려나가는 것을 보아, 아마 잠시 뒤에는 장양과 동승도 상황을 깨닫겠지.

그때면 전부 늦겠지만.

“이리 오너라!!”

백파적의 군문까지 그 누구도 가로막지 않았기에 빠르게 도착한 뒤에 바로 그 군영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뭐해? 빨리 소리 안 질러?”

그러니 그제야 아군 병력 전부가 소리를 합쳐 이리 오너라고 합창한다. 확실히 오백이 넘는 장정이 한 번에 소리치니 그 규모가 남다르기는 하네.

“이 새끼들이 빠졌네, 빠졌어. 재깍재깍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군의 원칙이라는 걸 모르나?”

“나오긴 하네요.”

진영에서 여러 백파적이 무장하여 달려 나와 이쪽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병력을 이리 잔뜩 이끌고 왔으니 적대하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

오히려 행동이 너무 굼뜬 게 아닌가.

그리고 그 중앙에 한 여인이 나왔다.

“…무슨 일입니까?”

“넌 누구냐?”

“무뢰배에 알릴 이름은 없습니다.”

무뚝뚝하게 말하는 목소리에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지금 누가 누구한테 무뢰배라고? 우습지. 아니, 사실 웃기지는 않았다.

그냥 어이가 없는 거니까.

“지금 도둑 새끼들이 누구보고 무뢰배래?”

“…지금은 같은 군영에서 힘을 합치는 이. 그런 동맹과도 같은 상대에게 도둑 새끼라는 표현은 옳지 못합니다.”

어쭈?

무슨 도적답지 않게 이렇게 혀가 잘 돌아가.

나 때는 저러지 않았다고. 일단 아니꼬우면 칼부터 들이대는 것이 도적의 불문율이 아니던가. 질 것 같으면 도망가라, 아니꼬웠다면 덤벼라. 이길 수 있겠거든 당당하게 약탈하라.

“우습네? 그런 동맹군 식량에 손을 대? 병력까지 해치고, 우리가 가만히 있었더니 무슨 병신 씨나발로 보이더냐.”

“저번에 따로 항의하셨던 거로 기억합니다만.”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던 것도 기억하지.”

그때는 아직 조홍도 합류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 더 기다리는 상황이었기에 이를 갈면서도 참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니들 대장 불러와.”

“피를 보실 생각입니까.”

그녀는 제 손에 쥔 도끼를 치켜들었다.

피? 아마 보겠지. 우선 무력시위로 온 것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저 뒤에 끌려온 열댓 도적놈들의 처형대이기도 했다.

“너희 대장이나 불러와.”

“피를 보려 한다면 백파적이 그걸 피할 것 같습니까.”

안 피하면 어쩌게.

이제 그들의 총 전력은 삼천에서 사천 남짓. 아무리 백파적이 잘 싸우노라 하더라도 이쪽도 조조군의 정예였다. 게다가 진영에 있는 총원까지 합치면 오천 남짓.

머릿수로나 질적으로나 밀릴 이유가 없었다.

“폐하께서 이런 사달을 잠자코 보실 것 같습니까?”

“너희가 폐하를 황제 폐하로 대우한 적은 있고?”

이미 몇 병사가 황제 폐하를 억류하려던 전과도 있는 놈들이 이럴 때만 황제의 이름을 파네. 그때도 소수의 돌발행동이라고 무마하더니, 이번에도 그렇게 무마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무슨 일이더냐!”

“오, 양씨. 오랜만.”

요즘 각 제후가 모이는 자리도 없었기에 꽤 오랜만에 그 얼굴을 보게 되었다. 딱 얼굴에 상처하며 덥수룩하게 자란 턱수염이나 전형적인 도적의 인상인 남자.

양봉.

양정은 아직인가?

뭐 상관은 없었다. 둘이 함께 군을 이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백파적의 두령은 양봉이었으니, 이 남자와 결판을 낸다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딸려 들어올 터였다.

“전호 장군. 이게 무슨 일이요.”

“무슨 일이기는.”

나는 그리 말하며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그에 발맞춰 그들은 그간 아군이 구금했던 열다섯의 백파적을 끌고 나왔다. 저마다 포승줄에 묶여 내 옆에 나란히 줄지어 무릎 꿇려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쪽으로 손가락을 향했다.

“이놈들, 핏값을 받으러 왔지.”

“장군. 그때도 말하지 않았소. 그건 놈들의 독단이고, 우리 수뇌부에서는 그런 의향이 없었소이다. 게다가 그들 또한 아군의 병사. 처분하더라도 아군이 하는 것이 관례 아니오.”

“관례?”

이 아저씨도 참.

그간 정치가나 관리랑 같이 놀다 보니 그 물에 물이 들었나. 애당초 아군 병력의 피해는 아군이 처벌하는 것이 관례였고, 그 이전에 도적의 관례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 답답한 아재야. 언제부터 댁이 관료였어?”

허리춤에 찬 청강을 뽑았다.

“아니지, 아니야. 도적은 그런 관례에 묶이지 않아.”

그리고 그 검을 크게 휘둘렀다.

“응? 아니 뭐야.”

조금 살살 베었나. 포로의 목을 베어내던 과정에서 그 목뼈에 칼끝이 걸려버렸다. 뻑뻑하게 가로막힌 느낌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 몸통에 오른발을 올렸다.

“어우, 뭘 이렇게 먹었기에 지방이 두터워? 존나 안 썰리네. 하여간 분위기 좀 잡아보려니까 도와주지를 않아요.”

어쩔 수 없이 그 몸에 발을 올리고 청강을 앞뒤로 움직이며 쓱쓱 썰어 재꼈다. 그때마다 사방에 쩌렁쩌렁 울리는 비명과 모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물이 내 얼굴과 의복 등을 적셨다.

“끄으, 응, 차!! 일단 한 놈 끝났고.”

“전호 장군. 난 당신이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소.”

이성?

그 이성은 네놈들의 도발에 전부 증발했다.

“나도 예전에 도적질이나 하던 산골짜기 인간 백정이었거든. 요즘에는 좀 곱게 놀아서 그런가, 조금 칼끝이 무뎌졌나 봐.”

“여기까지 이러는 이유가 뭐요.”

“야, 치워. 다음 끌고 와.”

목이 떨어져 나간 시체를 발로 걷어차고 손짓했다. 피에는 피를.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도망쳐야 옳겠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인데도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도적들 사이에서도 얕보인다.

이건 당연한 순리 아닌가?

“…서황!!”

그의 외침과 동시에 아까 대치하던 여인이 도끼를 들고 나섰다. 큼지막한 도끼를 가볍게 쥐고는 천천히 걸어 나오는데, 분위기로 보아서도 한 실력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여포, 죽이진 마.”

“하여간. 주인아, 이거 나중에 포상받을 거다? 진짜로.”

포상이라는 단어가 조금 섬뜩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우선 서황이라는 여인의 상대는 여포에게 맡기고 재차 다른 포로의 목에 칼을 겨눴다.

“야, 양봉 두령!! 살려주십쇼! 두령이 시킨 일은 다 했습니다! 제발, 제발 이놈한테서 살려주쇼, 두령, 두령!!”

“거 시발, 시끄럽게 진짜.”

쩍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목을 내리쳤다.

“후, 이번에는 깔끔하네.”

정확하게 일검으로 목을 떨궜다.

하여간 이 백정 노릇도 안 하다 보면 조금 무뎌진다. 물론 예전에도 사람 목을 단번에 떨군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실력도 나아진 데다가 무엇보다 이 청강이라는 검 자체도 말도 안 되는 명검이니까.

“대체 원하는 게 뭐요.”

“일단 기다려 보쇼.”

아직 열세 놈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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