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94화 (194/343)

19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 옹립 우선 조홍과 장료, 방삼이가 먼저 군을 이끌고 도착했다. 도합 군사는 삼천. 많지는 않으나, 그것도 현 어가를 지키는 군의 규모로는 상당한 것.

“동생, 고생이 많았나 봐?”

“말도 마쇼.”

그 알력싸움이 얼마나 매섭던지. 그 와중에 추격대는 계속 그 고삐를 늦추지 않으니, 종종 계속 전투까지 벌여야 한다.

게다가 그 전투를 치르고 왔더니 군량을 도둑질하려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또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백파적은 당연하지만, 설마 동승의 군에서도 사람이 몰래 접근했다는 소식에는 어이가 없더라.

다 죽었으면.

“일단 치중을 좀 챙기긴 했는데, 알다시피 아군도 좀 서둘러 온 선행인지라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아.”

“뭐, 아군과 여차하면 폐하께 바칠 것만 있으면 됐지.”

이제 그들이 뭐라 떠들던 군사적 숫자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물론 황제 폐하께서 직접 명한다면 어쩔 수 없겠으나, 아직 황제 폐하는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 소녀 나름의 배려일 수도 있겠지.

황제의 이름으로 압박해오지만 않는다면 아군이 다른 이들에게 꿀릴 이유가 없었다. 여전히 황제 폐하와의 관계는 나름 돈독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제 추격대만 떨쳐내며 낙양에 도착하면 된다.

낙양까지만 온다면 연주 본대도 있을 터.

그때부터는 아군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장양은 모르겠는데, 동승이나 백파적 친구들은 우리를 썩 반기지 않더라고? 오는 길에 다른 백파적과도 전투가 몇 번 있어서 고생 좀 했어.”

“백파적도 그 이름이 하나라고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고. 뭐, 솔직히 도적놈들이 뭉쳤다고 하나로 움직이기야 하겠수?”

“그도 그러네.”

조홍은 심드렁하게 답하며 좌석에 걸터앉았다.

“이제 어쩔 거야?”

“우선 태…, 누님이 군을 이끌고 와주셨으니 한결 편해졌어. 오천이면야 저놈들이 협조적이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테니, 우선 접근해오는 추격대를 떨쳐내는 게 선결과제가 아닐까 싶은데.”

태수라고 부르려 부릅 째려보는 조홍의 표정에 누님이라고 급히 말을 바꿨다. 하여간 누님이라는 단어가 뭐 좋다고 저렇게 연연하나 몰라.

조홍의 옆에 있던 장료는 손을 들었다.

“형씨, 그건 좀 위험해. 황제 폐하의 곁을 떠나면 놈들이 무슨 수작을 벌일지 알고. 말마따나 아군을 버리고 먼저 휙 날라버릴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어.”

아군의 숫자가 불어난 만큼 그들은 지금 이상으로 아군에게 장안 추격대를 떠밀 터였다. 그걸 언제까지나 거부하다가는 황제에게도 나쁜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었다.

“대장, 그러면 차라리 군을 나누면?”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서는 다수의 이점을 살릴 방법이 없어. 구태여 군을 나누면 안 그래도 추격대 규모에 비견해 아군이 모자란 상황이라 피해가 커져.”

우선 이 군의 규모로 다른 놈들을 입 다물게는 할 수 있겠지만, 후방의 위협이 살아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현상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일단 내가 황제 폐하를 알현할게. 동생은 그동안 동승도 좋고 장양도 좋아. 백파적은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뭐 셋 중 하나를 포섭해줘.”

“포섭? 그게 말처럼 쉬워야 말이지.”

그나마 우호적인 게 장양이었지만, 정작 그도 황제와 관련된 알력싸움에서 내릴 기색은 없었다. 아군을 먼저 끌어들인 것도 연주를 뒷배로 삼아 낙양 중심으로 황제를 보필하고자 하는 계획이겠지.

결과적으로 이 진영에 아군은 없었다.

“일단 형씨, 누님은 어디에 있나?”

“지금이라면 아마 병영 부근에 있겠지. 만나러 갈 거면 거기 일 좀 도와줘. 안 그래도 전투에서 얼마 안 지나서 사람 손이 모자라.”

그러니 장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먼저 떠났다. 남은 건 조홍과 방삼이. 그 둘에게는 별도로 부탁할 것이 없었기에 시선을 돌렸다.

“추격대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아마 재차 박차를 가할 건데, 적어도 함곡관을 넘어 그 지점으로 병력을 배치해 사수하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어.”

“그 부분은 동생이 여기 있었으니 더 잘 알겠지.”

방삼이도 조홍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최근 군 진영을 포함해 전장 전체에 날이 선 분위기가 느껴졌다. 특히 이번에 추격대와 맞붙었을 때도 그들의 필사적인 기색이 느껴졌으니까.

아마 조만간 또 대규모 공습이 있겠지.

“이번에는 누님이랑 방삼이, 너도 많이 도와줘야 할 거야. 적어도 함곡관, 그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놈들과 전면전으로 밀어내야 해.”

“규모는 몇인데 그렇게 앓는 소리를 하슈?”

“만일까, 이만일까. 상세까지는 모르겠네.”

그러니 방삼이가 표정을 단단히 굳혔다.

솔직히 말해 규모로는 차이가 났다. 특히 현 어가를 위시하여 모인 군이 저마다 소속이 달라 제대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그 차가 벌어지겠지.

“일단 난 폐하를 알현하고 올게.”

“그 예법 같은 건 알고 계시나?”

나도 그거 몰라서 한참 고민하고 망신도 당했는데. 솔직히 그건 폐하가 잘 넘어가 주어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경을 쳐 마땅할 정도의 중한 사안이라고 들었다.

“응? 당연히 알지. 이 언니도 나름 황궁에 자주 들락거렸거든? 언니는 물론이고 나도 그 정도 예법은 다 꿰고 있어.”

하기야 조가는 나름 명문이었다.

그녀는 손을 휘적거리며 먼저 떠났고, 방삼이만 옆에 남은 상황. 놈은 그냥 심드렁하게 아무 생각도 없이 배를 긁적이고 있었다.

“거참, 일이 복잡하구만 그래.”

“임마. 넌 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거 같다.”

“응? 내가 뭐하러?”

놈은 그러더니 나를 가리켰다.

“어차피 대장이나 다른 사람이 생각할 거잖수? 내 능력은 내가 안다고, 그런 거 생각해도 답이 나올 머리가 아니올시다.”

“자랑이다, 자랑이야.”

어이가 없어서.

나라고 그런 머리가 돼서 이러겠냐. 당장 저 세 세력과의 균형을 맞추기에도 머리가 터지겠는데, 최근 추격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까지.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너무 부담 갖지 마쇼. 오히려 그렇게 땅땅하게 긴장하면 중요한 걸 놓칠 때가 있다고 하잖수? 그냥 편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날 것도 생각나지를 않아.”

“알고는 있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자꾸 긴장하게 된다.

내 판단 하나에 사람 수천의 목숨이 오간다는 건 생각보다 과중한 중압감이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대장의 업인가.

견뎌내야만 했다.

“사람 다루는 게 이렇게 어려웠나 보다.”

“응? 그간 잘만 싸우더니 갑자기 그러쇼?”

그때는 소연 아씨가, 그녀가 없을 때는 애당초 무언가를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 정작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직접 판단하고 헤아리면서 움직인다는 것의 무게를 몰랐던 시절이었으니까.

소연 아씨가 있고 나서는 적어도 앞으로의 일은 전부 그녀가 판단했다. 나는 그저 그 뒤를 따르며 직접 전장에 나서는 하나의 병사였지.

이제야 진짜 장군이라는 게 된 느낌이었다.

“참나, 대장은 가끔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니까는. 그냥 쉽게, 기존처럼 생각하면 안 되오? 그냥 싸울 놈이랑은 싸운다. 척질 놈이랑은 척을 지고, 죽일 놈은 죽인다.”

방삼이놈이 귀를 판다.

그렇게 쉽게 생각했더라면 일이….

쉬워?

잠깐만.

“……그러네.”

판을 크게 넓혀보자.

연주와 예주를 거머쥔 조조. 그리고 황제. 동승은 장안에서 황제를 보필했고, 하내를 부근으로 하여 낙양에 남은 지방관인 장양. 그리고 이들의 요청으로 합류한 백파적까지.

지금의 정세는 어떻지?

솔직히 조조에게는 셋 다 껄끄러울 뿐이었다. 그녀가 직접 나섰다는 것은 분명 황제 폐하에 대한 충성심만이 이유는 아닐 터.

그렇다면 분명 셋 모두 다 쳐내거나 포섭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렇게 가정한다면 이 셋 중에서 가장 아군과 척을 질 수밖에 없는 대상은 누구냐.

말할 것도 없었다.

“백파적.”

“응?”

머릿수가 많아 복잡하다.

그러면 정답은?

그 숫자를 줄이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쳐낼 명분은 있는가. 아직은 없으니 우선 강압적인 압박을 넣어볼까. 그러면 내부 전력이 깎여나가게 되는데.

아니지, 그게 아니야.

어차피 수 갈래로 나뉜 전력은 전력이 아니었다.

방패막이로라도 쓴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고서야 결국 백파적과는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선 백파적에게 압박을 넣는 게 정답이었다.

“방삼아. 미안한테 여포와 운이를, 그리고 정예로 오백만 꾸려달라고 해서 이리로 모이라고 해줘.”

“응? 그건 갑자기 왜.”

그 질문에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 셋 모두와 언젠가는 잠재적으로 황제 폐하를 모시는 일에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동승은 황제 폐하를 가장 먼저 모신 인물이었고 장양은 낙양에 몇 남지 않은 지방관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만만한 상대는 누군가.

기존에 계파가 다르다 할지언정 연주와 갈등을 빚고, 장차 전투까지 벌인 데다가 정치적인 기반도 가장 약한 세력은 누구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백파적을 건드린다. 놈들이 굴복한다면 그걸로 좋지만, 만약 전적으로 아군에게 반발한다면 그걸로도 좋아. 현 상황에서 가장 힘이 강한 건 아군이니까.”

함곡관까진 아직 한참 남았다.

못해도 이 속도라면 일주일은 행군해야 하는데, 그동안 계속 이렇게 갈등만 빚어서는 내부적인 적으로밖에 남지 않을 터였다.

“힘이 강한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어.”

“그치만 괜찮겠소? 여기 그 황제 폐하도 있다고 하고, 또 다른 놈들이 뭐라고 안 할까? 원래 나대는 놈은 가장 먼저 적이 되기 마련이잖소.”

“그건 괜찮아.”

그들은 기본적으로 연주에게서 담보를 받아내려고 했다. 황제를 보필함에 있어 간섭하지 않겠다는 담보.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자신들의 권위를 지켜주겠다는 확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

“적당히 둘러대면 돼. 어차피 내 공언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만, 적당히 그만한 입지는 지켜주겠다고 하면 아마 수긍할 거야.”

어차피 조조도 함부로 그들을 밀어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만약 밀어낸다고 하면 어차피 적이 될 것이 뻔했는데, 그때가 되어 내 공언이 무슨 소용일까. 적당히 둘러대는 정도로만 해도 그들은 충분히 만족하리라.

그게 아니더라도 반발할 힘도 부족하겠고.

“그러면 백파적을 치는 거요?”

“우선은 압박과 회유만. 만약 여기에 굴복한다면 그들을 밑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 장양이건 동승이건 뭐라고 하건 소용이 있겠어?”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결국에 힘으로 찍어누르면 그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버렸다. 사실 백파적은 이 모임에서 꼽사리로 곁들여진 존재라 정치적인 기반이 부실했다.

가장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상대를 놓고도 안정적으로만 생각하느라 그 패악질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마침 놈들이 계속 아군 치중에 눈독 들이던 전적이 있어. 빌미는 아무래도 좋지만, 그걸 빌미로 삼으면 나쁘지 않겠네.”

“대장도 참.”

그 말에 픽 웃으며 놈을 돌아봤다.

“왜.”

“드디어 성격 나왔다고. 그 드러운 성질머리.”

구태여 답할 가치도 없어 손을 가로저었다.

“내 성격 개 같은 건 항상 있던 일이잖냐.”

“그건 그렇지.”

지금까지 맞지도 않는 의자에 앉아 그 불편한 감촉을 견뎠다. 하지만 이제 확실하게 구실이 있고, 움직여도 된다는 확신까지 얻은 시점에서도 그럴 필요는?

“개새끼들, 그간 사람 살살 건드렸지.”

이를 뿌득 갈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대장? 어디 가쇼?”

“마침 이번에 치중 건드리던 백파적 몇 놈을 잡아뒀어. 놈들도 끌고 갈 생각이니까 너는 여포와 운이에게 말 전해주고 이리 모이게 해.”

말이 끝나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은 편하게 생각하는 게 정답이라는 말도 있던가. 좋다 이거야. 전장에 서는 자, 언제나 죽을 각오도 동반하여 수렴하고 있어야지.

평화도 좋다.

하지만 건드린 놈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고서는 저 혹한의 병주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을, 이 중원에 내려와 따스함에 취해 잠시 잊고 있었다.

잊었던 것을 다시금 깨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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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의 밑에는 서황이 있죠.

서황... 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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