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92화 (192/343)

19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의 어가 황제를 구한 것은 그저 현 천하의 정세, 그리고 조조의 의향. 소연 아씨에게 받은 목적. 그런 모든 것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영웅이라 칭송받을 일도 아니었고, 그걸로 무언가를 원한 적도 없었다.

어차피 큰 관직을 받아도 아군 내 또 다른 불화를 말미암을 따름이었다. 나는 현재 소연 아씨를 모시고 있는 몸이었고, 그 소연 아씨가 조조와 손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조조를 뛰어넘는 관직?

비록 내가 조조와 다른 길을, 장차 그녀를 견제할 구조를 노린다고 하여 아예 조조군의 근간 자체를 무너뜨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황제를 구한 것은 분명 영웅담에나 나올 법한 꽤 과중한 일이나, 내 개인의 서사로 친다면 글쎄. 이것만으로 내가 영웅이 되었노라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정작 내가 바라는 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이제부터 시작할 것이었다.

반면 소녀는 쓱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을까.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다가도 살짝 고개를 돌리는가 하면, 다시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본다.

망설이는 분위기.

“그대, 아니지. 귀하는 그 여인을 좋아했는가?”

“글쎄요.”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내 인생,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서사에서 그녀의 존재는 깊이 내리 앉았다. 거목의 뿌리, 그 줄기처럼 내 서사에서 가장 큰 줄기를 논하라면 그녀의 존재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더 깊게.

점점 뿌리를 넓게 펼치는 존재.

사랑했다. 사랑했었다.

지금은?

아마….

“그나저나 귀하라니요?”

“귀하 또한 황제조차 이루지 못할 과업에 도전하는 이지 않느냐. 그러면 조금 그 격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영웅이라는 말로도 전부 표현할 수 있을는지.”

폐하는 그리 말하며 킥킥 웃음을 흘렸다.

“소녀는 그런 과한 망상을 품어보지 못했다. 소녀의 앞에 놓인 것은 언제나 굳게 닫힌 황궁의 문. 그리고 소녀를 이용하려 드는 무뢰배뿐이었지.”

동탁과 현 이각, 곽사를 말하는 걸까.

아니,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포괄적으로 무언가를 지칭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이 어린 황제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디디고 깨달았노라. 소녀의 고민이 얼마나 하찮고 사치스러웠는지. 당장 밥 한 끼에 굶주려 죽어가는 이가 있었다. 전장에서 숱한 목숨이 초개처럼 흩어지노니, 소녀의 고민은 어린아이의 치기였겠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모든 게 주어졌다고 하여 자유가 박탈당한 삶은 어떠한가. 나는 그 삶을 진정 동경하느냐 물으면 고개를 가로저을 수 있었다.

누구나가 느끼는 바가 다를 테니까.

거지를 데려다 놓고 소녀의 고민을 말한다면 분명 사치스럽다고, 자기도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노라고 욕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와 황제는 시작이 달랐다.

“인간은 저마다 다릅니다. 주어진 것, 그리고 고민하게 되는 것. 누군가에게는 조그마한 바람막이 하나로도 전부 가진 것처럼 으스댈 수 있겠으며, 혹자는 억만금을 주어도 그보다 값진 것이 없노라며 한탄할 수도 있겠지요.”

애당초 느끼는 바가 다른데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인간은 저마다 다릅니다. 전 그리 생각해요.”

“그러느냐.”

소녀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사실 이렇게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우스웠다. 이런 것도 전부 소연 아씨에게 들은 것이니까. 그녀는 가끔 같은 세상에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가치관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도 그런 사상에 물들어버린 걸까.

그녀는 사람을 계급과 가진 것에 구분하지 않고 오롯이 한 명의 사람. 각자 서로의 시선과 가치관이 있으며, 그것은 귀천을 막론하고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삶을 살아야 그런 생각이 가능할까.

그런 시선만은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소녀는 귀하가 영웅인지, 아니면 소녀를 짐으로서 이용하려 드는 이인지 헷갈렸다. 그리고 그건 솔직히 지금도 그리 변하지 않았어.”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항변해야 할까.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지금 소녀는 황제로서의 고민이었다. 누군가가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그 본인이 직접 보고 판단하여 결론을 내리는 게 옳았다.

“그렇습니까.”

“담백하구나.”

“결백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 훨씬 건설적이지 않사옵니까. 그러니 앞으로 낙양까지의 행렬에서 증명해 보입지요.”

나는 당신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

그런 건 백 마디 말로도 와 닿지 않는 것이었다. 어차피 내가 보기에 황제 폐하를 이용한다고 해도, 그 근간이 없으니 마땅히 권력을 하사받아도 써먹을 구석이 없었다.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었고.

“되었느니라. 소녀는 분명 영웅을 원했다만, 그것은 소녀만의 영웅이라는 다소 강욕스러운 것이었다. 아니면, 귀하는 소녀만을 위한 영웅으로 거듭나겠느냐?”

답해야 했다.

뭐라고?

여기서 뭐라고 답하는 게 옳을까. 당신만을 위한 이야기 속 영웅이 되겠노라고?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그리 말한다고 무어가 달라지지?

아니라고 말한다면 황제에 대한 무례였다.

하지만 맞노라고 긍정해버리면, 그로 인해 이 어린 황제가 의존하게 한다면 뭐가 달라지지? 그건 이 소녀를 황제의 감투를 씌워 이용하려 들었던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은?

기만이지 않은가?

“이런, 소녀가 너무 얄미운 질문을 했구나.”

그리 말하며 고개를 돌린다.

“소녀가 귀하를 너무 오래 잡아두었구나. 앞으로 낙양까지 잘 부탁하겠느니. 귀하도 황실의 평안을 위해, 그리고 귀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성심을 다하거라.”

“명 받들겠나이다.”

고개를 숙여 그 말을 받들었다.

* * *

낙양 인근과 하동을 포함한 그 일대는 여전히 혼잡스러웠다. 선행시킨 진류 조홍의 군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천천히 진군할 수밖에 없었다고 들었는데, 소연이 보기에도 확실히 편히 진군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었다.

우선 곳곳에 분파가 다른 백파적의 무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가는 길마다 부랑자가 눈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보는 것도 딱하기는 하나, 지금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장군, 저 앞에 백파적이 무리를 지어 가도를 가로막고 있다고 합니다. 무언가 협상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짓밟아.”

“네?”

우금의 질문에 소연이 고개를 돌렸다.

“이런 곳에서 낭비할 시간은 없어. 안 봐도 뻔하지. 본인들의 구역에 멋대로 발을 들였느니 어쩌니 하면서 협상을 할 생각인 모양인데, 규모는 어떻게 돼?”

“정찰병에 따르면 못해도 수천의 규모라고.”

지금 소연이 이끄는 선행 부대의 규모가 오천.

과연, 부대의 규모에서 어느 정도 맞먹는 부분이 있으니 이리 자신감 있게 나섰을까. 소연은 그 답에 픽 웃었다.

“도적 무리가 제 등 누인 곳은 제 땅이라고 주장하잖니. 그 멍청한 자기과시에 놀아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그 땅이 좋으면 거기에 묻혀도 할 말은 없겠지. 우금, 기병을 너에게 맡길게. 오백이면 될까?”

소연의 말에 우금은 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제 가슴팍을 두드렸다. 그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면 충분히 맡겨도 좋겠다며 소연이 지휘봉을 던졌다.

“가서 검은 깃발이 어떤 의미인지 증명하렴.”

“충!!”

황제 옹립.

역사와 현 조조군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얻을 수 있다면 얻어 나쁠 것은 없는 상황.

잦은 전쟁으로 조조군도 다소 무리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황제를 차지할 수 있다면 확실히 지금 이상으로 군의 성장은 두드러질 터였다.

원소는 분명 반발하겠지.

어쩌면 하동 인근으로 이미 군을 옮겨두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하면 이게 관도대전의 맛보기일까. 소연은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을 거듭했다.

전쟁?

피할 생각은 없었다.

현 조조군의 전력이라면 주변 어떤 제후와 부딪친다 하더라도 능히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당장은 서주 정벌에 연주에서의 내전까지, 처리해야 할 전후 과정과 그 내상이 깊었다.

하지만 그것만 마무리된다면.

“황제, 황제라. 시기가 이르지만 나쁘지는 않아.”

큰 그림을 그려야 했다.

유협은 장차 조조군 내에서도 끊임없는 불안요소로 다가올 터. 그렇지만 현 조조군을 따르는 심복들의 충성은 확고했다.

여기서 내부적인 부분에서 조율만 잘한다면, 그리고 불안요소를 미리 쳐낸다면 문제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합리화를 시킬 정도로 황제의 이름은 매력적이었다.

그 권위를 등에 업은 조조는 더욱 강성해질 터.

그러면 원소가 문제일까. 이미 연주와 예주, 두 주를 동시에 섭렵하고 있었다. 북의 원소는 여전히 공손찬과의 대전으로 차마 남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적은 동쪽과 남쪽.

“장안은 황제를 잃고 그 저력을 상실하겠지.”

이각과 곽사는 머리에서 지운다.

남으로는 원술과 유표. 동으로는 유비.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누군가. 말할 필요도 없이 유비를 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유비도 저 자신을 한 황실의 후예라고 자칭하는 이상 황제의 명에 쉬이 거절할 수 있는 신분은 아니었다.

“황제를 잘만 이용하면….”

소연은 저 멀리 출정하는 우금과 기병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대륙의 현 상황을 곱씹었다.

승산은 있었다.

이제 황제를 탈 안 나게 잘 씹어 삼킬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터. 그 이름을 최대한 이용하여 주변 제후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만 있어도 조조군은 거칠 것이 없어진다.

“전호가 잘해줘야 할 텐데.”

미리 선행했던 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에게는 여포와 조운이 붙어있었다. 무력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혹시나 내부적인 배척에 시달리면 어떡할까. 자칫 잘못하여 몸이 상하기라도 한다면.

어쩌면 황제의 무리한 명령으로 장안의 군을 홀로 상대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그 주변의 정치적인 이해는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리라.

직접 보지 못해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도 군을 움직이자. 전군에 명을, 우금의 돌격에 맞추어 진군할 거야. 좌익은 특히 백파적의 퇴로를 끊어야 하니 최대한 기동력을 살리도록.”

저런 도적에게 발목을 잡힐 시간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점점 그와 있을 시간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언제나 함께였고, 같은 군에서 대화하며 앞으로의 일을 상담했는데.

전선이 넓어지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 이런 부분이 불편했다. 소연은 아직 전호와 할 이야기가 많았다.

게다가 장안에서의 추격대도 유협을 쉬이 포기하지는 않을 테니, 여러 이유에서도 소연의 부대는 빠르게 진군해야만 했다.

유협.

황제의 이름을 다시금 곱씹었다.

그 이름이 과연 현 조조군에게 득일까, 해일까. 그것은 정작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를 부분도 있었지만, 만약 해가 된다면 언제든 조치할 수단은 존재했다.

이제 소연은 망설이기보단 행동으로 보였다.

주체하지 않는다. 고민하지 않는다.

그게 그녀가 이 한나라에 떨어져서 익힌 전략이자 방식이었다. 더욱 빠르고 간결하게, 그러면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설령 누군가가 그 방식이 불만이라고 해도, 이미 비탈길을 구르기 시작한 거암을 사람의 힘으로 막아 세울 방법이 있던가.

“깃발을 들고 나팔을 불어.”

난세에 익숙해진 그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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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품 메인 등장인물 중 로리만 셋이네요.

음...

타임머신, 타임머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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