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90화 (190/343)

19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의 어가 후방을 들쑤신 기병의 활약, 그 뒤로 기존 황제 어가를 호위하던 병력까지 밀고 나서니 추격대도 그 기세를 잃고 패퇴하였다.

그 뒤로는 내부적인 토론이. 특히 백파적의 두령이었던 양정과 양봉을 향한 질타가 있었으나, 현 군사 지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세력이었기에 일개 병사의 독단이라는 변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던가.

말이 되나?

무려 황제를 겁박하고 시위한 거다.

그게 일개 병사건 뭐건, 결과적으로 소속은 양정과 양봉의 병사 아니던가. 응당 지휘관이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었는데도 그 죗값을 물릴 수 없다는 부분부터가 얼마나 개판인지 대변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살짝 한 다리 빠졌다.

주변에서 앞으로의 일을 상담하자는데, 솔직히 말해 그 자리에 가봐야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부터 시작해서 군사의 배치는 어떻게 할 거냐면서 은근히 아군을 후방으로 배치하려 할 것이 뻔했다.

내가 미쳤다고 너희 방패막이나 하겠냐고.

“일단 군은 푹 쉬게 해둬. 특히 말이 많이 상했을 거니까 그 부분은 잘 관리하고. 우리 치중은 슬슬 도착했나?”

“예, 오늘 아침에 진중으로 도착은 했는데….”

운이가 살짝 말을 흐렸다.

“보나 마나 시비가 붙은 거지?”

그러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백파적은 물론이고 동승 소속의 군도 눈독을 들이는 게. 황제를 보필하는 군이라면서 발주 권한이 있는 거 아니냐고 한참을 물고 늘어지더라고요.”

“미친 새끼들.”

그러면 뭐, 여기 합류한 우리는 시발 헛다리냐?

“앞으로 그런 새끼들은 말해. 박살을 내줄 테니까.”

“예? 하지만 그래서야 분란 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저들은 내게 큰소리를 칠 수 없었다.

특히 이번 전투로 인해 많이 상해버린 그 전력에 비해 아군의 전력은 아직 온전했다. 게다가 대부분이 기병으로 이뤄진 정예병.

지금까지야 백파적에게 의존하는 구석이 많았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아군이 이 어가 호위대에서 최강 전력을 자랑하게 된 셈이었다.

“차라리 견제하거나 쫓아낼지언정 아군에게 해코지할 수는 없을 거야. 살살 긁는 거에 당하고 있을 바에는 그런 식으로 접근해오는 게 나아.”

타 세력 병사의 병량과 치중을 탐해?

연합군 내에서도 엄벌, 즉결처분에 처해도 할 말이 없는 월권 행위였다. 얼마나 굶으면서 다녔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아군은 그 굶주린 배나 채우려고 온 게 아니었다.

“크으, 주인이가 드디어 세상 진리를 깨우쳤네.”

걱정스러워하는 운이에 비해 여포는 아예 엄지까지 치켜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렇게 과격하게 나가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으나 지금만은 어쩔 수 없었다.

가끔은 말보다 주먹이 더 잘 통하는 때가 있었다.

특히 이런 난세에는 더더욱.

물론 이렇게 황제 주변 인사들을 자극하면 나중에 조조가 도착했을 때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아군까지 굶어 죽을 수는 없는 게 아닌가.

게다가 아군은 전원이 기병 부대였기에 필요로 하는 치중이 상당했다. 솔직히 지금 있는 군수물자로도 보름이 한계라 내다보는데, 그것마저 빼앗기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일단 조공이나 소연 아씨가 군을 몰고 올 거고, 그 전에 조홍 태수가 먼저 올 수도 있어. 아군은 그때까지만 이 행렬을 유지하기만 하면 그만이야.”

장료와 방삼이를 보냈으니 조홍이나 조조의 본대에 합류하거나 했겠지. 우선 아군이 중시해야 할 것은 오로지 황제의 안위뿐.

“폐하만 지켜. 나머지 떨거지들 상대할 시간 없고, 솔직히 저런 더러운 판에 엮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주인아. 저거 화, 그, 폐하 아냐?”

응?

그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황금색 옷자락에 갈색 머리카락이 나무 옆으로 빼꼼히 나와 있는 게 보였다.

“…뭐, 폐하라고 어가에만 있으란 법은 없지.”

“아니, 이쪽 꼬나보는 거 같은데.”

꼬나본다니, 진짜 말을 해도 참.

뭐 적당히 산책이라도 하시는 거겠지. 황제 폐하라고 해도 일단은 어린아이인데, 거 안에만 있으면 좀도 쑤실 수 있는 게 아닌가.

당장 나도 조금만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데.

“일단 군을 재편해야 해. 이번에 말을 잃은 이들은 별도로 보병 편재로 바꾸고, 상한 말을 돌보는 역할도 따로 꾸려야겠지.”

아무래도 너무 급행이었으니까.

말이 분명 현 전쟁사의 꽃이라고 해도 그 한계는 명확했다. 특히 이렇게 혹사한 이후에 별도로 조치하지 않고 끌고 다니면 금방 병이 들거나 자칫 잘못하면 죽어버린다.

저게 다 얼마짜린데.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아군 전력의 누수로 다가온다. 해결할 수 있는데도 못하는 건 지휘관으로서 무능하다는 증거.

“우선… 응? 운이 너까지 왜 그래?”

“아니, 저. 그, 폐하가 여길 뚫어지게 보시는데요.”

“응?”

고개를 돌리니 진짜로 황제의 시선이 이리 정확히 꽂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뭐 별도로 호출하거나 하지도 않았던 데다가 따르는 수행인도 그저 여길 지켜볼 뿐이니까.

“필요하시면 부르겠지. 그 있잖냐. 윗분이 아랫것들 시찰하는 거. 뭐 그런 거로 생각하는 게 낫지 않겠어?”

“…저, 그런 느낌이 아닌데.”

됐다니까는 정말.

폐하라고 언제까지 어가 안에 있으라고? 게다가 저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었으니 이런 군사행동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아무튼, 우선 병력을 나누자. 우선 운아, 네가 상한 말이나 상병 등, 전체적으로 기병 전력에서 빠질 이들을 돌봐줘. 여포 너는 우선 아군의 기강을 잡아주고.”

“아니, 주인아. 난 그냥 몸종이라니까?”

“종은 주인 쓰기 나름이지.”

“아니 미치겠네.”

여포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지만 어쩌겠어. 일단 주인이라고 부르는 이상, 가끔은 주인 의향에 따라 종이 할 일을 좀 넘어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사실상 방삼이가 떠난 상황에서 내 부관처럼 부려 먹어 미안하기는 한데, 이 상황에서 여포 이상으로 이런 업무에 능숙한 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솔직히 여포에게 말과 병사의 관리처럼 눈치가 필요하고 사람을 부리는 일을 맡기기에는 좀 미덥잖기도 했고.

“크흠!”

저 멀리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진짜 안 가봐도 돼요?”

“그냥 기침하신 거 아냐?”

이게 자고로 윗분이 명령하기 전에는 자기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게 최고였다. 이건 내 오랜 경험이 말미암은 판단이었다. 확실하다고.

황제가 시찰하러 왔으면 평소 이상으로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황제에게 호감을 사 나쁠 일은 없을 테니까.

“일단 일이나 성실하게 하라고. 응? 폐하가 보고 계시는데 머뭇거리거나 하면 얼마나 기강 해이하게 보이겠냐고.”

성실한 인상을 심어주는 건 중요하다.

적어도 그 사람이 얼마나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것인데, 솔직히 성실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몇 없잖아. 안 그래?

“아무리 봐도 그런 느낌이 아닌데….”

운이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포는 뭐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황제에게서는 관심을 끄고 내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닌데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보면 좀 부담스러운데.

“일단 다른 애들이 건드리면 언제든 말해.”

“알겠으니까. 저도 알아서 할게요. 그것보다는 일단 폐하한테 좀 가보실래요? 벌써 한참 이쪽 보고 계시거든요?”

……그건 그러네.

생각해보니까 아무리 시찰이라고 해도 거의 30분 넘게 이쪽만 보고 있는 건 좀 이상하긴 했다. 살짝 시선을 돌려보니 미간까지 찌푸리고 짜증 일색인 기색인데.

“아무튼, 그대로 정리 좀 부탁할게.”

“크흠! 크, 크흐흠!!”

저 멀리에서 또 헛기침 소리가.

설마 진짜로 나 찾은 거야? 아니 그럼 차라리 말을 하지. 그렇게 보고만 있으면 시찰 온 줄 알고 일만 더 열심히 해버렸잖아.

“…혹시 찾으셨습니까?”

“크흠, 아니다. 그냥 잘하고 있나 보러 왔을 뿐.”

그 잘하고 있나 보는 게 벌써 30분이 지난 느낌인데. 대체 얼마나 관찰하는 거야. 그 정도로 관찰하면 없는 흠도 억지로 잡아낼 수 있겠다.

“폐하의 어전입니다. 우선 무릎을 꿇으시오.”

“되었다. 그런 허례허식, 지금은 필요 없지 않겠느냐.”

…응?

아니 뭐, 무릎 안 꿇어도 되면 나야 고마운데. 솔직히 흙바닥에 무릎 꿇고 나면 털어내기 귀찮기도 하고. 이 근처에 빨래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여벌 복장이 간당간당하니까.

“소녀는, 짐은 황제다.”

폐하는 갑자기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그리 말했다.

“예, 폐하시지요.”

대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기에 일단은 수긍했다. 당연히 황제인 건 알고 있는데, 혹시 뭐 다른 의도라도 있는 건가?

“일이 끝나고 짐을 찾지 않더구나.”

“예? 저번에 한 번 뵈었는데.”

안 찾았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한 번, 그 뒤로 문안 인사도 한 번 올렸다. 전쟁이 정리되고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찾아갔으면 많이 찾아간 것이 아닌가?

“혹시 폐하께 매일 문안을 올려야 하는 법도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소장이 어릴 적부터 밑바닥을 굴러 예의에 어두운 면이 있사옵니다.”

“아니, 전시에 그런 것은 아니나….”

소녀가 살짝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 대체 바라는 게 뭘까. 솔직히 윗사람이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아랫사람만 심장 쫄깃해진다. 자고로 윗사람은 간단명료하고 확실하게 말하도록 법령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조조도 그렇고, 가끔 소연 아씨도 그런다.

솔직히 눈치 보면서 듣다 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거든? 괜히 말실수하면 째려보면서 눈칫밥이나 먹이고 말이야.

“전호라 하였지. 그대는 짐을 어찌 도왔는가?”

“폐하는 제국의 주인, 그 아랫것들이….”

“그만.”

소녀는 손을 내밀어 말을 끊었다.

“그런 자질구레하게 틀에 박힌 말은 필요 없다. 듣고 싶은 건 무슨 이드, 목적으로 짐에게 가담했느냐 하는 것이다.”

순간 말을 바꾸기는 했으나, 누가 들어도 이득이라고 들었겠지. 솔직히 이득이라고 해도 내 입장에선 딱히 뭐 이렇다 할 이득이 없는데.

여기로 보낸 것도 조조였으니까.

그나마 황제를 구한 이유라고 한다면야.

“폐하가 있어야 나라의 기강이 잡힙니다.”

구심점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안 그래도 각 지방으로 지방관들이 자치권을 행사하며 군을 모으고 전쟁을 벌인다. 조조 또한 그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터.

안 그래도 이런 상황에 황실이 전복된다면?

솔직히 상상하기 싫었다.

“…그대가 원하는 관직은?”

소녀는 또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아, 그래도 나름 절박하던 상황에서 도와주었으니 그 보상을 해주려는 건가? 그렇다기에는 조금 째려보는 시선이 마음에 걸렸다.

“소장은 연주목 조조 휘하에 있사옵니다. 관직도 군승이며 도위의 일을 역임하고 있사오니, 지금 맡은 역할이 딱 역량에 미치옵니다.”

“…그런 말을 하려던 것이….”

이내 소녀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등을 돌렸다.

“되었다. 소녀, 크흠! 짐은 이제 가보겠다.”

그러더니 살짝 흠칫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앞으로는 조금 더 얼굴을 비치도록.”

“예, 폐하.”

그렇게 황제가 먼저 떠났다. 그 수행인들이 먼저 떠나가는 사이, 그 옆에 있던 남자가 살짝 내게 다가와서는 미소를 짓는다.

“지금은 전시에다 긴급한 상황이니 문제가 없겠지만, 본래라면 폐하에게 그러한 태도와 언행, 예를 다하지 않는 것은 치도곤에 처할 무례입니다.”

“…예?”

웃는 것치고는 말에 날이 선 것 같은데.

“나중에 사람을 보내어 드리지요. 폐하께서 장군을 좋게 보시니 망정이지만, 남들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그는 그리 말하고 황제의 뒤를 쫓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여포와 운이는 벌써 제 업무를 하러 떠났는지 자리에 없고 오로지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은 상황.

“하아….”

위가 쓰렸다.

솔직히 나라고 황제를 만났을 때의 예법을 알겠나. 그냥 적당히 이렇지 않을까 하는 것을 행했을 뿐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사마의가 예법도 익혀야 한다고 할 때 순순히 들을 것을 그랬나 보다.

아니 병주 도적놈이 황제를 만날지 누가 알았겠냐고.

게다가 곁눈질로 슬쩍 봤는데 다른 놈들도 얼추 이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 정도면 되지 않겠나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그 새끼들도 전부 예법이라고 철저히 무시한 역적 새끼들이었잖아?

미치겠네.

이래서 높으신 분을 만나는 건 질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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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개미인간님이 고생해주셨습니다.

작품 설정에 올려두었으니 부디!!

모자란 분량은 내일 보충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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