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의 어가 눈동자.
수많은 눈동자가 즐비하게 널려있었다.
이것이 사람의 죽음일까. 소녀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보았지만 죽은 인간을 볼 일이 많지도 않았다. 그러니 이만한 죽음을 보는 것도 처음.
전쟁은 이런 것이었던가.
소녀는 아무것도 몰랐었다.
“폐하, 보지 마시지요.”
“되었다. 저들 모두가 짐을 위해 죽은 이들이 아니냐. 그 모두가 이 소녀 하나를 위해 희생한 것 아니냐.”
틀렸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 죽은 이들은 전부 백파적의 병력. 사실상 그 주인이 황제를 휘두르기 위해, 그 권력만을 위해 죽어간 이들. 그러니 황제를 위해 죽었다는 말은 다소 어폐가 있었다.
위해서가 아니었다.
황제로 인해 죽은 것이라면 모를까.
“이런 것이었나. 전쟁이라는 게, 죽음이라는 게. 저기 보아라. 저기 나자빠진 이가 얼마 전 짐의 처소를 경비하던 남자였다.”
“폐하.”
“물론 짐의 권위를 무시한 이들도 있었다. 태생이 천박한 것을 어찌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게 죽어야 할 이유까지는 되지 않는 것임을.”
죽어도 될 사람은 없었다.
소녀는 지금껏 황실에서만 살아왔다. 과거에는 황녀, 동탁 집권 후에는 황제로. 그렇게 살아오면서 보아온 것은 잘 꾸며진 황실의 풍경뿐.
바깥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런 끔찍한 일이 온 천하에 만연하고 있었던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간 이들의 시선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만 같았다.
끔찍했다.
“황제란 이런 희생 위에 군림하는 자였는가?”
“폐하,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무도한 역적을 처벌하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희생도 따르기 마련이지요.”
그 곁을 지키던 장양이 고개를 숙였다.
황제를 구원하고 그 기세를 빌어 권세를 차지한다. 그런 생각만으로 모셨던 여아인데, 이 소녀는 그의 생각보다 조금 더 초탈했다. 평생을 황궁 안에 갇혀있던 소녀이기 때문일까.
이런 사소한 일에도 감성적이 되어서는 앞으로의 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그렇기에 황제를 다른 곳으로 모시고자 했다.
하지만 유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 또한 희생이다. 짐을 지키는 것에 무슨 가치가 있다고. 동탁이 신물처럼 여기니 다른 이들도 짐이 신물처럼 보이던가? 태수, 답해보아라. 그대가 보기에 짐이 권력을 쥐여줄 물건처럼 보이는가?”
“만부당한 말씀이옵니다!!”
설령 그런 생각이 있더라도 고개를 가로저어야 할 말이었다. 소녀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픽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무수하게 많은 시체가 즐비한 전장.
구태여 이런 곳에 내려와서 그 죽음을 기린다. 그런다고 이들이 다시 살아 돌아올 리도 없었지만, 이러지라도 않으면 마음에 쌓인 체증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은 자기만족에 불과했다.
소녀는 고개를 숙였다.
“짐의 어리광이었나. 장안에서 그저 놈들의 물건 노릇이나 하며 지냈으면 이런 희생도 없었을 터인가.”
그걸 인정하기에 소녀의 나이는 너무 어렸다.
소녀에게 이런 진실은 너무 가혹했다. 그저 아름다운 것을 입혀지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운 것을 먹는다. 동탁이나 이각, 곽사 등은 무섭고도 역한 것들이었지만, 적어도 소녀가 기거하는 황궁만은 아름다웠다.
유협은 그게 인위적인 미라고 생각했다.
그저 꾸며진 환상. 자신을 가두는 새장과 같다 느껴 그 아름다움에 진절머리가 났었다. 이각과 곽사가 부리는 행패에도,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게도, 그 모든 것에 전부.
그래서 나오고자 했다.
그래서 몰랐다.
“짐이 간단히 포기하려 했던 그것을 꿈조차 꾸지 못할 이들이 이리도 많았구나. 지금껏 누려왔던 모든 것이 이리도 가치가 있는 것이었구나.”
진창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이 이리도 잔뜩 있었다. 모두가 유협 하나를 보고 전장에 뛰어들어, 고향 땅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개처럼 죽어간 이들이었다.
“…돌아간다.”
“예, 폐하.”
이게 정말 옳은 결정인가.
스스로 행동하고자 정했었다. 그 누구도 소녀를 위해 달려오는 영웅이 없었다. 용사 같은 건 옛날이야기에나 나오는 환상이라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자기 자신이 길을 열어야 한다고.
그 뒤에는 이런 대가가 따랐는가.
그리고 앞으로도. 유협은 본인의 뒤에 이런 희생이 계속 쌓이고 쌓이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살아있는 한, 그리고 황제로 군림하는 동안에는 계속 시체는 그 높이를 높혀갈 것이라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
약간의 온기를 품은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유협의 볼을 스치고 저 멀리, 더 멀리. 저 멀리에 죽어간 시체의 향까지 품어 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눈물을 보일 수 없었다.
그건 가식적인 눈물이었다.
자신을 말미암아 벌어진 사태에 대해 눈물을 흘리고 애도를 표한다. 그런다고 죽은 이들이 돌아올 것도 아니었다. 소녀는 단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황제라는 이름의 무게.
“새삼 실감하게 되는구나.”
짐이라고 자칭하는 것도.
소녀가 지금껏 누려온 모든 것도.
그 모든 게 누군가의 희생으로 가능했다는 걸 현실적으로 깨달아버렸다. 안타깝기 그지없었고, 무엇보다 잔혹할 따름이었다.
아아, 천하는 이리도 잔혹한 곳이었구나.
“소녀는 이런 곳에 스스로 발을 내디뎠구나.”
* * *
장안에서의 추격대가 드디어 재차 박차를 가했다. 멀리 떨어진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아군이 보기에도 그 속도가 전과 달랐고, 무엇보다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몇 번의 교전으로 황제의 어가를 호위하는 군도 많이 지치고 상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저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주인아, 이젠 나서야 하겠는데.”
불안한 부분은 있었다.
조조의 명령은 두루뭉술하기 그지없었다.
포기할 것이라면 포기해도 좋다. 그 명령에는 반드시 지켜라, 혹은 그냥 지키라는 말조차 없었기에 판단하기 곤란했다.
그것 또한 현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걸까.
“오라버니.”
“황제, 황제라….”
소연 아씨라면 여기서 어떻게 움직였을까.
이 자리에 없는 사람임에도 그녀의 존재는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자연스럽게 군을 움직임에도 그녀의 뒷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주인을 잃은 천하는 새로운 주인을 원한다.
갈망한다.
그러니 그 자리를 놓고 재차 대규모 내전이, 그건 황건적의 난이나 동탁이 군림할 적에도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대전이 될 터였다.
아가씨의 뒷모습을 그렸다.
아니, 아니지.
그 뒷모습에 등을 돌렸다.
“가자. 황제 폐하를 구원해야지?”
언제까지나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기의 방식대로. 그러하면 나는 내 방식대로 평화를 위해 봉사하겠다.
봉사라는 단어도 웃기지만, 적어도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분전하는 건 봉사라 표현해도 썩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군의 예기가 심상치 않아요.”
“이대로 황제를 잃을 수는 없어.”
운이의 말에 답하니 여포가 손을 들었다.
“주인아, 그런데 만약 구한다고 해도 황제 주변에는 기존에 따르던 놈들이 있잖아? 여기서 황제가 우리에게 안 온다고 하면 말짱 꽝이거든?”
“저기요, 그래도 폐하거든요?”
운이의 딴지에 여포가 어깨를 으쓱였다.
“황제가 뭐 별거 있나.”
그녀는 동탁이 낙양 집권 초창기부터 따르면서 그 어린 소녀라던 유협을 황제로 올리는 자리에, 그리고 동탁이 그 황제를 가지고 종묘사직을 주무르는 광경을 전부 보았으리라.
그런 그녀가 보기엔 황제는 별거 아니겠지.
“그래도 나선다. 지금 황제가 죽으면 더는 걷잡을 수가 없어. 안 그래도 지방관들이 저마다 왕처럼 행세하는데, 여기서 황제가 죽으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지옥도도 그런 지옥도가 없으리라.
그런 혼란을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게 내가 아닐 따름이고. 그 누군가가 아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황제를 죽이라는 말도, 살리라는 말도.
전권을 내게 일임한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어차피 별반 다를 거 없을 거 같은데.”
여포는 입술을 삐쭉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당장 황제가 죽고 없어진다면 천하가 지금 이상으로 혼란해지리라고 느꼈다.
게다가 수백 년을 이어온 역사의 정수.
그 한나라가 무너진다? 그러면 다음 제국의 입지를 위해, 만물 위의 황제가 되어 권력과 명예를 위해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를까.
나라는 단지 이름만 바뀐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체계.
수백 년이나 이어져 내려오며 한 제국은 곧 소속감이 되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결집의 요소가 되었다.
“이미 정했어.”
여포에게 짧게 답하고 시선을 돌렸다.
이미 아군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적의 숫자를 생각하면 이천이라는 숫자가 적을 수 있겠으나, 그 전원이 기병이고, 그들을 이끄는 무장이 여포와 조운쯤 된다면야 적어도 그 예기를 꺾고 물릴 수 있을 터.
“황제를 구한다, 라. 어디 역사서에 나오는 명장이나 충신. 음…, 그러니까 뭔가 영웅이라도 된 거 같지 않아?”
그 말에 여포는 어깨를 으쓱였고 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도 그녀들의 성향이 나뉘는 것 같아 뭔가 우습기도 했다.
“영웅, 나쁘지 않네요. 전 오라버니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을 거 같아요. 만인에게 받들어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빛나는 거. 나쁘지 않잖아요?”
“켁, 그런 답답한 직함이 밥 먹여주나?”
여포는 혀를 내밀고는 날 바라봤다.
“그냥 주인이가 하고 싶은 거 해.”
자신을 그저 따라갈 따름이라며 떨떠름하게 말한다. 장료는 합류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렸고, 여포와 운이에게 전부 맡길 수는 없으니 나도 전선을 나서야 할까.
“가자, 또 싸움박질 피 터지게 해야지.”
황제를 구원한다.
거창한 명분이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솔직히 이것도 필요에 의한 행동이지 한 제국 자체에 무언가 깊은 뜻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건 아니었다.
조조는 황제를 확보할 수 있으면 확보하라 했다.
아마 그녀라면 최후의 최후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이지 않을까. 소연 아씨도 아마 그러겠지만, 뭐 현장 지휘관은 나인데 그녀들이 내게 뭐라고 할 수 없겠지.
“어가는 함곡관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지만, 아무래도 황제를 모셔서 그런지 발이 느리네요. 빨리 안 움직이면 정말 붙잡힐 거 같은데.”
“함곡관까지만 모신다면 거길 중심으로 일차 방위선을 짤 수 있겠지. 홍농에서 한 번만 적을 흩어버리면 돼.”
마침 아군은 강을 건너 그 고지를 점하고 있었다.
고지대에서 내리꽂는 기병의 강력함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 중요한 건 연주에서 본대가 넘어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건데.
“여포, 이번에도 선봉 부탁한다.”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군에서 가장 강한 건 누가 뭐라 해도 여포였다.
다음이 운이고 마지막이 나라는 건 조금 슬픈데. 방삼이가 있으면 최약체의 칭호를 넘기겠는데, 안타깝게도 방삼이는 이번에 장료와 함께 연주로 보냈으니까.
“오라버니는 알죠?”
“안다, 알아. 총사령관은 선봉에 서지 않는다며. 하여간 너도 그렇고, 여포도 그렇고 사람을 왜 그리 약골 취급하냐?”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세졌는데.
“응? 주인이 하도 비실비실하니까 그러지.”
미치겠네, 진짜.
물론 여기 면면이 다들 워낙 대단하여 약하게 느껴지는 거지, 나도 솔직히 어디 가서 뚜드려 맞을 실력은 아니었다. 솔직히 깨진 적이 좀 많기는 한데, 그건 여포나 손견 등 상대가 너무 강해서 그런 거고.
생각해보니까 날 뒈지게 팼던 여포가 여기 있네.
“네가 때린 주먹이 제일 아팠어.”
“응?”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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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 」
통솔력 - 83
무력 - 88
지력 - 79
정치력 - 71
매력 – 89
...슬슬 찐찐찐 보배 A급 무장으로 변했네요.
작중 90부터는 인간의 한계를 깬 초월적인 느낌으로 이해해주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내일은 더 분량 많이 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잘 쉬고 왔으니 연재 빡세게 시작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