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86화 (186/343)

18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황제의 어가 황제라.

원소는 막 들려온 정보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동으로 진입한 황제. 장안에서의 추격을 어떻게든 뿌리치며 도망치고 있다지만, 그 상황이 꽤 긴박하다는 정보였다. 하내태수 장양 또한 사람을 보내어 황제에게의 구원을 요청한 상황.

하지만 원소에게 있어 현 황제는 껄끄러웠다.

이제는 공손찬에게 죽고 없는 유주자사 유우를 황제로 추대한 적도 있었다. 게다가 공공연하게 장안의 유협의 정통성을 걸고넘어지며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그였다.

한데 이제야 그 황제를 옹립한다?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될 터.

“그래. 너희는 어찌 생각하는가?”

그 말에 곽도가 먼저 손을 들었다.

“당장은 불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제라면 이름은 좋겠지만, 당장 장안의 군을 물리치려면 다수의 군을 파견해야 하는데, 아직 유주의 공손찬은 건재하고요.”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픽 웃었다.

“게다가 현 황제를 천하의 그 누가 인정합니까?”

애초에 그 정통성 깎기에 가장 앞장섰던 것이 원소였다. 물론 유우가 죽고 없다지만, 그 당시의 행동은 이미 꼬리말처럼 원소에게 따라오는 상황.

반면 하북 출신이던 저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동탁이 세운 분이라지만 황제 폐하십니다. 신하의 도리를 다하고, 더 나아가 신의와 충정을 보인다면 천하 그 누가 원공을 나무라겠습니까.”

그가 생각하기에 황제는 반드시 모셔와야 하는 존재였다. 물론 원소는 껄끄럽기야 하겠지만, 눈 꼭 감고 뒷말을 무시하고 모셔온다면야 그 권위를 십분 발휘하여 각 지방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게다가 현 기주에서 원소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 황제도 아닌 이가 독재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일에 영향을 끼치는 건 장차 기주와 하북 전체에 좋지 않은 일.

본래 원소를 따르던 이와 하북 출신의 인사.

이들의 갈등은 점입가경이었는데 정작 하북 인사들의 입장에선 기댈 언덕이 없었다. 아무리 원소가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겠노라 하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원소를 견제하고 장차 하북 인사들에게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필요했다.

황제라면 그 역할로는 딱 좋으니, 황제의 권위로 다른 제후를 압박할 수 있으며 하북 출신인 본인들의 권위에도 도움돼 마지않을 사안.

어떻게든 황제는 모셔와야만 했다.

“흠. 저수 그대는 그리 생각하는가?”

원소의 질문에 그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 천하는 여전히 한의 체계로 묶여있습니다. 비록 정통성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장차 원공이 저 북의 악적 공손찬을 제압하여 하북을 다시 하나로 만드신다면 그 누가 원공과 황제 폐하의 명을 거역하겠습니까.”

지금 황제에게 부족한 것은 힘이었다.

힘은 원소가 쥐여준다. 그러면서 원소와 황제가 한 몸처럼 서로 엮인다면 정치적인 입장에서도, 더 나아가 군사적인 부분에서도 모자랄 것이 없었다.

원소는 그의 말에 눈을 감고 고민했다.

하동이라면 기주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었다. 물론 장안에서의 추격대를 뿌리칠 정도의 군을 움직이는 것은 다소 부담이었지만, 하려고 든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원공, 구태여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폐하를 모셔오는 것은 좋으나, 자칫 잘못하면 제2의 동탁으로 몰릴 우려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봉기가 손을 걷고 나섰다.

“현 중원과 양주 등, 각지의 제후들은 이미 황제가 없는 천하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중앙의 간섭이 사라진 자유를 맛본 이들이 차후 황제의 간섭을 원할까요?”

“일리는 있군.”

오히려 그들이 과거 원소처럼 황제의 권위를 무시하고 그 자신을 황제의 권위에 빌붙은 동탁의 재림이라며 모욕할 수도 있었다.

일장일단.

저수는 그 분위기에 고개를 돌렸다.

원래라면 전풍 또한 황제를 모셔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점. 하지만 그는 그저 눈을 내리깔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낮게 깔고 전풍을 바라봤다.

“이보게, 뭐 하고 있나.”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

전풍은 고개를 살짝 돌려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저수에게 시선을 건넸다. 그 자신도 알고는 있었다.

현 하북 출신의 인사들이 차별받는 현 상황. 그리고 앞으로 원소군과 하북의 성장을 위해서는 황제를 모셔올 필요가 있음을 전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하동에는 조조군도 손을 뻗었다.

그 선봉에 선 건이 전호라는 건 이미 조사해둔 상황. 안 그래도 현재 조조와 원소, 양 세력의 사이는 미묘한 관계였다.

여기서 무리해서라도 황제를 모셔 오려다가 분쟁이라도 난다면. 그런 생각을 하면 선뜻 황제 옹립이 올바르다고 말하기 곤란한 부분도 있었다.

“자네 요즘 좀 이상해.”

“그런가.”

서로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원소는 장내를 바라보며 살짝 침음을 흘렸다. 황제의 이름은 분명 장차 그의 권위를 위해 도움될 터.

하지만 그 위명에 자신이 짓눌릴 우려도 있었다.

“전풍 별가.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그는 지금껏 발언하지 않았던 전풍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에 저수는 속삭이는 것도 멈추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만 바라보았고, 전풍은 살짝 앞으로 나섰다.

“…아직 공손찬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쉬이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폐하를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하면?”

“우선 폐하께서 낙양으로 도착하신 뒤에 움직여도 늦진 않을 것입니다. 그 주변으로 원공보다 세력이 강한 이들도 없을뿐더러, 폐하께서도 그 폐허더미인 낙양에 기거하실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차라리 조금 기다리자.

확실히 전풍의 말은 절충안에 가까웠다. 당장 움직이기에는 버겁고, 무엇보다 차후에 움직인다고 해서 원소의 의중에 거스를 이가 몇이나 있을까.

기껏해야 그와 비견되는 세력이라면 단 하나.

조조의 이름을 떠올린 원소는 곧 머리를 가로저었다. 최근 주변에서 자꾸만 조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하여 그까지 다소 불안해진 느낌.

그녀가 그럴 리 없다.

원소는 고개를 장중으로 돌려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러면 상황을 지켜보되, 우선 움직일 수 있는 채비는 해두겠다. 미리 군을 재편해두고 지휘권은 안량에게 일임하도록.”

안량이라면 소수의 군으로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줄 터. 원소는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다시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황제.

한나라 제국의 정수.

그 어린 소녀가 만약 낙양에 도착하기 전에 죽는다면 어찌 될까. 제국은 주인을 잃고 명망은 땅에 떨어져 국가라는 틀이 유지되지 않을 혼돈의 천하.

“…그것도 썩 나쁘지는 않겠군.”

곤룡포를 두른 그 자신의 모습.

그것도 나쁘지 않노라 생각했다.

* * *

하동으로 도착한 이후 아군은 황제의 어가와 다소 거리를 두고 움직였다. 장안의 군과도 살짝 거리를 두며 본대에서 살짝 떨어진 장안 소속 추격대를 요격한다.

“하핫, 다 꺼져꺼져!!”

저 멀리 붉은 말에 오른 여포가 호쾌하다 못해 화려할 정도로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기마 부대까지 합치니 어지간한 소규모 군은 한 번의 돌격도 견디지 못하는 추세.

“진짜 물 만난 물고기네요.”

운이는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못했다고 해야 할까. 무인이라면 누구나가 동경해 마지않을 천하무쌍의 전투.

적일 때에 공포의 대상이었지, 아군으로 그것 바라보면 그저 경외와 신뢰의 대상일 뿐. 확실히 그간 좀 온순해졌나 싶었던 여포는 전장에만 나서면 전혀 별개의 존재로 변했다.

“최강은 최강이네.”

“저런 여자를 용케 옆에 두셨네요.”

운이가 시선을 살짝 흘겼다.

째려보는 것만 같아서 살짝 시선을 피한다. 솔직히 아니 뭐, 별로 찔리는 건 아닌데. 여포랑 뭐, 하룻밤 보낸 적도 없고. 아니 진짜로. 내가 켕기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무력만큼은 천하제일이니까.”

“그런 의미, 아닌 거 알잖아요?”

그러는 와중에 저 멀리에서 사람 하나가 날았다. 와, 저걸 월아로 못 벤다 싶으니까 그냥 쳐서 날려버리네. 진짜 어이가 없는 무력이다.

“진짜 오라버니 자꾸 이 여자, 저 여자….”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내 멱살을 꽉 쥐었다.

“자꾸 그러면 다 짜내버릴 거니까요.”

짜내? 뭘?

여자애가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게다가 지금 아무리 정리하는 도중이라지만 아직 전쟁터인데, 그런 말을. 아니 그것보다 얘가 원래 이런 애였던가. 아니아니, 너 점점 사람이 이상하게 바뀌어 가는데?

“흥.”

운이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

여포랑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설명해줘도 말이지. 게다가 여포가 이쪽에 호감을 계속 표하는 걸 알고 있으니 그 부분에서 아예 무죄라고 말하기도 뭣했다.

“크흠, 아무튼. 여포 진짜 잘 싸우네.”

매번 선봉에 서다가 이렇게 뒷짐 지고 구경하는 것도 처음이라 신선한 기분이었다. 적 병력은 추격대에서 별도로 떨어져나와 하동을 우회하던 별동대.

숫자도 많지 않았기에 금방 짓밟을 수 있는 병력.

이렇게 우회하여 황제의 어가를 앞지르려는 병력을 먼저 차단한다. 그러면서 계속 주변을 맴돌며 지켜보고, 여차하여 큰 전투로 벌어졌을 때만 가담하면 문제는 없을 터.

“오라버니,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요?”

“왜?”

운이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황제 폐하가 계시는데 너무 빙 돌아가는 것 같아서요. 물론 저기에 합류할 수는 없겠지만, 차라리 그 근처에 머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안 돼. 그러면 황제 주변 이들도 아군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잖아. 그러면 차후에 왜 합류하지 않았느냐고 책임을 물릴 여지가 있어.”

황제가 있기에 더욱 골치 아픈 부분이었다.

차라리 이렇게 거리를 두어가며 군을 운용하는 게 나았다. 어가에 완전히 합류할 생각이 없다면야 이렇게 움직이는 게 백배 나은 것.

“좀 복잡하긴 하네요. 빙 돌아가는 느낌이고.”

“어쩔 수 있나. 황제가 엮였으니 아군도 그만큼 주의를 기울여야지. 아무리 권위가 떨어졌어도 황제는 황제니까.”

접하는 것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장안에서 출발한 추격대의 총 규모는 1만 정도로 추정되었다. 추후 장안에서 추가 병력을 파견할지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 1만 추격대의 시선을 어떻게 돌릴지 생각해야만 했다.

“우선 이 근방으로 계속 순회할 거야.”

“그러면 언제 다시 연주로 돌아가요?”

운이는 그리 말하며 살짝 이쪽을 올려다봤다. 시선에서 무언가 갈망하는 듯한 느낌이 느껴져 조금이지만 소름이 돋아버렸다.

“…왜?”

“술. 언제 자리 만드셔야죠?”

무섭다, 무섭다고. 시선이 너무 무섭다.

“스, 슬슬 저쪽 정리가 끝나겠네.”

억지로 시선을 돌려 전방을 바라봤다. 여포가 이끄는 기병은 확실히 규격 외의 존재로 변했다. 이미 적 병력은 중앙으로부터 전부 돌파당하여 총붕괴. 이대로 추가 병력을 파견한다면 이번 전투도 끝낼 수 있을 터.

“…이렇게 말을 돌린다, 이거죠.”

두고 보라면서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운이에게서 최대한 시선을 돌렸다. 점점 애가 이상한 방향성으로 무서워지는데.

“그러면 우리도 가자.”

“…예, 알겠어요.”

여포가 선행하여 흩어버린 적 잔병을 정리할 시간이었다. 이렇게 잡담할 시간도 없었기에 말에 올라 청강을 뽑아들었다.

……나중에 숙취에 좋은 음식을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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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시 한 번 읽고 재충전의 기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ㅠㅠ

다시 한 번 천천히 검토하면서 몸 푹 쉬이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180편 넘게 같이 달려와주신 독자분들에게 다시금 감사드리며 모레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의 인사는 언제나 하여도 부족함이 없죠.

언제나 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그러면 모레 잠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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