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84화 (184/343)

18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삼보의 난 장양의 군은 관도에서 백파적을 격파한 뒤, 아군 주둔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점에 자리했다.

들판을 사이로 마주한 양군.

장양이 직접 이쪽으로 오겠다고 했으니, 아군은 미리 회담장을 준비하는 준비를 해두었다. 무슨 일이건 우선 만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 일.

“전 군승. 처음 뵙겠소.”

“안녕하십니까.”

초면에 보기에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중년 정도의 외형. 실제로는 꽤 오랫동안 정계에서 활동했다고 들었으니 원래 나이는 그보다 훨씬 많겠지. 반동탁 연합에도 참전했다고 들었지만, 그 당시 말단이던 내가 제후들과 정면으로 마주할 일도 없었다.

“과연, 신수가 훤하시군요.”

“감사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안으로 안내했다.

왜소해 보이는 체구지만 과거 무관으로 활동. 비록 이후 동탁에게 잠시 빌붙기는 했지만, 그걸 대놓고 티 내어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의자에 앉는 모습을 보고 이쪽도 앉았다.

서로 마주 보는 자세. 장양의 뒤에는 그가 데려온 호위 무장이, 내 뒤에는 다름 아닌 여포와 조운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포 장군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포는 그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회담장에서는 말을 꺼내지 말라고 언질을 주었다. 장양도 그런 여포의 태도에 책잡지 않고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 군승, 이번에 자리를 만들어주어서 정말 감사하오. 아마 군승도 이 선택을 두고두고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실 거요.”

“그건 들어보아야 알겠지요.”

“그도 그렇겠군요.”

아무런 확답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장양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선해 보이는 미소이긴 한데, 조금 껄끄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러고 보니, 이번에 연주목께서 꽤 잦은 전쟁으로 고생이 많으셨다고요. 어떻게, 연주 상황은 좀 나아지셨습니까?”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마는.”

탁자 밑에 내렸던 손을 뻗어 여포의 손을 붙잡았다. 물론 그녀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 붙잡았다.

어쩌면 내가 찔렸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여포가 그 난의 당사자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가. 어쩌면 알고 있기에 꺼냈을 수도 있겠지. 이미 아군에 가담했으니 문제없을 거라고 판단인가.

“이번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어떤 것일지요.”

“말씀드릴 수는 있으나, 이게 다소 과중한 일입니다. 뒤에 계신 분들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장양은 그리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괜찮습니다.”

“그러시다면야.”

그는 한 번 몸을 풀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백파적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혹시 진짜로 하남윤을 점거하려고? 그러면 분명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아군에 미리 이해를 구해두는 게 편하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군승. 이번에 장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계십니까?”

“내전이 벌어졌다는 것 정도는요.”

하도 뜨거운 감자가 아니던가. 당장 거기서 유입된 피난민이 슬슬 연주에도 들어오고 있는 와중이라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이각과 곽사, 그 두 도적놈이 날뛰고 있습니다. 지금 이 폐허더미인 사예주로 다시 돌아오는 난민이 있을 정도이니 그 내전이 얼마나 큰지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찻잔을 쥐었다.

마시지는 않고 빙글빙글. 몇 번인가 그렇게 찻잔을 흔들던 장양은 이내 그것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 난민 사이로 황제 폐하가 있다면 어쩌시렵니까?”

“…예?”

아니 잠깐만.

나만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지?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운이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은 게 보였다. 여포는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지만, 적어도 살면서 황제라고는 이름도 들을 일 없는 천것이던 내게는 잘 실감 들지 않는 것.

“그 두 도적의 농단은 선을 넘었소. 폐하께서 직접 피난길에 올라 낙양으로 돌아오시려 하니, 이 불초가 먼저 낙양을 정리하던 중이라오.”

“아니 잠시만, 잠시만요.”

황제.

설령 한 제국이 공공연하게 무시당하고 있는 와중이라지만 그 이름값이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었다.

무시당한다고 해도 각 제후는 여전히 한 제국의 형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나로 통일된 제국이 몇백 년. 그 기틀을 이어져 내려온 체제가 쉬이 흔들리거나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저희를 만나신 이유가 그러면….”

“폐하께서 낙양으로 다시 돌아오신다면 연주목도 응당 신하 된 도리를 지켜주시리라 믿고 만난 겁니다. 이 사실은 극비이니, 군승께서 직접 연주목께 연락드리는 것이 낫겠지요.”

이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차라리 무슨 도적 토벌에 협력해달라느니. 아니 그래, 차라리 사예주로 영역을 넓히겠다고 해도 이보다 당황스럽지는 않겠다.

황제?

이 제국의 황제를 말하는 게 맞긴 맞는가?

“…이건 제가 쉬이 답 드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예. 연주목께 잘 전해주시면 됩니다. 폐하께서는 이미 장안을 떠나셨다고 하니, 곧 추격대도 붙겠지요. 우선 이 장 아무개도 나서겠으나, 군사력에서 여전히 장안은 강력합니다.”

협력해라 이건가.

황제가 거론되었으니 쉬이 무시할 수도 없는 일.

게다가 당장 황제를 길바닥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안 그대로 혼잡한 난세에서 그나마 틀은 같은 제국으로 엮였으니 이 정도로 끝난 것인데, 여기서 황제가 죽기라도 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나서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큰 문제는 짐짓 내 독단으로 처리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게다가 아군은 아직 각지로 제후와 경계선을 맞대고 있었다.

그 뒤로 장양은 몇 마디인가 나누고는 이내 자리에서 물러났다. 솔직히 어안이 벙벙하기도 해서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어떻게 해야 하냐?”

“솔직히 곤란하게 됐어요.”

전적으로 동감했다.

당연히 황제는 보호하는 게 맞겠지만, 정치는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 않게 되는 바닥이었다. 나라고 솔직히 갑자기 황제가 튀어나올 줄 알았나.

“그거 걔잖아. 그 꼬맹이.”

여포가 심드렁하니 귀를 후비고 있었다.

“말조심해라. 그래도 황제 폐하시다. 어디에 눈과 귀가…, 아니다. 그런 게 고작 우리 군에 있을 리도 없지. 대신 다른 데에선 삼가.”

“주인이도 참, 걱정도 팔자네.”

그러니 운이가 먼저 미간을 찌푸리고 한 발 나섰다.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녜요. 황제를 모신다는 건 말은 좋지만, 당장 폐하 혼자서 달랑 오겠어요? 그 내부적으로도 다툼이 있을 건데다가 가령 아군이 폐하를 모신다면 지금 각 지방으로 난립한 제후들은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그 뭐야. 그건가? 공공의 적?”

복잡하게 됐다.

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이각과 곽사에게 붙잡히게 둘 수 없겠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내가 발언할 수 있는 영역도 한정적이었다.

주변 제후들은 황제의 공백을 빌미로 제멋대로 군비를 확충하고 각 지방의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황제의 귀환을, 그것도 동탁이 억지로 세운 어린 황제의 귀환을 환영할까?

또 다른 전쟁의 빌미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인아, 어차피 이건 우리가 생각해도 어쩔 수 없잖아. 조조 그년이 생각해야 할 걸 뭐하러 고민해?”

“물론 연통은 넣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늦을 수도 있어. 뭐가 되었건 이미 황제가 움직였다면 우리도 행동은 해야만 해.”

“그치만 조공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걸 몰라서 불안했다.

생각해보면 나와 조조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옅었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달라 이해하기 힘들다는 느낌일까.

위험부담은 명백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금 황제를 구하고 수중에 넣건, 아니면 낙양에서 다시금 추대하여 그 곁을 지키던 해야 하는데 이건 어느 쪽이건 일이 복잡하게 꼬였다.

이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려면 황제를 중심으로 다시 대륙이 뭉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천하에 분쟁이 조금은 가실 터.

하지만 반대로 자충수가 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확실한 수 없는 게 하나.

과연 조조는 천하 난세의 종식을 바라기는 할까. 물론 한때 한나라에 보인 그녀의 충정 전부를 의심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란 변하는 것이었다.

황제를 뛰어넘는 절대적인 권력이 목표라면 천하가 난세인 것이 조조에게도 편할 터. 그녀는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

“장료를 호출해.”

일단 조조의 답장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연주성의 관청이 오랜만에 조용해졌다.

황제가 장안에서 탈출해 낙양으로 오고 있다. 막 연주와 예주의 안정화에 들어가고 있던 조조군에서도 짐짓 의견이 갈렸다.

“당연히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순욱이 먼저 발언하니 정욱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자칫 잘못하면 기껏 안정시킨 정국이 다시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물론 손을 거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안 그래도 원소가 최근 아군을 껄끄럽게 보고 있습니다.”

“신하 된 도리가 있습니다. 설령 그것이 아니더라도 황제 폐하를 모시면 아군에게는 명분이 생깁니다. 게다가 아직 충을 잊지 않은 명사들도 폐하를 모신 조공을 지지하지 않겠습니까?”

정욱의 말에 재차 순욱이 반박했다.

그도 순욱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던가. 현 아군은 이미 연주와 예주를 손에 넣었다. 서주의 유비는 경쟁자가 아니었고 원소는 여전히 공손찬에게 묶여있는 상황.

여기서 구태여 남쪽의 유표와 원술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 아군은 황제의 위신을 등에 업지 않더라도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제후가 된 것.

“원칙론적인 것도 좋습니다만, 그래서야 후방의 제후를 자극할 우려가 있습니다. 조공, 이건 쉬이 생각하실 문제는 아닙니다.”

정욱은 거기까지 말하고 시선을 조조에게 건넸다. 여기서 구태여 황제를 옹립하지 않더라도 아군은 강했다.

이 강함만 잘 유지할 수 있으면 능히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을, 구태여 황제라는 불순물이 끼어들 여지가 있던가.

소연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살짝 눈을 감았다.

확실히 현 조조군은 원래 역사에서의 조조보다 강해졌다. 어쩌면 황제의 옹립 따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원소와 대적 가능할 정도로.

사실 역사가 꼬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소연은 황제 옹립이 없는 전제 하에도 원소를 이길 수 있게 만들고자 움직였다.

그런데 여기서 황제라.

어쩌면 득도 있지만, 반대로 실이 될 수도 있었다. 이미 세력이 본 역사와 비교해도 커진 조조군.

당연히 견제하고자 하는 시선도 많아질 것이고, 당장 세력이 넓어진 와중에 그걸 수습하지도 못하고 황제를 받아들이면 자칫 한 황실을 따르는 파벌과 조조를 따르는 파벌로 군이 갈라질 우려도 있었다.

역사는 이미 틀어지고 있던 셈.

물론 황제를 받아들이면 그만한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원래 역사에서도 조조군은 황제 옹립 이후로 내부적인 갈등에 시달렸다.

하물며 그때보다 넓어진 세력.

게다가 시기도 본래 역사보다 훨씬 빨랐다. 이제 조조를 중심으로 뭉치고 채 3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가 내부의 진통을 이제야 수습하고 있는 상황.

받아들이는 게 맞을까?

“소연.”

조조는 그런 소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원래 역사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시기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지금 진정 이 조조군이 하나로 뭉쳤다고, 적어도 내부 중신들이 조조에게서 등을 돌릴 리 없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을까?

황제라는 이름은 거대했다.

그 조조가 관도를 잡고도 황제에게 충성하는 신하와 대립하기도 했고, 실제로 잦은 암살 기도에 시달렸다.

득과 실이 모두 공존했다.

차라리 황제가 죽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 현 조조군은 기틀만 다시 잡고 나면 아직 하북을 제압하지 못한 원소군보다도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조공은 불안전한 완전을 바라세요? 아니면 안전한 불완전을 바라시나요.”

“우문이군.”

소연이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조조는 은유적으로 발언한 소연을 바라보면서 코웃음을 치고는 좌중으로 시선을 돌렸다.

“완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것이 조조의 욕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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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황제를 옹립하는 건 196년의 일, 현 작중 시기는 193년 8월입니다.

이번에 개미인간 선생님에게 일러 하나 주문드릴 생각입니다 :)

여러분의 원고료 쿠폰, 일러로 치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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