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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와 나-182화 (182/343)

18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삼보의 난 전장은 점점 과열되기 시작했다.

“중앙을 그대로 돌파해!! 여포에게 뒤처지지 마라, 양익은 그대로 중앙으로 붙어!! 이대로 뚫는다!!”

관도에는 확실히 백파적의 거점이 있었다. 이것 또한 숱한 백파적의 진 중 하나일지는 몰랐지만, 벌써 며칠 내내 이 지방에서 벌어지는 전투로 보아 아마 본진이라 생각해도 무방하겠지.

적 병력의 규모는 추산으로만 이만이 넘었다.

몇 번인가 계속 기마로 흩어내려 했지만, 그 숫자에 매몰될 뻔한 적도 있었다. 아마 여포가 선두를 이끌지 않았더라면 돌파력이 부족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적의 숫자가 많았다.

예전에는 나나 운이가 중앙에 섰지만, 지금은 여포도 존재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총사령관이었기에 무턱대고 전선에 나설 수가 없었다.

전차에 올라 주변을 계속 살폈다.

“좌익, 너무 돌출한다!! 깃발 흔들어라!”

청기를 흔들어 좌익을 담당한 운이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와 별개로 확실히 사예주에서 직접 연주를 공략한 백파적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기병 전력에서 아군에게 밀리니 바로 밀집 방진을 짠다. 몇 번인가 그 주변을 흔들어보았지만 확실한 타격을 주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이번 전투도 주변에 늘어진 백파적의 병력을 짓뭉개는 정도로 끝났다. 중앙은 워낙 두텁게 대비하고 있어, 이렇게 측면으로라도 돌지 않으면 도무지 유효타를 넣을 수가 없었다.

전투가 끝난 이후 여포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적토마에서 내려 투구를 벗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걸 떠나 인중여포가 무슨 의미인지 아군으로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고생했어.”

“어, 주인아.”

여포가 고개를 돌려 던져준 수건을 받아들었다.

땀을 닦아내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적토마에 올라 방천화극을 든 모습은 정말 귀신 그 자체였는데, 또 이렇게 보면 한 명의 여인으로밖에 안 보였다.

“어땠어?”

“어, 응? 뭐가?”

그녀는 수건으로 땀을 마저 닦아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에 손가락으로 백파적의 본진이 있을 곳을 가리키니 그제야 헛웃음을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강해.”

여포는 그리 말하고는 수건을 다시 던졌다.

“어지간한 정예병과도 맞먹지 않을까. 대열도 생각보다 잘 유지하는 데다가, 뭣보다 겁을 안 먹어. 진짜 내가 작심하고 달려드는데 꿋꿋하게 전열을 유지한다면 그건 강병이지.”

땀에 젖어 따듯하게 익은 수건의 감촉이 손에 느껴졌다. 여포는 고개를 돌려 관도 일대를 둘러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필 강을 끼고 움직이는 데다가 고지를 먼저 선점해서 방어만 하는데 움직이기 좀 버겁더라고.”

“그래?”

확실히 먼저 고지를 잡고 방진으로 대치하는 상황. 아군 병력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전방위적으로 포위하며 기병으로 그 틈을 벌릴 수 있겠지만, 단순히 기병 이천으로는 저 방어 전체를 뚫기는 무리였다.

“일단 고생했어.”

일단 아군은 최대한 이 거점을 공략하며 연주에 퍼진 백파적이 관도 구원을 위해 회군하기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아, 주인아.”

등을 돌리려던 찰나에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여포가 이쪽을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려 잠시 그것에 시선을 빼앗겼을 무렵.

“오늘도 지휘 괜찮더라.”

“그러냐?”

그렇게 말해주니 다행이었다.

처음으로 맡는 총사령관의 직이었다. 물론 규모는 작다 하더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내 스스로 처리하는 일은 처음인 것.

여전히 불안한 것은 많았다.

한 번의 실수로 아군이 전멸할 수도 있었다. 조금만 잘못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참패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에 방심해서는 안 됐다.

그렇지만 이런 칭찬 정도라면야.

“너도 푹 쉬어라. 오늘은 내 호위하겠답시고 막사로 찾아오지 말고. 천하의 여포도 쉬어야 힘을 쓸 것이 아니야.”

“흥, 됐거든? 그러다 멱 따이면 어쩌려고?”

어차피 이 주변은 전부 아군이었다.

그런데도 멱이 따여?

“뭘 어떡해. 그게 운명인가 해야지.”

“웃기셔. 주인 모가지는 내가 지켜.”

내가 뭘 했다고 그리 마음을 쓰는가. 차마 그걸 묻지 못하고 적당히 손 흔들며 등을 돌렸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다.

이번 전투로 인한 사상자를 파악하는 것부터 물자의 재보급. 근래 들어서 이런 문제로 인해 나는 생각보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성실해질 필요는 없었는데.

그리 생각하며 막사로 돌아가려던 차였다.

“야, 주인아.”

“응?”

여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저 너머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백파적의 본진이 있는 곳이 나왔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저거 뭐냐?”

“……글쎄다?”

조금 전까지 아군과 싸우던 백파적이 또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번엔 조조군의 검은 깃발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 근방에 저런 깃발을 가진 군대가 있었던가.

“뭐야, 누가 오기로 했어?”

“그럴 리가 없어.”

하남윤은 아예 통솔하는 자도 없는 빈 땅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나마 근방에 있는 유표도 여기까지 손을 쓸 여력은 없을 것이고, 장안에서는 저들끼리의 내전에 눈이 돌아가 이 근방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기껏 나와서 한다는 게 도적 토벌?

그 자신들이 도적인데 말이 안 되잖아.

그러면 저 군대는 무엇인가. 멀어서 깃발의 표식이 제대로 보이지를 않았다. 이 근방에서 그나마 힘을 쓸 수 있는 상대라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원소도 아니고, 유표도 아니고… 아니, 잠깐만.”

하나 더 있었다.

하내 태수.

과거 하내의 태수였던 왕광은 원소에게 가담하여 넘어갔고, 새로 그 지방을 다스리던 이가 장양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왜?

“하내 태수면 여기 있을 법도 하다.”

무엇보다 가깝기도 하고, 사예주에서 그나마 지방관으로서의 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건 하내 태수가 유일하다시피 하니까.

“그럼 우리 여기 있는 거 들키면 안 되는 거 아냐?”

“문제는 없을 거야.”

애초에 이 지방은 하남윤. 그가 이곳에 있는 것도 이상하기는 했다. 여차하면 도적 토벌을 위해 넘어왔다고 넘겨도 그만이었지만, 갑자기 군을 이끌고 넘어온 그의 행보는 확실히 이상했다.

“일단 병사들 다시 준비시켜.”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 * *

장안에서의 거대한 내전.

성의 밖과 안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내전에 장안에서는 매일같이 수많은 난민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곳에 섞인다.

동승은 유협을 일부러 평복을 입히고 시종으로 위장시켜 장안에서 어린 소녀를 드디어 빼낼 수 있었다.

이각과 곽사가 주변을 살필 여력이 없는 것도 있었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그 삼엄한 경계를 뚫고 황제를 도둑질한 것이니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폐하, 조금만 더 견디시옵소서. 지금 마차를 수배하고 있으니, 조만간 옥체를 편히 뉘이실 수 있을 겁니다.”

유협은 그런 동승의 말에 딱히 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동승은 믿을 수 없는 자였다. 당장 지금 황제를 호위하는 병사들이 다 누구던가. 과거 낙양을 탈취하고 황제를 겁박, 전 황제이자 소녀의 언니를 폐한 동탁의 군사가 아니던가.

동승은 그런 유협의 반응에도 그저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이 꼬마가 까칠하게 굴어도 상관은 없었다. 이대로 장안을 벗어나 낙양으로 향한다면 황제라는 감투뿐인 이 어린 소녀가 대체 누구를 의지하겠는가.

“그럼 소인은 물러나겠사옵니다.”

그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유협은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메마른 대지.

최근 장안 일대에 비가 내리지 않아 흉년이 들었다더니, 정말 말 그대로 땅이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몸을 숨기기 위해 섞여 들어간 피난민의 표정은 어떻던가. 누구나가 죽지 못해 살아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황실이 온전했으면 이럴 일도 없었다.

“폐하, 지금은 옥체를 보전하시옵소서.”

“상시.”

그나마 유협이 유일하게 믿고 있는 중상시는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황제가 피난길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 주변은 전부 동승과 그 일파뿐이었으니 소녀가 믿을 상대는 몇 없기도 했다.

“당장은 저자의 혀 놀림에 놀아날 수밖에 없사옵니다만, 낙양에 도착만 한다면 주변으로 지방 관리들이 많이 있사옵니다.”

“그들이 짐을 도울까?”

낙양에서 동탁과 연합군이 맞붙었을 때도 결국 그들은 실패했다. 장안으로 자신을 끌고 도망친 동탁을 그들이 쫓아왔더라면.

그랬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당연히 도와야지요.”

상시도 그리 답하기는 했으나 확신은 없었다.

당장 지방으로 흩어져 황제의 간섭 없이 제 세력을 꾸리고 있는 이들이 황제의 귀환을 반길까.

“우선 하내 태수에게 먼저 서신을 몰래 보내두었사옵니다. 어찌 되었건 폐하께서 쓰러지시면 아무것도 되질 않사오니, 우선 옥체를 보전하시옵소서.”

“…상시만 믿겠다.”

동승만을 믿기에는 불안했다.

게다가 아직 황제가 사라졌다는 걸 모르는 이각과 곽사도 언젠가는 유협의 실종을 알아차릴 것.

그들은 반드시 유협을 추격하기 위해 군을 보낼 터였고, 그걸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소녀의 어린 신체는 몇 발자국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쳐왔다. 조그마한 몸이었지만, 그 몸마저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다.

하늘에서는 태양이 환히 내리쬐고 있었다.

여름의 무더운 날씨. 주변으로는 여전히 피난민의 행렬이 이어지는 풍경에, 황제라는 유협마저 말에 오르지도 못하고 터덜터덜 제 발로 길을 걷고 있었다.

이것이 황제던가.

제국의 주인이 이런 몰골이어도 되는가.

“상시. 한 제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애당초 넘어진 적도 없사옵니다.”

“그런 겉치레는 되었다. 그대도 눈이 있으면 보아라. 이 주변으로 백성들의 곡소리가 끊이질 않아. 황제라는 이는 그걸 돌볼 틈도 없이 도망치기 바쁜데, 이게 어찌 몰락이 아니야?”

분명 동탁은 원망스러운 원수였다.

하지만 그 난적이 전부는 아니리라.

이 한나라는 어디선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유협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황건적의 난을 시작으로, 아니면 그전부터.

민란은 이유 없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배웠다.

그러면 그 수많은 백성이 들고일어난 건 분명 어디선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는 뜻. 유협이 생각하기에 이 제국은 아주 예전부터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었다.

“짐이 낙양에 도착하면 제국은 다시 일어나?”

“폐하.”

“짐이 다시 황제다워지면 이 제국이 부활할까? 상시. 나는 그럴 거 같지를 않아. 그게 너무 두렵고도 불안해.”

앞날에 확신이 없다는 게 이리도 불안하구나.

그저 황궁에 갇혀있을 뿐인 허수아비 황제였기에 몰랐었다. 소녀는 스스로 대지에 발을 디디며 일어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깨달았다.

미래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여.”

제 발로 직접 걷는다는 것.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이 이리도 무서울 수가 있던가. 한때는 이것을 그리도 바랐는데, 정작 때가 되니 무서웠다.

답답했다.

이 작은 몸은 여전히 거추장스러웠다.

제 발로 걷는다는 것은 이리도 어려웠구나.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이리도 불안하고, 앞으로 있을 일을 상상하는 건 이렇게도 막막한 일이었구나.

“짐은 몰랐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폐하….”

장안을, 그 저주스러운 황궁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기쁘지 않았다. 줄곧 바랐던 자유가 자유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또 다른 굴레에 엮여 들어가는 기분.

더럽고 찝찝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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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게임을 많이 해보기는 했지만, 이 작품 같은 경우에 별도 시뮬레이션은 안 돌립니다. AI는 조조군으로도 망하기에... :(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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