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81화 (181/343)

18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삼보의 난 진류 내부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게 흘러갔다. 주로 조홍의 주도하에 몇 호족과 관료를 잡아들일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들 중 백파적과 내통한 이가 있다는 것.

이미 아군 병력의 상세 개요까지 전부 넘어갔을 터. 아직 구체적인 전략을 정해두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다행이기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안 그래도 백파적의 숫자가 많았다. 물론 체계적인 기병 전력을 운용하니 전투력 면에서는 아군이 우위에 서겠지만, 이런 불필요한 피해로 번질 일은 사양하고 싶었다.

“이때까지 숨죽이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

조홍도 마찬가지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영지의 태수는 조홍이었다.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불미스러운 사태는 조홍의 책임인 것.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일단 내부 단속부터 시작하죠.”

“알고는 있는데, 그걸 고려하더라도 솎아내는 게 쉽지는 않아. 이 문제는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반대로 그러다가는….”

“진류 바깥이 초토화되겠지.”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진류성 바깥으로 백파적이 더 날뛸 터.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보내면 이 주변 진류에서의 영향력 전부를 빼앗기고 만다.

지켜주지 못하는 관리에게 따를 백성은 없다.

“우선 다 잡아들일까? 일단은 구금시켜놓고, 전쟁이 끝난 이후에 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

“전시라면 뭐 문제는 없겠지만.”

단지 걱정되는 것은 그 와중에 무고한 이가 섞여 있을 확률이 있었다. 게다가 명확한 증거도 없이 엮어 넣는다면 그 뒤의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까.

“오라버니, 아니면 차라리 기병대만 이끄는 건?”

“기병만?”

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당분간 본대가 움직이기 힘들다면, 기동력이 장점인 기병만으로 선행하죠. 그러면 아군의 목적지가 어딘지 새어나간다 하여도 문제는 없잖아요?”

나쁘지는 않았다.

우선 기병을 운용하여 각 현으로 뻗어있는 백파적 무리를 격파. 그렇게 시간을 지연하는 동안 진류성의 내환을 잠재운다면, 그때 전면전을 벌여도 늦지는 않았다.

“아니, 주인아. 그냥 나가서 싸우면 안 돼?”

여포는 이 모든 대화에 의문을 표했지만, 내가 정정하기도 전에 그녀의 곁에 서 있던 장료가 먼저 손을 뻗고 그녀를 제지했다.

“누이야. 그러기엔 뒤가 찝찝하잖어?”

“그런가?”

당장 조홍을 포함한 아군 전 병력이 진류성을 비우면 백파적과 연합했을 기존 장막의 수하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명백했다.

백파적을 무찌르자고 움직였다가 자칫 잘못하면 본 거점인 진류성을 잃을 수 있었다. 차라리 기동력을 살려 군을 움직이는 한이 있더라도 본대는 당분간 움직여서는 안 됐다.

“거참, 복잡하네.”

“그러게나 말이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는데.

특히 이런 복잡한 정치적인 문제는 보통 소연 아씨가 도맡았고, 그녀와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전부 사마의가 대신 생각해주었다.

어떤 의미로는 처음으로 사령관이 된 전투.

“방삼아. 넌 남아서 조홍 태수님을 도와라. 장료와 조운, 둘은 날 따라오고. 우선 이천 기병이 있으니 그 전력만이라도 살린다.”

이천의 기병 전력을 최대한으로 살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진류성 자체를 비울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이상에는 소수로 확실하게 움직이겠다.

진류성의 서부.

사예주와 경계를 맞댄 산조현과 준의현 일대로는 사실상 백파적의 영역. 양쪽으로 군을 돌릴 수 없다면 그들의 전력이 뭉치기 전에 기병 전력으로 크게 휘저으며 시간을 번다.

사마의나 소연 아씨라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잘 모르겠다.

솔직히 그들보다 더 나은 방침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질 않았다. 소연 아씨는 물론이고, 사마의 그 꼬마도 지식만은 나보다 풍부한 계집애였으니까.

그러니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응? 주인아, 난 어쩌고??”

“뭘 어떡해.”

자신을 가리키는 여포에게 픽 웃어주었다.

“내 몸종이라며?”

“그렇지.”

그거면 됐지, 뭘.

어차피 따라올 것이 뻔한데도 저리 확인하려 드는 게 우스워서 적당히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돌렸다.

구성원과 방침은 정해졌다. 우선 해야 할 일도 명백했지만, 반대로 조금 더 확실한 수단은 없을까. 차라리 이 사태의 본을 쳐낼 수만 있으면….

“백파적의 소재는 아직 안 밝혀졌나?”

차라리 칠 수 있다면 그 거점 자체를 공략하여 시선을 돌리는 방법도 유효할 것 같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예주 인근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에 핵심을 꼽기가 곤란했다.

“우선 관도 부근에 자주 모습을 보인다던데요.”

“관도?”

운이에게 되물으니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예주로 넘어간 부근이에요. 아무래도 진류와 가깝기는 해서, 그 부근에서 종종 보인다는 정보는 있었어요.”

사예주라.

그곳은 아직 우리 관할지가 아니라서 쉬이 넘어갈 수 없었다. 물론 당장 그 지방을 다스려야 할 황제 자체가 장안으로 이주했기에 사실상 공백이긴 했지만, 나중에 어떻게 책잡힐지 모를 일.

어떡할까.

“우선 주변만 정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운이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렇지만 연주의 틀 내에서만 움직이면 결국 계속 선수를 빼앗기게 된다. 사예주가 무엇이고 하남윤이 별거인가? 어차피 주인 없는 땅에 불과한 것인데.

조조라면 어떻게 했을까.

소연 아씨라면?

“준의현만 거치고 바로 관도로 가자.”

“네? 그치만 거긴.”

행정구역이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이 근방에서 아군에게 딴지를 걸 수 있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조조가 내게 내렸던 명령이 무엇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그저 아군에게 도전한 모든 적을 짓밟아라.

“책임은 내가 진다.”

말머리를 돌린다.

지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관도는 분명 하남윤 중모현 인근의 강하 지역이었다. 수로를 통해 계속 연주로 넘어오는 적을 상대하려면 이쪽도 그만한 강단을 보여야 했다.

“조홍 태수, 그걸로 문제는 없겠지요?”

“뭐, 괜찮지 않아? 아마 언니도 그렇게 했을걸.”

그러면 됐다.

물론 전부 일소할 생각은 없었다. 우선 기병 전력으로 당장 직면한 문제인 준의현 부근을 정리하고 그대로 남하하여 관도를 친다.

현장의 권한을 전부 일임한 건 그런 이유겠지.

“여포, 선봉은 너에게 맡기고 싶어. 가능할까?”

“주인이가 말하면야 뭐, 못 해줄 것도 없지.”

아군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고 하면 여포를 꼽을 수 있었다. 적일 적에는 공포 그 자체였던 여포를 선두로 한 기병 전술.

아군이면 이보다 든든할 것도 없겠지.

“그러면, 포상은 줄 거야?”

“어감이 이상하거든?”

“에이 뭐 어때. 안 그래?”

자꾸 엉겨 붙는 여포를 슬쩍 밀어냈다. 안 밀어내면 운이의 표정이 지금 이상으로 찌푸려질 것만 같으니까.

저저 봐라, 지금도 얼굴 빨개졌잖아.

* * *

연주에서는 때아닌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에 가려진 음지에서 조용히, 그렇지만 명확하게. 천천히 독니처럼 옥죄는 이는 그간 조조에게 반발했거나, 혹은 그럴 여지가 있는 이들에게 점점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진소연,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변양 어르신.”

소연은 연주에서 관록이 깊으면서 이 지역의 주요 토호 중 하나였던 변양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포위한 병사.

“조조가 시켰는가? 이 변양의 목을 가져오라고? 저한테 반항하는 이들은 전부 쳐내라고?”

“너무 과하셨습니다.”

이번 반란은 단순히 장막 혼자서 벌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역사처럼 진궁이 도왔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했다. 분명 누군가, 그것도 연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들의 지지를 얻었기에 가능했을 일.

변양은 그 모든 조건에 맞는 인사였다.

지긋이 나이를 먹어 주름진 얼굴이 보였다. 그간 얼마나 이 지역을 위해 힘썼을까. 그 노력만은 인정할만했지만, 그 과정에서 조조에게 반발한 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난 장막에게 호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항하지도 않으셨겠지요. 어르신 정도 되시는 분이 왜 이러세요? 당신께서 침묵하시는 것은 곧 긍정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 것을.”

“그래서, 이제 조조에게 거슬리는 이들은 전부 쳐내겠는가. 협력이 아니라 지배, 그렇게 모든 걸 발아래 깔아뭉갤 생각이더냐.”

필요하다면 그럴 생각이었다.

앞으로 있을 일에서 불안요소는 전부 지워내야 했다. 이 앞으로는 천하의 정세를 놓고 결전을 벌일 터. 고작 연주 하나에 고전하고 있다가는 끝이 없다는 걸 조조와 소연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배은망덕하구나. 갈 곳 없던 너희를 받아준 곳이 연주라는 걸 그새 잊었는가. 망나니처럼 날뛰더니, 이제는 원래 연주에 자리한 이들을 전부 밀어내겠다고?”

“억울하십니까?”

그 말에 변양이 끌끌 웃으며 고개를 떨궜다.

“억울할 것이 뭐 있겠느냐. 약하면 당해야지. 암. 단지 통한스러울 따름이다. 도적과 다를 게 없는 너희를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유대가 죽은 이후 진궁과 포신의 권유로 조조를 받아들인 것이 실수였다. 이제 조조는 제 위력을 기반으로 기존 연주의 세력을 전부 밀어버리고 제 세력으로 채우려 들었다.

처음은 이방인이었다.

그런 이들을 연주가 구원했다는 공로를 인정하여 연주목으로 떠받들어주었더니, 이제는 연주 전체를 꿀꺽 삼키려 들었다.

“네들 하는 짓을 보아라. 너희가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망나니처럼 날뛰는데 연주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용납하겠느냐? 그런 당연한 불만을 이리 힘으로 찍어누르겠다고?”

“예.”

“멍청한 것. 그렇게 전부 죽일 셈이냐?”

필요하다면.

어차피 조조는 본래 역사보다 더 강해졌다. 여기서 더욱 그 영향력을 넓히며 조조군 내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질 생각이었다.

전호도 소연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 둘의 다른 점은 단 하나.

전호는 조조의 독단을 막아내기 위해 조조군 내에서 입지를 구축하고자 했다면, 소연은 반대로 조조군의 통일까지 함께한 이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르신, 용서를 구하진 않겠습니다.”

“용서? 그럴 생각은 있고?”

없다.

용서를 구해 무얼 할까. 어차피 죽을 사람에게 용서를 비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도 없었다. 소연은 답하는 대신 손을 들어 살짝 손짓했다.

조금씩 다가오는 병사들의 모습.

변양은 그런 소연을 바라보면서 이를 갈았다.

“너희의 그런 독단이 어디까지 갈 것 같으냐.”

“마지막까지 가겠지요.”

목표는 천하 통일이었다.

우선 조조를 도우면서 동시에 제 입지를 다진다. 이만한 공로, 이만한 공적이 있다면 조조도 이후 그녀의 제안이나 의견, 정책을 쉬이 무시할 수 없으리라.

“이렇게 시체를 쌓고, 쌓아서, 그 마지막엔 무얼 쌓겠느냐? 마음에 안 들면 죽이고, 적이면 죽이고, 단순한 대립에도 죽인다면 결국 그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이고.”

“모든 것이 남습니다.”

애당초 그의 죽음이 무엇이라고? 현 천하에서 나름 이름을 날린 명사라고 하여도 그뿐. 천하를 넓게 보면 변양 또한 일개 인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 죽음 또한 사소한 것.

앞으로 있을 먼 미래, 그 뒤로 이어질 역사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피해는 우습지도 않은 것이었다.

중요한 건 소연 자신이 살아있는 지금.

“어르신을 모셔라.”

“예.”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변양은 주먹을 쥐고 탁자를 내리쳤다. 그 위에 놓여있던 찻잔이 충격으로 나뒹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청량하게 깨지는 파열음이 들렸다.

“저주한다. 네놈들이 앞으로 할 일, 이룰 것. 전부 저주한다. 너희도 결국 우리와 같은 꼴을 겪을 것이야. 아무렴. 이건 예언이다.”

“모셔.”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안에서는 비명이 들렸다.

“멍청한 영감이.”

저주? 그녀는 그런 것을 두려워할 생각은 없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미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선이 무엇인지도.

소연은 조조와 함께 시체의 산을 쌓으리라.

그리고 그것을 토양 삼아 이윽고 이 시대 최대한의 낙원을 만들 생각이었다.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는 공공의 복지. 물론 현대 수준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이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수혜를 베풀리라.

그게 약속이었다.

이런 몇몇 희생에 주저할 것 같은가.

“덥네.”

여름이 한창이었다.

벌레가 찌르르하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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