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삼보의 난 동승은 어린 황제와 대면하고 있었다.
이각과 곽사의 대립이 점점 심화 되는 와중에 그들에게 완전히 밀려난 그에게 남은 수단이라고는 황제를 통한 일발 역전.
반면 유협은 그런 그를 이용해 군사력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었다. 서로가 이 장안에서 억눌린 이들이었기에 비로소 만날 수 있었던 자리.
동승은 황제에게 무릎을 꿇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래, 그대가 짐을 만나고자 했다고.”
“예.”
동탁이 황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았었다. 이각과 곽사는 제 힘에 취해 황제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었지만, 황제야말로 제 권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핵심이었다.
멍청한 것들.
동승은 속으로 그 둘을 무시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 아직 연약하고 가녀릴 뿐인 소녀였지만, 그 소녀에게 쥐어진 직함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제국의 황제.
수백 년이나 이어진 제국의 역사, 그 정수.
그 모든 것이 저 어린 소녀에게 이어진 것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우습기도 했지만, 대놓고 웃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래, 말해보거라.”
반면 유협은 최대한 진중한 자세를 취했다.
동탁부터 이어진 굴레. 소녀는 그 안에서 타인에게 무시당하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배다른 언니가 어떻게 죽는지를 보았으니까.
“폐하, 자질구레한 궤변으로 귀를 어지럽히지 않겠습니다. 지금 현 장안의 상태는 최악이고, 이각과 곽사의 내전은 그칠 기미가 없사옵니다.”
“…알고 있다.”
그녀에게도 눈과 귀가 있었다.
하물며 그들은 황궁 인근에서마저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유협 본인을 놓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꼬락서니에는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황제가 물건이던가.
이 제국이 언제부터 도적의 것이었는가.
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서로 황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싸우고 있는데도 당사자인 유협에게는 힘이 없었다.
나약했다.
“폐하,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이 종묘사직의 전부를 저 천한 도적놈에게 빼앗길 수 있사옵니다.”
유협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는 네놈도 그 도둑놈 중 하나였지 않은가. 그 내전에서 진즉에 탈락하였다는 것을 정녕 모르리라고 생각했을까.
뻔뻔하게 저리 말하는 모습에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으나, 저런 이라도 현 황실과 유협에게는 분명 필요한 자원이었다.
“그런 말을 하러 왔느냐?”
“낙양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사옵니까.”
“낙양?”
그곳은 갑자기 왜.
낙양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과거 찬란히 빛나는 한 제국의 정수가 모인 곳이었지만, 그것은 이미 동탁의 손에 흔적만 겨우 남긴 채 불살라진 장소.
“낙양은 천하의 중심이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 다시 낙양으로 돌아감으로 주변 제후에게 폐하와 종묘사직의 건재함을 알릴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그렇지만 그곳에 무엇이 있다고?”
그 말에 동승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어디든 좋았다. 낙양으로 간다면 주변 제후의 힘을 빌릴 수 있었고, 그러면 장차 황제를 보필한 자신의 권위를 챙길 수 있었으니까.
자신이라고 낙양에 아무것도 없는 걸 왜 모를까.
단지 현 장안에서는 이각과 곽사의 기세가 너무 대단하여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동승이 일발 역전을 노리고자 한다면 우선 장안을 벗어나야 했고, 그 주변 제후의 힘을 빌려 황실을 다시 세운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상징이옵니다! 폐하께서 한의 수도로 돌아오셨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주변 제후에게 아직 황실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사옵니다. 장안보다 중원에 가까우니 장차 중원의 신하들이 폐하를 구하고자 구름처럼 몰려오지 않겠사옵니까.”
“구름처럼, 이라.”
그런 이들이 그리 많았다면 짐은 왜 아직 이러고 있는가.
우스운 말이었지만, 그걸 제외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나쁜 소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장안에 유폐되다시피 한 현상보다는 분명 나을 터.
“일단 물러가라. 다음에 따로 사람을 보내지.”
“예, 알겠사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물러갔다.
동승이 떠나는 걸 천천히 전부 지켜본 뒤에야 유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작자의 농단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걸까 싶어서, 그게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쯧, 예절의 예도 모르는 것이.”
황제에게 쉬이 등을 보이는 예법이 어디에 있던가.
“상시, 네가 생각하기엔 어때.”
“나쁘지는 않사옵니다.”
도박이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을 유지하다가는 결국 사태에 매몰될 뿐이었다. 제국의 미래와 안녕을 이런 두 도적놈의 내분으로 말아먹을 바에는 차라리 행동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저놈을 믿을 수 있겠어?”
“그는 제 보신에는 괄목할 대상이 있는 자이옵니다. 적어도 아예 불가능할 일이라면 시작도 안 할 작자. 적당히 권력만 쥐여준다면 입을 다물 인간이옵니다.”
그렇다면야.
이대로 있다가는 메말라 죽을 지경이었다.
너무나도 답답했다. 황궁에 갇혀 꿈쩍도 못 하는 일상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가능하다면 바깥으로, 그리고 다시금 황실과 제국의 권위를 되찾고 싶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황궁 바깥으로.
장안을 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 * *
속이 울렁거렸다.
하여간 무슨 술을 그렇게 진탕 마시는가. 조홍도 조홍이었지만, 무엇보다 운이랑 여포가 마시는 속도에 따라갈 재간이 없었다.
나를 옆에 끼고서는 술로 싸우는데, 우와.
말을 말아야지.
장료 그 인간도 문제였다. 상관이 그런 꼴을 당하면 말려야지, 옆에서 낄낄거리며 부추기는 거 무슨 꼴이던가. 방삼이 그놈은 진즉에 나가떨어졌으니, 사실상 어린 양이 늑대에게 던져진 꼬락서니였다.
“끄윽, 어우 시발.”
더 버티다가는 내일이 무서워 먼저 도망쳤다.
무엇보다 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이제는 군의 수장이 되었으니, 적어도 병사들에게 불합리한 명령을 내리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만 했다.
사마의가 쥐여준 손자병법의 사본을 쥐었다.
일단 저 별관에서는 책이고 나발이고, 그런 걸 읽다가는 붙잡혀서 술만 진탕 먹여질 것 같기에 우선 조홍이 내준 별실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여긴 뭐 시종도 안 돌아다녀?”
아무리 밤이라지만 태수가 아직 깨어있고 타지에서 온 손님도 있는데, 당연히 몇 시종은 대기하고 있어야 정상 아닌가?
너무 조용한 게 영 이상했다.
벌레가 찌르르 우는 소리. 스산하게 부는 밤바람의 소리만 들렸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박거리며 밟히는 발소리.
그렇게 조금 걸었을까.
저 멀리에서 한 무리의 병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긴, 이런 관청에 경계하는 파수병도 없다는 게 말이 되질 않지.
아무렴.
“이봐, 고생들이 많네.”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술기운에 얼굴이 뜨거웠다. 왼손에는 책을 쥐고 있었기에 오른손을 들어 인사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런 시간에도 파수나 돌고 말이야. 진류 쪽은 봉급이 제때 나오긴 하냐? 조홍 저 인간이 그런 거 떼먹을 사람도 아니긴 한데.”
밤바람이 뜨겁게 달아오른 뺨을 식힌다.
“그런데 말이다.”
거기까지 말하고는 오른손을 허리춤으로 옮겼다.
“니들, 어디 소속이냐?”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나. 무슨 이 시간에 도는 파수꾼이 스물이 넘게 뭉쳐서는 완전무장을 하고 있어. 말이 안 되는 소리잖아?
순간 저 뒤편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까 전까지 우리가 술을 마시고 있던 별관 방향. 나만 노리고 움직인 건 아닌 듯한데, 당일 밤부터 움직인다는 건 이미 전부터 오래 계획하고 있던 일이라는 소리겠지?
우습지.
“어디 소속인지는 말할 생각 없나?”
“쳐라!!”
이거 참, 대화라는 유익한 수단을 놔두고 왜 이리 폭력적으로 구는지. 내가 요즘 책을 좀 많이 읽어서 아는데, 자고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제일이라 하더라.
손자병법에 쓰여있었으니까 맞겠지.
그리고 이게 그 손자병법의 힘이다.
“으챠!!”
왼손에 쥔 책으로 달려오던 적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 자세를 이어 우측에서 달려드는 이의 배에 발차기를, 한 바퀴 돌아 살짝 물러나며 오른손으로 허리춤에 찬 청강을 뽑아들었다.
“무슨 원한이 그리 많아 이러는 거냐.”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묵언 수행이라도 했는지 그저 매섭게 이쪽을 노려본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원한을…, 뭐 안 살 정도로 깨끗하게 산 기억은 없어도 습격당할 정도로 큰 원한을 산 기억은 없는데.
“내가 많이도 컸나 보네.”
이런 일은 보통 높으신 분들이나 당하는 건데, 생각해보니까 동군의 군승과 도위를 겸하고 있으면 높으신 분이 맞긴 했다.
고작 4년.
아가씨와 만나고 고작 4년 조금이 지났다.
그 4년 사이에 병주 일개 도적 두목에 불과하던 내가 이렇게 암습까지 당하는 높으신 분이 되었다. 그게 우습기도 하고 어이도 없지만, 우선 살아야겠지.
뒤편에서 벌어진 소란이 걱정이긴 했다.
운이도 여포도, 심지어 조홍이나 장료도 녹록한 이들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취한 상태에서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냐.
아니, 일단 내 걱정부터 할까.
그들은 주춤거리면서 내게 조금씩 접근하고 있었다. 왼손에 든 손자병법이 조금 방해였지만, 책은 소중히 하라던 꼬맹이의 말이 떠올랐다.
뭐 사실, 한 손만 있어도 충분하지.
“스물? 웃기지 않냐.”
진류 관청에까지 이리 침입했다는 건, 기존에 어느 정도 진류에 익숙한 이들이라는 소리. 그 말인즉슨 이들은 기존 장막의 수하일 확률이 높았다.
내가 장막을 죽일 때가 몇 명이었더라.
“장막 그 인간을 죽일 때가 조금 더 많았을 거 같은데.”
몸이 성치 않은 와중에도 이 정도 숫자는 대수롭지 않게 베었는데, 하물며 완전한 상태에서 이런 놈들에게 뒤를 잡힐까.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쳐라, 잡아 죽여서 그분의 원한을 갚아!!”
정답.
먼저 우측에서 다가오는 이를 베어냈다. 왼쪽에서 달려드는 이는 발로 걷어차 쓰러뜨리고, 베어낸 자세 그대로 팔을 몸에 붙여 정면을 향해 찌른다.
이것만 해도 벌써 둘은 죽었다.
몇 번인가 반복한다.
뒤로 돌아들어 아예 포위하려 들기에,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서도 달려드는 이들 하나하나를 전부 베어낸다.
이런 상황에서 포위만 당하지 않으면, 결국 정면에서 달려들 수밖에 없는 이들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고, 상대의 검을 쳐내기를 반복했다. 숫자는 제법 많았지만, 몇 번인가 계속 교전하는 와중에 어느덧 적의 숫자가 셋밖에 남지 않았다.
“항복?”
“죽어라, 조조년의 더러운 노예 새끼.”
노예라니, 생긴 건 이래도 동군의 군승 겸 도위인데.
남은 이들이 독기를 품고 달려들었다. 물론 독기를 품건 말건 어렵지 않은 상대였기에 전부 베어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정작 전부 죽이고 나니 허무하기도 했다.
적어도 배후는 캐냈어야 했나.
“아니지, 아니야.”
배후는 개뿔.
어차피 이 진류성 자체가 장막의 심처 같은 곳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배후를 찾아 무얼 할까. 구태여 찾으라면 이 진류성 전체를 불태워야겠지.
“권력이라는 게 좋지만은 않네.”
적어도 일반인일 적에는 이런 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높으신 분들처럼 호위병을 데리고 돌아다녀야 하나?
그런 대단한 인간이 되어버린 거냐.
“주인아!!”
“오라버니!”
저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포와 운이가 각각 무기를 잡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까지 뒤쪽에서 들리는 소란이 멈췄다.
내 전투에 신경 쓰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둘 다 괜찮나?”
“우리야 뭐, 그것보다 주인은?”
픽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 쪽도 문제는 없었어요. 숫자는 조금 많기야 했는데, 애초에 모인 사람들이 사람들이니까요. 그것보다 오라버니는 정말 괜찮으세요?”
“한 군데도 안 다쳤….”
아, 시발.
“책이 피에 젖었어…….”
“그 정도면 괜찮네요.”
아니 뭐가 괜찮아. 이거 한 권밖에 없는 거라고. 사마의가 분명 깨끗하게 해서 가져오지 않으면 화낼 거라고 으름장을 놨는데.
게다가 아직 반밖에 못 읽었다.
“하여간, 자꾸 어딜 싸돌아다녀? 안 되겠네. 주인이는 이제 앞으로 내 뒤만 쫄쫄 따라다녀. 알겠냐?”
“어이가 없네?”
그러면 화장실은 어떻게 가라고.
뭐, 그런 건 뒤로하고 살짝 고개를 돌려 쓰러진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스물하고 둘. 아마 별관을 습격한 이들까지 합하면 숫자는 훨씬 많겠지.
“조홍 태수는 뭐래?”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우선 수습하고, 이 뒤에 당장 군을 움직이기보다는 솎아내기부터 해야겠다고.”
당연하지.
이렇게 내부의 적을 두고는 전쟁도 불가능했다.
아직 연주 반란의 영향은 남아있었다. 전부 걷어냈다 생각했던 불똥도 이런 식으로 불길로 바뀌고는 하는 법.
“아무튼, 당분간은 호위 달고 다녀라.”
“그건 오라버니가 해야 할 일이고요.”
착잡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네.
언제부터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됐다고. 그것이 우습기도 했지만, 반대로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는 역할이 되었다는 건 안타까웠다.
“우선 들어가자.”
일단 피 튄 옷부터 갈아입어야지.
“어딜 들어가? 아직 적이 남았을지도 몰라. 우선 병사부터 끌고 들어와야 하는 거 아냐?”
“지금 시간을 생각하자고. 지금 갑자기 성 바깥의 군사를 몰고 들어오면 더 혼란스러워진다. 우선 내일 아침까지는 별관에서 머물고, 다음에 생각해.”
백파적만을 몰아내면 될 거로 생각했는데, 그 당일에 바로 암습당한 걸 보아 생각보다 사태가 복잡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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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이자 진리 아닐까요 :)
어린 황제도 곧 등장하겠네요.
이 작품에 점점 어린 등장인물이 늘어나는 것만 같아서 조금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린 캐릭터 많이 등장시키면... 아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