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77화 (177/343)

17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삼보의 난 소연이 생각하기에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가장 빠른 길을 놔두고 구태여 돌아갈 필요가 있던가. 조조의 방식이 다소 과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게 가장 천하 통일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서주 공략은 비록 실패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얻은 건 많았다. 조조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했으며 서주의 발전기반도 무너뜨렸다.

서주 대학살을 벌어지 않으면서 이만큼 이뤄냈다.

“세력 내 파벌을 만들겠다는 소리야?”

“이번 조숭 그 늙은이의 일도 있고.”

전호의 말에 소연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조숭의 사건은 소연도 수긍하고 침묵했던 일. 그것을 차후 전호에게 설명하려 했으나, 반대로 그가 묻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그 개요를 설명할 일이 없었다.

“그건 말이지….”

“아니, 어차피 알고 있는 일이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벌어진 일에 대해서 따질 생각은 없었다. 조숭의 죽음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전호는 그 죽음 자체보다 그 후에 있던 일에 초점을 잡았다.

모두가 조조의 의견에 수긍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당장 연주와 예주에서 조조에게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관료가 누가 있던가. 기껏해야 호족? 그런 이들이 관청에서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던가?

아무도 없었다.

특히 이번에 진궁 선생이 조조군 이인자의 자리에서 실각한 뒤로는 더욱. 이번 원정에서 그녀가 선봉에 서 직접 군을 지휘했다고 들었으니, 어쩌면 소연 또한 그 의견에 수락했다는 뜻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답이 나왔다.

“물론 단순한 구상이야. 실현까지는 가능성도 적을뿐더러, 조조 그 양반이 지금이야 적당히 넘겨준다지만 언제 칼을 빼 들어도 이상하지 않고.”

전호가 생각하기에 지금이야 조조가 그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의견도 경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그 마음이 식는다면. 그때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줄까.

확실하게 조조도 대하기 어려워할 세력이 필요했다.

“지금은 내부에서 흔들 때가 아니야. 빠르게 기준을 잡고 적어도 천하에 조조에게 대적할 자 없어졌을 때. 거기까지는 빠르게 성장해야 해.”

“빠르게 가려고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해?”

자리를 차지하는 건 좋았다.

안정을 찾는 것도 좋았고, 평화를 추구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거기에 다다르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족할까.

게다가 문제가 또 하나.

“조조가 과연 그 자리에 올랐을 때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거기까지 오른 조조가 과연 뒤를 돌아봐 주겠어?”

전호에게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그 바닥에 흘리는 것이 무엇인가. 그걸 생각해보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안전장치를 설정해둬야만 하지 않을까.

“그건 내가….”

그는 작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일로 전호는 한 가지 깨달았다. 소연은 기본적으로 일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렇기에 조조와 어느 정도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아가씨도 조조에게 긍정했잖아?”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살짝 망설이는 느낌.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전호 또한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그는 거기서 한 가지 깨달았다.

분명 자신은 그녀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방식은 달랐다.

“나도 그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야. 정말로 그 여자가 일선을 넘으려 한다면 반대할 거고, 실제로 지금 영향력도 조조군에서 확고하게 다지고 있어.”

소연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설령 조조가 다른 생각을 품더라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쉬이 내칠 수는 없을 거야. 그 정도까지 올라갈 생각이고.”

“그러니 기다려라?”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더 성장해야 해.”

그녀는 말했다.

아직 천하는 혼란한 과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세력을 넓혀야만 그 뒤가 편해지고, 그렇게 정세가 안정된다면 그 뒤에 일을 진행하더라도 늦지 않겠느냐고.

물론 그것도 일리는 있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논리였다. 전호라고 막연한 이상론을 떠들 생각이 아니었다. 더 많은 이들이 이득을 본다면 과감히 결단하는 것도 지도자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통하지 않더라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은 조조에게 알려야지. 그런 것이 모두 합쳐져서 완성되는 게 정치라는 거 아닌가?”

조직은 우두머리 하나로 돌아가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그러면서도 같은 목표를 위해 힘쓸 수 있어야 말로 진정한 조직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러니 이런 역할도 필요했다.

그것이 정치라고 듣고 배웠다.

물론 지금 당장 그에게 쥐어진 건 적었다. 조조가 그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그녀 개인의 감정이 있기 때문이지 결코 영향력이나 권력이 강한 탓이 아니었다.

“…나로는 부족하니?”

“그건 아니야.”

소연은 분명 잘 해내고 있었다.

최근 서주에서의 전투도 그렇고, 그 전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그녀는 내정 부분에서 조조와 함께 손을 맞잡고 연주와 예주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는 상황.

사실상 조조의 가장 큰 동반자인 셈이었다.

소연은 앞으로도 조조의 동반자 역할을 맡게 되리라. 그렇기에 그는 생각했다. 소연이 조조와 합을 맞추고 나아간다면, 뒤에 남겨진 자신은 조금 다른 방향성을 노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

“못 믿는 게 아니면, 왜 네가 움직여. 그냥 지금처럼 날 믿어줄 수는 없는 거야? 나라고 누군가가 죽는 건 싫어.”

누군가.

소연은 그리 말하면서도 내심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누군가는 말 그대로 자신 주변에 있는 누군가였다. 본 적도 없는 사람,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목숨까지 고려했던 적은 딱히 없었다.

제 주변의 사람도 지키기 버거웠으니까.

살인과 폭력이 만연한 천하.

이런 세계에서는 제 주변 사람의 안위를 챙기기도 벅찼다. 한 발 잘못 내디디면 바로 생사가 오가는 곳이 현 천하의 양상이었다.

뭐가 나쁜가.

우선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게 뭐가 나빠.

그녀라고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언젠가 조조가 천하를 쥐었을 때, 그녀가 권력에 취해 폭주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심은 언제나 품고 있었다.

일정 부분은 양보하되, 챙길 것만 챙기면서 그녀의 폭주를 억제한다. 그렇게 조조가 천하를 쥐었을 때, 그때 비로소 그와 나누었던 약속을 지킨다.

가능했다.

조조라고 비이성적인 야만인이 아니었다.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공유한다면 그녀라고 반대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만큼은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행동하고자 했다.

“지금은 무리해서라도 나아가야 해.”

“그 뒤에 찾아올 피해는?”

그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전쟁에는 피해가 따라. 특히 지금처럼 제힘을 과시하며 우후죽순으로 세력을 불리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러니 그 전쟁이 더 길어지기 전에 쳐낸다.

기존 삼국지와 게임의 역사를 알고 있었다. 북쪽의 원소는 어차피 정해진 수명이 있었다. 남쪽으로 손가라던가 유표 등이 세력을 불린다고 하여도, 결국 하북까지 점령해버리면 적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그때는 정말 60년이 넘는 대전의 시작이었다.

전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누가 보지? 초장에 미리 진압하지 않으면 결국 전화의 불길은 확산할 뿐이었다.

물론 이 전부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미래에서 왔노라고?

미친년이 따로 없었다.

“지금의 피해는 그 미래에 있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작업이야. 자잘한 피해에 고집했다가는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는 거야. 그걸 알아줘.”

“그러니까 지금은 조조에게 순응하라고.”

“알잖니?”

소연은 그리 말하며 전호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방금 자잘한 피해라고 말했다. 피를 흘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천하에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즐비한 지금, 어쩔 수 없는 피해에 눈을 돌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표현이 거슬렸다.

자잘한 피해.

사람의 목숨, 특히 인명이 걸린 문제를 그리 가볍게 치환해도 되는 걸까. 이게 진정 옳은 일일까.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조금 달라졌다.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 *

연주와 사예주로 이어지는 경계.

기본적으로 동탁의 이전 이후 낙양의 모습은 큰 폭으로 바뀌었다. 과거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하던 수도의 모습은 눈씻고 찾아볼 길도 없는 것.

거기에 남은 이들이라고는 삶의 터전을 버리지 못한 백성. 그리고 과거 수도의 찬란함을 잊지 못한 망자.

하나 덧붙여 그런 이들을 약탈하는 도적뿐이었다.

황건적에서 이어지는 흑산적의 계파 중에서도 특히 사예주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이들을 백파적이라 불렀다. 흑산적과는 궤를 조금 달리하는 이들은 낙양의 공백에 가장 크게 활개하고 있던 상황.

그러던 와중에 장안에서의 난이 벌어졌다.

삼보의 난이라 불리는 그것은 백파적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을 만들었다. 장안 인근으로 세력을 넓히자는 부류와 이 혼란을 피하자는 부류.

기본적으로 도적이었기에 단합력이 좋지 못했고, 그들은 각자의 이념과 생각에 맞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안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연주로 움직이는 이들도 있었다.

사예주와 연주의 경계.

이미 약탈할 것도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사예주를 떠난 이들 중에서도 내전 이후 혼란스러운 연주로의 침략과 약탈을 노리는 백파적이 그 일선을 넘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오늘 오후 중으로 또 한 편 올라옵니다 :)

캐릭터의 공기화에 관한 코멘트가 많으셨는데, 이 부분은 각 파트마다 포커스되는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연주에서 떠난 운이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진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예 공기화 시킬 생각은 아니었읍니다...!!

갈등도 있을 것이고 그 와중에 사건은 계속 전개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본편에서 더 풀어내겠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