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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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할 소리. 이대로 그녀가 임신이라도 한다면 곤란한 것은 우리 모두였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았고, 무엇보다 당장 책임질 수도 없었다.
아직 사랑한다는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다.
“후훗, 좋다.”
그녀는 씩 웃으며 허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내 자지를 붙잡고는 살살 쓰다듬었다. 조금씩 몰려오는 사정감에 이어 완전히 사정하게 될 때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더욱 격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허공으로 사정을 마쳤을 무렵.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지.”
조조는 그리 말하며 사정 후의 내 귀두를 살짝 쓸어 남은 정액을 손가락에 묻혔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몇 번 문지르더니 살짝 빨아보는 게.
“살짝 비리군.”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몸을 던져 내 가슴팍에 안겼다. 그 무게감에 침상으로 쓰러졌고, 그렇게 우리는 같은 자리에 몸을 뉘었다.
가슴팍에 머리를 맞댄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본인도 염치를 안다. 이건 본인의 욕심을 채우고자 했던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가져 그대를 묶을 생각은 없다. 아직 거기까지 추하게 떨어지지 않았음이다.”
“아, 예. 그러십니까.”
그렇게 내 가슴팍에 안긴 조조를 끌어안으며 시간은 흘러갔다. 그녀의 은발 머리카락이 가슴팍에서 비벼지는 감각이 살짝 간지럽게만 느껴졌다.
“좋은 시간이었다.”
“무슨 말입니까?”
내 질문에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벌써 끝났다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면서 여운에 사로잡혀 있는가.
그녀가 말했던 것이었다.
서로를 서로의 색으로 물들여보자고.
“당신이 한 번 주도했으니, 이제 내 차례잖아?”
아직 나는 아무것도 못 했다. 사실상 그녀 혼자서만 움직이게 한 꼴과도 마찬가지인데, 처음은 억지로 시작했다지만 이대로 끝낼 수만은 없었다.
그녀가 먼저 시작한 일이었다.
적어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
“아직 몇 번 더 해야지? 당신이 먼저 제 색으로 물들이려 했으니, 이제는 내가 시도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아, 아니 잠깐. 그대도 하지 않았는가!”
내가 당했으니 이젠 되갚아줄 때였다.
남자를 덮쳐왔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였다. 먼저 미리 덮쳐왔는데 본때를 보여주지 않고는 면목이 서지 않는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지만.
“자, 잠깐만. 그대, 조금 진정하도록.”
그 말에 답하기보다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다소 가벼운 체중인 그녀를 살짝 들어 올려서 엎드리게 하고는 엉덩이만 살짝 들어 올렸다.
“이건 개의 교미 자세가 아닌가.”
“이젠 내 방식대로 할 거니까.”
지금까지는 그녀의 방식에 어울려줬다. 애당초 지금 우리가 이렇게 교접하게 된 것도 전부 그녀의 의향이었다. 물론 내 억지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를 만든 건 그녀의 의도로 이뤄진 일.
그러면 나도 더는 망설이지 않겠다.
“기다, 기다리도록. 지금 이거언!!”
더 듣기보다는 바로 자지를 쑤셔 박았다.
“당분간 당신 말은 안 들어.”
이제는 내 차례니까. 그렇게 욕심을 채우고 싶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자기 뜻을 고집하겠다면 좋다.
“이번엔 당신이 개처럼 헐떡여봐.”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 테니까.
그렇게 그녀의 허리를 잡고 사정없이 세차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때마다 격한 신음과 함께 멈추라는 그녀의 애절한 부탁이 있었지만, 솔직히 여기까지 온 이상 그런 애원에 흔들릴 이유도 없었다.
먼저 효시를 당긴 건 조조였다.
“흐윽, 흐으윽! 그, 그건 너무 강하지 않, 으응!!?”
달처럼 둥근 엉덩이가 묘하게 탐스러워 손바닥으로 한 대 내리쳤다. 찰싹이면서 손에 감기는 감각이 묘하게 중독성이 느껴지는 것.
“무례하다! 아무리 그래도, 햐응!?”
칭얼거림에는 대답 대신 세차게 허리를 튕겼다.
이제는 애액이 질척거리다 못해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처음 그 뻑뻑하던 느낌은 어디로 가고 여전히 꽉 조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움직이기에는 수월했다.
따스하게 조여오는 감각은 다른 여자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엉덩이를 떡처럼 주무르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골반을 잡고 계속 앞뒤로 움직이길 반복했다.
“잠깐, 잠깐만 멈춰보도록.”
그녀는 아예 손을 뻗어 골반을 잡았던 내 손목을 부여잡았다. 이부자리에 파묻었던 얼굴까지 들어 이쪽을 바라보는데, 입가에는 살짝 흘러내린 침 자국이 엿보였다.
“이래서는 그대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다음번에는 자세를 바꿔줄게.”
그 말에 그녀가 몸을 흠칫 떨었다.
“다음? 그대 지금 다음이라고 했는가? 아니, 아니지. 무슨 그러어언!!? 가, 갑자기…, 꺄응, 하아…, 이리 움직이면!”
“쉿.”
조용히.
지금은 집중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계속 움직임을 거듭했다. 나중에는 몸을 축 늘어뜨리고 달뜬 신음만 흘리는 그녀의 둥근 엉덩이에 한 발. 새하얀 나신으로 엎드린 몸에 끼얹어진 탁한 액체가 묘하게 흥분됐다.
그녀의 몸을 주무르다가 이내 자세를 바꿔 정자세로 그녀를 눕히고 다시 삽입했다. 조조는 이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 번.
아예 그녀의 상체를 들어 끌어안고는 다시 한 번.
몇 번인가 몸을 거듭하여 겹쳤다. 나중 가서는 아예 신음마저 작아져 아예 실신한 듯한 느낌으로 내 허리 놀림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이 흔들린다.
“…후아.”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 번이나 몸을 겹쳤던가.
그녀의 몸에 끼얹은 정액과 땀. 새하얀 나신에는 내 손자국과 입술로 빨아들인 자국 등으로 성한 구석이 없었다.
“씻을… 수도 없겠네.”
아예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불을 하나 더 꺼내어 나신으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그녀의 몸에 덮어주고는 그 바로 옆에 주저앉았다.
“멍청한 여자.”
이런 방식밖에 모르는 조조를 비웃었다.
비웃음? 어쩌면 이건 안타까움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를 협박하고 위협하는 방식으로밖에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불쌍한 여자.
힘과 교섭으로 무언가를 탐한다.
호의를 표현하는 방법조차 서투른 여자였다.
어떤 인생을 살아오면 이런 사람이 될까. 아마 조숭도 그녀가 제 손으로 직접 죽였겠지. 제 아비조차 직접 그 손으로 해할 정도라면, 대체 그녀의 유소년기는 어떤 느낌일까.
잘 모르겠다.
당사자가 아니니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별거 없었다. 이런 동정심이 든다 하더라도 그녀의 방식에 전적으로 찬동할 수만도 없었다.
하여 지금만큼은 말하겠다.
“서투르기는.”
그 악행을 전부 옹호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그녀에게 대항할 자기 세력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그녀 개인을 평가할 수 있는 날도 많지는 않겠지.
“왜 인생을 그리 복잡하게 살아.”
단순하게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호감이 있다면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만이었고, 원한다면 진심으로 다가가는 거로 족했다.
그런 단순한 것도 모르는 여자였다.
앞으로 조조와는 계속 알력다툼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건 그녀 본인도 알고 있을 일. 그러니까 이렇게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날도 얼마 없으리라.
“정말, 서투른 여자.”
한숨을 내쉬었다.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근육이 땅겼다.
최근 들어서 몸을 쓸 일이 적었기에 더욱 그럴까. 나도 그녀의 옆에 드러누우며 달뜬 숨결만을 내뱉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 주무쇼.”
양손으로 뒤통수를 받치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낮 무렵부터 시작했는데 벌써 사방이 어두워졌다. 얼마나 했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채 감도 오지 않았다.
날은 조금씩 저물고 있었다.
* * *
연주의 반란은 전부 진압되었다.
진류와 산양을 비롯한 남은 지역도 전부 복종시켰고, 장막과 관련된 모든 인사는 그 경중에 따라 처형당하거나 낙방당했다.
특히 장막은 삼 대가 멸족당했다.
피는 피로밖에 씻을 수 없다고, 반란으로 인해 흐른 피는 반란을 주도한 이들의 피로만 씻을 수 있었다. 유일하게 그 단죄의 칼날에 비켜나간 건 진궁 선생 정도. 그나마도 관직 박탈은 피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장료는 항장으로 조조군의 휘하로 들어갔고, 여포는 관직을 박탈당하고 한동안 가장 낮은 직급에서 속죄한다는 취지로 그녀를 포로로 잡은 내 관할로 들어왔다.
일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예주 같은 경우에는 무주공산이 되었으나, 사실상 대리인을 보내 다스렸을 따름이지 조조의 세력권에 들어섰다.
당장 적수가 많은 데다가 차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일이 진행되어 그것을 제지하지 못한 원소는 일이 끝난 뒤에야 사람을 보내어 몇 마디 덧붙일 뿐이었다.
“요건대 원소 그놈은 예주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인데, 우습지 않은가. 연주와 예주는 경계를 맞대고 있을뿐더러, 이미 이 주변에서 본인 이상으로 예주에 영향력을 가질 이가 하나도 없다.”
조조는 픽 웃으며 원소의 서신을 내던졌다.
사실상 원소는 조조군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 형주와 서주가 여전히 공손찬을 지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공손찬과 비등비등하게 겨루고 있는 원소가 조조까지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우리도 원소를 버릴 수 없으니 마찬가지지.”
혀를 차며 머리를 긁적였다.
원소는 조조를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조조도 마찬가지. 여전히 삼면이 적으로 둘러싸인 시점에서 원소까지 적으로 돌린다면 조조 또한 위태로워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필요에 의한 불편한 동행이었다.
이제는 원소도 본격적으로 조조를 부하가 아닌 잠재적 경쟁자로 여길 터. 조조 또한 처음부터 원소를 잠재적인 적으로 규정한 시점에서 언젠가 이 두 세력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물론 그것이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주인아, 이쯤하고 가자.”
여포는 옆에서 대놓고 조조를 째려보고 있었다.
반면 조조는 그 시선에 어깨를 으쓱일 뿐. 그 시선은 마치 네 목이 붙어있는 게 누구 덕이냐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여포도 그걸 느꼈을까.
“아 좀, 주인아. 여기서 뭘 하려고 저 재수… 아무튼! 뭘 더 하겠다고 뭉그적거려. 오늘 대련 안 할 거야? 응?”
“하여간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군.”
“뭐 임…!? 아니, 아닙니다.”
조조의 말에 발끈하다가도 꾹 참는다. 그러면서도 이를 빠득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니, 그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이번에는 무슨 일입니까?”
고작 원소의 얘기만을 하려고 부른 것도 아닐 터. 그 질문에 조조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도 연주성으로 오고 나서 시간이 많이 지났지. 복양 성주가 이리 자리를 비워서야 말이 안 되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기야 한데….”
아직 연주성 내에서도 반란 후처리가 미진한 상태였다. 아가씨나 운이, 그리고 하후가의 장군들이나 조가의 장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지만 사람 손은 하나라도 더 필요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날 복양으로 돌려보낼 셈인가?
“뭐요, 이제 복양으로 돌아가라는 말이요?”
“틀렸다. 오히려 반대지. 이리도 복양 성주로서 하는 일이 없는데 그대를 언제까지나 복양 성주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아니 일 잔뜩 주어 연주성에 박아둘 때는 언제고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설마 날 해고하겠다, 뭐 이런 건가?
“축하하지. 승진이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패 하나를 내밀었다.
동군의 군승겸 도위로 임명하겠다는 인장.
보통 군에서 군사적인 일이나 치안을 맡기에 태수 다음가거나 거의 맞먹는 관직이었는데, 특히 연주목의 치소가 있는 동군의 도위라고 한다면 연주 내에서도 으뜸가는 관직이었다.
거기에 군승까지.
사실상 동군 내에서는 절대적인 지위인 셈이었다.
“앞으로 그대는 본인 옆에서 움직여줘야겠다.”
“목줄 잡으시는 거요?”
그 말에 조조는 야릇한 미소를 흘렸다.
“좋을 대로 생각하도록.”
아가씨나 운이가 상주하는 연주성에 발령된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반대로 조조의 직속으로 일하게 된다는 건 앞으로 그녀의 눈에 계속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말했지 않은가. 그대를 본인의 색으로 물들이겠노라고. 곁에 두고 조금씩 물들여나갈 계획이다.”
물들인다는 말에 그날 있었던 정사가 떠올랐다.
분명 어느 정도는 그 일을 노리고 발언했겠지. 그녀는 입가를 살짝 가리고는 이쪽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본인은 밤이 외롭다.”
“주인아, 가자. 더 들을 필요도 없겠네.”
“어허. 어딜 시종의 신분으로 참견하는가?”
조조의 핀잔에 여포가 어깨를 으쓱였다.
“시종 겸 호위병이라서 말입니다. 예?”
“그대여. 지금이라도 여포가 고깝거나 필요가 없다면 말하도록. 당장 저 계집을 매질해서라도 버릇을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도 그리 말하고는 있었지만, 표정을 보아 진심은 아닌 듯했다. 예전 동탁이 낙양에 집권하던 시절부터 연이 있다고 했던가.
확실히 조조는 여포를 꽤 편하게 대했다.
여포는 질색하지만, 조조는 그것마저도 웃어넘기고는 되려 그녀를 골려댔다. 아마 공적인 부분에서 선만 넘지 않으면 이런 태도를 탓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물론 여포라고 그것을 모르지는 않기에 다른 이가 있을 땐 그저 입을 꾹 닫고 그저 내 곁을 지키기만 했다.
“너무 놀리지 마십쇼.”
“그대는 제 주군보다 한낱 칼잡이를 더 편애하는가? 그것이 진실이라면 정말로 실망이 크다.”
하여간 진짜, 무슨 말을 못 하겠네.
그렇지만 연주 동군의 도위와 군승이라면 나쁜 관직은 아니었다. 비록 조조의 수족이 되어 그녀를 돕겠지만, 반대로 무언가 중대사가 벌어진다면 그 옆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 봄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전쟁의 여파는 아직 연주에서 가시지 않았지만, 그것마저 처리한다면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잠깐이지만 평화가 찾아온다.
얼마나 이 평화가 이어질까.
“조공.”
“사석에서는 그리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녀의 핀잔에 어깨를 으쓱였다.
“조금은 평화로워지겠습니까?”
그 질문에 조조는 답하지 않았다. 물론 당장 평화로워지리라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답해주길 원한 질문도 아니었다.
아무렴. 평화가 그리 쉬이 찾아올 리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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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생각하던 1부는 연주 내에서의 반란과 주인공 전호가 독자적으로 행동할 것을 암시하면서 끝맺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간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한숨 돌리고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