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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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벗겨졌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까.
“몸에 상처가 많군.”
“전장을 많이도 돌았으니까요.”
“이럴 때 존대는 필요하지 않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천천히, 이윽고 내 옷을 전부 벗기더니 이제는 스스로 탈의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지금이라도 거절할까 싶었지만, 그녀는 분명 내 색채로 자신을 물들여보라고 일렀었다.
본인은 욕심을 채우겠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러지 않는 한 자신은 멈추지 않겠다는 모종의 협박이었다. 자신도 나의 억지를 들어주었으니, 나도 그녀의 억지를 들어달라는 등가교환과 같은 요구였다.
“어떤가? 본인도 벗으면 꽤 하지 않는가?”
상황은 별개로 두어 그녀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아름답기야 했다. 키가 작았지만, 그걸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늘씬하게 뻗은 몸. 백옥 같은 피부가 이런 상황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괜찮네.”
“믓, 고작 그런 반응인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과정이었는지라 고운 말이 오갈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아무리 맛있는 떡이라도 강제로 먹이면 체하는 법이다.
어이가 없지.
과거에 여자랑 하고 싶어서 꼬셨던 적은 있었어도, 이렇게 강압적으로 꼬드겨진 적은 또 처음이었다.
그녀도 전라가 되어서 한 발짝 다가왔다.
“움직이지 마라.”
그리고는 천천히 내 가슴팍에 입을 맞췄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그녀의 머리는 내 가슴 정도밖에 오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내 가슴팍에 입을 맞추며 혀를 굴렸다.
“익숙하지 않으니 그건 다소 양해하라.”
내 가랑이 사이에 손길이 느껴졌다.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어도 남자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름다운 여인이 갈구한다면 자연스럽게 발기하기에 슬픈 생물이었다.
조심스럽게 발기한 자지를 쓰다듬는다.
천천히 귀두부터 시작해서 음경 전체를, 그러면서 한 손은 아래로 뻗어 고환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아, 아! 거 주머니는 살살 만지는 거요.”
“그런가? 그건 몰랐군.”
몰랐다는 말로 끝나겠냐.
“신기해서 그랬다. 구슬 두 개가 만져지는 것이 생각보다 만지는 재미는 있군. 오호? 나름 딱딱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거 세게 만지는 거 아니라니까.”
누굴 고자로 만들 생각인가.
그렇게 한참을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이윽고 내 팔을 붙잡고는 집무실 뒤편에 마련된 침소로 끌고 갔다.
“흠, 여기는 조금 어둡군. 무얼 하는가? 침상이라도 깔도록. 그냥 맨바닥에서 하기에는 분위기가 별로이지 않은가.”
하여간 말이라도 못하면.
근래 내가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가구의 위치까지는 바뀌지 않았다. 적당히 이부자리를 준비하여 깔아놓으니 조조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나를 살짝 밀쳤다.
갑작스럽게 밀린 데다가 발을 이부자리에 올렸기에 바로 미끄러져 드러누운 자세가 되었다.
그녀는 바로 내 위로 올라타며 씩 웃는다.
“생각보다 이런 자세도 나쁘지 않군.”
“뭐가 나쁘지 않다는….”
말을 더 이어가기도 전에 또 입을 맞춰왔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혀가 얽혔다. 여기까지 온 이상 나도 그것을 전부 거절하지 않았고, 입을 살짝 열어 그녀의 혀에 호응하며 서로의 숨결을 공유했다.
“그대는 조금 잔소리가 길어.”
유일한 흠이라고 하면서 내 골반을 더듬었다.
말캉한 엉덩이가 내 골반과 음경에 정확히 맞닿았다. 무게감으로 말랑하게 눌리는 감촉에 살짝 몸이 떨렸을 무렵.
“음, 점점 커지기도 하는군. 이게 그대가 흥분했다는 증거겠지? 그리 생각하면 이런 수치스러운 행동도 썩 나쁘진 않다.”
“뭐가 썩 나쁘지 않아.”
그녀는 엉덩이를 움직이며 계속 비비적거렸다. 따스한 온기와 살짝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탄력 있는 살결에 자꾸 비벼지는 느낌.
“그대는 가만히 있도록.”
“정말로 할 생각이요?”
“이렇게 세워놓고 뭘 말하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진짜 할 생각인지 의문이기는 했다. 이런 경과를 통해 맺어진다는 건 보지 않을 하룻밤만의 관계로 충분했다.
마음이 통하지 않는 관계는 고작 그런 것이었다.
“본인은 분명 말했다. 그대가 바라는 대로 본인을 물들이고 싶다면, 우선 그대가 행동하라. 본인의 몸도 마음도 충족시켜라.”
“물들인다고.”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애당초 조조가 다른 사람의 색으로 물들 여자도 아니라고, 그것만은 절대 있을 리 없는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말리고 싶은 것이 아닌가? 본인을 그대의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다면, 우선 본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선결과제가 아닌가.”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은 생각은 없소.”
“그게 그거다. 기억하도록. 의견의 충돌과 대립은 결국 자신의 의견을 관철한 자의 승리다. 본인은 그대를 본인의 색으로 물들이겠다.”
내 위에 걸터앉은 그녀는 손가락을 뻗어 내 입술을 매만졌다. 표정은 고혹함 그 자체. 이쪽을 내려다보며 빙긋 웃는 모습이 묘하게 야해 보였다.
“그러니 그대도 본인을 제 색으로 물들이도록.”
협박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길을 관철하겠노라고. 그러니 그런 자신을 막고 싶다면 성의를 보이라고, 내 색으로 그녀를 물들이라며 도발하는 행동이었다.
이가 빠득 갈렸다.
남자로서도,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좋아, 좋다고.”
물들여라?
어차피 물들 생각도 없는 여자가 잘도 말한다.
몸을 일으켜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그렇게 성교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행동으로 보여주려 했으나, 그 이전에 그녀가 손으로 내 가슴팍을 눌렀다.
“그만. 처음은 본인의 뜻대로 할 것이다.”
“물들이라면서?”
“본인이 먼저 그대를 물들일 생각인지라.”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엉덩이를 살짝 들고 내 자지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자기 음부에 살살 비비면서 어떻게 삽입하는지 위치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어, 잠깐만. 그렇게 갑자….”
말하기도 전에 허리를 세차게 내렸다.
“…기 하면 아플 건데.”
“으극, 조, 조금만 일찍 말하지 그랬는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말할 틈도 없이 허리부터 내려놓고 무슨 말인가. 갑작스럽게 완전히 젖지도 않은 상태로 삽입했기에 내 물건도 조금 쓰라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온전히 젖지도 않은 상태로 갑자기 삽입한 조조의 고통에 비할 노릇도 아닌 것. 그녀는 아예 눈가에 눈물마저 글썽거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간 사람들은 이런 미친 짓을 하는가?”
“아니 당신이 이상하게 움직인 거라고.”
어떻게 살았기에 이런 기초적인 지식도 없을까.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지기 전에, 우선 울기 직전으로 보이는 이 미련한 여자를 달래주는 게 먼저였다.
“일단 가만히 있어 보쇼.”
“…가만이고 자시고, 우선 움직일 수가 없다.”
그야 당연히 그렇게 갑자기 움직이면 당연히 아프지. 게다가 결합부 근처에는 핏물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맙소사다 진짜.
“일단 잠시만 기다려.”
살짝 손을 뻗어 결합부 근처, 그녀의 음핵에 손을 뻗었다. 이미 갑작스럽게 움직여 통증이 심하겠지만, 어떻게든 풀어주는 게 우선이었다.
조금은 적셔두지 않으면. 그리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통증에 경련하며 굳은 질내를 풀어주지 않고서는 도무지 이어갈 수가 없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까지 경험해야 하나.
아무리 상대가 미녀라고 해도, 이런 반강압적인 교접에 수고까지 들여야 한다면 조금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거기는 갑자기 왜.”
“조금 시간이 걸릴 거 같으니까. 누가 대놓고 쑤셔 박아? 생각을 좀 해야지. 그렇게 대놓고 허리부터 내리면 어쩌자는 거요.”
“말투가 천박하다.”
천박한 건 남정네를 덮쳐온 당신이다.
우선 상체를 들어 그녀와 마주하는 자세로 바꿨다. 그녀는 내내 미간을 찡그리며 하복부를 만지고 있었고, 우선 음핵을 살살 굴리면서 허리에는 최소한의 미동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따스했지만 물기가 없어 너무 꽉 조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최대한 질내가 이물질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으읏, 나, 나쁘지 않군….”
“조용히 좀 하쇼.”
뭘 잘했다고 자꾸 입을 열어.
애당초 갑자기 덮쳐놓고 이런 지식도 없으면 어쩌자고. 그래놓고 뭘 자꾸 입을 열어. 반쯤 덮쳐진 신세에서 이렇게 풀어주려고 노력까지 해야 하니 내 신세도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조금 더 문지르도록.”
“아니 그러니까….”
말을 더 이으려다 말았다.
그것보단 아무리 이상한 관계로 맺어진 거라고는 해도 당장 살을 맞대고 있는 사람이니, 우선 그 고통을 덜어주는 것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렀다.
조금씩 질내에서 습기가 느껴졌다. 조금씩 결합부에서도 애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고, 조조의 얼굴에도 찡그림은 사라지고 살짝 달뜬 신음을 간간이 흘리고 있었다.
“…입을 맞춰다오.”
그 말에 대답 대신 입술을 맞추었다.
서로 엉겨 붙는 입술. 혀가 서로 오가면서 격하게 섞이기 시작했다. 말랑한 혀가 자꾸만 내 혀 아래쪽을 파고들기에 살짝 꽉 눌러주었고, 그녀는 그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살짝 내 가슴팍을 두드렸다.
“쯔읍, 우음…, 하움…!!”
가슴을 살짝 주무르니 조조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너, 너무 갑작스럽다!!”
“아니 뭘 이런 걸 가지고.”
얼굴까지 빨갛게 물들이고는 당황하여 소리치기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의 질내에서 흐른 애액이 내 몸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스, 슬슬 아픔도 가셨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그렇지 않을까.”
내 몸이 아니라 확답하기 곤란했다. 깔린 상태에서 멋대로 움직이자니 그녀가 처음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애매한 대답에 그녀가 한 번 허리를 움직였다. 가볍게 요분질하던 그녀는 이윽고 작게 웃으면서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으읏, 음. 이 정도면 아프지 않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맞췄다.
혀를 섞으면서 살짝씩 허리를 움직이는 그녀의 행동에 나도 가볍게 허리를 튕기면서 호응했다.
입을 맞추는 소리와 허리춤에서 들려오는 찌걱거리는 소리가 방안에서 작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행동으로, 이윽고 서로를 잡아먹을 것처럼 격하게 혀를 섞었다.
나는 조조를, 조조는 나를.
서로를 잡아먹어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고자 했다. 이런 성교로 서로를 물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그 행위에 집중했다.
“으, 으응, 하아…. 이런 감각이었는가.”
그녀는 달뜬 신음을 흘리면서 시선을 마주했다. 붉은 눈동자에 미열이 섞여 더욱 요사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뭐라고 답하면 좋을까.
답은 허리 놀림으로 충분하겠지.
“거, 거기가 좋다. 지금 그 각도, 나쁘지 않았다.”
한동안 물기 섞인 소리만 들렸다. 한 번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흔들리며 분홍색 젖꼭지가 원을 그렸다. 묘하게 탐스러워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춤을 끌어안았다.
“하윽, 그, 거기는 만지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그녀는 허리춤에 두른 내 팔을 살짝 밀어냈다.
“간지럽기도 하고, 그, 살짝 이상하다.”
골판 근처 허리가 약했던가.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 괘씸죄를 적용해 더 괴롭혀주고 싶은 게 남자의 마음이 아니던가.
“햐윽!? 그, 그러니까 거길 만지지 말라!!”
“싫은데요.”
일부러 그녀의 등허리를 간지럽혔다. 살짝 손을 들어 등부터 시작해 허리 골반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쓰다듬었다. 그럴 때마다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모습이 썩 만족스러웠다.
“하지 말라, 흐응!? 갑자기 허리를…!”
내 가슴팍을 밀어내면서도 허리는 멈출 줄 몰랐다. 그게 조금 우습기도 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꼬집으며 씩 웃었다.
“싫어?”
“그대, 본인이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말을 놓으라고 하여 정말로 편하게 대하는군. 나쁘다고는 안 하겠, 흐으응!? 말하는 동안에는 좀.”
괜히 잔소리를 듣기보다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잠시 그녀가 멈춘 사이 그녀를 올려치며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이제는 확실히 아픔도 가신 듯, 달뜬 신음만 흘리며 입가를 가리고는 격한 숨결을 터뜨리며 고개를 떨궜다.
“그대는 정말 얄밉구나.”
“이런 내가 좋다 하지 않았나?”
“얄밉다.”
그리 대화를 나누고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는 계속 신음을 흘리며 이제는 허리를 움직이지도 못하고 온전히 내 허리 놀림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찌걱거리는 소리. 질퍽하니 결합부에서 흐르는 소리만 방에 울려 퍼질 무렵. 슬슬 사정감이 몰려와서 그녀의 몸을 살짝 들어 올리려고 했다.
“스, 슬슬 싸는가?”
“그러니까 나오쇼.”
하지만 그녀는 더욱 허리를 내리깔았다.
“그대로 내어도 좋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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