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싫어하지 않기를 바랐다 복양성의 감옥은 빛이 잘 들지 않았다.
낮인지 밤인지 모를 정도로 어두웠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곧 죽을 터인 여포와는 그다지 무관한 것. 그녀는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빛이 잘 들지 않아서 그랬을까.
그녀는 이곳이 너무나도 차게 느껴졌다.
살면서 많은 후회가 있었다. 회한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많은 실수도 있었고, 그 이상의 잘못도 저질렀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쓰읍.”
그래서 마지막에는 이런 벌을 받는 걸까.
코를 훌쩍이며 눈가를 비볐다. 분명 평생 흘렸을 눈물이나 콧물 전부를 쏟아낸 느낌이었는데, 이것들은 한도 끝도 없이 계속 줄줄 흘러내렸다.
체면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도 꿈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느끼는 감각은 이것을 선명히 현실이라 인지시켜주고 있었다.
곧 죽는다.
죽는 건 싫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이룬 것 하나 없이, 누구 하나 자신을 위해 눈물 흘리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더더욱 죽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죽고 싶었다.
“…병신, 웃기네.”
상반된 감정. 모순적인 그 느낌이 유독 그녀의 입맛을 쓰게 했다. 살고 싶었지만, 그런데도 가슴 한편에 아려오는 통증을 생각하면 죽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모습.
그 당시 눈물이 맺혀 제대로 기억도 안 나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죽고 싶었다. 자신이 이렇게 감정적이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자였던가. 이건 그녀 자신도 상당히 놀라웠던 점이었다.
사랑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될런가.
누군가와 만나 감정을 교류하고, 이윽고 맺어지고 싶다며 상상하는 것이 이렇게도 사람을 중독시키는 것이던가.
“여포, 나와라.”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힘이 풀려 비틀거리는 몸을 애써 일으켰다. 더는 저항할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몰락한 이상, 결국에는 이렇게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누구 보고 나오라 마라야.”
“…조공의 부름이다.”
“조조 그 년의 부름이라.”
조공의 부름? 사신의 착각이 아니던가.
그간 생각해본 적도 없던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목 언저리가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은 곧 떨어져 나갈 예정이기 때문일까.
“말을 삼가라.”
“나도 같은 주목인데 못 말할 건 뭐야?”
그러니 남자는 혀를 찼다.
“쯧, 패자는 승자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너는 패했는데도 조공을 우러러보지 않으니 이 어찌 불경한가?”
그녀는 그 말이 유독 우스웠다.
존중할 필요? 곧 자신을 죽일 이에게 존중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있던가. 우러러보라? 그런 땅꼬마를 어찌 우러러볼까. 그러려면 지면을 기어야 겨우 우러러볼 수 있었다.
아, 곧 지면을 기게 될 터였나.
“…지랄하네.”
남자는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 * *
관청의 접객실.
기본적으로 외부의 방문객이 왔을 때를 제외하면 비워놓는 방에 조조와 내가 나란히 마주 앉아있었다.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표정을 보면 살짝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대를 그간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럴 리가.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이 어찌 존재할까. 애당초 욕심이 없었다면 전장에 나가 싸울 이유도 없었고, 마찬가지로 삶에 충실할 이유도 없었다.
“아니었군. 그대는 본인이 장담하건대 욕심 하나만을 놓고 보자면 지금껏 보아온 사람들을 전부 늘어놔도 모자랄 정도다.”
“그렇습니까?”
“웃지 말라. 농담이 아니다.”
웃어넘기지라도 않으면 이런 걸 어떻게 밀어붙이나. 조조가 표정을 찡그리고 있으니, 반대로 누군가는 웃어야 균형이 맞는 게 아닐까?
그저 헛소리지.
억지로 웃지 않으면 이 중압감을 견딜 것 같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의 분위기가 무서운 것도 있었고, 이 상황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진궁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겠다. 아직 의문점은 있으나, 정작 당사자인 그대가 그리 말하는데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진궁 선생은 역적 장막의 말에 속았다.
조조를 모함하는 거짓말을 계속 불어넣어 지는 와중에 신변까지 구속당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장막을 도왔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렇게 협조하는 척, 뒤에서는 나와 함께 복양성 탈환을 도모했다.
그렇게 해두었다.
조조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더라도 일등공신일 내가 하는 말을 소홀이 무시할 수만도 없을 터.
그렇지만 여포의 건은.
“그런데 여포라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포로의 기본 권한은 그 관할지의 관리, 그리고 포로로 잡은 장수가 가지는 것이 없던 일도 아니고요.”
“그래서 몸종으로 쓰겠다는 것인가?”
그녀가 픽 웃었다.
웃었으면 진짜로 웃기라도 하던가, 정작 입은 웃는데 눈을 시퍼렇게 뜨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으니 더 긴장되는 부분이었다.
“안 됩니까?”
“사유를 말하라. 게다가 그 여자를 쉬이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그대의 공이 있다고 해도 그건 과하다 생각하지 않는가.”
당연히 과하지.
맞상대하던 군의 장이었다. 그런 여자를 시종으로 내놓으라는데 나라도 과하다고 말하겠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들어 조조를 바라보았다.
“살려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요.”
“무모하기는. 물론 그 여자를 천하에 다시 방목할 바에는 그렇게라도 잡아두는 것이 낫겠으나, 그 천하의 여포가 고작 시종으로 만족하겠는가?”
“그건 잘 설득해봐야죠.”
어차피 예주목의 자리를 놓지 않는 한, 여포는 우리 손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아까 조조에게 말하면서도 내 입으로 말했던 부분으로, 정말로 여포가 관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면 나도 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직 넘어야 할 능선은 많았다.
“천하제일의 욕심쟁이로다.”
“뭐라 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조공을 위해 이리도 열심히 노력하였는데, 그만한 포상이 있어도 좋지 않습니까?”
“그리도 여자가 고팠는가?”
여자가 고파?
아, 그런 의미로도 볼 수 있겠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아니노라 딱 잘라 말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런 사적인 욕구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편이 조금 더 나을까 싶기도 했다.
대놓고 당신을 견제할 칼을 가지겠노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차라리 성욕이 동했노라고 이해하는 편이 합리적이겠다 싶어 입을 다물었다.
“…하아….”
조조답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원하는 바는 다 말했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고, 오직 그녀가 재차 발언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도 본인이 싫은가?”
“예?”
뜬금없이 묵직한 것이 날아왔다.
조조는 눈을 내리깔고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간 말의 뜻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 정도로 돌발적인 질문에 잠시 어안이 벙벙하던 차.
“진궁과 여포. 그 둘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그대가 구심점 삼아 모으려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그리 열심히 살리려 드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본인이 정말 모르리라 생각했는가?”
의표를 제대로 찔렸다.
아니라고 부정해야 했다. 여기서 입을 다물면 전부 긍정하는 꼬락서니였다. 저는 당신의 지금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고, 당신을 견제하기 위한 파벌을 만들겠노라고. 그걸 전부 긍정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조공.”
“아무 말 말라.”
그녀는 그리 말하며 턱을 괴었다.
“본인은 딱히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조금, 아니 상당히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그건 아마 거짓말이었다.
조조는 자신이 가는 길에 걸리적거리는 무언가를 용서할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등 언저리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대는 어릴 적에도 그랬으니까. 본인의 방식에 목숨 걸고 저항하던 소년이었지. 그것은 남성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간단했다.
부정하는 건 쉬웠다.
그렇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분위기가 그리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모든 속내를 들켰기에 말할 수 없는 것일까.
“본인은 그대가 싫어하지 않기를 바랐다.”
조조는 그리 말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본인이 가는 길을, 본인의 행보를. 그리고 본인을. 그 전부를 그대가 싫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대는 본인과 다른 생물이니까. 그렇기에 그대가 본인을 이해해준다면 좋겠노라고. 그리 생각했었다.”
“조공, 그것이….”
“말하지 말라.”
그녀는 내 말을 칼 같이 자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도 싫었는가. 본인이 가는 길이, 행하는 방식이. 어떤 경과와 이해를 거쳐 행해졌는지 설명해도 아마 그것은 변하지 않겠지.”
“이번엔 다소 과하셨습니다.”
당신은 제 발밑을 모른다. 그저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그 길바닥에 무엇이 놓여있었는지. 하여 무엇을 밟고 지나갔는지 모른다.
이 여자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고 발밑을 살피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저 한결같이 큰 목표를 위해 앞으로, 또 앞으로만 나아갈 줄 아는 여자.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 큰일을 하는 사람이겠지. 사사로운 것보다는 더 큰 대의를 위해 움직이기에 망설이지 않는다. 망설임이 없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행동할 수 있었다.
그건 조조의 분명 큰 강점이었다.
그렇지만 그 짓밟히는 쪽의 인간은.
그들이 보기에도 조조가 큰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일까. 단언컨대 그들이 보기에 조조는 그저 권력을 휘두를 뿐인 난신에 지나지 않으리라.
누군가는 그 밑을 살펴야만 했다.
나라고 온건히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조조가 앞으로 행할 일에 누구 한 명은 제지를 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공이 싫은 게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겠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조조 본인도 거의 확신하고 있는 데다가 저 말이 틀리지 않았으니까. 구태여 부정하기보다는 입을 다물었다.
“본인은 앞으로도 똑같이 행동할 생각이다.”
“그러시겠지요.”
그러니까 나도 선택했다. 조조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조조군과 나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으니, 최소한 그 행보에 제동이라도 걸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적어도 누군가가 짓밟히고 있다면, 그것을 되돌아보게끔 조조를 설득할 수 있는 존재. 조조가 그저 무시할 수만은 없는 사람.
그런 존재가 되기로 했다.
“얄궂은 일이지.”
조조는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이 그리도 싫은가. 본인이 걷는 길이 그리도 용납이 안 되는가. 그래서 진궁과 여포를 살려, 본인에게 벗어나고 싶었는가?”
“벗어나겠다는 것은….”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았노라고.
조금 다르다고 말하려 했다.
“시끄럽다!!”
그보다 먼저 조조의 고함이 들렸다.
“그대가 말하는 것이 뭐가 달라. 본인이 싫어, 그 방침이 싫어 다른 길을 걷겠노라고 한 것과 무어가 다른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도 본인이 싫은가? 그리도 본인을 용납할 수 없어? 그리도 본인이 가는 길이, 그 방식이 그리도 마음에 안 드는가!!”
어깨가 아려왔다.
그녀가 토해내는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 기백이 너무 거세서, 그리고 붙잡힌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제대로 된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여포? 원한다면 살려주지.”
조조는 웃고 있었다.
“그깟 여자 하나 살리는 건 어렵지 않다. 원한다면 그대에게 쥐여주지. 그러나 공짜로는 쥐여주지 않을 것이야. 아무렴, 그대의 어리광을 들어줬는데 그대도 본인의 욕구를 받아주어야 균형이 맞지 않겠는가?”
“뭘 원하십니까.”
그러니 조조가 픽 웃었다.
웃고 있었지만 웃는 것 같지 않았다. 서슬 퍼렇게 안광을 드리우며 내게 얼굴을 가져온 조조는 이윽고 숨결이 닿을 정도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나서야 다가오는 걸 멈췄다.
“그대가 싫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한 마디.
“이제는 그런 바람도 접겠다.”
쉬이 얻을 수 없다면 강제로라도 가지겠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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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쬬는 아가입니다.
이젠 아니게 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