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복양 공방전 복양 바깥에서 있었던 조조와 여포의 대결은 조조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여포와 조조, 양쪽 모두 제법 큰 피해를 봤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복양으로 쫓겨오는 건 여포였다.
여포는 복양을 중심으로 수성하려 들었다.
그렇지만 큰 패배는 당연히 연주 내 지배권의 상실로도 이어지는 법. 당장 여포가 복양에 갇혀버리면 연주성은 물론이고 나머지 연주 지역도 조조의 관할로 옮겨질 확률이 높았다.
“쯧, 여포 년. 결국엔 패했나.”
장막은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판도가 이렇게 뒤집힌 이상에 이걸 만회할 방법이 없었다. 예주에서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진류조차 아직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면 저희는 어찌해야 할까요.”
“뭘 어찌해.”
이렇게 된 이상 계속 여포를 믿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우선은 복양에서 도망쳐, 다른 세력에게 빌붙던가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
“이대로 도망만 치기에는 뒤가 구리긴 한데.”
조금 더 방법이 없을까.
장막은 잠시 눈을 감고 곰곰이 떠올렸다. 그저 도망치기만 해서는 조조의 상승세를 막을 수 없었다. 이미 원소와 조조, 둘 모두에게 척을 진 이상 장막이 몸을 피할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었다.
“그렇지, 우선 사람을 모아야겠다.”
“사람을요?”
“아무렴!”
이대로 조조 좋을 일만 시킬 수는 없었다.
“사람을 풀어 조조가 조숭을 살해했다고, 그 증거를 장막이 쥐고 있다고 온 천하에 소문을 퍼뜨려야겠다. 연주와 예주 모두 천하 중원의 중심인 곳이 아니더냐.”
누군가는 분명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탐낼 곳이었다. 어쩌면 원소마저 자신과의 원한을 잊고 손을 잡으려 할 수도 있었다.
“내 입지를 올리면서 조조의 기세를 꺾는다.”
어쩌면 이게 최선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멍청한 것. 이런 건 기세만으로 어떻게든 된다. 게다가 실제로 내가 연주에서 조조에게 저항한 이력이 있으니, 이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지 않느냐.”
어릴 적부터 함께했던 장막이 조조를 배신했다.
그러면 분명 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의심하는 건 당연한 논리였다. 어차피 이런 유언비어는 타당해 보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나머지는 장막 본인을 전면에 내세우면 조조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반박하여도 명분은 충분했다.
“……그러면 그렇지.”
저 멀리 그늘진 자리에서 누군가가 웃었다.
“누구냐!?”
“당신이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했어. 그 자리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며, 조조나 소연 아씨가 마음먹고 행동했으면.”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증거, 남을 리가 없잖아?”
그림자 아래에서도 유독 빛나는 검. 천천히 그늘에서 나오는 모습에 장막은 헛바람을 삼키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서, 성주!!”
“오래간만입니다, 장막 태수.”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던 남자였다.
귀신같이 싸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근래 여전히 부상으로 신음하며 진궁과 여포의 손에 감금되었다고 들었던 남자.
그런 남자가 왜 여기에.
“우습지. 당신 하나로 정말 많은 게 바뀌었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덕분에 조금 많은 게 바뀌게 되었어.”
“성주. 당신이 왜 여기에….”
장막은 말을 돌리면서도 주변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병사가 스물 남짓. 이 정도라면 부상으로 제 상태가 아닐 복양 성주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병사들에게 살짝 손짓했다.
전호는 그 광경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청강. 과거 조조가 주었던 의천의 부부검이었다. 그가 앞으로 해나갈 일을 생각한다면 이 검이 자신의 손에 있다는 것도 우스웠다.
부부라.
우스운 소리.
“장막. 당신은 너무 지나쳤어.”
“뭣들 하느냐? 시체 하나가 바람에 길을 잃은 모양인데, 원래 있어야 할 장소로 곱게 돌려보내거라.”
“시체라, 당신 말 재미있게 잘하네.”
그러면 그 시체가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춤사위 하나 보여드릴까. 오랜만에 청강을 쥔 손아귀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여전히 몸이 불편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런 자들에게 뒤를 잡힐 정도로 나약해진 생각도 없었다. 아무리 힘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하다고 해도 검을 휘두를 정도로는 회복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성주가 강하다고 말은 들었소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다.
장막은 그 시간 동안 하염없이 그의 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도망칠 곳도 없던 데다가, 무엇보다 이 남자의 검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병사를 베어내는 것에 질려버린 것도 있었다.
“시체도 나름 쓸만한가?”
“그렇군요. 하면 이제 생산적인 얘기를 해봅시다.”
그 말에 전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그럴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있지요. 적어도 성주가 지금 처지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저는 성주의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동반자라.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물론 동반자가 필요하기는 했다. 앞으로 있을 일은 그 혼자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일. 자신과 함께해줄 정치적인 동반자는 무조건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게 장막은 아니었다.
“미안하게 됐네.”
“언제까지 조조에게 매몰되어 있을 생각입니까? 그 여자는 결국 이것저것 전부 다 집어삼킬 악마 같은 여자요. 안에 있으면 잡아먹힐 뿐이라면, 차라리 떠나는 것이 나은 거 아니오?”
“나는 안에서 바꿔나가기로 정했거든.”
이 이상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지는 장막의 말에 답하는 대신 청강을 높게 치켜들었다. 여기까지 와서 조조를 갈아치우려면 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 * *
장막을 죽이고 그 길로 관청으로 향했다.
뒤를 따르는 건 기존 연주의 병력과 호족의 사병. 그나마도 본디 있었을 진류의 군사와 여포의 잔병에 비해 부족한 숫자였지만, 어차피 관청만 제압하고 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터였다.
오는 길에 몇인가 가로막는 이들을 전부 물리쳤다.
“너희는 여기서 기다려라.”
“하지만 아저씨.”
“기다려.”
이 앞으로는 집무실. 아마 진궁이 버티고 있겠지.
앞으로 있을 대화를 생각하면 그 누구도 이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됐다. 허리춤에 찬 것의 무게가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이미 소란은 들었을 거예요. 그 안에 병사를 얼마나 감췄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홀로 그 사지로 들어간다고요? 미쳤어요?”
“꼬마야, 놔둬라. 오빠야도 다 생각이 있겠지.”
곽가가 손을 뻗어 사마의를 제지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어지간한 병사는 혼자 처리할 수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몸이 굳은 것 같으면서도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분명 아직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와 반대로 검을 휘두르는 행위 자체는 더 가벼워진 느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는 내가 거주하던 공간.
익숙해야 했을 장소가 어딘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이미 사람을 전부 물린 것인지 그 긴 길을 걷는 와중에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성주의 집무실.
문을 살며시 열었다.
“오셨네요.”
진궁 공대.
그녀는 홀로 집무실에 앉아있었다. 병사라도 몇 배치했을까 생각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당당하게 앉아있는 걸까.
어쩌면 다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차라도 한 잔 드시겠어요?”
“그러죠.”
평소처럼 대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찻잔을 꺼내는 사이 집무실 내에 마련된 의자에 걸터앉았다.
“혼자 오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요.”
“저도 선생이 혼자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마찬가지네요. 병사라도 좀 두시지, 이게 무슨 처지입니까.”
“어차피 다 끝난 일인걸요.”
그녀는 눈을 감고는 내 맞은편에 앉았다. 미리 우려둔 것이어서 그런지 다소 미적지근했지만, 어차피 맛도 모르는 나로서는 이렇게 미적지근한 것이 오히려 마시기 쉬웠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전호, 당신이 이런 선택을 할 줄 몰랐네요.”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 사람의 행실을 보고도요? 이렇게 무리해가면서까지 복양에서 내응하실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물론 제 행동이 올바르다고는 못 하겠지만….”
그녀는 그리 말하며 끝말을 흐렸다.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다. 장막 같은 작자와 손을 잡아 조조에게 대응한다고? 대체 장막의 무엇을 보고 그리 생각했던 걸까.
“들어나 봅시다. 장막이 대체 뭐라고 했기에 진궁 선생이 따르기로 생각한 겁니까? 그 인간이 대단한 걸 미끼로 던졌습니까?”
“저는 장막을 따른 적이 없어요. 제가 구태여 모시려고 했다면, 여포 그 사람이 될까요.”
여포?
그렇지만 여포는 예주의 주인이 아닌가. 적어도 진궁이 여포와 일면식이 있다고 들은 기억은 없는데.
“그 사람은 적어도 조조보다는 때가 덜 묻었으니까요. 자리만 차지한다면 제 말도 잘 들어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장막보다는 나았으니까요.”
“요컨대 조종하기 쉬웠으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반박하니 진궁 선생을 눈을 감았다.
“그렇죠. 그런 추한 이유이기도 해요.”
“애당초 장막의 말에 뭘 믿고 그 반란에 응하셨습니까. 게다가 여포를 끌어들였다는 건 알고 계셨던 게 맞고요?”
앞뒤가 맞지 않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녀가 이 일에 응했다는 게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그녀가 권력이 탐나 움직였다고 하는 게 더 현실미를 느낄 정도로.
“알고 있었어요. 애당초 장막은 여포를 먼저 연주로 끌어들인 뒤에 저를 찾았으니까요. 그때는 어렴풋한 의심과 여포가 끼어들면 연주에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까로 정신이 복잡했어요.”
“진궁 선생.”
“어차피 생길 피해라면 그걸 최소화하고 싶어서 장막을 도왔어요. 그런 불확실한 의무감으로 조공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어요.”
우스운 여자라며 자기 자신에게 조소를 던진다. 그렇지만 진궁 선생의 표정에 후회하는 빛은 엿보이지 않았다.
“후회는 없으십니까.”
“전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행동을 했을 거예요. 조공은 언젠가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할 거고, 저는 언젠가 그런 모습에 질렸을 테니까.”
진궁 선생은 자조하며 고개를 들었다.
“조공은 언제나 더 큰 이익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려 드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에게 아래를 보는 건 어울리지 않고, 그럴 성미도 아니니까요.”
그녀는 손에 쥔 찻잔을 입술에 대고 조금 들이켰다. 지켜보는 나도 목이 탔지만, 이제 곧 죽을 목숨인 그녀는 어떠할까.
“그러니 장군도 조심하세요. 버려지지 않게, 그 끝 모를 욕심에 희생당하지 않게 언제나 주의에 주의를 기울이셔야 해요.”
곧 죽을 사람이 할 말이던가.
그녀는 걱정스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살려달라는 말은 일절 꺼내지 않고, 그저 다음에 있을 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차피 죽으면 전부 끝인데도.
“살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좋은 꿈을 꾸었어요. 조공과 같이 있던 시간, 지금 생각하면 다소 후회스럽기는 해도 멋진 만남도 있었어요.”
그러더니 그녀는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상체를 기울여 내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내 손을 붙잡고는 작게 속삭이는 것이.
“진소연은 조심해요.”
“아가씨를?”
“그 사람, 당신 생각하는 것만큼 착한 사람은 아니니까. 좋은 사람일 수는 있겠지만, 그게 착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는 않아요.”
뭔가 아는 게 있을까?
가끔 소연 아가씨는 필요 이상으로 진궁 선생을 경계하고는 했다.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오래 봐왔던 나였기에 알 수 있는 일도 있었다.
“제 목을 베시거든 나중에 진소연에게 한 마디만 해주세요. 진궁은 죽었으니 부디 그 딸이라도 살려달라고. 무리한 부탁이지만,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순간 한숨이 새어 나올 뻔했다.
무슨 말인지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진궁 선생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아가씨의 그런 판단은 분명 들어맞은 것이겠지.
그렇지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 단언할 수 있었다.
“그 부탁은 못 들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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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3시에 올리기로 해놓고, 정작 글 쓰는 게 길어졌다가 다시 잠들어버린 불충한 작가를 용서해주세요 ㅠㅠ
늦은 시간에 올려 죄송하고, 이건 이번에 다시 만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