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다른 생각 사마의는 곽가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물론 그간 전호와 같이 움직인 여자가 이 사람이라는 건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 구태여 찾아올 사람, 그리고 그간 진궁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의 움직임을 눈치챌 사람이라면 비슷한 움직임을 가진 이 여자밖에 없을 터.
그렇지만 그 정체는?
“꼬마야.”
“사마의.”
“이 꼬마 말 진짜 짧네.”
복양 성주는 분명 어처구니없는 꼬마라고 평가했던가. 말 그대로, 정말 어처구니없는 꼬마였다. 하는 행동도 행동이지만, 무엇보다 이 어린 나이에 복양 내부에 벌써 제 줄을 이어둔 것이.
이 나이에 이런 수작이 가능하던가?
곽가 본인도 저 나이에는 그저 학업에 매진했을 뿐이었다. 애당초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없어 모를 일이었지만, 그래도 사마의가 비범하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하여튼. 너 나랑 일 한 번 같이 해볼래?”
“당신의 뭘 믿고.”
지금 사마의가 아는 거라고는 전호와 이 여자가 뭉쳤다는 것뿐. 달리 말하면 그것밖에 없었다.
소녀는 확신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경우도 마찬가지.
그간 복양에 퍼트린 눈들의 보고에 따르면 종종 시종이 관사로 들락거린다는 정보가 있었다. 아마 이 여자이리라 싶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마의가 믿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전호의 의중이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
그가 단순히 여포군을 몰아내기 위해서 움직인다면 상관없었다. 그렇지만 만약 그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곽가라고 하는데, 이 이름은 모르려나.”
“영천 곽가라고 하면 모를 리가. 곽가라고 한다면 분명 영천 순가와 바로 옆 현이었던가. 그중 곽씨의 신예 중 단연 가의 재능이 으뜸이라고는 들었는데.”
“이걸 알아?”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주로 들어온 이상, 이 인근에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는 파악해야지. 적당히 소문만 긁어모은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곽가라는 이름이 연주 내에서는 조금 알려졌다고 해도 외지에서 막 넘어온 조조군이 파악하기엔 다소 시간이 부족했을 것인데, 잘도 조사했다며 곽가가 손뼉을 두드렸다.
“이러면 얘기는 빠르겠네.”
그녀는 그리 말하며 사마의에게 손짓했다.
“언제까지 이런 골방에 처박혀 있을 생각?”
“그 전에 당신의 목적부터 알려줘야겠는데.”
목적이라.
말해줘도 알아들을지는 몰랐다. 솔직히 곽가가 생각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이유였으니까. 아무리 영천 순가의 추천을 받았다 하더라도 현 조조군에게 가담하는 것은 다소 수지가 안 맞는 장사였다.
“음, 구태여 말하자면 직장 재건일까?”
“임관하지도 않은 당신이? 그것도 지금 조조에게 무슨 혐의가 씌워졌는지 알면서도 그런 말을 꺼내?”
친족 살해.
아직 증거가 없어 공공연하게 말이 돌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장막이 반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었기에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의심하고 있었다.
“응? 그게 뭐 어때서.”
그러나 곽가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비를 죽였다고? 좋지! 조조네 가정이 어떤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사로운 걸 포기해서 큰 걸 얻으려 드는 천하의 욕심쟁이라면 딱 좋지 않아?”
적어도 곽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비를 죽여? 그게 진실이고 아니고는 상관이 없었다. 단지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조조가 그 이후에 무슨 짓을 벌였는가.
그녀는 과감하게 연주의 병력 대다수를 동원하여 서주 자체를 삼키려고 했다. 현 정세에 있어 원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조조가 만약 서주까지 점거한다?
그 순간 아직 공손찬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원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호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조조가 정말 제 손으로 아비를 죽이고, 그걸 구실로 서주로 침공했다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지금 천하에 강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겠지?”
고작 아비의 목숨으로 천하를 쥘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것이 아닌가. 조조의 가정사를 잘은 몰라도, 고작 한 사람의 목숨으로 천하에서 강자의 반열로 오른다면 분명 남는 장사였다.
“당신도 미쳤네.”
“머리 쓰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뭐.”
당연한 게 아니냐며 반문하는 곽가의 모습에 사마의가 고개를 돌렸다. 그걸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이제 생산적인 얘기를 해보자고.”
시간은 유한했다.
숨어들어 겨우 들어온 것이라 오래 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따로따로 행동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는 것.
사마의나 곽가나 서로가 필요하기는 했다.
“이거면 내 신분은 증명되겠지?”
그러면서 꺼낸 것은 성주의 인장. 사마의는 그것을 보고 눈을 감았다. 저걸 전호가 맡겼다면 분명 뜻을 함께하는 것이었다.
“들어는 보죠.”
대화를 나누자.
지금부터 있을 일에 대해서.
* * *
견성에서의 전투가 다시금 비겼다고 들었다.
여포는 관사에 오자마자 커다란 짐을 내려놓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뭘 저리 바리바리 싸들고 왔을까.
“자, 이거.”
그녀는 우선 그리 말하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아니 왜 자꾸 꽃은 이렇게 많이 주는 거냐. 벌써 방안에 꽂아둔 병만 해도 스물이 넘었다. 심지어 이것도 시든 꽃은 버리고 버린 결과물인데.
“그 큰 짐은 또 뭡니까?”
“음. 그냥 선물? 적당한 옷가지랑 뭐, 아무튼. 그런 것들. 적당히 안에 챙겨둬. 다 나름 비싸다고 하더라고.”
여포는 그리 말하며 툇마루에 주저앉았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혹여 아가씨나 운이라도 만났을까. 그것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구태여 묻지는 않았다.
물어도 소용이 없을뿐더러, 지금 상황에서 아직 조조군을 신경 쓰고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도 없었다. 안다고 해서 바뀔 것도 없고.
“야, 이제 봄인데 너 몸은 좀 어때.”
“슬슬 나아졌습니다.”
아직 달리거나 하는 큰 동작은 무리였지만, 적당히 걷는 건 괜찮았다. 드디어 그 지겹던 목발을 놓게 된 것만큼은 다행이었다.
“그래.”
그녀는 짧게 답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관사 정원에는 그래도 봄이라고 점점 꽃봉오리가 망울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저 봉오리도 만개하는 날이 오겠지. 그때는 과연 지금과 같을까?
“그, 뭐냐.”
여포는 그리 말하며 운을 뗐다.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그냥. 그 꽃 같은 거 있잖아. 아니 시발, 구태여 그런 거 아니어도 되니까 같이 뭐라도 보러 가자고.”
그 나중을 만들지 않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곽가를 통해 복양성의 정세를 파악하며 언제든 내부에서 호응할 수 있도록, 여차하면 직접 움직일 수 있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순수하게 내게 접근했다.
물론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순수한 호의를 짓밟아도 될까. 그런 의문까지는 가시지 않았다.
남이 보면 멍청해 보일까.
“그러지요.”
거짓말을 내뱉으며 가식으로 기만한다.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행동하라고 말했던 내가 할 행동은 아니었다. 상대의 진심을 무시하고 기만하며 모욕하는 게 진정 옳은 행위일까.
그렇게까지 해서 조조를 따라야 하는 이유는.
이런 생각까지 드는 이유는 아마 그녀의 행동에 어느 정도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어차피 같은 길을 갈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뭐냐, 이제 몸 좀 나아졌으면 고기도 좀 씹고 그래. 아, 그렇지. 지금 나랑 밥이나 먹으러 갈까? 지금 관청으로 가서….”
여포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살짝 말문을 흐렸다.
아무리 그래도 나를 관청으로 데려갈 수는 없겠지. 애당초 나를 관사에만 가둬둔 이유도 그런 이유였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당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에서 고기라도 한 점 뜯자고. 가능하지?”
“괜찮겠습니까?”
“내가 붙어있을 건데 뭐가.”
거기까지 말하고는 나를 일으켰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잘 해주려 하는 건지 도무지 그 영문을 모르겠다. 차라리 그녀가 내게 반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건데, 그럴만한 요소가 대체 어디에 있던가.
“이번에 돼지 살이 잘 올랐더라고.”
“겨우내 가만히 있던 것들이요?”
그러니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이지도 않고 먹이기만 했으니 살이 포동포동 올랐지. 그런 게 좀 느끼하긴 해도 술이랑 곁들이면 그거만 한 것도 없거든?”
글쎄올시다.
솔직히 술은 좀 피하고 싶었지만, 몸도 얼추 나아가던 차에 아예 거절만 하기도 뭣해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는 대화가 잠시 끊겼다.
“그, 그리고 보니 말이야! 이번에 장료 녀석이 말에서 떨어져서 말이야. 돌아오는 내내 허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리는데 웃겨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애써 웃으며 말하고는 있지만, 도무지 즐거워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저 대화 소재가 떨어져 억지로 말을 쥐어짜는 느낌.
말에서 떨어졌다면 분명 전장이려나.
소연 아가씨와 운이의 얼굴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이라도 물어보는 게 나을까. 그렇지만 대뜸 묻기에도 곤란했다.
“아, 아하하…….”
여포는 살짝 웃는가 싶더니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관청으로 향하는 내내 딱히 이렇다 할 대화는 없었다. 여포는 손가락을 계속 꼼지락거리면서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침묵을 지켰다.
조금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조금 곤란하기도 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졌다. 우리 애들의 원수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런데도 저렇게 숫기 없는 모습을 보니 그 적의가 점점 녹아갔다.
“저거 구름 좀 보쇼.”
“어?”
손가락으로 저 멀리 구름 하나를 가리켰다.
“구름 모양이 버섯 같지 않수?”
“그, 그러네! 뭐 저런 구름이 다 있냐? 웃기네.”
과장된 반응을 보이며 설레발을 떤다. 이런 식으로나마 대화를 이어나가면 되겠지. 그러면 적어도 아까처럼 시무룩한 표정은 안 봐도 되는 거잖아.
그러니 그 표정은 그만둬라.
속에 남은 악의와 응어리가, 그 적의가 조금씩 사그라지는 느낌이니까. 전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이 여자도 적으로 만났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던 거라고.
실은 이 여자도 사람이었노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리게 된다.
어차피 다시 적이 될 사이였다. 친하게 지낼 필요도 없을뿐더러, 이렇게 대화를 나눌 이유도 없었다. 그냥 한 번 이용하면 그만일 것이었는데.
“야야, 저거 봐라. 저 구름은 개 같이 생겼어!”
“안 닮았는데.”
불필요한 죄책감이 고개를 치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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