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61화 (161/343)

16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다른 생각 복양을 등지고 조조군과 마주하는 여포군.

이번에 조조군은 아예 작정하고 복양을 공략할 기세로 대규모 군세를 이끌고 진군하고 있었다. 만일 여기서 복양을 함락당한다면 연주성은 물론이고 나머지 거점들도 위태로워지는 순간.

“장군, 잘 부탁드립니다.”

장막은 입꼬리를 올리며 여포를 바라보았다.

여포는 그 표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우선은 같이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기에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검은색 깃발.

조조군의 본대가 저 멀리 보였다.

분명 그 은발의 불쾌한 꼬마도 있겠지. 여포는 과거 조조와 대면했을 적의 모습 떠올리며 혀를 찼다.

“누님, 이번엔 진짜 전면전이니까 방심하지 마쇼. 조조 그 사람, 생각보다 사람 부리는 재능이 있는 건 누님도 알잖아?”

군 자체의 힘이나 밀어붙이는 능력은 여포군이 우위. 그렇지만 용병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적이 군 자체를 넓히며 유동적으로 움직였을 때, 과연 여포군은 그 대처가 가능할까.

장료도 힘을 써보겠다 했지만, 그런데도 그런 용병술의 싸움이라면 조조를 이기기 힘들 것 같았다.

“조조 걔 나한테 안 되거든?”

“그렇게 방심하다가 줘 터지면 쪽팔리겠지?”

이 쌍놈이.

여포는 장료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는 적토마에 올랐다. 그녀도 조조가 경시할 상대가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그 반대로 자신이 직접 군을 이끌고 달려든다면 조조가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 번 해보자.

“장료, 준비해라. 장막 당신은 뭐, 우측에서 우리 본대로 들어오는 것들만 잘 막아주던가. 그러면 나머지는 전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 미소.

여포는 저 남자가 짓는 기분 나쁜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한 미소. 그녀는 저런 표정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들을 여럿 보아왔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이 연주까지 지배하려면 필연적으로 함께 손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장막이 제 군으로 떠나고 나서야 땅에 침을 뱉으며 그 뒷모습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재수 없는 새끼라며 욕하는 모습에 장료도 어깨를 으쓱였다.

“어으, 시발. 하여간 소름 돋아.”

“어쩌겠나. 우선 우리도 슬슬 진군해야지. 조조가 복양 인근으로 들어오면 애써 진정시킨 복양 내에서도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복양 성주가 엮인다면.

장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포는 승리하고, 또 승리해야만 했다. 그렇게 모든 걸 차지하고 정복하면, 언젠가는 그녀 본인이 바라는 소망도 이룰 수 있겠지.

“좋지, 좋아. 역시 난 머리 쓰는 것보다는 이거 하나 꼬나쥐고 달려가는 게 훨씬 편해. 이번에도 중앙은 너한테 맡긴다.”

“고순, 그 아재는 어떻게 할 거야? 휘하도 나름 강병이고 잘 싸우니, 누님이 안 쓰면 내 휘하 소속으로 두고 싶은데.”

“멋대로 해.”

어차피 기마대를 이끌고 먼저 조조군을 선제타격할 여포에게 고순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장료도 그럴 것 같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순은 여포가 대놓고 꺼리는 것만 제외하면 나름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장료는 그리 느끼는 것이, 조금 딱딱하기는 해도 순리에 맞게 일을 진행하는 장수이며, 나름 맡긴 일도 잘 처리한다.

이런 사람이라면 안 쓰는 것이 손해. 그렇기에 대놓고 싫은 티 내는 여포를 대신해서 장료가 제 휘하에 넣고 부하로 움직이고자 했다.

“조조 본대는 조심하쇼. 특히 조인이라는 장수랑 진소연. 그 둘이 최근 조조군의 쌍두마차로 불리니까.”

“진소연이라.”

전호의 상사.

예전에 한 번 겨뤄본 적이 있어서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다. 여포가 찾아갈 때마다 멍하니 있던 전호였지만, 유독 진소연의 얘기만 나오면 착잡한 표정을 짓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그년을 죽이면…, 아니다. 안 되겠지.”

거기까지 해버리면 돌이킬 수가 없었다.

여포라도 그런 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전장에서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것. 불가피한 것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남자라면 조금 다르게 여길 것 같았다.

“아무튼, 이제 시간도 없겠다.”

여포는 그렇게 운을 뜨며 말에 오른 상태로 장료의 등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갑자기 뭐하는가 싶어 장료가 돌아보니 그녀는 픽 웃었다.

“잘 해보자고.”

“뭐요, 갑자기 왜 그래? 누님 요즘 좀 이상한 거 알아? 그 형씨랑 같이 어울리더니 이 사람이 이상한 걸 옮았네.”

그러면서도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사실 그동안 여포는 거칠고 난폭하며 남을 이해할 줄 몰랐다. 여포 본인의 극강한 무력에 반해 그녀를 따르면서도 그런 부분에서는 우려가 있었던지라 이런 변화는 전혀 나쁠 것이 없었다.

“뭐, 왜. 싫냐?”

“그렇지는 않고.”

장료는 그저 조금 걱정될 뿐이었다.

적어도 조조를 꺾기 전까지 그는 아군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 지금은 사로잡았다고 하지만 사실상 적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이리 마음을 부어도 좋은 걸까.

물론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그 변화가 이어질지, 그리고 그 남자가 만약 여포에게 반기를 들었을 때 이 다소 모자란 누이가 그걸 어떻게 대처할지.

“아냐. 지금은 고민해야 의미도 없는 일이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지금은 조조군을 물리치는 일에만 전념할 따름이었다. 여기서 조조군 본대를 물리치고 견성까지 함락시킨다면 사실상 조조군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터.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갑시다.”

장료가 운을 떼고 여포가 고삐를 쥔다.

조조군은 여전히 두텁게 진형을 굳히고는 천천히 진군하고 있었다. 양 날개로는 기병을 배치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여포를 막기 위한 대형일 뿐.

저런 대형이라면 자주 상대했었다.

주로 정면에서 여포를 막아 세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저런 진형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파훼법은 생각보다 매우 간단했다.

정면으로 부순다.

자신을 막아 세우면서 포위하겠다? 그러면 포위할 틈도 없이 정면을 부수면 그만이었다.

물론 지금 전장은 규모가 큰 편이라 한 명의 무력으로 전부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최전방 방어선만 무너뜨릴 수 있으면 그 뒤는 중앙 본대에게 맡길 수 있었다.

“해보자고.”

지긋지긋한 조조와의 연.

여기서 끊을 때가 왔다.

* * *

그간 곽가가 포섭했던 여포군 내의 파수꾼을 동원해 겨우 틈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불러낸 이들이 복양성 북문 대장과 호족이면서 꽤 큰 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한저.

“성주,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복양성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여전히 경계병들이 성내를 배회하고 있고, 곳곳에 감시의 눈이 깔려서….”

한저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이들이 여기까지 오는 것도 상당히 큰 도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하고, 실제로 이들도 모든 걸 내놓고 내게 호응해야 하니 무리를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여포와 주력군이 빠져나간다고 복양의 경계가 허술해질 리도 없었다. 오히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빡빡하게 파수꾼이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 뻔한 것.

지금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북문이라면 언제든 호응 가능합니다만, 문제는 연주목께서 복양에 도착하지도 못하신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북문 대장의 말도 타당했다.

“우선 한공. 지금 현재 제게 협력할 수 있는 호족은 몇이나 될까요. 유지라도 좋고, 한직 관리라도 좋습니다.”

“확답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누가 조공의 사람이고 누가 여포의 사람인지 구별이 안 되는 상황이라 말을 꺼내기 어렵고요.”

“이해합니다.”

여기서 잘못 걸리면 한저도 제 가문 채로 전부 잃을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나도 무리해서 움직여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해서 일이 탄로라도 난다면, 아마 이런 시도는 두 번 다시는 불가능할 터.

“일단은 주변을 잘 살펴주세요. 조금이라도 여포에게 반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눈길을 주시고, 그 뒤 제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단지 무리는 하지 마시지요. 이 일이 아무리 중하다고 해도 한공보다 중하지는 않습니다.”

“…미력하여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런 도움 하나라도 감사하죠.”

이미 수족이 다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이렇게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조금 사탕발림이 섞이긴 했다지만, 그래도 이 사람들이 지금의 내게 누구보다 중하다는 것도 틀리지는 않았다.

지금으로써는 이 사람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

“지금 여포의 기세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건 기존 연주의 군과 세력을 합쳤을 뿐입니다. 그 불협화음으로 조공의 군을 이길 수는 없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이지요. 그리고 성주님, 이 일이 끝나더라도 여포에게 붙은 이들을 미워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그런 상황에서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 이상했다. 아무리 충이 중하다고 해도 그게 제 목숨보다 중할까.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은 주변으로 손길을 뻗치시고, 나머지 전달사항은 곽가에게 말해주십시오. 당분간은 이렇게 모일 날도 없을 겁니다.”

연거푸 회동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사실 지금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도 도박이었지만, 그만큼 우선 이들을 만나 심정을 들으며 그 태도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회담을 정리하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오빠야가 보기에는 어때.”

“나쁘지 않아. 애초에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나름 느낌이 좋았어. 아직은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

적어도 갑작스러운 배신을 우려해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걸로 나쁘지 않았다. 이제 여기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곽가.”

“응?”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조금 더 고생해줘야겠다.”

“뭐야, 무섭게. 그리고 나 비싼 여자라고 했지? 여기서 더 부담 주면 추가수당 진짜 장난 아닐 건데, 오빠야가 감당할 수 있겠어?”

“원하는 대로 청구해.”

물론 수신자는 조조로.

지금은 그것이 중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북문 관리를 포섭했고 중앙 호족으로는 한저가 버티고 있었다. 그러면 남은 것은 기존 복양 방위군에 접근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방비가 더욱 거셀 터였다.

게다가 병사라는 것은 특성상 값만 제대로 치러주면 주인이 바뀌는 건 신경 쓰지 않는 이들. 애초에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이들이기에 더욱 승기가 높은 이에게 붙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 이들에게 다가가려면 적어도 내가 직접 움직여야만 했다. 성주의 인장을 쥐고 있는 내가 직접 계급으로 찍어누르면서 움직여야만 할 일.

“넌 지금 이 길로 병영 부근을 알아봐 줘. 적어도 파수꾼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동선을 짜고 있는지. 꼭 필요한 일이야.”

나중에 내가 움직이게 된다면 그런 정보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될 터.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면 그런 정보수집이라도 해둬야만 했다.

“하이고, 또 쓸데없이 어려운 일만.”

그녀는 허리를 젖히며 기지개를 켰다.

“거참, 취직하기 정말 어렵네. 세상에 어떤 직장이 재건부터 도와야 해? 이거 사실 진짜 말도 안 되는 거 알지? 나도 순욱 선생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했거든?”

“고맙다.”

“하여간 진짜.”

곽가는 툴툴거리면서 관사에서 나갔다. 아마 이 길로 병영을 탐색해주겠지. 저렇게 말은 해도, 생각보다 일 자체는 깔끔하게 해주었으니까.

일단 이걸로 일단락되었다.

이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우선 사태를 관망하며 조조군이 이기길 바라는 것과 다른 하나로는 현 복양의 지배권을 조금씩 갉아먹는 정도.

아직도 의문은 있었다.

진궁 선생은 조조의 성품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사적인 일로 대규모 군사를 일으키는 건 분명 일반 백성이 느끼기에는 그저 고역일 따름.

그런 전투를 연이어 치렀는데, 그게 만약 조조의 자작극이라고 한다면 그녀는 분명 인륜을 저버린 사람이었다.

하지만 증거도 없었다.

무엇보다 아가씨가 아직 조조를 따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 그녀 나름대로 조조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는 거겠지.

“어우, 허리야.”

요즘 너무 앉아있기만 해서 그런지 허리가 유독 아려왔다. 슬슬 몸도 나아가고 있어, 이제 조만간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다리를 쭉 펴고 드러누웠다.

아직 머리는 어지러웠다.

그렇지만 예전부터 내가 생각하기 힘든 것은 소연 아가씨에게 맡기고는 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녀를 믿는다.

애초에 진궁 선생의 말은 명확한 물증도 없었고, 무엇보다 연주 일을 타 세력까지 끌어들인 처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곧 다른 내전을 뜻하는 것. 안 그래도 연이은 전투로 피폐해진 연주에 또 다른 전쟁을 불러들인다는 건 그녀 본인도 알고 있을 텐데, 대체 선생은 무엇을 꾸미고 있는 걸까.

그리고 소연 아가씨.

지금은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만약 아가씨도 이 일에 관여되어있다면?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싫어도 이런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의문점이 많았으니까.

그 뒤로 아가씨를 만날 일이 없어 제대로 얘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만약 아가씨도 무언가 연관이 있다면. 그리고….

“에이. 아니다, 아니야.”

지금 생각할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만약 내 의심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그저 수동적으로 아가씨의 명령과 조조의 명령을 따를 뿐이었다.

만약 그 둘이 흑이라면 그때는.

나도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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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또 오늘 내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1일 2연재가 00시에 2편이 아닌 건, 최근 생활 패턴이 완전히 일그러져서 그걸 고쳐나가는 중이라...ㅠㅠ

생활 패턴 고치는대로 따로따로 1일 2연재가 아니라 00시 2편으로 다시 교정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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