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58화 (158/343)

15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다른 생각 연주군 견성.

연주 동부에서 복양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자리한 전략적 거점. 그렇기에 방비가 유독 두터워 여포군의 맹공에도 버텨냈던 그곳에 조조군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걸 막아서는 여포의 본대.

견성을 함락시키지 못한다면 복양까지는 바로 지척이었다. 장막도 여포에게 저 거점은 반드시 함락시켜달라는 주문을 받았고, 여포 개인으로서도 조조군이 복양에 들이닥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누님. 숫자는 우리가 조금 모자라는데, 어쩔래?”

“뭘 어떡해.”

여포는 그 방천화극을 내려놓지 않았다.

서주에서부터 강행군을 거듭하여 견성으로 도착한 조조의 본대. 그 와중에 산양 방면 등을 견제해야 하기에 본대의 숫자는 약 3만 정도였다.

그러나 여포의 군도 연주 중부 전역을 지키고 오히려 조조를 몰아내야 하는 형국이기에 이번 전쟁에 나설 수 있는 병력은 총 2만.

병력으로는 분명 열세였다.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봤어?”

“하기야. 어차피 저것들 서주에서 막 달려오느라 기진맥진할 거니까, 이번 기회에 아예 박살을 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장료의 확언까지 들은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들이 복양으로 접근하게 두지 마라. 알겠냐? 여기서 반드시 저 난쟁이 년 모가지를 접수하던가, 그게 안 되면 적어도 복양을 노릴 엄두도 못 내게 하라고.”

“거, 형씨가 그리 마음에 들었어?”

“시끄러.”

여포는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에서는 조조군이 대열을 갖추며 대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서주에서 여기까지 그 먼 거리를 강행군을 거듭하며 왔을 텐데도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

확실히 그간 연전을 거듭한 군은 담금질 잘 된 하나의 칼을 보는 듯했다. 그렇지만 그 강행군의 여파와 피로가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는 법.

설령 조조군이 제대로 싸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포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병력의 차이는 힘으로 누르면 그만.

기병 전력이라면 여포가 이끄는 군이 훨씬 우위였다.

“넌 본대 이끌고 진군해라. 내가 먼저 기병대로 휘저을 테니까, 상황 봐서 그냥 들이쳐. 안 되겠다 싶으면 나팔 불고.”

“누님이야말로 괜히 애먹지 말고.”

“애? 누가, 내가?”

우스운 소리.

여포는 씹어 삼킬 기세로 그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자신이 이끄는 기마에 패배는 없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터.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조조는 확실히 같은 동탁 휘하에 있을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었다. 한때 동탁이 신임하며 동석에서 술을 마셨을 정도니, 그 능력 하나만큼은 탁월한 여자였다.

그러나 여포 자신은?

그 동탁이 양자로 맞이하면서까지 포섭하려 했던 사람이 바로 여포였다. 적어도 무력, 전투 수행능력 하나만큼은 조조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자, 가자 새끼들아!!”

다 죽여라.

그 명령과 함께 북이 울리기 시작했다.

견성에서 펼쳐지는 전장.

본격적으로 연주를 놓고 패자를 가르는 전장이 시작되었다. 물러설 수 없는 조조와 반드시 빼앗으려 드는 여포의 맞대결.

연주 내 전쟁은 이제부터였다.

* * *

“하이고, 오빠야. 이게 다 뭐야? 여기 사람 왜 이렇게 많이 깔렸어? 나 여기 들어오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추가수당 붙어야 하거든, 이거?”

“시끄럽다.”

관사 내부 별실에 들어온 곽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나는 이 주변으로 병사를 풀어 경계하는 것만 알았지, 그 방비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방삼이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라면 분명 두터웠겠지. 놈이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얼굴부터 보겠다고 숨어들 녀석이었으니까.

어떤 의미로는 이 계집애가 대단한 건가?

“어쨌거나, 지금부터 상의를 해보자. 여포는 지금 견성 방면으로 출정하느라 복양 방비가 느슨해졌어. 물론 진궁이 지키고 있으니 구멍투성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진궁 선생이….”

그녀는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그간 같이 일해오면서 그녀가 조조를 배신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단지 이렇게 갈라져 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조금의 의문, 그리고 씁쓸함만이 느껴졌다.

“기존 복양 방위군은 해체되었지만, 재편되어서 계속 운영되고 있거든? 오빠야가 제대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진궁 선생보다야 성주인 오빠야가 더 통제하기 쉽지 않을까?”

“나갈 방법이 있다면 말이야.”

“그게 문제긴 하지.”

몇 번인가 시도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아직 거동이 불편하다고 하지만, 아예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새벽녘을 틈타 움직여보기도 했고, 한밤중에 움직일 수 있는 허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무.

애당초 진궁 선생이 관리하고 있다면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허점이 있을 리도 없었다.

“지금 복양 관청에서도 말이 많더라고. 오빠야는 모르겠지만, 지금 진궁이 복양 내 연주 출신의 관료들을 포섭하고 있거든? 이거 시간 지나면 지날수록 일이 어려워질 건 명심해야 해.”

“알고 있어.”

연주 내에서의 입지라면 나는 물론이고 설사 조조라 할지라도 진궁 선생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진심으로 포섭하려 들기 시작하면 적어도 연주 출신의 관료가 마음을 바꾸는 건 순식간.

그렇게 하나둘씩 포섭하기 시작하면 설사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되더라도 끝이었다. 아직 진궁 선생과 여포가 복양을 완전히 수습하지 못한 지금이 적기.

알고는 있었다.

이해하고는 있는데.

“당장 움직일 수단이 없다.”

“일단 내가 바깥으로 연통을 보낼 수는 있거든? 오빠야가 믿을만한 사람 있어? 그 사람을 중심으로 행동을 정하게 한다면,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믿을만한 사람이라면 방삼이나 사마의가 있었다.

그러나 사마의는 아직 나이도 어린 데다가, 무엇보다 진궁 선생에게 억류되었다고 여포 본인의 입으로 말했다. 방삼이도 모르긴 몰라도 경계가 잔뜩 붙었겠지.

여포는 몰라도 진궁 선생이 그런 부분에서 허점을 드러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방삼이라는 놈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내가 진즉에 알아봤지. 오빠야 오른팔이잖아? 그치만 그 사람은 무리. 예전에 성주 대리까지 맡았던 사람한테 사람이 안 붙었을 리가 없더라고.”

그도 그렇지.

혹시나 해서 말해봤는데, 역시나.

그러면 나머지는 누가 있을까. 조금 생각을 이어봤지만, 예상외로 이렇다 할 사람이 없었다. 복양에 오래 머물렀던 적도 드물고, 물론 두루두루 안면을 텄다고는 해도 온전히 믿을 수 있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이런 일은 되도록 확실한 사람이어야 했다.

“뭐야, 오빠야. 혹시 아무도 없어?”

“기다려 봐라. 생각하고 있잖아.”

“아니 뭔 생각이 그리 길어. 그냥 오빠야는 친구 없는 거 아니야? 혹시 나 이렇게 고생해서 찾아온 사람이 무능력한 사람? 그럼 나 울 거 같은데.”

시끄럽기는.

그렇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몇몇 짐작 가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복양에서 큰 입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진궁 선생이 보낸 감시가 붙었을 거고, 그 이전에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도 부족했다.

“하이고, 이거 개…, 잠깐만.”

곽가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 흠칫했다.

저 복도에서부터 조금씩 들려오는 발소리. 지금 시각이라면 관사 내로 찾아올 사람도 없을 건데. 그런 의문이 들던 차였다.

“전호 성주님.”

진궁 선생의 목소리였다.

“아, 이거 안 돼. 진궁은 안 되거든?”

곽가는 안색이 파리하게 질려서는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이내 옷가지나 이불 등을 넣어둔 목함을 향해 달려갔다.

“진궁은 내 얼굴 안단 말이야. 오빠야가 잘 말해서 눈치 못 채게, 알지? 여기서 나 들키면 진짜 끝장이거든?”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목함을 열고 그 안에 몸을 던지고 뚜껑을 닫아버렸다. 그러는 사이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

“주무시나요?”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진궁 선생.

예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얼굴. 그렇지만 지금은 보고 싶지 않은, 또 한편으로는 꼭 만나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다행이네요.”

그녀는 살짝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다행이라, 뭐가 다행입니까?”

조금 말이 거칠게 나왔다. 어쩔 수 없는 게, 아무리 진궁 선생에 대해 감정이 복잡하다고는 해도 이 사태를 유발한 건 다름 아닌 진궁 본인이었다. 좋은 감정이 먼저 들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물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어떤 의도로 이런 짓을 꾸몄는지.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인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한 게 산더미처럼 많았다.

다행히도 진궁 선생은 곽가가 숨은 목함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살짝 입을 달싹거리는 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할 말씀이 있으면 하시죠.”

“…그러네요. 이렇게 말문이 막혀서야 온 의미가 없죠. 그 전에, 전호 성주님 몸은 어떠세요? 큰 부상이었는데, 차마 미리 찾아뵙지 못했네요.”

“뭐, 그럴 수 있죠. 같은 복양성에 있었다지만, 진궁 선생님은 이런저런 일로 바쁘시지 않았습니까.”

바쁘기야 바빴겠지.

“그 일에 대해선 죄송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제가 지금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 같습니까? 그런 사탕발림 하나 듣자고 당신과 대면한 게 아니야.”

이유를 말해줬으면 했다.

적어도 왜 이렇게 됐는지. 설령 내가 이해하지 못할 이유라 할지라도, 그래도 그녀만의 사유를 듣고 싶었다. 합당하지 않더라도 좋았다. 그저 개인의 사욕이라 할지라도 좋았다.

그냥 당신의 이유를 말해줬으면 했다.

“그렇겠죠. 전호 성주께서 분노하시는 것도 이해해요. 저도 당신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진궁 선생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살짝 머뭇거렸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그녀는 계속 입을 달싹거리거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러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제 욕심이에요. 적어도 당신만은 절 이해해줬으면 하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저와 함께 해줬으면 하는 욕심.”

그녀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는 배신자죠.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킨 사람이잖아요. 당신이 이렇게 저를 꺼리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제 얘기를 들어주시겠어요?”

“들어나 봅시다.”

나는 그걸 듣기 위해 당신과 만나고 싶었으니까.

무슨 사유가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부디 그 속내를 전부 털어놓아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가슴의 답답함도 조금은 가실까.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는 싫었다.

진궁 선생은 한번 심호흡하며 말을 이었다.

“전호 성주는 조공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능한 사람.”

그 정도의 인식이었다. 그 여자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와는 별개로, 나 자신은 조조에 대해 그저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진궁 선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유능함이 잔혹하기에 가능했다고 하면요?”

그녀가 상체를 일으키고 앉은 자세 그대로 내게 기어왔다. 그리고는 어깨에 손을 올리고 빤히 내 얼굴을 응시하면서, 그렇게 서로 시선을 마주하면서 말했다.

“그 사람이 자기 야욕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희생을 우습게 여기고, 자기 욕심을 위해 자기 아버지까지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요?”

아버지라면, 조숭 영감을 말하는 건가.

생각하던 바가 있었다. 나 자신도 조숭이 그리 허무하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다소 의문을 품었던 그것.

그렇지만 확신은 없었다.

“제 야욕을 위해 친족도 희생하는 사람이라면, 다음에는 뭘 희생할까요? 이어서는 또 무엇을, 그렇게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해야 그 사람의 욕심이 가득 찰까요?”

자신은 그것이 참을 수 없었다며 고백했다.

“누군가를 희생한다. 이 천하에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도 한도라는 게 있어요.”

과거 나도 생각했던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겼지만,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그리고 언젠가는 불필요한 희생도 거듭하며 야욕을 채우려고 한다면.

그때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다음에 다시 올게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태여 행차한 것치고는 빠른 귀환이었지만, 그런데도 진궁 선생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뒤흔들고 떠났다.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조조는 확실히 타인의 희생이 무감각한 부분이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상투적인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됐다.

“푸하아아! 답답해!”

곽가는 그제야 목함을 열고 뛰쳐나왔다.

“하여간 저 여자는 뭔데 저렇게 혓바닥이 길어? 하여간 진짜.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오빠야 지금 넘어간 거 아니지?”

“넘어갔다, 라.”

“냉정하게 생각하라고, 오빠야.”

그녀는 그리 말하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애초에 증거도 없이 혓바닥만 길게 늘이는 것들은 대개 사기꾼이라고 정해져 있는 거야. 게다가 오빠야는 소연 별가의 사람이잖아?”

소연 아가씨.

그녀는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물론 진궁 선생은 제대로 된 물증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걸 진실이라고 믿을 이유는 없지만, 당장 그녀가 아예 헛소리를 떠들었다는 느낌이 들지를 않았다.

모르겠다.

그렇지만 단 한 가지.

“야.”

“엉?”

“나랑 일 한 번 같이 해줘야겠다.”

이제부터 알아보면 그만이었다. 적어도 이 복양에 내 손길이 닿게 해야 했고, 그러려면 지금 이 계집애의 도움이 필수불가결한 부분도 있었다.

“오빠야, 나 비싼 여잔데?”

“나중에 전부 쳐 줄게.”

지금부터 복양성 내부에 영향력을 뻗는다. 물론 전부 다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발칙한 상상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부 사정만이라도.

그것만큼이라도 확보하고 여차할 때 조금의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는 지배력을 확보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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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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