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54화 (154/343)

15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전투 예주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기존 여포가 군을 움직이며 무력시위를 통해 기존 예주의 지방관과 호족의 굴복까지는 얻어냈지만, 그게 오롯이 지지로 이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문제가 또 하나.

기본적으로 예주의 관리들은 여포에 대해 협조적인 모양새가 아니었고, 정작 여포가 이끌고 왔던 군에서 문관 일을 맡을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황실 근위대 쪽에서 차출해온 인원들도 기본이 무관.

“고순 그 새끼는 지금 뭐하디?”

“병사 조련 중이라던데.”

“하여간 시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거 장안에서 병력을 차출할 때 과거 낙양 방위군 소속의 병력도 몇 차출했는데, 차출된 그들의 수장 격이었던 것이 고순이었다.

그런데 하는 짓도 뭔가 딱딱한데다가 옆에서 잔소리하는 것도 꼬장꼬장하여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예 병영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않으니 여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그 아저씨도 제 일은 잘 해주고 있잖아. 누님은 가끔 그 양반 정말 이상하게 싫어하더라?”

“땀내 나잖아.”

생리적으로도 뭔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

근육은 우락부락해서는 말투도 뭔가 딱딱하고, 여러 가지 의미로 여포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상 중 하나가 고순이었다.

“그 쭉정이는 됐고, 그래서 네가 보기에는 어때. 좀 책상에 앉을만한 놈들은 몇 보이디?”

“전혀. 이렇게까지 빡대가리들만 모으기도 힘들 건데, 다 누님을 닮아서 그런지 머리가 안 돌아가느, 아아!! 악!! 고민 때려요, 좀!!”

여포가 장료의 등을 수차례 두들겼다.

그렇지만 당장 기존 여포군 인사 중에서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게 장료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기존 예주의 관리는 아직 누가 자신의 편인지 믿을 도리가 없어 큰일을 맡길 방법도 없는 상황.

“어으, 진짜 힘 하나는….”

장료는 제 등을 펴며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길, 지금 상황대로 흘러가면 위로 조조와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진다는 것.

아직 예주 하나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여포와 이미 연주를 전무 제 손아귀에 쥐고 서주를 넘보는 조조와의 격차는 컸다.

군사력으로는 여포가 이끄는 강군이기에 얼추 비슷할지 몰라도, 그것 또한 시간이 점점 지나면 지날수록 뒤집힐 격차.

게다가 장안에서 결국 동탁이 사망하면서 그쪽과의 연결도 끊어졌다. 물론 여포는 그 동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장안을 빠져나온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리 빠르게 연이 끊어지는 것도 조금 곤란했다.

남쪽으로는 원술과 유표, 북쪽으로는 조조, 서쪽으로는 도겸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여포군은 아직 몸조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하여튼, 누님도 웬만하면 응? 좀 서류도 만지고 하라니까는. 글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왜 자꾸 바깥으로만 싸돌아다녀?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적재적소 모르냐?”

“나도 적재랑 적소가 문관 아니거든?”

그나마 이런 행정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맡았을 뿐, 원래 장료도 이런 업무에 특화된 사람은 아니었다.

차라리 모른다고 할 것을.

“어쨌거나 이대로는 운영 자체가 안 돼.”

장료가 탁자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이건 여포도 동의하는 사항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위해 일해줄 인재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예주 출신의 명사나 관리도 전부 핑계를 대며 여포의 권유를 에둘러 거절하고 있는 상황.

누군가 협력적인 사람이 필요했다.

그것도 인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것. 그렇지만 당장 예주에서 그녀를 위해 일할 사람이라고는….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자사님, 방문객이 있습니다.”

“엉? 뭔데.”

고순의 방문에 여포는 미간부터 찌푸렸다. 딱 보아도 눈치 없는 꼬장꼬장한 무관 같은 느낌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주 진류태수라는 자가 사람을 보내었습니다. 자사님을 도울 수 있다며 접견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게 누구지? 야, 넌 아냐?”

그녀의 질문에 장료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랑은 연이 없는, 아 아니지. 반동탁 연합군에 참전했던 사람 아니요. 그러면 썩 연이 없지도 않네.”

“시발?”

그런 사람이 왜.

“일단 만나기는 해야겠지?”

그녀의 질문에 장료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만나는 것만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연주의 진류태수가 왜 개인적으로 연락하는지 모르겠지만, 들어보고 이상한 소리다 싶으면 쳐내어도 그만이었다.

* * *

조조군은 우선 1만의 군만 서주에 놔두고 연주로 돌아왔다. 퇴각하기 전, 미리 하비와 팽성을 헤집고 나온 상황이라 서주는 방위군을 모으기 전에 우선 백성의 안위부터 다스려야 할 상황.

그런 와중에 소연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담성에서의 패착.

유비가 아예 군을 양분하여 양 선두에 관우와 장비를 내세우고 아군 양 날개와 본대의 이음새. 그곳을 두드려 빠져나갈 거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소연은 아예 유비군 자체를 전부 일소하고 그들을 죽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예 전면전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오히려 적이 대담하게 기동하여 전쟁을 피하기 위한 전투를 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조조는 어차피 한 번은 군을 물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기에 괜찮다고 했지만, 그런데도 영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를 않았다.

“아가씨, 아직도 마음에 안 드세요?”

“잡을 수 있었어. 적어도 그들을 틀어막을 수는 있었는데, 내가 욕심부리다가 일을 그르친 것 같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그렇네.”

실수였다.

조금 더 전장을 넓게 봤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 유도되어 거기에 시선이 팔린 것, 그것이 소연의 패착이었다.

못내 아쉬웠던 소연이 한숨을 내쉬었을 때.

연주에서 서주 공략전의 전진기지로 낙점되었던 복양성의 관청에는 때아닌 침묵이 깔렸다. 조조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진궁의 모습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진궁 치중. 또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하군.”

“불만이라고 할 건 없는데요….”

그리 말하면서도 진궁은 말끝을 잠시 흐렸다. 그녀는 조숭의 죽음, 그것에 대한 걸 조조에게 묻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까.

진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현재 연주 상황이 좋지 않아요. 서주에 군을 남기신 것을 보아 재차 원정길에 오르실 생각이 아닌가요?”

“길어도 보름. 그 내로 다시 출병하겠다.”

그건 너무 짧다.

진궁이 생각하기에 봄이 채 오기도 전에 다시 출병하는 건 말이 안 됐다. 안 그래도 연주 관청의 재정이 파탄한 상황에서 재차 출병이라면 도무지 연주 관청의 자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무리예요.”

“무리여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조조는 단호하게 답했다.

모든 준비는 끝난 상황. 아무리 난해하다고 하더라도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서쪽에서 동탁이 죽고 남쪽의 여포가 예주를 채 장악하지 못해 움직일 수 없는 지금. 게다가 조숭이 죽었기에 북쪽의 원소도 참견할 수 없는 지금이 바로 적기였다.

설령 도박이라 하더라도.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아버님이 서주에서 돌아가셨기에, 그리고 남쪽과 서쪽의 상대 모두가 무너져있는 지금뿐이다.”

“상황을 바라보기 전에 몸을 생각하셔야죠. 연주는 지금 재차 전투를 치를 준비가 덜 되어있어요. 이러다가 연주 자체에서도 큰 반발이 생길 수 있는 건 아시잖아요.”

실제로 요 반년간 연이어 전투가 벌어졌기에 연주 내부에서도 자성하는 목소리나 조조를 비판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아비의 복수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조조 개인의 사사로운 명분. 그것을 연주 내의 사람들이 지지해야만 할 이유는 없었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 연주의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냐, 그런 목소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면 언제 움직여야 하는가? 동탁 사후 그들의 수하가 장안을 안정시켰을 때? 여포가 예주를 전부 장악했을 때? 원소가 아군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때?”

조조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대체 언제!! 그대는 언제까지!”

한 발짝.

조조는 진궁에게 다가갔다.

“그대는 언제까지 내게 참으라고만 할 텐가.”

어차피 이래도 있으면 원소의 수하 중 하나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연주의 관리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녀는 고작 그 정도의 지위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원소라는 반역자 하나가 천하를 쥐고자 한다면 자신이라고 못할 것이 무엇인가.

진소연은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다.

이미 진소연은 조조에게 공공연히 천하를 쥐라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조조의 혈육을 제외한 다른 부하.

진궁은 어떻게 말할 터인가.

그녀는 머리에 뻗은 열을 잠시 식히며 진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소연은 자신에게 천하를 쥐라 말했다. 이제 진궁, 그대는 무슨 말을 꺼낼 터인가.

그 말을 기다렸다.

진궁은 잠시 아랫입술을 깨물고 침묵했다.

그리고 지금.

“조공.”

진궁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조공께서는 아버님의 죽음에 그리 슬퍼 보이지 않네요.”

순간 조조가 말문이 막혔을 때, 진궁은 자연스럽게 등을 돌려 천천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무언의 등은 대화를 거절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래서 조조는 손을 잠깐 뻗었으나 이내 멈칫했다.

무슨 의도였을까.

예전부터 얼굴을 알고 지냈으면서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준 여자였지만, 이런 면에서 그녀는 자신과 맞지 않았다.

진궁이 머리 좋은 여자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그녀도 생각하는 바가 있을까. 물론 증거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조조 자신의 손으로 조숭을 죽였을 거라는 의심까지는 정황상 할 수도 있었지만, 그 의심에 확증이 남았을 리가 없었다.

무슨 말을 했으면 좋았을까.

조조에게 있어서도 진궁은 특별한 사람이었다. 동탁 암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도움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종종 지식을 빌렸으며 이번 연주에서 기반을 잡는 일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았었다.

가능하다면 이해받고 싶었다.

그녀에게라면 사실대로 말하고 싶은 면도 있었고, 이런 자신의 모습을 이해받고 싶기도 했다.

“어째서일까.”

진궁이 그랬다. 전호도 그랬다.

지금까지 봐오면서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랐던 사람들은 전부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 들여주길 바랐던 이들은 전부 그녀를 받아들여 줄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이 안타까웠다.

* * *

조조는 군을 모아 재차 출병했다.

치중을 보급받고 무기를 갈며 잠시 휴식을 취한 조조군이 떠난 자리. 연주에서는 조조의 재차 원정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제 아비가 죽었다 하더라도 그렇지.

솔직히 말해 연주는 조조의 아비가 죽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전쟁이 계속 이어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

조조의 개인적인 가정사에 동원당하는 연주민과 치중을 차출당하는 상황에서 불만이 안 쌓일 수도 없는 것.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조조군 휘하 필두 중 하나이며 연주 출신의 명사인 진궁을 찾았다.

진궁은 그런 행렬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이번 원정을 자제하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물론 죽은 조숭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없진 않았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공적인 부분에서 이렇게 많은 반발이 터질 건 당연한 일이었다.

조조의 기반은 결국 연주 하나였다.

그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데 조조는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무리해가면서 세력을 넓힐 생각만 하고 있으니, 진궁 입장에서는 그것이 답답하기도 했다.

물론 이해는 하지만, 이해하더라도 구태여 이렇게 서둘러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그녀는 그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렇게 많은 연주 인사가 진궁을 찾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태수께서 절 찾으실 줄은 몰랐네요.”

“그렇소? 난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진류태수 장막.

어릴 적부터 조조, 원소 등과 알고 지내며 막역지우로 지냈다고 하던 남자. 그렇기에 조조에게도 많은 신임을 받고 있던 남자가 자신을 찾았다는 사실에 진궁은 다소 당황하고 있었다.

진소연.

당신의 말이 맞긴 했네요.

그녀는 장막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에 대해 주의하던 진소연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소연은 여러 수단으로 자신을 옭아매더니, 결국에 이런 것까지 예언했나.

“무슨 일이시죠?”

진궁은 장막에게 질문하면서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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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품 전개에 대해 좀 생각하고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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