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전투 조조군은 여전히 팽성국에 본대를 두고 서주성을 공략하고 있었다. 하비국의 주성과 인근 현을 휩쓸던 조인도 하비성의 반격에 밀려 지금은 서로 대치 중인 상황.
시간이 너무 지연되고 있었다.
“확실히 두텁군.”
아무리 두드려도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 성문.
확실히 서주 국경에서 가장 든든하게 영토를 지키던 거성다웠다. 장기전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정작 그러기엔 아군의 병량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절이 겨울인 것도 있었고, 그간 잦은 차출 탓에 아군 병사의 피로가 누적된 것도 장기전을 곤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명분도, 상황도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기존에 청주에서 넘어온 황건적을 전부 복속시킨 상황. 그걸 토벌하기 위해 계속 병력을 모집해둔 상황이었기에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했던 터. 그렇기에 서주가 채 준비하기도 전에 기습적인 공습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주성을 공략하는데 애먹기 시작한 지금에는 오히려 그리 빠르게 움직인 것이 독이 되는 것이었다.
“한 달, 한 달이라….”
그간 시간을 너무 소요했다. 앞으로 한 달하고 보름. 그 사이에 팽성국의 주성을 떨어뜨려 도겸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이번 원전은 실패로 돌아갈 터.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패와 팽성국 일대를 잇는 지점에서 주요 현 내 서주민들을 전부 이전시켜 후방을 교란당할 걱정이 사라졌다는 것.
물론 그 탓에 서주 내에서 조조를 향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서주를 점령하는 것이 더욱 급선무였다. 그때라면 융화정책이라도 펼 수 있었지, 이대로 물러난다면 죽도 밥도 안 됐다.
“원양, 아군의 사기는 어떻지?”
“나쁘지는 않아. 물론 겨울을 지내야 하는데 전쟁에 끌려 나와 몇 달째 저 성벽만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 불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하후돈의 말에 조조도 공감했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다.
물론 공성전이라는 게 기세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몇만의 군을 동시에 투입했다는 걸 고려하면 불만족스러운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조인도 하비 일대에서 고전 중이라던데. 맹덕, 이대로 있다가는 아군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알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서주만 잡는다면 연주와 서주, 두 개의 주를 가진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내실을 다져 주변을 안정케만 한다면, 그때는 정말 원소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군벌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미 아군은 모든 걸 서주 공략에 걸었다.
사실상 모든 걸 건 도박. 패배는 있을 수 없었고, 적어도 정말 한 번 물러나야 한다면 서주의 근간을 무너뜨려 경쟁 상대로 거듭나는 것을 저지해야만 했다.
“소연 별가에게서 연락은?”
“아직은. 지금 청주에서 내려온 공손찬의 지원군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있다더군. 동해 인근에 아직 적의 침입이 없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담성은 서주의 주성 중 하나였다.
그 거점을 먼저 선제타격하여 인근 군사 주둔지를 전부 짓밟아놓은 진소연의 기동력은 분명 칭찬할 만했다.
이제 여기서 서주 북쪽에서 내려오는 길을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아군은 연주의 추가 병력을 조달받아 서주성 자체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었다.
조조는 지도에 표시한 몇 개의 거점을 바라보며 군을 뜻하는 깃발을 움직였다. 하비에서 조인이 고전하고 있다지만, 반대로 하비의 군사 역시 팽성국의 지원을 나올 수 없는 상황.
후방에서는 조홍이 막 서주민 전원을 이주시키고 다시 원활하게 군을 움직이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북쪽에는 진소연이.
조조가 진소연을 뜻하는 깃발을 쥐었을 때였다.
“주군, 잠시 시간 되십니까?”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라.”
조조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노년의 문관 하나가 천막을 걷고 막사 내부로 들어왔다. 작년 중순에 연주 인사를 대거 발탁하면서 같이 발탁했던 정욱.
그는 살짝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무엇이?”
조조의 질문에 정욱이 살짝 고개를 떨궜다.
“방금 소연 별가에게서 전문이 도착했습니다. 청주에서 내려온 공손찬의 군이 담성으로 입성했다더군요.”
“그런가.”
그녀의 반응은 정욱의 예상과 다른 태평한 느낌이었다. 담성에 공손찬의 기병대가 들어섰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닌데.
“이러면 아군의 후방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하비로 떠나있던 조인 장군은 물론이고,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 있는 아군의 후방에 직접 교전을 펼칠 수도…,”
“알고 있음이다.”
어차피 모든 게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리라고 낙관하지는 않았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제법 평이한 어조로 정욱에게 말을 꺼냈다.
“한 달. 앞으로 한 달 안에 가증스러운 도겸을 본인 앞까지 끌고 올 수 있겠는가? 그게 가능할 것 같은가?”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토성을 쌓고는 있습니다만, 근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그간 녹아있던 땅이 평소보다 훨씬 딱딱히 얼어, 다소 시간이 지체될 것 같습니다.”
연주에서 추가로 발주했던 공성 병기도 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요 보름에 걸쳐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조조군에게 분명 악재로 다가오는 것. 성 바깥에 주둔할 수밖에 없는 조조군 내에선 동사자까지 발생하는 상황.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손찬의 군이 담성에 입성했다면 아군은 기존 하비성과 팽성국의 서주성에 이어 동해의 담성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조금 생각하던 바가 있었다. 한 번 연주로 돌아가 재정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는데, 결국에는 그 방점이 찍혔군.”
“하지만 지금 돌아가기에는 너무 소모한 것이 큽니다. 이대로 돌아가 서주에 방비할 시간을 주면 차후 공격하기에 훨씬 난해해질 수도 있습니다.”
노년의 책사가 하는 말에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연주로 돌아가자마자 군을 재편성해 바로 돌아올 것이다. 게다가 이대로 돌아갈 생각도 추호도 없다.”
방비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
물론 한 번 아군이 떠나면 서주는 숨을 돌리려 들 터. 그녀는 서주에게 그럴 시간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정욱 선생. 여기서 아군이 군을 돌리며 이 일대의 주민들을 전부 북부로 이주시키고 건물을 불사르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정욱은 그녀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생산력과 통치력을 아예 붕괴시키자는 의견.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차후 서주를 점령했을 때 그 반발에 대해서는 고생을 하겠지만, 어차피 이대로 돌아간다면 서주 공략은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아군이 연주에 잠깐 돌아가 병력을 재편만 하고 돌아온다고 가정한다면 적에게 방비할 시간을 주지 않을 겁니다. 수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면, 아군의 공백도 그리 큰 악재는 아니겠지요.”
물론 서주 백성들은 그만큼 더 고생할 것이지만, 조조나 정욱이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은 무엇보다 서주 공략에 투자한 비용에 대한 이득을 취해야만 할 때였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오히려 조조와 연주는 손해밖에 없는 셈.
반드시 서주를 공략해야만 한다고 전제를 두었을 때, 다소 서주에 상처를 내더라도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전부 동원해야만 했다.
“그러면 그리하지.”
하비성과 팽성국의 서주성을 제외한 모든 군현의 백성을 강제로 이주시킨다. 그리고 그 터전을 불사른다면 서주는 설령 아군이 떠나더라도 그 이주민에 대한 처리와 불탄 농지에 대한 대책으로 정신이 없을 터.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군사행동에는 자주 있는 일. 무엇보다 이런 수단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부분이었다.
반면 조조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주 중부 전반에 걸쳐 기반을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서주 경제기반을 전부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아예 서주가 일어서지도 못하게 짓밟으려면 민간인에게도 손을 댈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진소연과 했던 약속이 마음에 걸렸다.
“일단은 그리 방침을 잡도록.”
“예, 주군.”
정욱은 그리 답하며 물러갔다.
“원양. 그대도 준비하도록.”
“곧바로 군을 다시 움직이면 아군도 반발하지 않을까. 게다가 연주 내에서도 연달아 전쟁을 펼치는 건 반대하는 이가 많다고 진궁 치중이 그랬는데.”
“그렇다고 이만큼 투자했는데 빈손으로 돌아가라? 오히려 그게 더 본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터. 우선 반발을 묵살하더라도 재차 나설 수밖에 없음이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여기서 죽은 병력도, 이만큼의 재정을 사용하면서도 무리해서 출병했으니 사실상 연주의 모든 기반을 투자하여 서주를 공격한 것이었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버님이 이 땅에서 돌아가신 것이다. 여기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면 천하가 본인을 어찌 생각할까.”
“흠, 맹덕. 네가 조숭 어르신을 그렇게 깊이 생각했던가? 아니, 이건 좀 실례긴 한데… 예전에 아비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그랬었잖아.”
하후돈은 알고 있었다.
과거 조숭과 조조의 사이가 어땠는지, 차라리 남이었으면 더 나았을 법했던 과거를 그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조가 조숭의 원한을 갚기 위해 서주를 공격한다고 했을 때도 의아했던 것이 있었다.
그 질문에 조조는 빙긋 웃었다.
“나름 좋은 아비였다.”
마지막에는 도움이 됐으니까.
뒷말은 구태여 덧붙이지 않았다.
* * *
텅 빈 집무실.
홀로 거기에 앉은 사마의는 탁자에 늘어놓은 몇 통의 편지를 바라보며 씩 웃고 있었다. 전부 진소연이 떠나기 전 전호에게 남긴 편지들.
전해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적힌 단어가 이상하여 먼저 그녀가 챙기고 있던 것이,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이번 조숭의 참사는 단순히 서주군의 기습으로 이뤄진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잠시 기다려라, 우선은 건강만 살펴라, 내가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다, 라. 소연 아가씨도 참, 뭐 그리 급하시다고.”
사마의는 픽 웃으며 편지를 옆으로 치웠다.
시기가 너무 적절했다.
조숭이 죽으면서 조조는 주변 군벌과 제후에게 간섭할 수 없는 명분을 가졌고, 그걸 이용해 원소의 참견을 무력화시키며 단숨에 서주로 들이쳤다.
누가 죽였을까.
소녀가 생각하기에 진소연이 죽였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서주에서 진짜 습격이 벌어진 것은 맞으니, 사실 정말로 조숭이 거기에서 이미 치명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나쁘지 않았다.
사마의는 어차피 전호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정말 소녀의 예상대로 조조가 직접 조숭을 죽였다면, 그리고 그걸 증명할 방법만 있다면 일은 더 재미있게 흘러갈 터.
물론 그 천하의 조조가 누가 알아챌 실수를 했을 리는 없었다. 진궁도 이 사건을 다소 의심하는 것 같았지만, 어디까지나 전부 의구심에 지나지 않는 것.
무엇보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물론 이 편지를 진궁에게 제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소연이 잡아뗀다면 솔직한 말로 조숭이 서주에서부터 이미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는 근거가 없었다.
모든 것은 심증에 그치지 않는 것.
그렇지만 이런 패는 많이 쥐고 있는 게 나았다.
물론 이 편지를 다시 전호에게 전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추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면서 전호를 뒤흔들어 진소연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주기에는 시기상조였다.
일단은 챙겨둔다.
어차피 이 편지를 포함해 모든 심증은 이번 조숭의 죽음은 비단 서주에서 벌어진 단순한 참사가 아니라는 걸 가리키고 있었다. 그건 분명 진소연이나 조조. 둘 중 하나가 강력하게 개입해있을 터.
혹은 둘 다 개입했다던가.
“야, 꼬맹아. 거기 있냐?”
집무실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마의는 책상에 늘어놓은 진소연의 편지를 접어 자신의 품속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호도 모르는 이 사실을 만약 그가 알게 된다면.
진소연과 적대하는 전호라.
그 미래도 나름대로 기대는 되었지만, 일단은 지켜보면서 적당한 시기에 조율할 수 있다면 그게 사마의에게 있어서는 가장 최고의 상황이었다.
“네, 아저씨! 금방 갈게요!”
소녀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앞으로 있을 미래가 어떤 모양일까? 사실 소녀에게 있어서는 어떤 모양새이건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거기서 전호라는 남자가 조금 더 위로 올라설 수 있다면야.
사마의는 그런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다.
조조도 없고 진소연도 없는, 오롯이 전호라는 남자가 홀로 서서 제 뜻을 펼치는 미래. 물론 지금 상황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무난하게 흘러서는 재미가 없었다.
“너 어디 갔었냐?”
“잠깐 볼일 좀 보고 왔죠.”
“화장실이냐?”
그 말에 사마의가 볼을 부풀렸다.
“여자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여자는 개뿔.”
전호는 그리 말하며 목발을 짚고 앞으로 걸어갔다. 사마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르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
시간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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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는 제가 후기에서나마 부연설명을 드려야 할 부분인 것 같네요.
먼저 서주 내 민병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명분 이전에 서주 내에 대규모 군을 이끌고 침략해왔기에 벌어진 자연스러운 대응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시 정사에서도 기록된 바로 그 시대까지는 아직 지역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데다가, 중국 영토가 너무 넓기에 각 지방마다 생활 양식도 다를 정도로 지역주의가 강하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명분이야 둘째 치더라도 천하가 전란에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이렇다할 전쟁도 없이 각지에서 피난민들이 찾아올 정도로 평화로웠던 서주에 대군을 이끌고 찾아온 조조가 달가울 리 없다.
이렇게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숭을 죽인 조조가 나쁘게 묘사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그들도 아직 의구심을 표현하는 단계입니다.
게다가 어찌 되었건 간에 불꽃 효도는 솔직히 조금 과격하다고 생각되지 않을까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개를 하던 와중이 부연 설명이 부족했던 탓에 다소 의구심을 드렸습니다.
이런 부분은 점점 더 교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