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52화 (152/343)

15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전투 청주에서 쭉 내려오던 유비와 전해의 발이 묶였다.

본래 예정대로라면 우선 서주 중앙의 거성인 담성에 입성하여 그 주변으로 영향력을 미칠 계획이었다.

서주로 넘어온 조조군이 담성까지 공략할 여력은 없을 테니, 그곳을 거점으로 삼는다면 사실상 서주 전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란 계산.

거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진소연.”

유비는 저 멀리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과거 반동탁 연합군 당시 군을 함께 움직이기도 했던 여자.

벌써 세 번이나 진소연의 군과 교전을 펼쳤다. 장비와 관우를 필두로 한 유비군의 돌파력과 그걸 받아치면서도 좌우로 포위하려 드는 진소연의 군.

“언니. 저 군대, 확실히 버거워요.”

관우의 말에 유비도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다른 돌파구를 찾아 세 번이나 공세로 돌렸음에도 뚫리지 않았다. 오히려 유비군의 돌격을 받아내면서도 양 날개를 펼쳐 유비군 자체를 잡아먹으려 드는 용병술에 몇 번이고 말려들 뻔했다.

저렇게 유능한 사람이었던가.

반동탁 연합군 당시에는 이런 느낌까지는 못 받았다. 특히 사람을 잘 꿰뚫어 보던 유비는 진소연을 그저 그런 지휘관이나 문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런 기동과 용병을 보여줄 장군이라는 느낌은 전혀 못 받았는데, 당장 그 유비를 가로막는 진소연의 군은 확실히 버거운 감이 있었다.

실력을 숨겼을까.

아니면 발전? 만약 발전한 거라면 그 2년 사이에 진소연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물론 진소연이 어떻게 되었건, 그보다 중요한 일은 따로 있었다.

“평원 태수. 담성을 우회할 수는 없는가?”

전해의 말에 유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능해요. 그러면 저희는 거점도 없이 북으로는 동해의 진소연, 남으로는 조조의 본대. 그리고 동쪽으로는 하비에 파견된 조조군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잖아요.”

“쯧, 거점인가.”

확실히 제대로 된 거점도 없이 진을 구축할 수는 없었다. 병사의 피로도도 우려였지만, 무엇보다 조조군의 공습에 너무 취약해진다.

기병 전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숫자는 오천밖에 되지 않았다. 만약 야외에서 진을 치고 있는 와중에 포위된다면 사실상 빠져나갈 구멍을 잃는 셈.

“제 생각도 그렇네요.”

그리고 또 한 명.

이번에 유비를 지원했던 가문 중 하나인 제갈 가문의 장녀, 제갈근도 유비의 옆에서 살짝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팽성과 하비, 양측을 동시에 쥐고 흔들 수 있는 거점이니까요. 무리하더라도 조조군을 뚫고 담성에 입성해야 해요. 그것도 피해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요.”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으나.”

전해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 수를 써 담성을 우회하여 팽성으로 향하는 듯한 움직임을 취한 적도 있었으나, 진소연의 군은 보란 듯이 성을 끼고 움직이며 입성할 길을 차단했다.

남하할 리 없다고 확신하는 듯한 움직임.

“아예 담성을 포기할 수는 없는데, 적이 이미 그 움직임을 읽고 있으니. 제갈 선생님이라면 어찌하시겠어요?”

“그러게요.”

제갈근이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적은 아예 담성으로 향할 길을 원천차단하고 있었다. 흔들기도 무리였고, 정면으로 공격하자니 적의 용병술도 만만치 않았다.

기본 대형은 담성으로 향할 길을 지키는 포진이었으나 정작 군을 부딪치자마자 아예 전멸시킬 목적이 있는 것처럼 양 날개를 펴 포위하려 들었다.

그러면서도 중앙의 두께를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으니, 어중간한 마음으로 공격했다가는 오히려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유비와 전해가 이끄는 군은 오천밖에 없었다. 여기서 병력을 더 잃었다가는 전세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게 된다. 반드시 지금의 군 규모는 최대한 유지하며 담성으로 입성할 방법.

“우선은 잠시 기다려보죠. 조조군은 아예 저희를 바라보고 있으니, 잘하면 담성에서의 호응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갈근은 스스로 말하고도 회의적이었다.

이미 몇 번의 교전 내내 성에서의 움직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차라리 적의 후방만 좀 교란해주었어도 일이 편해졌을 것인데, 그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때였다.

“언니, 그럴 리 없음. 알지 않음?”

“량아, 여기가 어디라고!”

어느새 자신의 뒤편까지 와있던 소녀의 모습에 제갈근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제갈량은 언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안 나옴. 나올 생각이 없는 것임.”

“죄, 죄송해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량아. 가자,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여기가 어디라고 어른들 계시는데….”

제갈근이 서둘러 소녀의 어깨를 잡았다.

“군을 뭉치면 되는 부분. 계속 군을 양분하여 움직이니 적이 대응하기 쉬움. 군을 하나로 뭉쳐서 진군시키되, 적과 교전하기 직전에 양 갈래로 나누면 혼선 줄 수 있음.”

“아니 얘가 그런데 진짜!”

어린 소녀의 말에 제갈근이 버럭 소리 지를 무렵.

“잠시만요.”

유비가 그 발언에 주목했다.

그간 유비와 전해는 함께 군을 뭉쳐 움직인 적이 없었다. 애당초 함께 대열을 맞춘 적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 둘의 사이가 가깝지 않았기에 같이 행동하는 걸 의도적으로 꺼리던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간단. 적은 아군의 움직임에 즉각 반응 중, 아군은 교전 직전에 흩어짐. 그러면 양 날개의 군만 뚫어내면.”

소녀는 그리 말하며 역삼각형의 모양을 그렸다.

군을 모아 정면으로 달려들며 조조군을 중앙밀집 대형으로 상대하게 하고, 그 교전 직전에 양 좌우로 군을 2갈래로 나누어 적 본대를 따돌린다. 설령 한 쪽으로 조조군이 방향을 튼다면 반대편 군이 그 뒤를 친다.

이러면 설령 적이 넓게 포진했다 하더라도 군을 두 갈래로 나눈 시점에서 그 이음새를 끊고 나아갈 수 있었다.

제갈량은 전쟁을 몰랐다. 전투를 몰랐다. 그래서 당장 생각나는 모형 비슷한 느낌으로, 최대한 적을 혼란케 할 방법을 떠올리고자 했다.

“흠,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유비는 고개를 돌려 전해를 바라보았다.

전해는 어린 꼬마의 말에 수긍하는 것이 영 못마땅했지만, 그와 별개로 지금까지 군을 틀어도 당겨도 안 되었던 현상을 보면 한 번쯤 시도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군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 게다가 아무리 군을 순식간에 움직여 움직인다 하더라도 후미는 반드시 잡힐 터. 어느 정도 희생은 감내해야 한다.”

“어차피 희생 없이 입성할 방법은 없어요.”

유비는 그리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대형에서 군이 양 갈래로 나뉜다면 적은 분명 당황한다. 설령 군을 나누어 후미를 친다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대열이 그 판단에 반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능할 것 같았다.

“한번 해보죠.”

유비의 말을 듣던 제갈근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물론 이번에는 좋게 넘어가서 다행이지, 이들이 어떤 이들인데.

비록 이들이 군을 이끌고 서주를 구원하기 위해 왔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군을 이끄는 군벌. 이런 사람들은 한 번 비위가 상하면 어떤 짓을 할지 몰랐다.

설령 이들이 너그러운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런 습관을 반복하다가 언젠가 큰 경을 치게 될까 그것이 걱정이었다.

“량이 너, 두고 봐.”

작게 속삭였다.

그러면서 소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아, 아아!! 언니, 아픔!! 아, 아파! 아프다고오!”

조금 힘을 실어서 세게.

* * *

“아가씨, 적이 다시 움직이네요.”

조운의 말에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면으로 군을 뭉쳐 다가오는 유비와 전해의 군. 그간 군을 계속 둘로 나누어 아군 움직임에 혼선을 주려 하더니, 이제 그걸 포기했을까.

생각 이상으로 유비와 그 남매를 막는 건 버거웠다.

장비와 관우가 직접 군을 몰고 달려들 때마다 조운과 우금, 악진 중 하나를 붙여서 동원해야 했을 정도로 그 둘을 막기에는 버거운 감이 있었다.

그러나 막아냈다.

삼국지 세계관에서의 최강자를 여럿 꼽으라면 반드시 이름이 들어갈 사람들을 어떻게든 막아냈다. 소연은 그 사실에 자부심을 품었다.

그녀는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군을 운용하는 용병도, 그녀 개인의 무력도, 판단하는 지력도. 전부 전과 비교하여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이대로만 간다면 오히려 저들을 전멸시키기 위해 움직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지금.

유비와 전해가 군을 합쳐 전면전을 걸어오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야말로 유비 세 남매를 죽이기 위한 가장 큰 적기였다.

“우금과 악진에게 전해. 좌군과 우군도 대열을 좁히고 군을 준비시키라고. 중앙의 군이 먼저 적을 상대했을 때, 그때 여유가 나면 바로 적 측면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해.”

여기서 전멸시킨다.

소연은 이번 전투에서 최대한 적을 포위하여, 적어도 유비만큼은 반드시 죽일 생각이었다. 천하를 놓고 겨룰 경쟁자는 줄이면 줄일수록 좋았다.

“네, 아가씨.”

조운이 답하고 떠난 자리.

소연은 정면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적 본대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전면에는 기병을 배치한 걸 보아 먼저 관우와 장비를 이용해 돌파력을 살릴 생각일까.

이미 그 대응은 전부 끝마쳐두었다.

아군 전열에는 이미 4중의 녹각을 설치하여 병력을 배치. 그리고 그 녹각이 적을 막아 세우는 사이에 양 날개를 펼친다.

기동력이 죽은 기병은 전열에서 상대하고 적을 양옆에서 포위할 수만 있다면 아군의 승리였다. 우선은 날개를 접고, 적이 전열에 묶인 틈에 그 날개를 편다.

우금과 악진이라면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 소연은 손에 쥔 지휘봉으로 반대편 손바닥을 툭툭 쳤다.

“할 수 있어, 괜찮아.”

가능한 모든 수는 써두었다.

소연이 알기로 아직 유비군에 참모 역할을 맡을 사람은 없었다. 전해도 무장이었지 문관이 아닌 이상, 무언가 예상외의 한 수를 찌르지는 못할 터였다.

지금까지도 그랬다.

군을 반대로 돌리는 척, 아니면 2개의 군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척하며 아군을 동요시키려 했지만 전부 예상할 수 있던 수였다.

그것에 지쳐 전면전을 걸었겠지.

“전군, 전투 준비!!”

북을 울렸다. 뿔 나팔을 불었다.

궁사에게 시위를 걸게 하며, 그와 동시에 아군 기병을 중앙과 양 측면에 배치된 군 사이에 자리하게 했다. 양 측면의 군이 돌아들어 가는 동안, 기병은 아군 녹각을 피해 적 본대로 돌진시킨다.

나쁘지 않았다.

“아가씨, 준비 끝났어요!!”

“이쪽도 준비 끝났어.”

와라, 유비.

어차피 유비는 그녀의 계획에 있어 방해물. 아무리 바라보는 이상이 숭고하고 백성을 위하는, 어떤 의미로는 그녀와 전호가 생각하는 이상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해도 지금 당장은 변수를 낳을 방해물에 불과했다.

여기서 꺾는다. 가능하다면 죽인다.

“조운, 네가 기병대를 맡아줘.”

“알겠어요.”

와라, 삼국지의 주인공.

촉한의 황제, 한나라 최후의 영웅.

원래라면 이 원정 이후로 유비가 서주를 차지하고, 그 이후 몇 년간 조조를 계속 괴롭힐 세력이 될 터였다. 연주에서 반란이 일어났기에 서주에 안착하게 했던 것이지, 지금 상황을 이대로만 잘 끌어간다면.

적이 점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기병이 주를 이룬 군이었기에 말 달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그 앞은 사중으로 구성된 녹각.

막을 수 있다.

설령 관우와 장비가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궁사에게 시위를 당기라고 명령하려던 찰나.

“…뭐?”

정면으로 달려들던 군이 좌우로 크게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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