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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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궁은 그리 생각하며 복양성 관청 내부를 걷고 있었다. 주변에 시종도 전부 물려 고요하기 그지없는 상황은 오히려 생각에 잠기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조숭이 죽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전호는 그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듣자마자 짙은 의문을 표했다.
사실 진궁도 조숭의 죽음을 석연찮게 느꼈다.
물론 막 도착한 현장을 본 것이 아니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조숭의 시체를 옮김과 동시에 폐기했다는 마차의 외관은 제법 깨끗했었다는 병사의 목격담이 있었다.
게다가 전호도 그 크게 부상하고도 살아서 돌아왔다. 물론 그가 죽길 바랐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면 소연과 전호가 살아서 돌아온 것은 무언가 이상했다.
“조공, 아니시겠지요.”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
과거 처음으로 조조와 함께 행동했었을 당시 인자한 표정을 고수하며 그녀들을 숨겨주었던 한 노인이 있었다.
조숭과는 과거부터 친한 막역지우라고 하며, 그 어려운 살림에도 조조와 진궁을 극진히 대접하겠다고 팔을 걷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어떤 표정으로 죽었던가.
조조는 그들이 동탁에게 자신을 밀고했음을 의심했고, 무엇보다 의심스러운 대화가 오가는 것을 목격하여 결국 그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로, 그건 사실 착각이었다. 그들이 조조를 대접하기 위해 돼지를 잡겠다는 말에 주어가 빠져, 그걸 몰래 들은 조조와 진궁의 오해로 빚어진 사건.
결국에 조조는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셈이 되었던 그 날의 기억.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숨겨주었던 여백사가 돌아오자마자 조조는 그마저도 죽였다.
결국에는 그 모두를 죽였다.
그 일이 갑작스레 떠오르는 건 어째서일까.
제발 아니길 바랐다.
이미 조조와 행동을 함께하기로 정한 상황. 그녀에게 미래를 맡겼으며, 장차 더 나아가 연주 전체의 장래를 맡겼다. 그러니 진궁은 지금 떠오른 생각이 전부 착각이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석연찮음은.
“조숭 어르신이 죽으면서….”
진궁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조숭의 죽음. 그걸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구일까. 물론 단기적으로는 조숭과 함께 운송되던 수억 전에 달하는 재산을 손에 넣은 도겸 측의 인사였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전부터 조조는 원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경계했다. 원소가 장차 하북을 잡는다면 연주 하나만 가진 조조로는 대항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언제나 타 영지를 노려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원소조차 감히 참견할 수 없는 최고의 명분이 생겼다.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한 도겸을 벌한다. 그런 명분으로 서주를 침공하는데 그 누가 그걸 제지할까.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굴까.
말할 필요도 없었다.
여백사의 일을 진궁은 알고 있었다.
천하 그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그 자리에 함께했던 진궁만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조조는 일이 수틀리면 아무리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궁만은 알고 있었다.
아니길 바랐다.
“설마.”
아무리 권력이, 장차 더 나아가 천하를 원할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 아비를 죽일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을까. 조조가 아무리 다소 거친 사람이라고는 해도 그럴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야만 했다.
연주의 지방관과 호족을 설득하여 조조를 받아들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진궁 본인이었다. 그들에게 조조를 믿어달라고, 한 번 일을 같이 해보자고 설득한 것이 바로 그녀인 것.
진궁은 조조의 능력을 믿었다.
그녀는 십상시의 일, 동탁 암살 사건 등 천하를 어지럽히는 악적을 벌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행동으로 보이는 추진력이 있었다.
머리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고, 더 나아가 사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제발.
“아니겠죠, 조공.”
아무리 당신이 영웅은 아니더라도.
그런 악당까지는 아니죠?
* * *
전선이 길게 늘어졌다.
“청주에서 공손찬의 군이 서주로 넘어왔다고 해요. 병력은 총 오천으로 보이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기병인지라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조운의 말에 소연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청주에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청주 자사 전해. 이 사람까지는 어떻게 무시할 수 있었지만, 그와 함께 행동하는 평원 태수만큼은 결코 간과할 수 없었다.
유비와 관우, 장비.
이 세 남매가 서주로 넘어왔다.
언젠가 그들이 넘어오리라 예상했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단지 역사와 다르게 대규모 학살극이 자행된 것도 아닌 시점에서 넘어온 것은 예상보다 빠르기는 했지만, 그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문제는 그 군을 자신이 상대해야 한다는 것.
관우와 장비가 선두에 서고 그것을 이끄는 유비의 군.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역사에서나 게임에서나 관우와 장비는 논외라 평가받을 무장들이었다. 그리고 유비 역시도 녹록한 사령관이 아니니, 그들을 전부 감당할 수 있을까.
“조운, 너 관우 기억하니?”
“물론 기억하죠.”
“이길 수 있겠어?”
그 질문에 조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과거 전호, 그 당시 호세라 불렀던 제 오라버니가 관우를 절찬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아직도 조금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일인데, 그것과 별개로 관우에 대해 평가하라고 한다면.
“해봐야 알겠지만….”
아마 힘들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시기 이후로 조운 본인도 실력을 많이 키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당시 관우가 보여주던 절정의 기량을 전부 감당할 자신은 없었다.
여포와는 또 다른 방향성을 가진 무인이었다.
여포가 절제되지 않은 폭력 그 자체라는 느낌이었다면 관우는 잘 벼려진 한 자루의 칼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 둘 중 누가 더 강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지만, 적어도 조운은 여포와 비견할 정도로 관우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청주에서 파병이라면 분명 유비도 함께 참전했을 거야. 아마 관우나 장비도 함께 왔겠지. 얄궂지 않니? 반동탁 연합군에서 행동을 함께했던 이를 적으로 만난 거야.”
“농담하실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여포와 맞상대하던 장비의 모습은 그녀도 기억하고 있었다. 관우와 장비 모두 자신과 비견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을 무장.
물론 전쟁은 무장으로만 치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적어도 병력의 숫자가 비슷하다고 한다면 그런 뛰어난 지휘관이 있는 군을 막을 손에 부족한 것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유비, 유비라.”
삼국지의 세 주인공.
소연은 그 이름을 계속 읊으며 전선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유비가 온다. 그 관우와 장비를 대동하고 빠르게, 그리고 아마 아군과 일전을 벌이기 위해서.
자신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기 위해.
이길 수 있을까?
준비는 만전이었다. 조운과 그녀가 있었고, 그 뒤를 우금과 악진이라는 상장이 받쳐주는 상황. 여기서 만약 정면으로 유비의 군을 박살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게임에서도 유비와 그녀의 의형제들은 강했다. 특히 이 세계에서 여전히 능력치라는 것이 작용하는 이상, 그들이 필요 이상으로 강하리라는 것도 명백한 상황.
“후우.”
여기서 그들을 붙잡는다.
천하의 유비, 관우, 장비. 이 셋을 묶을 수 있다면 소연의 승리였지만, 만약에라도 그들을 정면에서 격파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짜릿한 기분이 아닐까.
“군을 둘로 나누자. 한 군은 네가 맡으렴. 그리고 담성 위에 포진하여 적을 기다리면, 아마 그들도 그냥 눈 뜨고는 못 지나칠걸?”
“네? 그런데 담성은 아직….”
조운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해군 담현에 위치한 거성. 그것은 어차피 오천의 군으로 함락시킬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다행히도 동해 인근 거점에서 담성으로 모여들기 전에 전부 각개격파해두어 그 내부에 병력이 적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견고하고 높게 올린 성벽을 공성 병기도 없는 오천으로 뚫을 수는 없는 일.
담성을 함락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 성을 등지고 적을 맞이하다가 자칫 뒤를 공략당하기라도 한다면 곤란해질 수 있었다.
조운은 그것이 걱정이었다.
“자칫 뒤를 잡히면 골치 아프지 않을까요?”
“어차피 저들은 나올 수 없어. 저 거성 하나만 믿고 버티던 이들이 빗장을 열고 나와 아군을 습격한다고? 차라리 그 틈에 군을 몰아 하비의 지원으로 빠질걸?”
소연이 생각하기에 지금 서주에서 무엇보다 급한 건 팽성국의 지원과 당장 조인의 공세에 무너져 내린 하비의 구원이었다.
생각하자면 우선 적의 의도부터.
그녀는 어차피 담성의 군사가 자신을 향해 덮쳐올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유비와 전해가 입성하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
저들에게 큰 거점을, 그것도 서주 중심부에 자리한 담성을 내주면 골치 아픈 일로 이어질 터. 여기서 막아낼 수 있다면 반드시 저지해야만 했다.
소연을 주변에 있던 병사에게 손짓했다.
“우금 장군과 악진 장군을 불러오렴.”
그 명령에 큰소리로 답하고는 달려가는 병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간 이 빌어먹을 세계에 떨어져 많은 전쟁을 겪었던 그녀. 반동탁 연합군에도 참전해보고 여포와도 무기를 겨뤄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 삼국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할 남매를 정면으로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과거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오히려 웃었다.
앞으로 전설이 될 이들.
소연이 앞으로 상대할 이들은 이윽고 전설이 될, 그리고 당장 이 세계관에서도 최강자를 꼽을 때 반드시 거론되는 이들이었다.
두려움은 예전에 버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그 손에 직접 묻힌 피가 얼마던가. 이미 대한민국에 살던 현대인의 마음가짐은 저버리고 전란에 뛰어들어 무기를 쥐었다.
유비와 그 남매들을 막는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자리에서 죽인다.
그러면 장차 있을 유비의 대두, 그리고 파촉에 입성하여 촉한이라는 새로운 제국을 설립할 일도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얼추 역사대로, 그렇지만 비약적으로 조조의 성장을 앞당기고 있었다. 물론 아직 해결할 일도 많았고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채였지만, 적어도 아직은 나쁘지 않았다.
서주 대학살을 막았다.
이제 연주에서 반란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번 공습에서 성공적으로 서주를 장악할 수만 있다면 조조의 힘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조운, 너도 준비하렴. 너에게는 우금을 붙여줄게. 네가 우군을 맡고 내가 좌군을 맡아 적을 요격할 거야.”
“네, 아가씨!”
지금까지는 모든 게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소연도 조조가 제 아비를 직접 죽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조숭이 죽었기에 더 깔끔한 명분을 가지고 서주를 공격할 수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이 서주 공방전에서 승리할 것만을 생각해야 했다. 여기서 승리한다면 원소와의 결전에서 점점 더 우위를 점칠 수 있었고, 그 전쟁에서만 승리한다면 조조가 천하 최강자가 되는 미래도 가까워진다.
그렇게만 된다면 목표도 이룰 수 있었다.
“후우.”
“긴장되세요?”
“조금은.”
천하의 유비와 관우, 장비를 상대해야만 하는 결전이었다. 소연이 아무리 그간 다양한 전투를 겪었다고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일.
그렇지만 겁나지는 않았다.
겁은 먹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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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간 내서 서주 전역에서 펼쳐지는 전선에 대해 먼저 한 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