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50화 (150/343)

150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전투 목발을 짚고 관사로 들어가니 자리에 앉아있는 진궁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수척해 보이는 건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일까.

“전호 성주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다행히 걸을 수는 있네요.”

그것도 목발을 짚어야 겨우 걷는 거지만, 애초에 조금만 엇나갔어도 죽거나 하반신이 불구가 됐을 거라고 그러더라. 이 정도로 끝난 거면 오히려 싸게 먹힌 셈이지.

“정말 다행이네요. 처음에 실려 왔을 때 얼마나 식겁했는지 아세요? 피가 멎지를 않아서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사람 등에 꼬리가 달렸으니 뭐.”

자고로 사람 몸은 용도 외에 다른 활용법을 찾아선 안 됐다. 특히 칼집이나 창 거치대 등으로 활용하다가는 골로 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꼬리요?”

“그 있잖아요. 창 박혔다며요?”

“…농담도 진짜. 정말 당황했다고요.”

그러면서 입을 삐쭉 내밀기에 잽싸게 사과를 하며 사마의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물론 이런 잡담을 나누는 과정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런 건 진궁 선생의 용건을 듣고 나서 해도 문제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전쟁이 난 겁니까?”

“…성주도 예상하시겠지만 서주와의 전쟁이죠. 개인적으로는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싶었지만, 그래도 서주가 너무 큰 선을 넘어버렸으니까요.”

그녀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선이라. 물론 협약을 맺은 와중에 아군을 기습하여 조숭을 살해하려 한 이번 사건은 꽤 심각한 안건이기는 했다.

전쟁으로 번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지만, 그런 이유를 제하더라도 아군의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기에 설사 전쟁으로 번지더라도 조금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했는데.

올해…, 아니지. 이제 해가 지났으니 작년이라고 치더라도 작년 하반기부터 아군은 연전의 연전을 거듭했다. 당장 원술과 도겸과의 양면 전쟁, 겨우내 청주 방면 황건적의 재침.

거기에 더해 서주 침공?

“돈 없지 않았습니까?”

“없죠. 지금도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쓰고 있는 상황이에요. 재정적으로도 위험하고, 무엇보다 겨울인지라 가용할 수 있는 식량에도 한계가 있어요.”

그야 그렇겠지.

애당초 겨울, 그것도 여름부터 시작해 연달아 전쟁을 벌인 상황에서 이번엔 원정? 제정신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못했을 판단.

제아무리 아비가 공격당했다지만, 조조라는 여자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할 여자던가? 내가 알던 모습과는 다소 상반되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복양으로 오신 겁니까?”

“네. 아무래도 보급하기에는 연주성보다는 복양성 자체에서 보급대를 꾸리는 것이 경로가 더 가까우니까요. 그간 준비하던 것이 마무리되어 인원과 물자를 끌고 복양으로 왔답니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연주 내에서 그래도 대규모 군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각지에서 물자를 조달받을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 복양성이었으니까.

단지 의문인 것이 하나 있다면.

“연주에서 복양으로 이리 많은 사람을 대동해야 할 정도로 전장 규모가 큽니까? 대체 규모가 얼마나 크기에….”

당장 오는 길에 방삼이 말해준 인원만 해도 1만여 정도의 인력이 대거 복양성으로 입성했다고 그랬다. 물론 수용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단지 전투 준비 하나에 그만한 인력이 쓰일 리도 없었다.

“당장 서주로 떠난 병력만 오만일까요.”

“오만이요?”

아니 그만한 전력이 어디서 나와? 물론 내가 행정업무에 크게 관여한 적이 없어서 확언은 못 하지만, 적어도 그만한 병력을 쉬이 운용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아니 뭔,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사실상 총력전이니까요. 조숭 어르신이 돌아가시기도 하였으니, 이대로 넘길 수 없다는 것도….”

잠깐.

그 전에 손을 들어 진궁 선생의 말을 막았다.

“아니, 누가 죽어요?”

“네? 조숭 어르신이 돌아가신 거 말이에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조숭이 죽었다고? 사마의는 분명….

고개를 돌리니 살짝 시선을 피하는 소녀의 모습. 생각해보면 당연히 살았겠거니 하고 구태여 묻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등에 창이 꽂혀 빈사 상태였던 나도 살았는데, 설마 마차에 탔던 조숭이 죽었을 거라고 누가 생각해. 게다가 그쯤이면 사실 연주 근방까지 도착했을 무렵인데.

……이게 정말 죽을 수 있는 건가?

“전호 성주께서 모르고 계셨어요?”

“아니, 이상합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어르신이 죽을만한 일이, 적어도 제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그럴 일이 없었는데요.”

마차에 있던 조숭까지 부상할 정도라면 내가 살아있을 이유가. 그렇지만 쓰러진 이후의 경과를 알 도리가 없기에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적어도 내가 본 마지막 기억은 적의 추격을 거의 다 뿌리쳤을 무렵. 설령 거기에 매복이라도 있었더라면 모르겠으나, 그랬으면 내 목숨도 장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그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뭔가 과정이라던가, 조숭 어르신이 마지막에 어디 계셨는지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말해줄 수는 있는데, 진궁 선생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낯빛도 딱딱하게 굳어서 어딘가 경직된 듯한 모습.

“마지막으로는 마차를 이끌고, 제가 소연 아씨 뒤에 말을 타고 있었죠. 마지막으로 뒤를 돌았을 때는 거의 다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창 날아온 거 맞아서 그대로 끝. 뭐 그런 거죠.”

“습격당한 장소는 연주 거의 지척이었죠.”

아마 시체를 수습하러 병사들이 한 번 갔을 터이니 습격당한 위치는 진궁 선생도 알고 있으리라. 그렇기에 오히려 더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체 왜 조숭이.

그 순간 머리가 돌아갔다.

죽을 리 없는 사람.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은 상황이었고, 결과적으로 그곳을 통솔한 것은 소연 아씨였다. 그런데도 진궁 선생이 내게 조숭이 죽은 상황을 묻는 건, 그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궁 선생은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직 머릿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지금의 주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저도 의식을 잃어, 결국 조숭 어르신이 돌아가시는 걸 막지 못하였으니 저 또한 죄인이 아닙니까.”

“아뇨, 어쩔 수 없는 일인걸요. 조숭 어르신을 습격한 건 서주군인걸요. 기습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리 말하면서 표정은 왜 그리 딱딱한가.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는지 어느 순간부터 진궁 선생은 표정을 딱딱히 굳히면서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혹시.

아니지. 소연 아씨가 그럴 리 없었다.

애당초 조숭 어르신을 먼저 호송하겠다고 말한 것이 소연 아씨인데 구태여 소연 아씨가 조숭을 죽일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걸 구태여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우선 복양성의 전권은 방삼이에게 맡겼습니다. 자세한 건 그놈이랑 한 번 얘기해보시죠. 지금 몸이 이런 상황이라 거동도 좀 어렵네요.”

“아, 네. 전호 성주도 몸조리 잘 하시고, 여기 상주하는 동안 종종 찾아올게요. 괜히 무리하시면서 돌아다니시지 마시고요, 아시겠죠?”

“조심히 살펴가시지요.”

진궁 선생이 일어나려 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일으켜 마중하기에는 다소 불편했고, 진궁 선생도 손짓하며 앉아있으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남겨진 사마의와 나.

“알고 있었냐.”

“네.”

어이가 없었다.

전쟁이 났다는 얘기를 왜 안 해.

조숭이 죽었다는 사실은 내가 묻지 않아서 그럴 수 있겠지만, 전쟁이 벌어졌다는 것 정도는 말해줘도 좋았을 것을.

“그걸 왜 말 안 했냐. 전쟁이 났다는 걸 듣는다고 내가 뭐라고 하겠어? 게다가 조숭이 죽어서 벌어진 일이라니….”

한숨이 나왔다.

조숭이 죽었다는 것도 몰랐고, 무엇보다 소연 아씨나 운이가 참전했다는 것도 몰랐다. 애초에 조숭이 왜 죽었는지도 의문인 것이, 전반적으로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알아도 바뀔 건 없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앞으로 그런 정보는 숨기지 마라. 내 아무리 몸이 안 좋아도 알 건 알아야 답답하지는 않지. 무슨 말인지 알겠냐?”

원래라면 그냥 볼기짝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몸도 몸인데다가 왜 말하지 않았는지 얼추 짐작 가는 부분도 있었다.

게다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간 내 수발을 들며 고생했던 것이 눈에 밟혀 아무래도 세게 말하기가 힘든 것도 있고. 여러모로 사마의에게는 고마웠던 일도 있었기에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알겠어요.”

사마의도 순순히 답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오만이라.

그건 사실상 주와 주의 전면전이었다. 그 정도의 대군을 이끌었다는 건 사실상 서주 전체를 전부 삼켜버릴 생각이 아닐까. 이 겨울에 그런 대군을 동원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도겸에게의 복수일까.

그렇다고 해도 합리적이지 않았다.

“꼬맹아.”

“네.”

평소 꼬맹이라고 부르면 항상 미간부터 찌푸리던 꼬마가 이번에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좀 우습기도 해서 머리에 손을 얹었다.

“조조가 왜 갑자기 오만이나 병력을 끌고 갔을까? 이 한겨울에 이끌기에는 다소 많은 병력 아니냐.”

“그거라면 아마 명분이 생겼으니까. 지금을 놓치면 분명 원소가 개입할 여지를, 또 공손찬이 움직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도겸은 분명 공손찬과의 동맹이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원소의 이름에서는 조금 의문을 표했다. 일단 아군과는 동맹 관계인 이의 개입을 피하고자 한겨울에 군을 움직였다고?

“원소와 우리는 동맹군이잖아.”

“그건 틀리죠. 정확히는 현 아군은 원소의 부하잖아요? 그리고 부하가 멋대로 제 세력을 키운다면 그걸 좋다고 할 대장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겠어요.”

그러면 조조는 명분이 생긴 차에 바로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조숭이 죽은 시점에서 명백하게 서주를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으니, 시간을 끌어 원소가 중재하기 전에 바로 움직이겠다는 의도라는 건데.

……뭔가 이상한데.

“너무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인 거 아니냐?”

조숭이 죽자마자 바로 군을 모아 서주를 공격하는 조조. 물론 그녀의 아비가 죽었기에 명분은 이쪽에 있었고, 이대로 순항한다면 서주의 지배권도 조조가 틀어쥘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기가 너무 절묘했다.

“진궁 치중도 아마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을 거예요. 조공이 연주를 틀어쥔 상황에서 서주군이 갑작스럽게 조숭을 피살. 그림이 너무 좋잖아요?”

그림이 좋다라.

사람이 죽은 사건에 그런 단어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그 말을 들으니 점점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정리되기 시작했다.

죽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조숭의 죽음.

“조숭은 어떻게 죽었냐.”

아니겠지. 설마 아닐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 의문은 내 착각이겠지.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주에서 이송되던 도중에 부상하여 연주에 도착한 즈음에는 벌써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상처는 칼에 의한 상처라던가요?”

“……그래?”

그 상황에서 칼로 상처를.

그것도 아가씨가 배를 쳐 기절시켰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칼에 의한 상처를 입을 수가 있던가.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차후에도 습격이 있었다는 건데, 그러면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숭이 죽었더라면 등에 창 하나 꼽고 의식을 잃은 나는 더 쉬이 죽을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던가.

애당초 칼에 의한 자상이라고?

이해할 수 없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사마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시기도 너무 적절했다. 물론 아군이 공격당한 걸 빌미로 서주를 공격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이유라면 원소가 중재하려 들 확률이 높지 않을까?

조숭이 죽으면서 원소도 감히 뭐라고 할 수 없는 확실한 명분이 생겼다. 명백하게 도겸이 실을 범했고, 그렇기에 조조는 아비의 복수를 하겠다는 최적의 명분.

너무 시기가 절묘하잖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뭘요?”

그 질문에 뭐라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는 조숭이 서주군에게 죽었다고 생각하느냐고 어떻게 물어봐. 사실 이 전부가 내 착각일 수도 있었다. 너무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렇지만 조숭이 죽을 리 없었다는 의견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기절한 상황에서 마차에 실린 조숭이 죽었다면 아가씨나 나나 무사할 리가 없는데.

“…아니다.”

아니어야만 했다.

“뭔데요, 싱겁게.”

사마의는 투덜대는 어투였지만, 그와 별개로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마치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

“좀 쉬어야겠다.”

머리가 아팠다.

만약 이게 정말 내 생각대로 조숭이 서주군에 의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면, 그러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조숭이 죽으면서 누가 가장 이득을 봤는가.

“여기서 주무시려고요?”

“아니, 그냥 좀 앉아서 쉬게.”

생각해보자.

조금만 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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