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49화 (149/343)

14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전투 서주 일대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우선 구역상 예주이나 실질적으로 도겸이 실효 통치하던 소패와 팽성국 일대에서 다량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그와 동시에 하비까지 공세에 들어간 조조군은 정말 말 그대로 서주 중부와 남부 일대를 휩쓸고 있는 셈.

게다가 서주 중심부인 동해군 일대에도 조조군의 손길이 닿기 시작하니, 낭야국을 포함해 서주 북부의 서주민들은 아예 옴짝달싹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서주에서는 조조군에 대한 괴담마저 퍼지고 있었다. 조조군은 사람을 잡아먹는다든가, 서주 출신의 사람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잡아 죽인다든가.

그것은 서주에 진입한 유비의 귀에도 들어왔다.

“조공이 그럴 사람은 아닌데.”

분노에 정신이라도 나갔을까.

물론 서주 측에서 먼저 조조의 아버지인 조숭을 습격해 피살했다고는 들었다. 그렇기에 유비도 거기에 동정은 하고 이해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서주 전체에 분풀이해야만 했을 일인가.

조조라는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렇다 하기에는 실제로 그들에게 쫓겨난 이주민은 하나같이 조조군이 이주하지 않겠다는 이들은 죽였다는 목격담을 풀어냈다.

“켁, 난 그 여자 그럴 줄 알았어. 성격도 더러워 보이는 것이, 솔직히 같이 행동하면서 우리한테 말이라도 건 적이 있던가?”

“장비, 말을 조심하도록.”

“누님도 그리 생각하면서.”

장비는 그리 말하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물론 관우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한겨울에 강제로 거주지에서 쫓겨난 이들이 대체 어디로 향하라는 말인가. 아무리 전쟁이라 하더라도 한겨울에 백성을 강제로 내쫓는 것은 다소 과한 처사였다.

그것을 청주자사 전해에게 양해를 구하며 보호하고는 있지만, 그들 전부를 보살피기에는 유비군도 그리 넉넉한 사정이 아니었다.

그나마 낭야국 일대의 지주나 명사들이 자진하여 도와주었기에 망정이었지, 안 그랬으면 정말 저 이주민들은 목숨조차 담보할 수 없는 신세로 내몰렸을 터.

“전쟁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죠.”

그리고 장비의 말에 한마디 덧붙인 여인.

“제갈 선생님, 안에 계시지 않고요.”

유비는 제갈근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녀는 그런 유비에게 그저 빙긋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안에 있어 봐야 답답하기만 한 걸요. 게다가 유공께서 이리 서주민들을 위해 힘써주고 계신 상황에 어찌 저희라고 가만히 있을까요.”

“그렇지만….”

특히 유비가 처음 낭야국에 들어섰을 때부터 그녀에게 협조적으로 나왔던 것이 제갈 가문이었고, 주변 유지를 설득하며 유비에게 힘을 보탠 것도 제갈 가문의 협조 덕분이었다.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유공께서는 서주에 한 힘 보태고자 찾아오신 분인데, 그런 분이 저희에게 너무 말씀을 높이시면 곤란해요.”

“…내숭.”

그리고 그 뒤에서 들려오는 자그마한 목소리.

소녀는 제갈근의 뒤에 딱 붙어서는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입은 계속 쉴 줄 모르고 놀리니, 제갈근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얄미울 수가 없을 따름.

“량아. 자꾸 어른 일에 끼지 말랬지?”

그러면서 주먹을 말아쥐니 제갈량이 어깨를 흠칫하며 저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구태여 제갈근에게 소리치는 것이.

“폭력 반대. 언니는 너무 다혈질임.”

그러면서 후다닥 도망가는데, 그녀는 차마 유비의 앞에서 그것을 잡으러 갈 수도 없어 그저 골머리만 썩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죄송해요. 제 동생이 조금 철이 없다고 할지, 조금 유별난 구석이 있어서….”

“아뇨! 귀엽기만 한 걸요?”

“그리 봐주시니 다행이네요.”

제갈근이 유비와 대화하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상의하는 사이 제갈량은 제갈근의 뒤에서 도망쳐 나와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꽉 닫아 조금 어두웠다. 게다가 그곳은 제갈 가문이 모은 서적을 보관하는 창고였기에 먼지의 퀴퀴한 냄새도 났지만, 제갈량은 그 냄새를 좋아했다.

남들은 싫어하지만, 적어도 소녀에게만큼은 무엇보다 친근하고 익숙한 향기. 제갈량은 그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며 손에 쥔 조약돌을 여럿 늘어놓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조군 행보, 너무 빠름.”

그녀도 들은 것이 있기에 최근 조조군은 연전을 거듭하며 군사적인 행동을 거듭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정보는 부족했지만, 적어도 사람이 사는 일에 피로도와 식량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어린 머리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소녀가 생각하기에 조조군의 약진은 너무 빨랐다.

게다가 192년 여름을 기점으로 원술과 황건적, 이제는 서주까지. 대규모 군사행동을 저렇게 연달아 치르고도 연주의 기반이 지탱할 수 있을까?

제갈량에게는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그러니 서적에 있는 지식을 끌어다 생각했다. 생각하고 고심하고, 다시 검토하고. 그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조약돌을 계속 반복해서 움직였다.

“이상함.”

언니는 이걸 알아챘을까.

물론 제 언니는 자신보다 대단한 사람이니 분명 알아챘으리라. 조조군이 현재 얼마나 급박한 상황이고, 또 얼마나 서두르고 있는지.

그러면 서주가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일까.

그리고 유비군을 후원하면서 그들과 같이 행동하기 시작한 제갈 가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동해 뚫어야 함.”

그러지 않고서는 얘기가 안 됐다.

적어도 동해에 포진한 조조군을 뚫어야지만 소패나 팽성국, 하비로 가는 길이 열린다. 거기서부터는 선택지가 많아 충분히 조조군 본대의 움직임에 혼선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소녀는 조그마한 손으로 조약돌을 옮겼다.

옮기고 되돌리고, 다시 옮기고의 반복.

제갈량은 마치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그 행동을 반복했다.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자신이라면 여기서 어떻게 움직일까. 그것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생각했다.

* * *

처음 눈을 뜬 시간으로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간 욱신거리던 허리도 통증은 완화되었고, 아직 거동에 불편함은 있지만 그래도 목발을 짚고는 일어나 돌아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회복되었다.

의원 선생 말로는 이제부터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상했던 근육과 모자란 운동량을 채워야 한다는데, 어쨌든 원리는 잘 모르겠고 요컨대 자주 걸으라고 하더라.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힘들지 않은 선에서만 움직이라는데, 사실 그간 너무 답답했던지라 목발을 짚고 사마의를 대동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어으, 아직 겨울이라 쌀쌀하네.”

“그러게 누가 그렇게 얇은 옷만 입고 밖에 나오래요? 내가 그냥 건물 안에서만 돌아다니자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하지만 너무 안에만 있으려니 좀 답답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게 그간 계속 누워서 생활하다 보니 바깥 공기가 너무 그리웠다. 게다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식사 섭취도 주의하다 보니 전과 비교해 조금 빠져버린 근육도 눈에 보였는걸.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여둬야지.

“어으, 추워. 하여간 진짜 말은 더럽게 안 들어.”

“추우면 먼저 들어가라.”

“넘어지면 누가 일으켜 세우고요?”

그렇게 말하니 또 할 말이 없네.

물론 자력으로 일어나지 못할 것도 없었지만, 저번에 사마의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방 내부를 돌아보겠다고 혼자 목발을 짚었다가 넘어진 적이 있었다.

아마 기억하기로는 한동안 계속 끙끙거리면서 일어나려고 아등바등 기를 썼었지. 거의 일어날 즘이 되어야 도착한 사마의는 그런 내 몰골을 보고서는 한동안 내 곁에서 떠나는 일이 없다시피 했었다.

“하여간 애가 잔소리는. 어린 나이에 귀여운 맛도 좀 있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무슨 꼬맹이가 하는 짓은 엄마야, 엄마.”

진궁 선생이 보듬어주는 느낌이라면 이 꼬맹이는 그냥 잔소리 덩어리였다. 물론 다 날 생각해서 하는 소리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좀 귀여운 맛도 있고 그래야지.

“이 나이에 이 정도로 유능한데 뭘 더 바라요. 게다가 귀여운 맛? 저 정도면 귀여운 소녀 아닌가요?”

“하여간 너 잘났다 진짜.”

그러니 이 꼬마가 대뜸 어깨를 으쓱인다.

“그럼요. 이 나이에 저만큼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요?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콧대를 높이 세우며 가슴을 펴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건 변함이 없구나 싶었다. 물론 나잇대 또래보다 유능한 것은 알겠지만, 세상은 넓었다.

“혹시 아냐? 너보다 더 똑똑이가 있을지.”

“풉, 그럴 리가요.”

어쭈, 아주 그냥 자신감이 철철 넘치네.

“아가야, 세상은 넓거든?”

“그만한 신동이 있었더라면 왜 진즉에 두각을 안 드러냈겠어요? 역사를 뒤져야 겨우 나올 법한 인재가 어디 그리 흔한 줄 아세요?”

얘 지금 제 입으로 자기가 역사에 나올 법한 인재라고 자화자찬한 거 맞지? 물론 진짜 똑똑하다는 건 알지만, 아가씨도 대동하고 다닐 정도의 식견이 있다는 것도 알겠지만.

아니 그래도 뭔가, 아 뭔가.

“아니꼽네.”

“뭐요!?”

사마의는 그리 말하면서도 차마 달려들지는 못했다. 이럴 때는 환자 신분이라는 것이 나쁘지 않네. 예전 같았으면 진즉에 달려들었을 텐데.

조금 씩씩거리던 사마의는 조금 숨을 가라앉히고는 다시 그 특유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씩 웃었다.

“흥, 뭐 그렇죠. 천재는 범재의 이해를 구하는 이들이 아니니까. 이해해요? 아저씨는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모르실 수도 있겠죠.”

“진짜 얄밉네.”

하지만 단 한 가지.

노력했는지 모를 거라는 건 틀린 말이었다.

그간 오랜 시간은 아니었어도 행동을 같이하면서 사마의가 평소 얼마나 책을 끼고 사는지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련 서적을 공부하며 진궁 선생님에게까지 찾아가 가르침을 받는 걸 봤었다.

그러니까 그건 틀린 말.

“그래, 너 대단하다.”

알면서도 퉁명스레 말이 나가는 건 짓궂음일까.

그런 식으로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계속 바깥 정원을 걸었다. 물론 소연 아씨나 운이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었으나 환자는 안정하라는 이유로 답하지 않을 걸 알았기에 구태여 묻지 않았다.

단둘이 걷는 정원.

복양성 관사 내에 자리한 정원은 평소 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찾는 이가 없어 조용했다. 규칙적으로 목발이 땅을 딛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한 한때.

“얼른 나아요.”

“그래야지.”

그간 병상에 누워있으면서 근육이 많이 빠졌기에 한동안 몸을 다시 만들어야겠지만, 그것도 우선 몸이 다 완치되고 나서의 일.

그걸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목발을 짚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아무래도 환자였기에 옷을 껴입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이 겨울바람이 몹시 차다 싶었을 무렵이었다.

“대장! …어우, 한참을 찾았네.”

저 멀리서 방삼이가 얼굴을 비쳤다.

“어, 뭐냐. 찾았었어?”

“하여간 환자가 어딜 그리 싸돌아다니는 거요? 하여간 저 꼬맹이가 버릇 다 버렸다니까. 대장 어리광 좀 받아주지 말라니까는.”

그러면서 방삼이가 내 팔을 붙잡았다.

“어쨌건 이게 아니고, 지금 복양성에 진궁 치중께서 와계시오. 뭔가 병사나 사람들을 잔뜩 대동하고 왔는데, 대장은 어떠냐고 좀 보고 싶다던데.”

“그러냐?”

진궁 선생이?

그것까진 이해하겠는데 군사를 대동하고 왔다고? 병상에 있었기에 공적인 일에서는 공백기가 있어 현재 연주 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몰랐다.

“그분이 군을 이끌고 복양에 올 이유가 있나?”

그러니 방삼이가 슬쩍 고개를 돌려 사마의를 바라보았다. 이에 이 꼬맹이가 한숨을 내쉬는데, 혹여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네요.”

“난 그냥 대장한테 알려주는 게 낫겠다고 했어. 어쨌거나 진궁 선생에게는 따로 관사로 안내해 드릴 터이니 나머지는 잘 해보시고.”

방삼이는 그리 말하고는 먼저 떠났다.

분명 진궁 선생님이 복양에 군을 이끌고 왔다면 보통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이 한겨울에 군사를 움직일 일이라고는 전쟁밖에 없었는데, 당장 연주와 마찰을 빚은 상대라고 한다면 단 하나였다.

서주.

“전쟁이 난 거냐?”

“예상하셨겠지만 서주와 치르고 있죠.”

그거라면 조숭을 호위하며 연주로 이동하던 와중에 있었던 서주군의 공습 때문일까. 군사적인 마찰을 빚을 건 예상했지만, 조숭이 살았으니 전쟁까지 번지지는 않겠거니 생각했었다.

“일단 가자.”

이걸 숨겼다는 사실도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소연 아씨와 운이가 복양에 들르지 못한 것도 전부 서주로 출병했기 때문이라는 건데.

우선 진궁 선생님을 만나 얘기를 해봐야겠다.

“아, 넌 이따가 혼날 준비 해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걸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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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 이 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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