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47화 (147/343)

147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전투 도합 5만의 연주군이 움직였다.

기존 황건적을 토벌하기 위해 모였던 군이 있었기에 준비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거기에 모자란 군은 청주에서 넘어왔던 황건적 중 전투 인원만을 선별하여 급조.

그들이 황건적이었을 당시에는 무장도 비루했고 전열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말 그대로 농민병이어서 약한 것이었지, 기본적인 전투 경험만은 어지간한 정규병에 뒤지지 않는 이들이었다.

조조는 그들을 청주병이라 칭했다.

과거에는 비록 국가에 반기를 든 황건적이었을지 몰라도, 현재 조조의 휘하에 있으면서 정규군으로 편재한 이들을 언제까지 황건적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

게다가 그들은 같은 처지에서 뭉친 이들이기에 다른 군과의 편재도 곤란한 것이어서, 아예 그들끼리 이루어진 군을 편재했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그들의 모습.

확실히 그간 전투 경험은 허투루 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제대로 된 병기와 그것을 통솔할 사령관의 유무.

이번 전투에서 선두에 서서 가장 가공할만한 활약을 보여준 것도 청주병이었다.

그들의 임시 대장을 맡았던 하후돈도 통제가 힘들고 대열을 잡아주기 어렵지만, 확실한 목표를 정해주고 그것만을 명했을 때의 전투력은 아군 중 으뜸이라고 평가할 정도.

“파죽지세네요.”

“파죽지세?”

소연의 말에 조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면 이 시대에는 아직 없는 사자성어였나 싶었던 소연이 아차 했고, 그 와중에 조조는 소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와 같아서 그리 말해봤어요. 대나무가 한 번 칼이 들어가면 단숨에 쪼개지잖아요?”

“호오. 그대에게 말을 꾸미는 재능이 있었던가. 몰랐던 재능이군. 파죽지세라. 나쁘지 아니함이다.”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파죽지세라 이름을 붙일만했다.

산양에 군을 모으기까지 2주. 그리하여 출병하여 고작 열흘 만에 서주의 전략적 거점인 패국의 소패현 일대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총 12곳의 거점.

물리친 적의 숫자만 해도 물경 2만에 다다랐다.

물론 그 숫자를 전멸시킨 것은 아니겠으나, 서주의 방위군은 알려진 바로는 물경 4만에 추정되는 것.

사실상 그 총력의 절반 가까이가 참전한 전투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이대로 진격을 거듭한다면 서주자사의 치소가 있는 팽성국의 서주성 일대를 완전히 포위하게 되는 것.

“나쁘지 않군.”

저 멀리에는 한창 전후처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사방에 흩어진 서주군의 시체. 아군의 시체도 제법 있었지만, 그 숫자를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서주군이 초토화된 현장이었다.

압도적인 대승.

그런데도 조조가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것은 이제부터 패국을 완전히 점령할 경우, 그 너머에는 서주의 중심이자 가장 요충지인 팽성국을 공략해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난점은 또 하나 있었다.

“예상외로 서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네요.”

“그렇겠지. 지금까지 서주는 전란을 겪은 적이 없었다. 황건적의 난 당시에도 전란을 비켜갔으며, 동탁의 통치 이후에는 중앙의 고위관료나 명가의 사람들도 이전해온 피난처이기도 했으니까.”

고작 열흘에 불과했지만, 그동안 서주를 공격하지 말라는 의도의 서신이 대체 몇 통이나 날아왔던가.

명분은 확실했다.

그런데도 조조를 규탄하면서 불합리함을, 혹은 협박에 가까운 서신이 줄을 이으며 조조군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사실상 서주 전역에서 조조의 침공에 격한 반발을 이어가는 상황.

명분이 아군에게 있는 이상, 본래 서주민들은 도겸의 행태를 규탄해야 함이 옳았다. 그러기 위한 명분이었고, 또한 이번 서주 침공에 있어 과를 범한 것은 도겸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주의 백성들은 조조의 진군을 명백히 비판했다. 서주 출신은 물론이고 서주에 정착한 명사나 명가 또한 마찬가지. 백성들 또한 조조군에게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현재.

“생각보다 어려우실 수 있어요.”

이렇게 현지인들이 반발하기 시작하면 물자 보급에 차질을 빚는다. 게다가 하필 시기도 겨울이어서 병량도 부족했던 상황에 현지에서 조달할 방법도 마땅하지 않았다.

“알고는 있다.”

안 그래도 반발이 있는 서주에서 강제로 징발하기는 곤란했다. 그러나 아군이 현재 보유한 군량으로는 3개월.

그 이상의 전투 유지는 곤란했다.

사실상 이 기세를 쭉 이어 서주성을 함락시켜 도겸을 사로잡는다. 그 방법이 아니고서야 사실상 서주 전역과 싸움을 지속할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도 낭야군 일대에 보낸 척후에게선 이렇다 할 징조는 없다고 하네요. 혹시 모를 연주 공습의 대비는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도겸의 그릇이야 뻔하지. 애당초 연주에서 서주로 들어오는 소패 일대를 완벽하게 유린당했는데, 그 와중에 연주로의 기습? 그 영감은 그럴 배짱이 없다.”

“그 사람을 아시나요?”

소연의 질문에 잠깐이지만 만나본 적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조조가 아는 도겸은 제 잇속을 챙기는 일에는 눈치가 빠르지만, 대국을 읽을 줄 모르는 이였다.

욕심을 부려도 큰 욕심을 부릴 줄 모르고, 도적과 손을 잡는 융통성을 보여주나 그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줄 모르는 인간.

그녀의 시선에는 전형적인 소인배에 불과했다.

“열흘. 소패 일대의 초토화까지 열흘이 걸렸다. 패국의 끝자락까지 진군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으나, 앞으로 2달하고 보름. 시간이 없다.”

“알고 있어요.”

소연이 이끄는 군은 기존 병주에서 이끌던 군에서 추가로 편재하여 총 오천. 그녀는 앞으로 조조군에서 별동대 역할을 맡으면서 동해군 일대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곳에서 서주 북쪽에서 팽성국 일대. 특히 서주성을 지원하기 위해 모이는 군을 차단하거나, 혹은 그들이 모이기 전에 선수를 쳐 궤멸시키는 것이 그녀의 주된 임무였다.

“팽성국과 하비국 일대에 모인 병력의 숫자는 총 이만하고도 오천. 그들은 성을 믿고 전적으로 농성에 들어갈 터나, 아군 역시 보급선이 길어지면서 많은 병력을 움직일 도리가 없다. 거기에 지원군까지 도착한다면….”

“알고 있어요.”

반드시 막아내야 했다.

이번 서주 공략을 성공리에 완수한다면 역사는 큰 폭으로 변한다. 적어도 원소가 공손찬을 정리하기 전까지 연주와 서주, 두 개의 주를 차지한 주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정도로 소연은 바보가 아니었다.

특히 서주는 그간 전란에서도 비켜난 곳이었기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조조가 다소 무리해서 서주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도 장차 서주가 더 발전한다면 넘볼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명심하라. 아군에게 남은 시간은 석 달도 안 된다. 그 전에 반드시 서주성을 함락시켜 도겸을 확보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아군의 패배다.”

“그건 조공께서 잘해주셔야죠.”

자신은 어차피 외정을 나간다며 어깨를 으쓱이는 소연의 모습에 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대 요즘 점점 본인을 막 대하지 않는가?”

“다 친애의 뜻이에요.”

저리 말하면 반박할 대답이 없었다.

조조가 잠시 말문이 막힌 사이 소연은 지휘봉을 쥐고 전선을 둘러보았다. 전선 자체는 총붕괴되었고, 아마 이대로 진군하면 패국 일대의 방어선은 전부 무너뜨릴 수 있을 터.

그렇다면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필요도 없었다. 원소가 아직 조조의 행동을 제지할 수 없는 지금 이 시기에 빠르게 서주 전체를 장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전 이제부터 동해 일대로 움직일게요. 조공께서는 소패 일대를 정리하시는 대로 바로 서주성으로 향하실 생각인가요?”

“그렇겠지. 물론 예주의 여포를 아예 방치할 수는 없으니, 이 일대에 일만 정도의 병력은 남기겠으나, 그 이상의 여력을 생각할 정도로 아군이 여유롭지는 않음이다.”

“그렇겠죠.”

물론 연주에서 반란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예주를 막 차지한 여포군은 움직일 수 없었다. 이건 조조군 참모진 전원의 공통된 의견이었는데, 아직 여포군은 예주를 실효 지배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궁과 장막.

아직 그 둘은 반란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진류태수 장막 자체는 영향력이 크다고는 해도 진궁의 도움 없이는 연주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니 진궁만 조심하면 됐다.

“알겠어요.”

진궁은 아직 조조에 대한 반발을 표현하지 않았다. 적어도 역사에서도 2차 서주 정벌 전까지는 반란을 모의하지는 않을 터, 소연은 이 정벌을 2차까지 끌고 갈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전 먼저 출발할게요.”

소연이 갑옷에 두른 망토를 한 번 펼쳐 정리했다.

“반드시 동해 일대를 장악하도록.”

“물론이죠.”

이미 많은 희생을 치렀다.

대학살에 관한 것을 조조에게 확답받은 이상, 그 희생을 무위로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서주를 점령해야만 했다.

시간을 앞당긴다.

적어도 200년 이전까지 조조를 원소와 정면에서 충돌할 수 있을 만큼의 거대 세력으로 만든다. 여포를 주의하며 서주를 점령한다면 그게 가능해졌다.

“조공도 조심하세요. 서주 자체는 만만한 지역이 아니니까, 방심하시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어요.”

“물론이다.”

그 말만을 남기고 소연은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조조는 이내 고개를 돌려 군을 수습하기로 했다.

* * *

서주에서 다급한 파발이 도착했다.

조조군의 서주 공격에 따른 원군을 요청한다는 것. 기존 공손찬의 손을 든 도겸의 요청이었기에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전해는 미간을 찌푸렸다.

“유 태수. 어떻게 생각하지?”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네요.”

그러나 당장 청주 일대를 완벽하게 복속시키지 못한 시점에서 다수의 군을 파병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시기도 겨울이어서 치중을 확보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것인 데다가 서주로 원정을 떠난다면 유주와의 보급선도 너무 늘어졌다.

“많은 군을 보내기엔 무리가 있지만, 아예 파병을 거절할 수도 없어요. 생색내기 수준으로 군을 보내도 의미가 없는 것인데….”

“나는 오천 정도의 군을 생각하고 있다.”

유비도 그 말에 공감했다.

현재 청주에 모인 공손찬 소속의 군은 총 일만.

그 군을 전부 움직인다면 보급선에도 차질이 생길뿐더러 청주의 지배권도 확보하지 못했기에 내부적인 안정도 고려해야만 했다.

“기병 위주로 보낸다면 얼추 조조군에 저항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면 바로 움직이실 건가요?”

“그래야겠지. …도겸 그 양반도, 갑자기 조숭을 왜 죽여.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전쟁을 거는 게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명분은 부족해요. 이번에 참전한다고 해도 아마 주변의 지지는 얻지 못할 수도 있어요. 아마 백규 사형께서는 지원하라 하실 테지만, 그래도 조금 주의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공손찬을 사형이라 부르는 유비의 말에 전해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같은 군이지만 유비를 따르는 군이 따로 존재하는 상황.

어떤 의미로는 파벌이 형성된 것이라 상급자라 해도 전해는 유비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주군을 사사로이 사형이라 부르는 유비의 모습은 전해가 보기엔 다소 주군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을 견제하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크흠, 우선은 도겸을 지원하기로 하고. 유 태수는 그대의 군을 이끌고 합류하도록. 나도 따로 기병 위주로 군을 이끌도록 하지.”

“그리 말씀하신다면.”

“유 태수도 각자 군을 움직이는 것이 편하지?”

그 말에 유비는 답변 대신 고개를 숙였다.

다소 전해가 불편해할 말을 골라 말하면서 노린 부분이기에 편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유비는 전해가 불편했다.

전해 또한 유비를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는 기존부터 공손찬을 섬긴 중신. 그와 반대로 유비는 기존 공손찬과의 연줄로 현령 자리를, 이윽고 평원군의 태수 자리에 역임했다.

전해가 느끼기에는 유비는 말 그대로 낙하산 인맥에 불과했던 것이고, 그런 전해의 견제를 유비는 항상 불편하게 여겨왔다.

“그리고 앞으로는 공적인 자리에서 장군을 사형이라고 부르지 말도록. 다른 이들이 불쾌해 할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군끼리 파벌을 나누어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전해는 진심으로 공손찬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었다. 유비가 공손찬에게 진심으로 충성하는 이라면 모를까, 그가 느끼기에 유비는 공손찬의 성공에 빌붙으려 하는 인사로 보였다.

“공손 장군께서는 그대를 굉장히 편애하신다. 그걸 태수도 자각하고 있다면, 다음부터는 공손찬 장군께서 이끄는 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도록 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공손찬군의 일원이라.

과거 노식 선생의 밑에서 수학하던 때와 전혀 다른 사형의 모습. 유비는 이미 권력의 맛에 변할 대로 변해버린 공손찬과 오래 연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었다.

말뿐인 긍정.

그녀는 전해가 떠난 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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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랑 대면시킬 날이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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