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전투 벌써 병상에 있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간 이 방에 찾아온 것은 보통 사마의나 의원 선생님, 그리고 가끔 방삼이가 사마의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유일했다.
소연 아씨나 운이나 바쁘다더니 정말 바쁜가. 혹시 전쟁이라도 났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건에 관한 정보는 단 하나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 꼬맹이는 자꾸 안정을 취하라며 말을 돌리거나 거절하고, 방삼이 같은 경우에는 항상 사마의를 대동하고 와서 뭐라고 물어볼 수조차 없는 상황.
솔직히 좀 보고 싶기도 한데.
아무리 그래도 좀 걱정해줘도 괜찮잖아?
“꼬맹아.”
“왜요?”
책을 읽고 있던 사마의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아가씨나 운이는 아직도 그리 바빠?”
솔직히 이렇게 말하기도 뭣해서 제대로 묻지는 않았지만, 슬슬 신경이 쓰였다. 솔직히 궁금하잖아. 아니 뭐, 그, 같이 다니고 벌써 삼년 가까이 되는데 병문안 정도는 가능한 거 아냐?
“혹시 외로워요? 아니면 뭐, 아저씨가 다쳤는데 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느냐 싶은 그런 쓸쓸함?”
“됐다, 됐어.”
내가 이런 말 듣기 싫어서 입 다물고 있었는데.
솔직히 자의식과잉이라고 들어도 할 말은 없는데, 그래도 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게다가 그 둘이라면 먼저 찾아와줄 법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쪽은 그쪽대로 바쁘게 돌아가는 모양이에요. 서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잠자코 있겠어요. 그 대응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당연하니까 그쪽은 생각하지 말아요.”
“혹시 전쟁이 나진 않겠지?”
조숭 영감도 살았는데 설마.
그렇지만 명분으로 삼으려면 못할 것도 없었다. 당장 도겸의 허가를 받고 움직였던 아군 대다수가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전멸했고, 하마터면 연주목의 아버지인 조숭이 죽을 뻔했던 사안이었다.
“그거야 뭐, 조공이 알아서 하겠죠.”
“대충 대답하기는.”
그 말에 사마의는 한숨을 쉬며 책을 내려놓고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 이마를 톡톡 누르기 시작했다. 말랑한 손가락 살이 이마를 꾹꾹 누르는데, 힘을 주지 않아 그런지 가볍게 건드리는 느낌.
“아저씨는 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마시고 얼른 몸 회복하실 생각부터 하세요. 저번에 안 다치겠다더니 이게 뭐예요? 맨날 다쳐서 오기나 하고.”
칭얼거리는 느낌으로 말하면서 내 이마를 누르더니 이제는 살살 어루만졌다. 언제나 나를 잘 따르는 꼬마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걱정하리라는 느낌은 없었는데.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어쩔 수 있나. 나도 거기서 창이 날아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전쟁에서 누굴 죽이면, 어? 죽는 사람도 있는 거지.”
“지금 죽겠다고 광고하세요?”
“아니 그건 아닌데.”
뭔가 말이 퉁명스레 나왔다.
항상 이 꼬마랑 있으면 말이 퉁명스러워졌다. 조금은 부드럽게 대해줄 수도 있을 텐데, 어째서인가 계속 엇나가는 느낌이었다. 조금 짓궂게 군다고 해야 할까.
같이 있으면 편한 꼬맹이.
지금까지 같이 지내온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느낌이 있었다. 같이 있으면 느껴지는 감정이나 감각이 저마다 다 달랐다.
아가씨와 있으면 어딘가 가슴 한편이 떨려왔다. 조금 애틋하면서 어딘가 쓰라린 느낌. 운이와 있으면 뭔가 따듯한 느낌이었고, 방삼이랑 있으면 그냥 내 본모습으로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마의.
이 꼬마는 편하긴 한데 조금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분명 뭔가가 걸리는데 그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도 아직 어린 꼬마인데 너무 막 대했나.
“아무튼, 그 부분은 신경 쓰지 말라는 거지?”
“당장 아저씨가 있다고 변할 것도 없고요. 애초에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이 공무에 신경 써서 어쩌려고요?”
그도 그렇기는 했다.
솔직히 아가씨나 운이도 한 번 정도는 들렀을 사람들이라 조금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건 별개로 놓고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저씨. 뭔가 잊고 있는 거 같은데, 솔직히 죽을 뻔했거든요? 알아요? 아저씨는 다 좋은데 가끔 만사를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요.”
“아, 알았다. 알았다고 좀!”
네가 내 엄마냐?
잔소리도 참. 나이는 군에서 제일 어린 것이 잔소리는 제일 심했다. 물론 무슨 심정인지 이해는 하고 있지만, 그래도 좀. 응? 기껏 조숭 살리겠다고 고생했는데 칭찬도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어쨌거나 지금까지 있던 일은 병상에서 일어난 다음에. 그 뒤에 설명할게요. 저도 묻고 싶은 것이 있고, 알아야 할 것도 있으니까.”
“뭔데?”
“됐으니까 좀 자요. 시간이 몇 시인데.”
아니 지금까지 누워만 있으니까 계속 잠만 잤다고. 솔직히 자다가도 깨기를 반복해서 한밤중이어도 졸릴 기색조차 없었다.
“아님 뭐예요? 자장가라도 불러드릴까요? 우리 호세 어린이는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잠이 못 들어요?”
“너 지금 나 놀리지.”
“네.”
빌어먹을.
몸만 정상이었어도 당장 꿀밤을 먹였을 텐데.
그래도 점점 통증은 완화되고 있었다. 물론 의원 선생의 말로는 통증이 멎더라도 제대로 움직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했다. 아무리 주요 장기를 피했다 하더라도 근육이 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나.
앞으로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데, 솔직히 이렇게 크게 부상한 적도 얼마 없어서 잘 모르겠다.
솔직히 일반병은 이런 부상을 겪으면 그냥 그 순간 죽었다고 보는 게 맞으니까. 솔직히 치료를 받으면서도 그간의 삶과 괴리감이 느껴져서 좀 곤혹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대체 몸 위에 향은 왜 태우는 거야?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너 진짜 하지 말랬지.”
“아, 알았어요. 그러면 자기 전까지는 곁에 있어 드릴 테니까, 제발 제가 꾸벅거리면서 졸기 전까지는 좀 주무세요.”
하여간,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라도 않지.
그렇지만 옆을 지키겠다는 말은 나름 달가웠기에 참았다. 솔직히 병상에 누워만 있으면 언제나 심심했으니까.
방삼이도 성주 대리가 되어 공무를 처리한다고 계속 돌아다니기만 해서 의원 선생이나 사마의를 제외하고는 거의 얼굴을 볼 일이 없었다. 놈, 아무리 바빠도 제 대장 앓는데 얼굴 좀 자주 비추지.
그 사이 사마의는 책 하나를 꺼내 읽었다.
“뭐냐 그건?”
“병법서요. 아저씨도 읽어드릴까요?”
“됐다.”
그런 거 들어서 뭐하나. 물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적어도 병상에서 누군가의 입을 빌려 들을 정도로 절박하게 느끼진 않았다.
“그러게요. 이렇게 시간이 남으니까, 지금 병법을 공부하면 되겠네요. 어쩌면, 아니지. 일단은 먼저 기초부터 시작할까요?”
“야. 너 나보고 자라며.”
“안 잘 거잖아요?”
눈 동그랗게 뜨지 마라, 고개도 갸웃거리지 마.
“밤이다, 밤. 너도 좀 자야지. 응?”
“밤샘은 제법 해봐서 괜찮아요. 마침 아저씨 침상도 제법 넓은데, 공부 끝내고 그 옆에서 잠시 자면 되죠. 어때요?”
뭘 멋대로 내 침상에 들어오려고.
게다가 매일 누워만 있으니까 씻는 건 수건에 물을 묻혀 닦는 정도였다. 물론 주기적으로 이불을 갈고는 있지만, 그래도 땀 냄새라던가 체취가 잔뜩 배어있을 건데.
그러는 사이에 사마의가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더니 책 몇 권을 집어서 돌아왔다. 그러더니 대뜸 내 옆자리에 엎드리는 것이.
“저도 좀 피곤하니까 누워서 읽어드릴게요.”
“세상에.”
어깨가 닿을 정도로 바짝 붙어서는 책을 펼쳤다. 곁눈으로 보기에도 복잡한 글이 마구 적혀있는데, 이게 기초라고? 세상에 맙소사.
맞닿은 작은 어깨.
생각해보면 이 소녀는 제법 어린아이였다. 그런 나이에 벌써 가문에서 나와 이렇게 외지를 전전하게 된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는 내가 좀 조심성이 없었던 것도 같았다.
앞으로는 조금 친절하게 대해줄까.
“먼저 이 반월이라는 진은 아군의 폭을 이용한 진영이라네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다소 중앙을 노출한 것이 흠이어서 잘 쓰일 곳은 없겠지만….”
“제발.”
이런 짓만 안 하면 더 친절하게 대해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제발 좀, 응? 그래서 반월이 대체 뭔데.
“특히 이 병법서에서 지정한 진형 그림이 별로네요. 기본적으로는 보병이 중앙에서 버텨주고 기병을 양 날개로 늘어뜨려 돌출시키고, 그 후위를 궁수로 지키는 게 기본이거든요.”
“알겠다, 알겠으니까.”
애초에 난 아직 진형을 배울 단계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병법서의 첫 장도 열어본 적이 없는데 다짜고짜 진형부터 가르치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법도냐.
“아직 그런 거 배울 정도가 아니거든? 응? 그 뭐냐. 그런 거 있잖아. 병력이 어떻고, 응? 아니 뭐라고 해야 하냐.”
“그런 건 이미 경험으로 알고 계시잖아요.”
경험? 병법서를 본 기억은 없는데.
그런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리니 사마의가 씩 웃으며 내 코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산악지대에서 기병을 어떻게 움직여야 해요?”
“응? 미친 소리지. 길에 따라 달라도 아예 가도가 없는 산악지대면 기병을 끌고 가는 머저리가 어디 있어?”
그러니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궁수만으로 구성한 부대는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요?”
궁수만으로? 그건 좀 상황마다 너무 객차가 달랐다. 가령 고지대를 먼저 점령하고 있다면 설령 기병대가 달려든다 하더라도 나름의 저력을 보일 수 있는 것.
“그건 상황마다 너무 달라. 그렇지만 궁수라면 키우기 힘든 이들인데, 구태여 그런 병사들을 보좌하는 보병대 없이 운용한다고?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그 말에 사마의가 빙긋 웃었다.
“바로 그거에요. 어차피 병법서의 기본은 병사가 더 잘 싸울 수 있게 하는 것. 아저씨는 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그런 걸 익혔잖아요? 그러면 구태여 그 부분을 다시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 뭐, 그야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좀, 병법서라면 뭔가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신묘한 전략이라던가. 물론 그런 게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기본적인 것보다는 좀 더 체계적인 규율이 쓰여있지 않을까 싶었다.
“병법서는 어차피 그런 기본적인 것을 토대로 하여 진을 나누는 방법. 혹은 병참을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을 다루고 있어요.”
다 그런 걸까.
그래도 병법서라면 무슨 팔문금쇄진! 같은 신묘한 진법이라던가 그런 게 쓰여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필승의 전략은 없다지만, 상황에 맞춘 진법이나 책략 같은 게 적혀있을 거라는 낭만이 있었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그 기억과 경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살리는가. 병법서에서 배워야 할 건 바로 그런 거죠.”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걸 자신과 함께 배워나가자며 소녀가 웃었다. 솔직히 이 꼬마에게 따라갈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때울 수는 없으니까.
“그래, 한번 배워나 보자.”
정확히 몇 분이 지났다.
배워본다고 하지 말 걸 그랬다.
아니, 다 좋은데 너무 가르치는 방식이 엄격하지 않아? 왜 이걸 이해하지 못하냐며 갈구는데 솔직히 조금 울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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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현재 병상 위에서 사마의는 모처럼의 독점 기회를 잡고 낭낭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미 조조군은 서주로 출병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