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45화 (145/343)

145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서주 전투 처음 느낀 것은 찌릿한 통증이었다.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겨우 눈을 떴다. 시간은 얼마나 지났을까. 여전히 등허리 부근이 욱신거리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제대로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았다.

겨우 고개를 들었다.

주변은 이미 깜깜하게 어둠이 짙게 깔렸다. 그 어둠 속에서 오로지 촛농만이 계속 타오르며 작은 밝기를 비출 뿐.

침소 바로 옆자리에는 사마의가 누워있었다.

그 뒤로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마지막 기억은 소연 아씨의 뒷모습이었다. 분명 조숭을 호위하고 퇴각하던 도중, 뒤에서 강한 충격을 받았는데.

뭔가 기억이 이어지질 않았다. 그 시점에서 점점 기억이 흐려지는 것이,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분명 무언가 떠들었던 것 같은데.

무엇보다 조숭의 안위는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마지막에 확인했던 바로는 추격자가 없었는데. 그 당시 부상했던 몸으로 연주에 잘 도착한 것을 보아 조숭도 일단 무사는 하겠지.

“끄으, 윽!”

등이 아려왔다.

엎드린 자세에서 살짝 몸을 들었을 뿐인데도 격한 통증이 몰려왔다. 대체 어떻게 다쳤으면 이리도 아픈 것인지.

“…아저씨?”

이런.

방금 신음으로 사마의가 깨버렸다.

“아저씨! 정신이 들어요? 몇 개인지 보여요?”

“눈 안 멀었다. 세 개잖아.”

그러니 소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제 가슴을 쓸어내렸다. 방의 어둠으로 보아 생각보다 늦은 밤인 듯싶었는데, 괜히 병간호로 고생하게 해버렸네.

“진짜,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러냐. 심각했나 보네.”

솔직히 기억나지 않았다. 내 등에 뭔가 꽂혔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그 충격이 좀 컸던지라 바로 정신이 흐려졌으니까.

“등판에 창이 박혔었어요. 아마 조금만 위치가 틀어졌어도 죽었을 정도로. 솔직히 연주 내에서 가장 의술이 좋다는 사람을 모셔 겨우 이 정도지, 그거 아니었으면 진짜 죽었어요.”

“큰일 날 뻔했네.”

“아저씨 얘기거든요? 남 얘기 아니라고요.”

뭐, 살았으면 된 것이 아닌가.

솔직히 창에 꿰여본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러나저러나 결국 살았으면 된 것이 아닌가. 재수가 없으면 방패를 들어도 화살에 맞아 죽는다.

그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 끝나 다행이었다.

“당분간은 치료. 그 뒤에는 재활까지 병행해야 하니까, 그동안 어지간하면 사람 면회도 자제시키고 그냥 마음을 편히 가질 것만 생각해요.”

“좀 답답할 거 같은데.”

“죽다 살아난 사람이 자꾸 따질 거에요?”

이건 어쩔 수 없나.

이 꼬마가 아예 눈을 부라리면서 쏘아보는 것이, 여기서 괜히 헛소리를 늘어놓다가는 정말 잔소리를 수없이 되풀이할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그 뒤로 어떻게 됐냐?”

조숭을 호위하던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살았으니 조숭도 분명 무사하기는 하겠지만, 당장 이 뒤처리가 문제였다.

“우선 그분도 연주에는 도착했어요. 그 뒤에는 도겸과 뭐, 이것저것 시비가 붙었고요. 나머지는 공무니까 알 생각하지 말고 쉬어요!”

“아니, 거기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무는 게 어디 있냐. 적어도 뭐, 도겸 그 개새끼랑 어떻게 일이 진행됐는지 정도는 알려줘야지.”

그러니 사마의가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쉿. 이런 일로 괜히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나을 것도 안 나아요. 의원이 말하기를 몸이 낫는 것은 마음이 평안해야만 더 빨리 낫는다고 하니까, 우선은 좀 쉬어둬요.”

조그마한 손가락이 내 입술을 막았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오면야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사람이 이 꼬맹이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

단지 조금 궁금한 것이 있다면.

“…내가 이렇게 드러눕고 며칠이나 지났냐?”

“정확히 열흘 정도일까요. 전 솔직히 아저씨가 이대로 죽는 줄 알았어요. 처음에 봤을 때 얼마나 기겁했는지 알긴 알아요?”

열흘이라.

보통 그 정도로 정신을 잃으면 그건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내 치료를 전담한 의원이 실력 있는 사람이었을까.

“아가씨나 다른 사람들은?”

“다 연주성에 있어요. 아저씨는 복양으로 실려 왔다지만,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할 일이 있는 거니까요.”

“서주의 건도 처리해야 하니 다들 바쁘겠지.”

조금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단지 조금 걱정되는 것이, 이렇게 되면 서주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전쟁까지는 안 번졌으면 좋겠지만, 그건 도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갈릴 문제였다.

적어도 아군은 서주군에게 습격당했다.

그나마 조숭이 죽지 않았으니 전쟁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 갈릴 수 있는 문제였다.

“어으, 허리야.”

엎드린 자세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목이나 허리가 미친 듯이 쑤셔왔다. 그런데 그것이 아프다고 몸을 조금이라도 비틀면 환부가 또 사정없이 아팠다.

“가만히 있어요. 잘못 움직여서 상처 터지면 큰일이니까. 그리고 뭐 필요한 거 없어요? 죽이라도 내어드릴까요?”

“죽이라고 먹을 수 있겠냐.”

단지 허리가 미친 듯이 아플 따름이었.

아니, 잠깐만.

아니아니, 이건 아니지.

“응?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아니다, 아냐.”

갑작스럽게 깨자마자 이게 무슨 일인가.

아랫도리에서 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살면서 언제나 익숙했던 생리현상. 그냥 단적으로 말해 소변이 마려웠는데, 정작 허리가 이 꼬락서니니 움직일 수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진 누가 처리해준 거지?

갑자기 그런 것에 신경 쓰이기 시작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지만 일단은 이 소변부터 처리해야겠는데, 이 자리에는 사마의 말고 다른 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꼬마야. 혹시 다른 사람 없냐?”

“왜요? 무슨 일인데요. 뭐 급한 일이라도…. 혹시 상처가 아파요? 의원 선생님 바로 불러올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부끄러웠다. 이런 꼬마에게 소변이 마렵다고 어떻게 말할까. 솔직히 말해 쪽팔리잖아. 소변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남의 손을, 그것도 이 어린 소녀에게 그런 말을 꺼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수치스럽다.

“뭔데요! 자꾸 그렇게 숨길 거에요?”

“아니 그러니까, 다른 시종…!!”

아, 안 돼.

애당초 환부가 쑤셔서 괄약근에 힘을 줄 수도 없었다. 점점 샐 것 같은데, 이 나이 먹어서 이불에 오줌이라도 싸면 대체 무슨 낯짝으로 바깥을 돌아다니냐.

아, 안 돼. 더는 무리.

당장에라도 새어 나올 것만 같아서, 그래서. 진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입을 뗐다. 차라리 싸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망설임을 꾹 참고 꼬맹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 오….”

“오?”

사마의가 내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댔다.

시발.

“오줌 마렵다고……!!”

지금만큼은 내 얼굴을 볼 수 없어 다행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내 얼굴을 봤더라면 분명 시뻘겋게 물들어서는 인상을 잔뜩 쓰고 있지 않았을까.

“아, 난 또 뭐라고.”

사마의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편으로 발을 굴리며 달려가더니, 이윽고 무언가 가져오는데. 뭐야 저건. 뭐 조그마한 그릇 같은데.

…에이 설마.

아니지?

“잠깐 몸 기울일게요.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

“야, 뭐 하는 거냐. 잠깐만!?”

채 제지하기도 전에 사마의는 내 팔을 잡고 천천히 몸을 들어 옆으로 누운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내 바지춤으로 손을 옮기는 것이.

“아냐. 아냐아냐, 거기까지 안 해도 돼!!”

“좀! 가만히 있어 봐요.”

이 꼬맹이가 지금 무슨 짓을.

아, 안 돼.

거긴 안 돼애애애애애!!

* * *

더럽혀졌다며 훌쩍이는 전호를 뒤로하고 사마의는 오줌을 받은 그릇을 들고 바깥으로 나와 측간에 그것을 버리고는 그릇을 올렸다.

“하여간.”

지금까지 누가 수발을 들었다고 생각하는 건지.

사실 사마의를 제외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전쟁에 차출되어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복양은 성주 대리로 남은 방삼 정도가 전부였고, 조운이나 소연은 이미 서주로 출정할 준비를 마쳤다.

말해도 상관은 없었다.

조숭이 죽었고, 연주에서 서주 침략을 위해 군을 편성하고 있는 상황. 그리하여 이번 해 빈번하게 있었던 전투를 끝까지 이어가게 되었던 것.

전부 말해도 상관은 없었다.

단지 소연이 떠나기 전에 신신당부했던 것이 떠올랐다. 사실상 자신을 붙잡고 필사적일 정도로 함구하라던 소연의 모습에 사마의는 실소를 흘렸다.

“뭔가 있네.”

사마의가 보기에 이번 사태는 그냥 도겸이 조숭을 죽였고, 그렇기에 전쟁을 일으켰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전호는 조숭이 죽은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그는 처음부터 조숭의 생사를 묻지 않았다. 평소 전호의 성격이라면 우선 조숭의 안위부터 확인했을 것이고, 설령 사마의가 입을 다문다고 하더라도 분명 추궁했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구태여 묻지 않는다.

“아저씨는 조숭이 살았으리라고 거의 확신하는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아는 정보랑은 조금 다르네?”

소녀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키득거렸다.

현장에 있었던 전호는 조숭이 살았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정작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큰 부상으로 연주에 도착한 직후 숨이 끊어졌다고 알려졌다.

그 차이가 무엇을 의미할까.

아무래도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사마의 본인이 모르는 정보가 조금씩, 그렇지만 확실하게 일그러졌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우선 전호의 회복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니 우선은 상황을 지켜본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생긴 무렵이면 어떨까. 이 정보의 차이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재미있네.”

잘 활용만 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기분이 들었기에 사마의는 웃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도 깨어났다.

사마의가 품었던 가장 큰 불안감은 전부 해소되었고, 남은 것은 서주로 진군한 아군이 어떤 전과를 들고 오느냐. 그리고 조숭과 관련된 일의 진상은 무엇인가를 밝히기만 하면 되었다.

곧 새해가 밝는 시기였다.

아직 신경 쓰이는 일도 많았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 당장 사마의는 전호가 쾌차하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꾸미거나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곧 193년이 된다.

“조만간 진궁에게 연통을 보내야겠네.”

아마 조조군 내에서 가장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조와는 조금 다른 노선을 탄 인물이 바로 그녀였을 터. 그녀를 통해 정보를 알아볼 수도 있었고, 여차하면 적당한 정보를 흘려 이용할 수도 있었다.

정보는 많이 쥘수록 우위에 서는 것.

사마의는 즐겁게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 와중에 저 멀리서 자신을 다급하게 찾는 전호의 목소리에 반색하며 달려갔다.

아직 확실한 건 하나도 없었다.

조숭의 문제도 단지 전호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교차 검증된 정보가 턱없이 모자랐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하나 있었다.

“꼬마야! 아니, 저 의아야?”

“네에! 금방 가요, 아저씨!”

이 상황만큼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저 남자가 자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무도 없어 오로지 자신에게만 기댈 수밖에 없는 이 시간만큼은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비록 다친 것은 슬펐다.

그렇지만 이렇게 자신을 의지해준다면.

그건 썩 나쁜 일도 아니라고 느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오늘 내로 한 편 더 올라옵니다!

쬬 아가는 아가에오. 지켜줘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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