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44화 (144/343)

14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용납할 수 없었다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연주의 예산을 고려하더라도 크게 치러졌는데, 조조는 이 장례식으로 천하 전체에 도겸의 악행을 알림과 동시에 당위성을 얻을 생각인 듯싶었다.

수많은 조문객이 들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조숭은 과거 태위까지 지냈던 사람이었다. 게다가 입양된 자식이라고 하지만 그 부친은 조등.

비록 십상시의 행패로 인해 환관에 대한 인식이 매우 안 좋아졌다고는 해도, 조등이라면 인정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환관 조등은 정치계에서는 전설적인 거물이었다.

기존 정계에 있던 사람부터 지방 호족, 명가의 자손들까지. 정말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인파가 연주로 몰려들었다.

“소연 별가. 진심이에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진궁의 말에 한 번 모른 척 잡아뗐다.

그러니 그녀는 아예 한숨까지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조문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고, 여전히 저 멀리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서주 말이에요. 분명 조공의 생각은 알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시기상조예요. 지금은 아직 연주 내부의 정리도 채 끝나지 않았다는 걸 잊은 건 아니죠?”

“그렇지만 조숭 어르신의 복수는 해야죠.”

우스웠다.

누가 죽였는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에게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그런데도 이것이 빠른 길이라는 확신이 들자마자 바로 그것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나 자신도.

전부 어딘가 망가지고 있던 거였다.

나도, 이 세상도 전부.

“소연 별가. 조숭 어르신의 죽음에는 애도를 표해요. 이건 진심이에요. 그렇지만 도겸은 자신의 부하가 멋대로 획책했다며 극구 사죄를 표하고 있는 와중에, 아군의 상처를 돌보지도 않고 원정에 나선다는 건 부담이잖아요.”

청주 황건적을 복속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분명 이른 감은 있었다. 아직 겨울이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기에 더더욱 그런 느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분명 기회였다.

청주 황건적이 무릎을 꿇고 아군에게 편입된 지금. 그리고 서주가 아직 완벽하게 방어수단을 갖추지 못한 지금이야말로 서주를 무릎 꿇릴 적기였다.

본디 역사에서도 조조는 서주 공략에 애를 먹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애를 먹은 것이지 정벌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서주 공략이 실패로 돌아갔던 건 다름 아닌 연주 내부에서의 반란. 이유가 무엇인지는 역사에서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고, 게임에서는 서주 대학살이 그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묘사되었다.

하면 그 대학살을 막는다.

그리고 또 하나.

“조공께서 조금 서두르시는 감이 있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이해하셔야죠.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원소와의 이해관계를 생각해봤을 때, 저희는 기회가 있다면 분명 도전을 해야만 하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만요.”

진궁.

이 여자의 반란을 막아야만 했다.

우리가 조조의 군문에 가담하고 얼마 안 되어 들어온 여자. 지금도 조조의 신뢰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주 내부에서도 중요한 입지를 차지한 인물이었다.

적어도 이 조조군 내부에서 연주의 명가나 호족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소통구였으며, 그녀 자신의 지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 진궁 공대 」

통솔력 - 84

무력 - 55

지력 - 91

정치력 - 83

매력 – 72

전체적으로 통솔력이 다른 문관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력도 90을 넘긴 데다가 정치력이나 매력도 모자라지 않아 균등하게 잘 분포된 능력치였다.

“저는 진궁 치중께서 이해하시리라 믿어요.”

“소연 별가께서도 조공과 같은 생각이셨나 보네요. 저는 별가께서도 전쟁은 피하는 것이 옳다고 말씀하시리라 믿었는데.”

그녀는 살짝 자조적으로 고개를 떨궜다.

솔직히 좀 의문스러운 말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조조군에 임관하고 나서부터 쌓은 전공은 같은 기간만 놓고 보면 조가의 사람들보다도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전쟁을 피할 것이라 여긴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전쟁 자체는 싫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치러질 전쟁이라면, 더 빠르게 기반을 닦으며 신속하게 이 난세를 끝내는 것이 맞았다.

어차피 치러질 희생이라면, 그 희생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옳았다.

“물론 필요치 않은 전쟁을 치르는 것은 반대지만, 지금 서주를 공격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진궁 선생님은 안 그러세요?”

“…필요한 전쟁이라는 게 있을까요.”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내게 등을 돌렸다.

“어차피 조공께서는 마음을 정하셨어요. 소연 별가께서도 그리 생각하신다면, 저도 이제 그 보좌에 힘쓰는 것이 옳겠네요.”

원래 역사대로라면 2차 서주 정벌 과정에서 진궁은 장막과 손을 잡고 조조를 배반한다. 그것이 진짜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그녀는 조조에게 큰 반발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

믿어도 될까.

“전호 장군이라면 달리 말했을 텐데요.”

“뭐요?”

그 말에 순간 욱했지만, 그녀는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천천히 자리를 떴다. 여기서 왜 그의 이름이 나와?

왜 당신이 그 이름을 언급해.

순간 멀어져가는 그녀를 잡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정작 진궁을 잡아 왜 전호를 언급했냐고 따지기에는 모양새가 우스웠다.

그도 이해할 것이다.

전호는 이 시대 사람치고도 유별나게 전장을 꺼렸지만, 그런데도 전쟁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남자였다. 억지로 티를 안 내려는 듯했지만, 그런데도 종종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남자는 전장을 분명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원소의 간섭없이 지배 영토를 넓힐 기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고, 전호도 분명 설명해주면 이해할 터였다.

그러니까 진궁의 말은 잘못되었다.

적어도 당신보다는 내가 더 그를 잘 알아.

그런데도 이 가슴 한편에서 들끓는 짜증은 뭘까. 진궁의 말이 왠지 나보다 자신이 더 그 남자를 잘 이해한다는 어투가 묻어나와서 그런 걸까.

어쨌건 짜증이 났다.

“쯧.”

애꿎은 돌멩이를 찼다.

* * *

조조는 단상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상복을 다시 고쳐 입는 등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었다.

저 바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연주 소속이거나 군의 사람만이 아니었다. 각지에서 조숭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몰려온 명사나 호족, 각지에서 파견한 외무관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이 모인 자리였다.

여기서 조조의 이름을 알린다.

그리고 조조가 왜 도겸을 공격하는지 그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던 그녀는 제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으윽! …어떤가. 좀 눈물이 났는가?”

“전혀요.”

“쯧.”

소연이 보기에 살짝 얼굴이 붉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차이도 확인할 수 없었다. 조조는 원래 어릴 적부터 눈물을 흘리지 않았었는데, 그건 커서도 변한 것이 없었다.

“조금 슬퍼 보이게 연기해야 하거늘.”

“제가 꼬집어 볼까요?”

“아서라. 그대 손이 닿으면 본인의 살점이 떨어져 나갈 거다. 힘이 무식하게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으니, 실수로라도 본인의 몸에 손대지 말도록.”

그녀의 말에 소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을 무슨 괴물처럼 여기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게임 내에서 능력치가 90만 넘어도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취급했었다. 그것이 100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는바.

“그러면 물이라도 좀 준비할까요?”

“되었다. 어차피 단상 위에서 떠들 것이니 눈물 같은 것은 보일 일도 없다. 괜히 옆구리만 아팠다.”

조조는 제 손으로 꼬집었던 옆구리를 문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부터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당위성을 증명하며 지지를 얻어야만 하는 자리였다.

행여라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됐다.

“조공. 아시겠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제법 숫자가 있습니다. 뭐, 조공이니 그런 실수는 없으시리라 믿어요.”

“본인을 의심하는가?”

“그럴 리가요.”

애초에 이런 일조차 수행하지 못할 것 같았으면 조조에게 임관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소연의 눈에 보이는 능력치는 조조가 이 시대에서도 군계일학의 인물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그럼 슬슬 가보겠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조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아직 상중이었기에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와중에 상복을 차려입은 조조가 장례식 상석에서 모습을 보이니 당연히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우선 바쁘신 와중에도 이 자리에 모이신 분께 이 조가의 맹덕이 먼저 큰절을 올리겠습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겨진 상복을 털어내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자리.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아버님, 본인의 아비여.

그대의 죽음은 무엇보다 숭고한 희생으로 만들어 드리겠다. 적어도 인간으로 포장해드리겠다는 약속만은 지키도록 하지.

“이번 서주에서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조조는 운을 띄우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아버님은 평소 주변을 잘 챙기시는 까닭에 원한 관계가 없었고, 그것은 서주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인데. 그런 그분이 서주의 땅에서 그만 변고를 당하시고 말았습니다.”

슬픈 표정을 연기한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구기고는 입술을 파리하게 떨었다. 평소 지어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제법 잘 꾸며진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움을 느끼고는 말을 이었다.

“조가는 가장 큰 어르신을 잃었습니다. 황실에서 태위까지 지내셨던 분이 노상에서 습격당해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는데, 이것이 말이 되는 일입니까. 이런 일이, 진정…, 진정 있어도 되는 일입니까!!”

최대한 비통하게.

목소리를 떨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한동안 조숭의 인품을 칭찬하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 이런 자리에서는 구태여 논리적일 필요가 없었다.

필요한 것은 감정.

상대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발언, 그리고 본인의 감정이 얼마나 북받쳐 올랐는지를 표현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가끔 이성보다 감정의 힘이 앞서는 자리가 있었다.

분명 이곳이 그런 자리였다. 부모를 잃어 힘들어하면서도 복수를 희망하는 여인의 모습을 꾸며내어 감정을 앞세워야만 하는 자리.

문제는 없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감정을 꾸며 연기하는 것이 특기라고 여겼으니까. 그저 지금은 상대방에게 어떻게 비칠지만 고심하며 행동하면 그만이었다.

손짓 하나에서 시선 처리 하나까지.

전부 다 포함하여 비통함을 연기한다. 마지막까지 조조라는 여자는 아버지를 잃어 슬픔과 분노에 몸서리치는 여인으로 비추게 한다.

“도겸은 무도하게도 태위까지 지내셨던 조가의 어르신을 습격했습니다. 관병을 이끌고 호위를 공격하여 재산을 갈취하고, 이윽고 아버님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실상은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그래도 도겸이 조숭의 행렬을 공격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조조가 조숭에게 칼을 꽂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여 그녀는 마지막까지 비통하게 외쳤다.

천하의 호인이던 아비를 무참하게 살해한 도겸에게 복수할 것을 천명하면서, 그걸로 아비의 넋을 기리겠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옆구리를 그리 꼬집어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정작 사람 앞에 서니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조숭을 그리워해야만 했다.

그런 모습을 연기했다.

적어도 이 자리에 모인 조문객들에게 조숭은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면모를 지닌 호인으로 기억될 터. 적어도 그의 죽음 이후 인간으로 포장하겠다던 약속은 지켰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전쟁을, 천하의 악적 도겸에게 피의 복수를!”

이제 그 누구도 멈출 수 없었다.

서주를 정복한다.

아아, 본인의 아비여. 설령 그대는 죽고 없으나, 저들에게 그대는 분명 마음씨 좋은 선인으로 기억될 터다. 본인은 이렇게 하여 그대를 추억 속의 선인으로 포장하였다.

이것이 본인의 효도다.

그녀는 조문객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씩 웃었다.

이제부터는 다시 전쟁이었다.

관례는 삼년상을 치르는 것이 보기에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시간은 없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그를 그리워할 정도로 추억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생각해보면 유년기 조조의 기억에 조숭의 모습은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짜증을 부리거나 호통을 치는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잘 가라, 아비여.”

부디 죽어서도 조조의 이름을 잊지 말도록.

그녀가 느끼기에 조숭은 분명 지옥에 떨어질 사람이었다. 그만한 재산을 모으면서 그가 정상적인 방법만을 썼을 리도 없는 것. 분명 조숭으로 인해 피눈물을 흘린 사람은 수두룩할 터였다.

아마 조조 본인이 생각하기에 제 아비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 그 죽음 이후의 종착지는 썩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도록.”

본인도 훗날 따라가도록 하겠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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