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38화 (138/343)

138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용납할 수 없었다 원소는 봉화 위에 올라 전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손찬의 군은 현재 발해군 남피현에 주둔하여 군을 대기. 사실상 저 거점만 떨어뜨린다면 완벽히 공손찬을 기주에서 몰아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공손찬은 스스로 궁지에 내몰리기를 자처하고 있었다. 하북 최강의 세력이자 북방의 영웅. 그러나 그는 자신과 비슷한 세력을 상대하는 법을 몰랐다.

언제나 강자였으니까.

어렸을 적에는 서자였기에 궂은일도 마다치 않았다고 들었지만, 정작 그가 군을 이끌고 나서부터는 패배한 적이 적었다. 그렇기 시간이 지나 공손찬은 북방에서 진정한 강자로 거듭난 것.

그렇기에 그는 힘 외의 다른 방식을 몰랐다.

원소는 그 점을 찔렀다. 정치적으로 그를 고립시키면서 유주자사 유우와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더불어 유주 내에서 그에 대해 반발하는 세력을 더욱 확산시켰다.

“물론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 자멸하였겠지만.”

역경을 건설하면서 몇만에 달하는 백성에게 강제로 노역을 집행한다. 이 겨울에도 그 공사가 멈출 줄을 모르니 그 원한이 얼마나 크고 흉흉할까.

모든 것이 원소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물론 공손찬은 그래도 공손찬.

계교에서 큰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그 이래로는 연패. 기대하던 국의도 발해 공략에 패퇴했으며 국지전에서는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문제.

이대로 천천히 말려 죽인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 그렇기에 원소는 공손찬에 대한 공세를 늦추고 내정을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왜 이렇게 뒤가 불안한가.

원소는 도무지 그 불안함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의 뒤는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였으며, 언제나 자신의 뒤를 따를 조조가 지켜주고 있었다.

몇 부하들은 조조를 다시 호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그녀에게 불안감을 드러내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게 연주목의 자리를 내려놓으라고 해서야 조조를 불신하고 있다는 증명이 아닌가.

그녀는 지금까지 그를 위해 아주 잘 해주고 있었다. 물론 연주목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소 의외이며 찝찝한 것이었지만, 적어도 그 자리를 지키며 공손찬과 연계한 이들의 공세를 훌륭히 막아주었다.

의심하지 말자.

“그녀는 내 둘도 없는 벗이다.”

연주는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조조는 훌륭한 능력을 보이며 후방을 안정케 하고 있었다. 그를 위해 충성하고 있는 그의 부하. 그런 부하의 밥그릇을 빼앗아서는 군주의 본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면 이 불안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원소는 그렇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고 있을 때.

“주군!! 급보입니다!!”

“무슨 일인가.”

그가 살짝 눈을 내리까니 헐레벌떡 달려온 심배가 고개를 숙이고 땅에 읊조렸다. 그러면서 한 장의 서신을 양손으로 받쳐 올리니, 원소가 천천히 걸어가 그것을 쥐었다.

“흠…, 음? 이게 무슨.”

“동탁, 그 천하의 역적이 드디어 죽었습니다! 게다가 그 사후에 왕윤도 잇달아 동탁 수하의 손에 죽었다고 하니, 장안은 더욱 통제 불능이 되었습니다!”

“그러한가.”

당연히 기뻐야 할 일이었다.

현 원소에게 유일한 흠이 무엇인가. 바로 현 황실의 체제를 부정하고 새 황제를 옹립하려 했던 것. 그 탓에 기존에 연이 있던 명가와도 줄이 끊어지며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러니 현 황실과는 어떻게 해도 척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장안이 통제 불능이 된 것은 분명 원소가 기뻐 마지않을 일이었다.

적어도 심배는 그리 생각했다.

그렇기에 다소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원소의 모습은 심배에게는 의아하기 그지없는 일.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원소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황실이 이리 무너지는가.”

미우나 고우나 반평생을 함께 했던 황실이었다. 조조와 함께 관직에 올랐던 일, 검을 뽑아 들고 십상시를 베었던 일. 모든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한 시대가 저물고 있었다.

그것은 원소에게 색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

이걸로 옳은 것인가. 이미 결심했던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그는 스스로가 천하의 주인이 되리라 결심했으니, 어차피 이런 결과는 필연적인 것.

“심배. 너무 호들갑 떨지 마라. 이제 한 시대가 저무는 일이다. 고인에게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갖추는 것이 품격이라는 것.”

“예, 주공.”

마지막 불안은 그것이었는가.

무언가 아닌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황실이 저리 알아서 몰락해주는 것은 원소에게는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만은 명복을 빌겠다.

한 시대의 끝자락에 대한 명복을. 앞으로 시작될 새로운 천하의 초석이 되었던 그것이 저물어가는 끝자락에 안타까움을 담아서.

명복을 빌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새로운 천하.

앞으로는 원소에 의한 천하를 열겠다. 낡은 한나라에 남은 미련도 전부 여기서 털고, 안타까운 심정도 전부 여기서 흘려 버리겠다.

그는 유주자사가 새로운 황제로 설 것을 거부했을 때부터 한나라라는 이름을 남길 생각을 접었다. 한이 원소라는 이름을 거부한다면 원소도 한이라는 국가를 부정하겠다.

아직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장차 하북을, 더 나아가 저 드넓은 중원을 전부 차지한다면 그때는 한나라라는 이름, 그 낡아빠진 기틀에 묶여있을 이유도 없었다.

그때 조조는 과연 자신의 곁에 있을까.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미심쩍게 느껴지는 것이, 아무리 상상해도 정상에 오른 자신의 곁에 조조라는 여자가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그것이 조금 불안한 원소였다.

* * *

근래 하늘이 맑았기 때문일까, 밤하늘에 구름 한 점 끼지 않아 별 하나하나 전부 선명하게 보였다.

아무리 따듯한 겨울이라고 해도 밤이니만큼 나름 쌀쌀했는데, 웬일로 아가씨가 먼저 바깥 산책을 하자며 나를 끌고 나왔다.

그렇게 막사에서는 조금 떨어진 위치까지 도착한 시점에서 소연 아씨가 먼저 들판에 등을 기대며 누웠다. 그러면서 옆자리를 툭툭 두드리는데, 저거 나도 같이 누우라는 뜻일까.

하여 같이 누우니 아가씨가 손짓으로 하늘 저편을 가리켰다.

“저기 가장 밝은 별 보여?”

“어, 저건가? 아니 저거 같기도 한데.”

솔직히 밝은 것이 한둘이어야지. 가장 밝은 것이라고 해도 뭔가 기분 탓인지 옆에 있는 별이 조금 더 밝아 보이기도 하고, 또 그런가 하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거기서 조금만 더 옆으로.”

그녀는 고개를 내 바로 옆까지 맞대고는 손을 뻗어 내 손목을 잡았다. 삽시간에 가까워져 그녀의 숨소리마저 들리기 시작했다.

“저기서부터 저기, 이렇게 이으면 뭐 같니?”

“뭐 같냐니, 그야.”

그냥 삼각형 아냐?

뭔가 다른 대답을 기대하는 듯 눈을 빛내는데, 솔직히 나는 적당히 삼각형을 그린 게 아닌가 싶은데. 그 외엔 전혀 안 떠오른다.

“네가 별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데려온 거야. 잘 봐. 저기서 이렇게 잇고, 이렇게 연결하면. 이걸 쌍둥이자리라고 불러.”

“쌍둥이?”

뭔 별을 연결한 것만으로 모양을 정하나.

뭣보다 솔직히 말해 전혀 모르겠다. 직접 소연 아씨가 내 손목을 잡고 이어주니까 어떤 느낌으로 선이 이어지는지는 알겠는데, 딱 잘라 말해 전혀 모르겠다.

저게 왜 쌍둥이인데?

“그리고 저걸 이렇게 하면, 큰 게 자리. 어때?”

“어떻냐고 해도.”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솔직히 말해서 하나도 모르겠다고 하면 아가씨가 좀 상처받지 않을까. 내 듣도 보도 못한 것이니, 아마 아가씨가 기존에 상상하고 있거나 만들어낸 것 같은데.

기를 죽이는 것도 좀 그렇다.

실제로 대단한 걸 가르쳐주는 것처럼 으스대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하나도 모르겠다고 하면 좀 그렇지 않은가?

조금만 말을 순화해서.

“아가씨는 상상력이 풍부하네.”

아, 입 다물었다.

“아니 그 뭐냐, 솔직히 난 전혀 모르겠다니까. 아가씨가 무슨 상상을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고작 별에 선 좀 그었다고 그런 모양이 나올 리가 없잖수?”

“선조의 지식을 얕보네. 너 별자리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아니? 이건 기원전부터 이어진 역시 있는 기록이라고.”

“기원전은 또 뭐고?”

그러니 아가씨가 또 입을 다물었다.

하여간 소연 아씨도 영문 모를 소리를 자주 하고는 했다. 그런데 또 저런 거 안 받아주면 항상 고개 돌리고 입을 꾹 다무니, 아예 안 받아줄 수도 없는 것.

“뭐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긴 해도, 내가 아가씨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존경하고 있다고. 조금 이상하긴 해도.”

“너는 항상 말이 많아.”

아, 이번에는 좀 제대로 삐진 모양이었다.

물론 이 시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별자리니 뭐니 하는 것은 전혀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런 게 진짜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알 리도 없었다.

“나름 이 시대면 있을 문화인데….”

소연 아씨는 내게 등을 돌리고서는 작게 꿍얼거리고 있었다. 살짝 꿍해져 토라진 모습이 귀엽기는 했지만, 저게 귀엽다고 몇 번 더 괴롭혔다가는 분노의 철권이 날아오고는 했다.

경험담이다.

게다가 생각보다 많이, 굉장히 많이 아프다.

“그래도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이러는 것도 운치는 있네. 잘은 모르겠지만, 뭐 별을 이으면 모양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 잘은 모르겠지만.”

“구태여 두 번 말할 필요는?”

“정말 모르겠는걸.”

솔직히 대충 수놓은 별을 이어 모양을 만든다는 게 어린아이의 발상이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안 닮았다고.

그래도 별 하늘은 밝았다.

새까만 밤하늘을 반짝이며 수놓은 빛무리. 개체마다 차이는 있으나 어둠을 한 줄기 빛으로 밝게 빛내고 있다는 것만은 전부 같았다. 차등은 있을지언정 그 역할에 차이는 없었다.

“예쁘네.”

아가씨를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니?”

그런데 소연 아씨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것이. 아, 서로 가까이 얼굴을 마주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면 조금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었다.

순간 얼굴이 확 붉어져서는 고개를 돌리는 모습.

정정할까 싶었지만, 사실 별 하늘이나 아가씨나 둘 다 내 눈에는 아름답게 느껴졌다. 물론 이런 말, 차마 낯부끄러우니 구태여 말하지는 않겠지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가씨는 아가씨대로 고개를 돌린 이후로 말이 없었고, 나 자신도 조금 전 발언이 다소 부끄러워 말을 아끼고 있다 보니 둘 사이에서 오가던 대화가 순식간에 끊겼다.

그게 불편해서 억지로 주제를 비틀었다.

“내일이면 도착하지?”

“그렇지.”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으면서도 대답만은 재빠르게 돌아왔다.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어떤 사람일까. 재화를 그렇게 잔뜩 모은 사람이라 들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 수완가가 아닐까.

그렇지만 평소 조조의 모습을 보자면 그 모습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저렇게 무뚝뚝한 듯싶으면서도 괴짜 같은 여자로 키우려면 부모는 얼마나 괴팍할까.

“이번엔 실수하면 안 돼. 조공의 부친만은 무조건 살려야 해. 아직 불안요소는 없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말아줘. 이것만은 명심해.”

소연 아씨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비록 고개를 돌리고 있어 그 표정을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 이상으로 뻣뻣하게 굳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야지. 그러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한 말이었다.

아가씨의 말마따나 조조의 부친이 이런 곳에서 죽었다가는 바로 도겸과 전쟁이었다. 현 연주는 너무 많은 전쟁을 치러 내부적으로 지친 상황.

거기에 연전을 거듭할 수는 없었다.

“꼭 살려야 해.”

그녀의 손이 내 손을 꼭 쥐었다.

솔직히 왜 소연 아씨가 이리 직접 나서가면서까지 신경을 쓰는지는 잘 몰랐다. 평소에도 가끔 무언가에 쫓기듯 행동하고는 했는데, 대체 그녀는 무얼 보고 있는 걸까.

어떤 미래를 예상하는 걸까.

“당연히 지켜야지. 누구 부모인데.”

소연 아씨와 내가 있다. 게다가 정규군이면서 병주에서부터 이끌고 다니던 정규군 오백. 이 정도면 어지간한 도적이 몰려오더라도 질 이유가 없었다.

도겸은 이미 간섭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니까.

서주의 정규군이 떼거리로 몰려들지 않는다면, 사실상 아군이 조숭 어르신을 호위하기에 걸림돌이 될만한 것이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걱정도 많으쇼.”

“조금,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잖니?”

그건 알겠다마는, 어차피 아직 조숭 어르신도 만나지 않은 시점에서 걱정해도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서주 내에서도 가도가 넓은 지역으로만 골라 이동하기로 했으니 어지간한 매복에 걸릴 우려도 없었다.

“괜찮지 않겠어?”

그것보다는 기왕 오랜만에 같이 있는데, 나와 있는 시간에 조금 더 집중해줬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이 있었다.

뭇 남자라면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에게 집중해주길 바라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 아니한가?

“조금 추운데, 더 붙어봐.”

그리 말하며 슬쩍 그녀의 어깨에 내 어깨를 붙였다. 소연 아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살짝 그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추위일까, 아니면 긴장감일까.

어느 쪽이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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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2, 타인이 보기에 소연 아씨는 살짝 이상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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