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32화 (132/343)

13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변해가는 과정 어느새 조조의 손이 멈추었다.

등을 밀던 움직임도, 그녀의 목소리도.

마치 세상이 멈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로지 천장에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가 아직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유일한 신호였다.

“그런가. 그대는 그런 생각을 했는가.”

조조는 그리 말하고는 내 등에 손을 얹었다. 키가 작아서 그런지 손도 나름 작다고 느꼈는데, 그녀는 손가락으로 등판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간지러워서 말릴까 했을 무렵.

“그대가 탐났으니까. 이런 이유라면 어떤가.”

그 목소리는 유독 선명하게 들렸다.

탐이 났다고, 그 조조가 그런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탐낼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그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근본적인 의문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탐낼 이유가 없지 않나.”

“이유? 그런 것이 필요한가? 사람이 욕심을 가지는 것에 이유를 요구하는가.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고 열망하는 것에 원인이 필요하다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유 없는 욕심은 욕심이라 부를 수 없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탐할 뿐이라면 그저 정신병이었다. 욕망이라는 범주에서도 아득히 벗어난 질병이다.

“당연히 필요하지.”

“흠, 그대는 그리 생각하는가.”

그녀는 등을 만지던 손바닥을 펴내 등에 착 붙였다. 작고 말랑한 손바닥이 내 등에서도 심장이 뛸만한 위치에 손바닥을 댔다.

“슬슬 따스한 물이라도 끼얹어주면 좋겠나? 아무래도 욕탕에서 나와 시간이 지났으니 몸도 식었을 무렵이겠지.”

“뭐, 감사합니다.”

“무얼.”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바구니에 물을 가득 담고는 내 등에 끼얹는데, 식었던 몸에 갑자기 따듯한 물이 끼얹어져서 그런지 살짝 사타구니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다시 내 등에 천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유라.”

작게 읊조리면서도 그 작은 손으로 내 등을 민다. 봉사라면 봉사겠지만, 솔직히 이렇게 마음 무거운 봉사는 생전 처음 받아본다.

“그렇겠군. 그대는 본인이 예전에 가장 먼저 버리겠다 생각했던 것이니까. 그것에 끌렸던 것이 처음이라고 하면 인정하겠는가?”

“버려?”

무엇을.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뇌리를 스쳤다. 조조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가지고 있던가. 솔직히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등을 천천히 밀면서도 조조는 말을 이었다.

“인간성.”

아직 그녀의 손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무언가를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타인에게 공감하는 마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탐하고 욕심내는 마음. 뭐, 명칭이나 활용도는 다르겠으나 전반적으로는 그러하겠지.”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 인간성.

그녀는 그것을 그리 정의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목소리는 제법 진지했기에 반론은 하지 않았다.

“어릴 적 그대의 말은 기억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으나, 적어도 그대가 했던 말은 아직 본인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었다.”

“부끄럽게 뭘 그런 걸 기억하고 그러시나.”

어릴 적의 일이었다.

당시 황건적은 민간인과 구별하기 힘든 구석이 있었다. 계속 민간인 사이에 숨어 관군과 다투어 댔던 상황에서, 황건적의 주둔지로 꼽힌 지역에서 민간인을 행세하던 적이라면 죽여야 함이 옳았다.

게다가 법이 그러했다.

황건적은 사실상 반란군이었다. 반역도당이었다. 그런 이들은 가족이라 해도 현장에서 붙잡혔다면 자비를 베풀어선 아니 된다.

지금이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무저항으로 항복하려 하는 이들을 베는 것은 분명 자비 없는 처사지만, 적어도 그걸 비판할 수는 없다는 걸 지금은 이해하고 있었다.

“본인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라면서 가장 먼저 욕심을 버렸다. 그 뒤에는 자비를, 누군가에게 공감하거나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그런 것을 버리지 않으면 나약해질 것만 같았다.”

“그건….”

그 뒷말을 잇지 못했다.

솔직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관이지만 그녀는 내가 아직 애송이였던 시절부터 황궁에서 관리를 지내고 있었다.

황궁이 어떻게 돌아가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십상시가 지배하던 그곳이 정상은 아니리라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다.

권력에 취한 이들이 얼마나 무서워질지 쉬이 예상도 가질 않았다. 전해 듣기로는 사람 하나가 죽어 나간다더라도 누구 하나 언급하지 못할 인외마경이라던가.

이 사람은 그런 곳에서 나고 자랐다.

권력을 탐하는 아귀가 즐비한 곳에서 관리로 지내면서 그 정점에 선 십상시와 대적하는 행보를 보이려면 대체 무얼 포기해야 할까.

아마 나는 평생 이해할 수 없겠지.

“그대는 그런 것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어릴 적의 그대는, 그리고 지금의 그대도 아마 가지고 있을 것이 본인에게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탐났다.”

“그게 이유요?”

“단순한가?”

단순하다고 정의할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인간적이라는 말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나는 적어도 자신을 그렇게까지 높게 취급하지 않았다.

가만 보면 사마의도 그렇고 조조도 그랬다.

이들은 내게서 무슨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걸까.

“다르지요. 그건 그저 제 욕심을 표현했을 뿐이니까. 나머지는 거기에 부수로 딸려온 덤이요. 누군가를 안타깝게 여기는 것도 단지 내가 보기 껄끄러우니까 그런 거고.”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단지 마음이 불편했으니까. 누군가가 죽는 모습에서는 나 자신이 투영되고는 했으니까 그랬다. 배를 곪던 시절의 나, 전장에서 싸우던 시절의 나. 그런 모습들이 언제나 투영되고는 했으니까.

그래서 그냥.

단순히 내 자기만족에 불과했다.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등을 밀던 손을 거두었다. 조금 전까지 등을 자극하던 것이 사라져서 그런지 조금은 아쉬웠을 무렵.

“그러나 본인이 그대가 탐났다는 이유는 변치 않지. 그런데도 그대가 본인을 밀어내니까 더, 그런 연유로 호의를 베풀고 있다면 이해가 되는지?”

“대충은.”

솔직히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조조는 기본적으로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누구나가 생각은 다르고, 그 행동도 다르며 결과 또한 다르다.

그 모든 걸 이해하겠다는 건 궤변이었다.

아마 나는 평생 조조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무엇보다 나는 사마의나 조조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어쩌면 그 둘이 언젠가 내 진짜 모습을 깨닫고 질려 흥미를 잃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건 조금 서글프기는 하지만, 반대로 지금이 너무 과대평가를 받고 있었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닙니다요. 나중에 속았다고 울고 불며 후회해도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미리 말했수다.”

“그러한가.”

그녀는 다시 바구니에 물을 받아서는 내 등에 끼얹었다. 주군의 봉사라는 것도 받고 볼 일이구만. 적어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을 기회가 되었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조금은 알게 된 기분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조조라는 사람을 전부 알게 된 건 아니겠지만.

등에서부터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와 약초의 냄새. 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살살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대는 그걸로 좋다. 본인이 단지 탐내는 것이니까. 안타깝게도 예전부터 탐나던 것에는 미련이 끊기는 일이 없어서 곤란한 아이였지.”

“참 귀찮은 아이였겠구만요.”

“그렇게 귀찮지는 않았다! 무례하기는.”

받아줬는데 뭘 어쩌라는 건지. 어이가 없어서 한 번 뭐라고 하려던 찰나에 등 뒤로 살짝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자기의 등을 내 등에 맞대고는 돌아앉은 조조의 모습이 힐끗 보였다. 얇은 비단으로 지은 옷이라 그런지 살짝 매끈한 감촉.

그 너머로 부드럽고 따듯한 몸의 굴곡이 느껴졌다.

“그대는 그대로여도 좋다. 지금은 본인이 조금 껄끄러울 수도 있겠지. 언젠가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과 본인의 생각이 달라질 날도 올 테고.”

조조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머리를 기댔다. 내 목 언저리에 닿는 그녀의 머리. 피부에 닿은 머리카락의 감촉이 조금 간지러웠다.

“본인은 언제나 앞밖에 바라보지 못하니까. 안타깝게도 이 너머로 나아가면서 고생할 이들을 살필 능력까지는 부족하니, 언제건 그대가 싫은 일이 생긴다면 말하도록.”

수증기가 뿌옇게 서렸다.

이것이 다소 불확실한 우리의 미래와도 비슷하다 느꼈다. 시야가 흐리게 가려져 그 앞날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것은 언제나 미래였다.

그렇게 시야를 가리면 언제나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바른길을 찾는 것만 해도 한참을 고민해야겠지.

“설령 본인에게 실망하는 날이 온다면 오늘을 기억하라. 그대의 말이라면 적당히 선처하지. 본인은 그대의 생각보다 조금 더 욕심쟁이라서 말이다.”

“실망하는 것이 전제요?”

그 질문에 조조가 픽 웃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생겨 먹은 여자다. 이런 부분은 쉬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고, 솔직히 말한다면 고칠 생각도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의견이 갈릴 날이 오겠지.”

순간 등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사라졌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조조.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는데 수증기에 비단이 조금 젖었을까. 가슴 언저리에 분홍색이 비치는 것만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대는 혹시 숙맥인가?”

“주군의 치부를 보는 건 옳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주군이라.”

그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단어를 잘못 선택했을까. 물소리가 섞인 발소리가 들렸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조조가 떠나는 등과 살짝 씰룩이는 엉덩이의 선이 보였다.

“다 씻거든 서둘러 오도록. 생각보다 조금 시간을 지체했다. 이래서는 식사가 식어버리는데, 본디 식사와 마음은 식으면 그것만큼 별로인 것도 드물다.”

거기까지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닫히는 문을 잠깐 멍하니 바라보았다. 솔직히 이런 이유를 들어도 전부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복잡함과 의문, 그리고 의혹만 조금 더 깊어졌을 따름인데.

그래도 조금은.

“조금은 사람다운 얼굴도 하네.”

나가기 직전 보였던 귓불이 붉게 물들었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 같지 않았던 여자가 사람처럼 보였다는 점에서는 안심했다.

생각해보면 난 조조라는 사람을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 생각하고는 했었으니까. 조금 인간다운 구석이 없다고 여겼다.

아직도 속 모를 사람이긴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기는 하네.

* * *

“흠, 이런 모습이면 덮치기까진 아니하여도 조금은 반응을 할 줄 알았건만. 누군가를 마음에 두었다면 그건 진소연인가? 아니면 다른 누구?”

자리에서 벗어나 옷을 갈아입고는 다시 방으로 향하는 길. 조조는 홀로 그리 중얼거리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

아직은 거리감이 있는가.

나쁘지는 않았다. 맛있는 것은 숙성하면 할수록 조금 더 풍미를 겸하는 것. 설령 누가 차지하였다 하더라도 빼앗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까지는 욕심이 생겨도 포기하거나 등을 돌리는 선택을 했던 만큼 거기에서 오는 짜증이 꽤 쌓여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전호는 분명 조조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녀도 그런 면에 끌렸었다. 처음에는 작은 욕심이었으나 쉽게 얻을 수 없을 것 같으니 가슴에서 불붙은 탐욕. 조조는 이제 그런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이것을 애정이라고 불러야 옳은가.

거기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그녀는 사랑을 몰랐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렇게 음습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독차지하고 싶다는 감정. 무조건 손에 넣고 싶다는 소유욕. 탐하는 것을 그만두지 못할 이 질척하고 더러운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욕심이었다.

강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나쁘지 않다.”

오늘은 속내를 떠본 것만으로 만족하겠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너무 서두르거나 조급하게 굴어서 일을 망칠 필요는 없었다.

단지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혹시 본인은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래도 속이 훤히 비쳐 보이는 옷을 입고 가면 무언가 반응은 할 줄 알았건만. 물론 덮쳐왔더라면 실망했겠지만, 적어도 모종의 반응 정도는 보여도 좋지 않은가.

그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역시 키가 문제인가?”

어려서부터 항상 키가 작았던 것. 다른 부분에서는 몰라도 키가 문제라면 이건 그녀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건 조금 곤란한데.”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조교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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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은 192년 10월 중순 무렵이겠네요.

장안은 현재 혼란 점입가경 상태고 연주에는 조조, 바로 아래에 여포가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서주는 아직 도겸, 유비는 평원에 있고 공손찬과 원소는 아직 서로 기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내일 또 다시 찾아뵙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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