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31화 (131/343)

131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변해가는 과정 연주성은 한창 전쟁의 뒤처리로 복잡했다.

전쟁이라는 것이 당장 사람 모아서 딱 치르면 그만인 것도 아니었다.

그간 상인들에게 차출했던 물자의 값이라던가 전사자에 대한 보상, 그리고 급하게 소집했던 모집병에 대한 뒤처리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

그런 관계로 연주성은 여러모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당장 바깥에만 비용을 지불받기 위해 줄을 선 상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안 바쁘십니까?”

“예전에는 좀 편하게 대하더니, 요즘 그대는 너무 딱딱하다. 그러면서도 정작 말하는 투는 비꼬는 것이니, 차라리 편히 대함이 어떤가?”

그래도 상사에게 어떻게 그럴까.

조조는 여전히 찻잔을 들이켜며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일단 저 모든 행정업무를 처리해야 할 조조도 바쁜 몸이겠지만, 당장 나라고 왜 복양으로 안 돌아가고 연주에 머무를까.

몸은 다 나았지만, 일단 연주성 내에서 군사적인 업무를 같이 처리해주기 위해 남아있는 것이었다.

“여유를 가지라.”

그녀는 호로록 거리며 차를 마시고 있을 뿐.

아마 진궁 선생이라던가 다른 문관 선생들이, 어쩌면 아가씨도 조조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는 걸 알면 몹시 화내지 않을까. 말은 안 해도 다들 힘든 것이 눈에 보였다.

“남은 일은 그들만으로 충분. 그리고 본인 역시 일을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다. 딱히 노는 것은 아니라는 걸 명심하도록.”

“일이요?”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본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저번 전쟁에서 훌륭히 목표를 달성한다면 포상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것을 혹여 잊었는가?”

솔직히 말하면 완벽하게 잊고 있었다.

애초에 여포가 끼기 시작하고 나서 전쟁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힌 것도 있고, 게다가 사실 손견에게 당한 상처 때문에 한동안 계속 요양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미인의 봉사를 잊었을 리는 없겠지.”

그녀는 홀로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미인이라고 하는 부분이나 봉사라는 단어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잔뜩 있었지만, 우선 그런 것보다는 중요한 것이.

“이기지는 못했는데 말입니다요.”

“그대는 본인의 요구대로 충분히 손견을 막아주었다. 그 호랑이 같은 남자와도 접전을 펼쳐 훌륭하게 지켜내었는데 어찌 그걸 평가하지 않을까.”

그 결과로 두 달 가까이 침상에 누워만 있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조조가 그걸 공적이라고 인정한다면 딱히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봉사는 필요 없는데. 애초에 이런 혈기왕성한 남자에게 봉사라느니 그런 단어를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긴 아십니까?”

“무슨, 그대는 본인에게 심한 짓을 할 생각인가?”

입을 가리고는 있지만 채 가려지지 않은 웃음기가 보였다. 마치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듯한 표정인데, 실제로 그런 짓을 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거참, 농담이요.”

그래도 봉사라느니 포상이라느니, 그런 것이 필요치 않다는 것은 진짜였다. 어차피 전장에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니까.

“사양하지 말라. 내 친히 그대에게 식사를 직접 대접하고자 하는데, 그런 주군의 마음을 몰라주어서야 신하 실격이다.”

아, 그래서 자기 사택으로 부른 건가.

무슨 봉사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기에 지레짐작하고 좀 쫄았던 감이 있었는데, 그런 거라면 계속 거절하기에도 무안한 감이 있었다.

“그런 거라면 감사하게 받들겠습니다마는.”

그리 말하며 일어나려고 살짝 뗐던 엉덩이를 다시 내렸다. 그 모습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좋다. 그런 자세다.”

그렇지만 이렇게 단둘이 있던 적은 처음이라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그녀와 자주 대화하지 않았기에 그저 어렴풋이 잘 대해준다고 느꼈을 뿐이지, 그 이유를 몰라 답답한 구석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물어볼까.

유독 내게 살갑게 구는 이유. 솔직히 조조에게 그리 좋은 부하로 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제법 예외적으로 내게 호의를 베풀었다.

아마 진궁 선생이나 아가씨, 그리고 그녀의 일가친척을 제외한다면 가장 그녀가 살갑게 대하는 게 나라는 자각도 있었다.

사실 언제나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것을 물어볼까 했는데, 정작 또 말을 꺼내려니까 뭔가 좀 석연찮은 것이. 혹시 그런 게 아니라고 한다면 나만 자의식과잉인 머저리가 되는 꼴이 아닌가.

잠시 갈등하는 사이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먼저 씻고 오도록.”

“네?”

그녀가 살짝 코를 막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 씻지 않았지? 살짝 땀 냄새가 나는군.”

아니, 씻고 자시고 애초에 집에서 씻고 나왔는데. 그렇지만 조조의 표정은 권유가 아니라 하라는 강요 비슷한 무언가였다.

반박 따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으니 무어라 더 따지거나 반박하기에도 뭣한 것이, 일단 냄새가 난다는데 어찌할까. 그냥 따라야지.

“아, 예. 알겠습니다.”

“물은 미리 덥혀두었다. 밖으로 나가면 시종이 알려줄 터이니, 우선 좀 씻고 오도록. 식사는 그 뒤로 하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면서 살짝 팔을 들어 코를 세워 냄새를 맡아본다.

나, 그렇게 냄새 나나?

솔직히 스스로는 잘 모르겠는데.

“복양 성주님, 이쪽으로.”

바깥으로 나서니 시종 하나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옆에 붙었다. 정말 기다렸다는 것처럼 옆에 붙는데, 조조네 시종들은 원래 다 이런 건가.

마치 짠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운데.

조금 이상한 느낌도 들었지만 우선 시종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확실히 연주목이 거주하는 저택이라 그런지 제법 넓었다. 건물도 큼직하다 싶었는데 욕실까지 이렇게 먼가.

도착하고 나니 더욱 가관이었다.

“그럼 편안하게 즐기시길.”

시종은 그리 말하며 물러났다.

씻으라기에 난 적당한 것을 생각했는데, 이건 무슨 욕실 넓이만 해도 어지간한 건물 하나 크기처럼 보였다.

안에 들어가니 뿌연 수증기가 자욱했다.

저 넓은 탕이 전부 물인가. 저만한 물을 덥히려면 어지간히 사람 손이 많이 탈 것 같았는데, 이런 사치스러운 욕탕을 혼자 쓴다고 생각하니 조금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언제 이런 사치를 누려봤어야지.

“크흠, 흠.”

그래도 뭐, 기껏 씻으라고 한 거니까. 조금은 몸을 지지고 있어도 되는 거잖아? 너무 오래 걸리면 좀 그렇겠지만, 잠깐이라면야.

아니 솔직히 그런 게 있었다. 그, 뭐라고 할까. 저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오랫동안 있다 보면 몸 전체가 노곤하게 풀어지는 감각.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좋아했다.

“어으, 으아.”

좋다. 이거 뭐니, 너무 좋은데요.

물 온도가 딱 뜨겁기 직전의 절묘한 느낌이었다. 몸에 스며드는 따듯한 물의 온도가 쌓였던 피로를 녹여주는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부상 이후에 제대로 몸을 움직인 적이 없어 굳었다 싶었던 근육까지 전부 녹여주는 기분. 단순히 물의 향만 나는 것이 아닌 게, 혹시 약초라도 넣은 걸까.

이런 사치를 누려도 되는 건가?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수증기가 안으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입으로 숨을 내쉬고 들이켜면 어느새 입안에도 조금 물기가 고이는 것도, 천천히 몸에 스며드는 온도까지 전부 만족스러웠다.

“흠, 물의 온도는 괜찮은가?”

저 욕실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예입. 훌륭합니다.”

왜 여기까지 조조가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물음에는 순순히 답했다. 애초에 이런 호강을 누리게 해주는데 대답 정도야 뭐가 어려울까.

“이거 뭐 약초라도 넣었습니까?”

“그대가 다치고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특별히 근육이나 상처에 좋은 약초를 구해보았다. 마음에 드는가?”

살짝 꿉꿉한 향이 나기는 해도 나쁠 건 없었다. 그런 것까지 배려한다니, 조조라는 여자에게 이런 배려심이 있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만족하고 말고요. 물도 딱 좋은 것이,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감사합니다요. 오랜만에 몸 좀 지지고 나올 수 있겠네.”

“그런가. 그러면 본인도 실례하지.”

“그러세…?”

실례? 무슨 실례?

채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욕실의 문이 열렸다. 경첩의 삐걱대는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 무렵, 얇은 천으로만 된 옷을 입은 조조가 한 발짝씩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흠. 몸에 좋다더니 향은 영 별로군.”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내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나 당황했다. 혹시 조조네에서는 이런 게 당연한 건가?

아니 시발, 그럴 리가 없지.

“갑자기 뭐하시는 겁니까?”

우선 정면으로 그녀가 다가오고 있기에 가랑이 사이부터 가렸다. 그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욕실에 들어와서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봉사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손에 쥔 천 쪼가리를 들었다.

“고작 식사 정도로 포상이라 하겠나? 슬슬 몸을 덥혔을 무렵이라면 나오도록. 본인이 등을 밀어주지.”

“아니, 그렇다고 해도 말입니다.”

무슨 등까지 밀어준다는 거냐. 가끔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방에 들이거나 시중을 들어주는 상황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정도를 지나치지 않을까?

애초에 그건 같은 성별끼리 하는 거잖아.

“뭐 하고 있나? 본인을 무안하게 하지 말도록. 기껏 이런 미녀가 봉사해주겠다는데 설마 거절할 셈인가?”

그녀는 그리 말하며 옷 아래로 드러난 맨다리를 과시하듯이 살짝 보였다. 키가 작기는 해도 비율이 나쁜 것은 아니라 그 새햐안 다리는 분명 매력적이긴 했다.

매력적이기는 한데.

그럼 뭐하나. 어차피 오르지 못할 나무인 것을.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본인은 정한 걸 굽히지 않는다.”

아니 뭐 그걸 당당하게 말하는 건지. 뭣보다 그렇게 얇은 옷으로 가슴을 펴면 그, 좀 여러 가지가 보이니까 자중해줬으면 좋겠는데. 진짜로.

“하여간, 그대도 고집이군.”

그녀는 그리 말하며 천천히 내게 다가와서는 팔을 잡아당겼다. 무슨 생각을 잇기도 전에 조조의 손길에 이끌려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남은 한 손은 가랑이를 가리고.

“그대도 참 부끄럼이 많은 남자로다.”

“시끄럽소. 조공에겐 이게 당연한 건지 몰라도 내게는 이게 당연한 겁니다. 적어도 구분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요!”

“뭇, 그건 흘려들을 수 없군. 본인이라고 헤프다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다. 부하에게 친애를 담은 답례를 그런 식으로 보았는가? 그 어리고 순박하던 소년도 많이 타락했군.”

아니, 누가 봐도 그런 식으로 느껴지니까 그러는 게 아닌가. 솔직히 아무리 옷을 입었다고는 해도 안이 비쳐 보이는 그런 걸 입고 이렇게 찾아오면 누구라도 오해한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나를 욕실 한복판에 앉혔다.

등에 닿는 천의 감촉. 아무래도 몸을 밀어야 하니 살짝 거친 것이기에 처음 감촉은 살짝 따끔했다.

조조는 천천히 그걸로 내 등을 문질렀다.

“어떤가? 조금은 시원한가?”

“나쁘지는 않습니다마는.”

“그런가. 다행이군.”

거기까지 말하고는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쓱쓱 문지르는 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녀와 나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욕실 천정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내 등에 튕겼다.

“있잖습니까.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뭐든.”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도 손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살짝 거칠던 천으로 등을 문지르는 감촉은 나쁘지 않았다. 시원하게 자극하며 가려웠던 부분을 긁어주는 감각.

하지만 마음마저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었다.

어쩌면 진즉에 물어봤어야 했을 질문. 조금은 늦었지만,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그것은 내가 조조를 껄끄러워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예전 영천에서 있던 일은 이미 잊었다.

그 당시 느꼈던 감정도. 물론 이 사람을 아직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는 했으나, 그것 역시 지금은 어쩔 수 없던 것이 아닌가 싶었던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무상의 호의는 어떠한가.

호의라는 건 당연히 이유가 따라야 했다. 자고로 이유 없는 호의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면서 깨달은 진리였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도 무상의 호의였다.

“유능했으니까, 라는 건 이유가 안 되는가?”

“되겠습니까.”

스스로를 낮추는 느낌이라 조금은 석연찮았지만, 당장 이 군에만 봐도 나보다 잘난 사람은 제법 많았다.

아가씨나 운이는 말할 것도 없었고, 조조의 휘하인 진궁 선생이나 하후 남매, 조인 장군이나 조홍도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었다.

“잘해주는 이유라. 그런 걸 묻는가?”

그녀는 그리 말하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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