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양면 전쟁 조조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전선을 바라보았다.
손견의 군이 돌출하기 시작했다. 반면 아군은 천천히 퇴각하는 상황. 일부러 빈틈을 만들기 위해 허술한 모습을 보였으니, 손견이라면 그 틈을 놓치려 들 리도 없었다.
“조공. 정말 원술이 나서지 않을까요?”
“그것을 위해 조인을 움직였다.”
진궁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휘봉으로 아군에게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자리한 기병대를 가리켰다.
총 삼천의 기마.
사실상 조조군에 있는 모든 기마 부대를 모아둔 셈. 저만한 기병 전력이라면 어느 군을 상대하더라도 일정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조조는 그것을 원술의 본대에 정조준했다.
“원술은 제 피해는 죽어도 피하는 인간이다. 더욱이 놈은 원소를 치겠다고 했지. 그렇다면 이런 곳에서 본대가 깎여나가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겠지.”
그것이 원술의 한계였다.
현상을 유지하기에는 적합한 인물이겠으나 도전할 줄을 모른다. 그런 남자가 이런 상황에서 아군의 피해를 도외시하고 손견을 지원한다?
안타깝게도 원술은 타인에게 그렇게까지 해줄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간 원술을 실컷 경험했던 조조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퇴각하면 선진에 선 전호 장군이 그대로 손견과 정면으로 부딪쳐야 해요. 다소 위험부담이 있지 않을까요?”
“그에게는 구태여 정예를 쥐여줬다. 신병이라면 모를까, 이미 수차례 전장을 경험한 부대라면 다소 대열이 흔들린다 하더라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다.”
전호.
그 남자는 그 가치를 증명해야만 했다.
아직 그는 진흙 속에 묻힌 진주였다. 제 가치를 다 증명하지 않은 보석이었다. 어쩌면 그런 면에서 감정이 동한 것도 있을 터.
그러니 그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었다.
조조라는 여인의 마음을 움직인 것. 그리하여 욕심을 동하게 한 것. 그 책임을 실적으로, 이윽고 반짝이며 빛나는 승자의 관을 쓰는 것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이라면 자신의 눈도 썩었다는 증거겠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궁을 바라보았다.
“아군의 포진을 좌우로 넓히도록. 손견이 전호의 군을 물고 늘어지는 순간 아군으로 그것을 감싼다. 손견만 어찌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전장도 쉬이 돌아갈 터다.”
“예, 조공.”
진궁은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이미 주군의 명은 내려진 셈. 지금은 그녀를 믿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부디 무사하기를, 그리고 부디 승리하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 * *
거짓말쟁이.
조조는 거짓말쟁이였다.
“뭐? 이길 방책이 있다고?”
그게 퇴각을 연기하며 적을 꼬드기는 방식이라고는 듣지 못했다. 이래서는 대 기마용으로 준비했던 전략이나 물자를 대부분 쓸 수 없었다.
미리 밀집하여 적에 대비할 새도 없이 손견이라는 남자가 이끄는 군을 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는 셈.
이래놓고 손견을 저지하라고?
“오라버니. 저희가 혹시 실수한 거 아닐까요?”
“나도 실시간으로 그리 생각하고 있어.”
내가 생각하던 전략은 이게 아니었다.
빽빽할 정도로 녹각을 세우고 목책을 준비한다. 그 사이사이에 빽빽하게 아군을 밀집시킨 대형으로 최대한 적 기병의 돌파력을 죽이면서 손견을 상대로 시간을 버는 것.
나는 여포와 맞붙었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할 셈이었다.
그러하면 손견이 아니라 손견 할아버지가 상대여도 충분히 막아 세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포도 막았는데 설마 손견이라고 못 막겠느냐고.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조조가 군을 물리라 하기 전까지는.
저 멀리서 기마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준비한 방책은 기존에 조립해둔 녹각을 재배치하면서 최대한 버티는 정도.
이거라면 어느 정도 돌파력을 떨어뜨릴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후속으로 밀려오는 손견의 보병과 얽히는 전면전이었다.
병사라도 좀 더 주던가.
“미치겠네,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힘들다고 진즉에 말했지. 이미 늦어버린 후회였지만, 적어도 조조 그 여자에게 한 마디라도 불평하지 않고서는 기분이 안 풀린다.
“오라버니, 슬슬 와요.”
“말 안 해도 안다.”
정면으로 달려오는 적의 기마. 그 선두에서 붉은 두건을 쓴 남자가 아마 손견이겠지. 멀찍이 떨어져 있기에 잘 보이지는 않아도 그 기세만은 확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생각해보면 난 왜 항상 이런 전투에만 불려다니는 걸까. 언제나 수적인 열세, 혹은 상황이 불리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아가씨도 그렇고, 조조도 그렇고.”
정말로 사람 부려 먹는 게 험하다.
나중에 따로 군에서 사람을 모아 조합이라도 만들까? 그, 뭐냐. 불합리한 명령이면 다 같이 파업하고 드러누울 조합을 세우면 조금은 처우가 나아지지 않겠는가.
“오라버니, 와요!!”
“궁수, 활을 쏴라!!”
최대한 많은 이들을 여기서 떨어낸다.
기병의 돌격은 녹각으로 한 번 막아낼 수 있었다. 미리 조립해둔 것을 옮겨다 박았을 뿐이라 내구성은 그리 좋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녹각을 확인하면 한 번은 물러나겠지.
그리 판단하고 그 사이에 퇴각하느라 흐트러진 아군의 대열을 재정비할 생각이었다.
그러는 사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점까지 기병이 몰려왔다. 화살은 계속 퍼붓고 있었으나 그걸로 전부 죽이는 것도 불가능할 터.
저 붉은 두건이 손견이었다.
언젠가 한 번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저 두툼한 근육과 붉은 두건. 그 당시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대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적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그는 기병을 멈추고 녹각 앞에 섰다.
그러더니 대뜸 말에서 내린다.
“어?”
내린다고?
아니, 물러나는 게 아니라?
그는 대뜸 말에서 내리고는 검을 빼 들고 녹각을 베기 시작했다. 그를 따른 기병도 전부 말에서 내려 녹각에 달라붙으니, 녹각 인근에 배치된 아군과 순식간에 서로 섞여 전투가 벌어진다.
너무 막무가내잖아.
사령관이 직접 선두에 서는 것도 영 그런데, 아예 말에서 내려서 검을 빼 들고는 적진을 향해 달린다고? 그게 무슨 사령관이냐, 돌격대장이지.
당연히 일단 기병을 물리리라 판단했던 것이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기병을 물리고 보병을 투입하는 게 먼저 아닌가?
어떤 의미로는 성공적으로 기병을 막아냈다.
단지 그 기병이었던 것이 보병으로 돌변하여 전투의 효시를 쏘아 올린 셈이니, 기병을 물리고서 재차 방비하고자 했던 계획이 전부 뭉개져 버렸다.
“오라버니, 어찌할까요.”
녹각에 배치했던 군은 손견의 맹공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손견의 뒤를 따르던 기병이라면 그 자체로도 숙련된 군인일 터이니 전투력 면에서도 차이는 극명했다.
“가자. 저거 놔두면 골치 아프겠다.”
순식간에 전선이 혼잡해지게 되는 셈.
바라던 바는 아니었으나, 적의 총대장이 직접 군을 이끌고 달려들면서 이렇게 틈을 만든다면 넘어가 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쨌거나 손견을 잡으면 전투는 승리한다.
“손견 목 딸 수 있겠냐?”
“모르겠네요. 붙어보지 않고선 확신은 못 해요.”
그도 그렇지.
당장 나라도 손견과 싸울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확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손견은 단신인 것도 아니었고, 뒤이어 달려오는 손견군 보병대의 모습도 시선에 잡혔다.
정돈된 전투에서 혼잡한 전장으로.
손견은 그의 존재감만으로 전장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었다. 아니 설마 사령관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막무가내로 무식하게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지.
그러나 최악인 것도 아니었다.
막아내기만 해도 승리라고 조조는 말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미 지켜낸다는 범주를 벗어났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계획이 저 무식한 맹장 하나 때문에 모두 일그러졌다.
그러면 저 목을 쳐낸다면.
막아내도 승리지만 적장의 목을 쳐낸다면? 솔직히 자신감은 없었지만, 어찌 되었건 저 남자를 막아내지 않으면 승리란 있을 수 없었다.
“가자.”
“네, 오라버니.”
청강에 손을 얹었다.
이번 적도 나보다 강할 것 같은 맹장. 운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열을 채 정비하기도 전에 달려드는 손견의 존재로 전장 전체에 혼란함이 찾아왔다.
막아야만 했다.
이 이상 적의 의도대로 전장이 흐트러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 실시간으로 아군을 마구 베어내고 있는 저 남자를 막지 않으면 안 그래도 패색이 짙었던 아군의 붕괴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다치지 마라.”
“오라버니야 말로요.”
그녀는 투구에서 삐져나온 군청색 머리카락을 안으로 정리하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또 손에 수많은 피를 묻혀야만 했다.
손견이 저렇게 대놓고 돌격한다면 아군에서 저걸 막을 장군은 나와 운이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남자의 곁을 아무도 안 지킬 리가 없었으니, 여기서 막아내야만 했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면 말해야겠다.
휴가 좀 달라고.
* * *
“저, 저 멍청한 것!! 뭐 저리 멀리 나갔단 말이냐?”
조조의 군을 쫓아 추격하던 손견의 군은 원술의 본대와도 제법 거리가 멀어졌다. 너무 깊숙한 지역까지 적을 쫓은 셈인데, 저래서는 원술의 본대도 그 지원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움직이는 건 원술이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조조가 이끄는 군은 이미 제 선봉을 모루로 삼고는 군을 양 측면으로 넓히고 있었다. 원술이라고 그 상황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 않았다.
“에잇, 뭐하느냐! 저 얼간이가 저렇게 나갈 때까지 너희는 대체 무얼 했느냐!!”
“그, 장군께서 손견은 놔두라고 하시지….”
부하 장수의 말에 원술은 아예 얼굴까지 새빨개져서는 역정을 냈다. 손에 쥐었던 지휘봉을 그에게 던지며 발을 구른다.
“너희는 항상 말이 많구나!! 그것도 정도가 있지! 이래서는 아군도 어쩔 수 없이 전투에 휩쓸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
저걸 저렇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사냥이 끝난 뒤 사냥개는 잡아먹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아직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저 기주에 자신의 사냥감이 펄펄하게 살아있는 동안에는 손견의 존재는 아직 쓸모가 있었다.
“장군!!”
그러는 사이에 저 멀리서 파발 하나가 뛰어왔다.
“무슨 일이더냐?”
“아군의 측면에 조조군 기병이! 수는 수천으로 보이는 것이, 아군을 향해 포진하고 있사옵니다!”
“뭐라?”
이런 상황에서?
수천의 기마라면 우습게 볼 수 없었다.
이대로 손견을 지원하기 위해 군을 움직인다면 그 수천 기병의 무리는 보란 듯이 그가 이끄는 본대의 측면이나 후미를 공략할 터.
이런 곳에서 병사를 잃을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원소를 치기에는 다소 모자란 병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환관 천것에게 병사를 소진한다면 원소에게 다다르기엔 지난한 일이 될 것이 뻔했다.
“손견의 경거망동이 화를 부르는구나.”
수천의 기마라면 그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지금 들이치지 않는다는 건 아군이 움직일 때를 노리고 있다는 것과 진배 다를 바가 없었다.
“장군, 어찌하시겠습니까?”
“뭘 어찌해? 고작 사냥개 하나 때문에 주인이 다치기라도 하라는 셈이더냐? 놈이 알아서 뛰어나간 것이다. 알아서 돌아오도록 해야지.”
이런 곳에서 군을 허비하지 않겠다.
원술은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군은 조조군의 기병에 대한 방비를 갖춘다. 그러면 그들도 쉬이 공격해오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면 손견은.”
“통제할 수 없는 사냥개라면 필요 없다. 그것이 제 흥에 못 이겨 천치처럼 달려드는 개라면 더 볼 필요도 없지. 살아온다면 다르겠으나, 그게 아닌 이상 놔두도록.”
알아서 뛰쳐나간 개에게 줄 먹이는 없었다.
어차피 대체할 수 있는 장군은 많았다. 어떤 의미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손견의 파벌은 원술의 군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는 행동을 멈추었다.
조조의 예상대로 원술은 그를 아군이라 보지 않았다.
그저 돈으로 고용한 용병.
아군이라고 부르기도 힘든데 사사건건 자신을 업신여기는 천것. 싸움은 좀 할 줄 안다기에 고용했으나 영 자신과는 맞지 않는 천것.
기껏해야 용병이었고 고작 사냥개였다.
원술에게 있어 손견은 겨우 그 정도에 불과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언제나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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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덕분에 이 작품이 124편까지 왔습니다.
사마의 일러스트 슬슬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