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23화 (123/343)

12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양면 전쟁 조조는 생각보다 괜찮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다.

사실 괜찮은 모습이라고 할까, 저 사람은 기본적으로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잘 모르겠는 부분도 있었다.

“고생했다. 생각보다 빠른 도착이군.”

“복양에서 그리 멀진 않으니까요.”

그리 말하며 조조의 손짓에 맞춰 자리에 앉았다. 사마의가 그 옆, 조홍은 내 맞은편에 자리를 잡으니 그제야 조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군중은 어떻던가?”

“알면서 뭘 물으십니까.”

당연히 나쁜 것을.

패전을 치른 이후 사기가 떨어지는 건 어느 군이라도 다를 것이 없다지만, 고작 한 번. 그것도 초전에서 패한 군대치고는 생각 이상으로 우울한 느낌이었다.

“대부분 신병이니 어쩔 수 없지. 본인은 규율과 질서로 그들을 최대한 싸울 수 있는 병사로 만들었으나, 안타깝게도 이런 부분은 경험이 해결해줘야 할 문제다.”

“그래도 뭐라고 해줘야 하지 않을까? 언니의 마음은 이해하는데, 저래서는 제대로 된 전투도 안 될 것 같은데.”

“아, 그거 나도 동감입니다.”

싸울 마음이 있는 병사와 겁에 질린 병사는 전투력에서도 급이 달랐다. 체급이 다른 것 이상으로 차이가 큰 것인데, 저런 건 말로만 다독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 그래서 그대들의 귀환을 반기는 것이다.”

조조는 그리 말하며 내게 손짓했다.

다가오라는 말인가 싶어서 일어나 그녀의 옆으로 갔다. 그러니 조조는 내게 무언가를 건네는데, 제법 묵직한 검은색 지휘봉에 붉은 선으로 장식된 것이었다.

“그대가 다음 선봉을 맡도록. 아군에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승리. 손견에게 제대로 전열 자체가 무너졌던 것을 회복하려면 그 손견을 짓눌러야만 한다.”

“나요? 안타깝지만 그 양반은 못 이길걸요?”

예전에 여포를 막았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면서 내 이름값이 올라갔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건 그냥 압도적으로 처맞았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괴물들을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조금 아리송한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손견이라면 내가 꼬꼬마 시절 때부터 전쟁터를 구른 명장이 아닌가.

“조운을 붙여주지. 그대들은 예전부터 합을 맞췄었지. 그녀라면 아마 손견과 겨룰 수도 있을 터. 거기에 아군 최정예를 붙여준다면 어떤가?”

“그렇게 말씀하셔도 말이지.”

손견이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적어도 손견과 그 남자가 이끄는 군이 어떤 싸움법을 하는지만 알아도 조금은 가늠할 수 있었을 텐데.

“꼭 이길 필요는 없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 그것만으로 손견을 패퇴시킬 방법은 있다. 가능하겠나?”

“아니 뭐, 버티는 거라면야.”

이것조차 확신할 수 없다면 장군 그만둬야지.

그가 이끄는 군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숫자만 모아준다면 막는 것만큼은 가능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설마 그 남자가 여포가 이끄는 기마병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막을 수 있었다.

“좋다. 그대에게는 본인도 기대하는 바가 있다. 허나 무리하여 다치지 말라. 그런 선에서 그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공적을 올리도록.”

조조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픽 웃었다. 감정의 변화가 그리 드러나지 않는 여자치고는 의외의 미소였는데, 그것이 조금 얄밉다고 할까.

어떤 느낌이냐면 사마의가 평소에 짓는 노골적으로 놀리듯 짓는 웃음기 같았다. 대놓고 상대방을 골리는 듯이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포상을 주지. 특별한 것이다. 본인이 직접 그대에게 봉사해주지. 어떤가? 조금은 의욕이 샘솟는가?”

“그것참, 너무 황송합니다요.”

너무 황송해서 의욕이 죽어버렸다.

“뭔가, 그 표정은?”

“아뇨. 너무 황송해서요.”

아무렴 그런 거다. 솔직히 껄끄럽다거나, 그런 봉사는 필요 없다거나 뭐 그런 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아무렴! 우리 조조 연주목께서 직접 치하해주신다는데.

“본인 정도면 상당히 미인이 아닌가? 그런 여인이 직접 남성에게 봉사해주겠다는데 설마 마다할 생각은 아니리라 믿는다.”

“마다할 건데요.”

그런 벌주를 마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벌칙도 그런 벌칙이 없었다. 뭔가 무겁다고. 봉사는 또 뭐야? 저기 봐라, 조홍은 아예 대놓고 웃고 있지 않은가. 사마의는, 어, 뭔데? 왜 그렇게 표정이 무서워? 도무지 어린아이가 지을 표정은 아닌데?

“뭐, 좋다. 이런 식으로라도 긴장을 풀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하여 그대에게는 조운 장군과 함께 선봉을, 조홍은 본인과 함께 움직이게 하겠다.”

“문제없습니다.”

설령 힘들다고 해도 누군가는 맡아야만 하는 일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조가 그만큼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니, 그런 것을 고려하자면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물론 문제점은 있었다.

만약 여기서도 패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사기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떨어질 터. 그 부분은 내가 버텨만 준다면 손견을 패퇴시킬 방법이 있다는 조조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방법이라는 건 뭡니까?”

아군이 버티고 있는 사이에 우회라도 하려는 것일까.

그렇지만 그 산전수전 다 겪은 손견이 고작 그런 수에 놀아날 것 같지는 않았다. 수적으로도 아군이 열세인 상황에서 그 남자가 우세를 점한 것을 이용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것인데.

“많은 군을 이끄는 것은 원술이다. 손견이 아니지. 그 빈틈을 잘 공략한다면 일시적으로 손견과 원술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말로는 쉽지.

원술도 바보가 아닌데 수적 우위를 구태여 버릴 정도로 멍청할 리가 없었다. 손견은 원술이 가진 최강의 패. 그것과 연결고리는 쉬이 끊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 가능한 거 맞습니까?”

“그대는 본인을 믿지 못하는가?”

잘 모르겠다.

확실히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으나, 정말이지 딱 그뿐.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정작 중요한 그것을 난 무엇 하나 알지 못했다.

조조라는 여자를 터럭만큼도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업적과 공적만 알고 있을 뿐, 그녀 본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더 많았으니까.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알게 해주겠다.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본인이 조금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 그대에게 조조라는 여인에 대해 알게 해주지.”

휘휘 내저으며 손짓한다.

물러가라는 뜻일까. 그것에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조홍은 마지막까지 그곳에 남았고 나와 사마의는 막사에서 벗어났다.

“아저씨. 잘 될 것 같아요?”

“모르겠다.”

저렇게 자신감이 넘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거니 싶지만, 그것에 확신할 수가 없었다. 손견을 막는 것 자체는 이를 악물고 싸운다면 어떻게든 가능했다. 단지 버틴다는 행위 자체만이라면 문제 없지.

그렇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손견을 패퇴시켜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떨어진 사기를 회복할 수단도 없는 것. 교전이 길어지면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도 있는데, 그러면 병력의 수가 압도적으로 부족한 아군에게 유리할 것이 없었다.

“난 잘 모르겠다.”

믿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했다. 나는 아직 조조라는 사람을 모르니까. 어쩌면 이 전투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수도 있겠지만….

“일단 운이를 찾자.”

저렇게 말을 했으니 운이에게 미리 준비하게 했을 터. 우선은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그 뒤에 손견에 대한 방책을 생각해도 늦지는 않았다.

제발 잘되어야 할 텐데.

소연 아씨를 비롯해 우리는 이미 조조에게 모든 걸 걸었다. 사실상 있는 것 없는 것 전부 털어서 조조라는 사람에게 전부 맡겼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마지막까지 조조는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대로만 되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 지금은 그걸 믿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망해가기 직전인 상권에 투자하는 기분인데.

기분 탓이겠지?

* * *

손견은 가장 선두에 진을 친 진영에서도 가장 앞에 서서 저 멀리에 진을 친 조조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은 밝았고 부상병은 미리 후방으로 돌렸다. 사실상 재전을 치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셈.

그런데 적의 움직임이 영 이상했다.

“군을 물리는가.”

여기서?

손견에게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아무리 초전에서 가볍게 패했다고는 해도 그것이 군을 물릴 정도는 아니었다. 저렇게 갑작스럽게 군을 물리면 대열 또한 어지러워질 터.

그것은 조조군에게 있어 가장 큰 피해일 것인데.

함정인가.

“장군, 어찌하시겠습니까?”

“뭘 어찌해.”

함정이라고 해도 좋다. 이 드넓은 평야 어디에 군을 숨기겠는가. 그는 과거 보았던 은발의 곱상한 외모였던 조조를 떠올렸다.

꼬드기는가.

“그런 미인이 꼬드긴다면 넘어가는 것이 남자의 도리가 아닌가. 안 그래도 대열을 단단히 갖추는 것이 유일한 강점이던 군이 스스로 그 이점을 버렸다.”

복병이 있을 리도 없었다. 만약 정말 꼬임이라고 해도 저 정도의 군이라면 힘으로 부술 수도 있었다.

그에게 남은 군은 오천. 그만한 숫자의 용사가 모였다면 어떤 함정도 힘으로 밀고 나아갈 수 있었다. 적어도 저런 오합지졸에게 패할 정도는 아닌 것.

“정보. 준비해라. 이런 상황에서 군을 물리면 어떻게 되는지, 저 어리숙한 계집애에게 깨닫게 해줘야지.”

“함정이지 않겠습니까?”

“아군의 뒤는 원술이 있다. 아무리 그놈이라고 해도 아군의 위기를 그냥 넘길 리 없다. 오히려 우리를 포위하겠다고 시간을 끌면 원술의 군으로 밀어버리면 그만이다.”

설마 그 정도의 상식도 없지는 않겠지.

이대로 군을 몰아 적에게 큰 피해를 주어도 좋았다. 만약 그들이 자신을 상대하다가 시간을 끌게 된다면 원술이 진군할 터.

대회전으로 이끈다면 수적 우위를 제대로 살릴 수 있었다. 가능만 하다면 이번 전투에서 아예 조조군 자체를 끝장낼 수도 있을 상황.

이런 상황을 살리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라. 준비되는 즉시 바로 출병할 터. 우선 기마부터 빠르게 준비하고, 그 채비가 갖춰지는 즉시 출병하겠다.”

“명, 받들겠습니다.”

정보는 조금 불안했다.

반동탁 연합군과 황건의 난 당시에 몇 번인가 보았던 여인이 그리 멍청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적이 직접 자신의 약점을 내비친 것도 사실.

이기면 그만이었다.

손견은 자신감 넘치게 검을 빼 들었다.

* * *

“흠? 그 바다 촌놈이 출병했는가?”

원술은 꿀물이 담긴 찻잔을 살살 흔들었다. 그때마다 천천히 찻잔의 윗면을 적시는 꿀물.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이 제법 운치가 있었다.

“그, 바다가 아니라 강변 촌놈입니다.”

“기령. 그게 그거 아닌가.”

찻잔을 입술로 가져갔다. 따스하게 덥힌 꿀물을 들이켜는 것은 그의 몇 안 되는 기호품 중 하나였다.

조금은 여유롭게, 그리고 우아하게 임해야 하는 것이 전장이거늘. 그는 성미가 급하고 거친 손견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나 기회이긴 합니다. 조조가 천천히 군을 물리고 있는 상황에서 손견이 그리 움직인다면 저희에게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 손견이 죽건 조조가 죽건, 어차피 아군에게는 이득밖에 없는 싸움이군. 아군의 피해를 경감하기에 딱 좋은 사냥개지.”

원술은 처음부터 손견을 아군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어쩌다가 자신에게 손을 빌리러 온 사냥개. 그가 생각하는 손견은 딱 그 정도의 역할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라도 써먹을 수 있다면 나쁠 것이 없었다. 재수 없는 조조와 오만불손한 손견. 서로 물어뜯다가 같이 죽어주면 최고일 것을.

“어찌하시겠습니까?”

“우선은 전황을 지켜봐야겠지. 너무 깊게 추격할 필요는 없다. 손견이 조조의 목줄을 물고 늘어졌을 때, 그때 그 환관네 계집애의 숨통을 끊으면 그만이다.”

부디 서로 죽고 죽여라.

대 원가의 인물에게 그런 더러운 전장은 어울리지 않는 것. 그런 것은 저 천한 것들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맞았다.

그러니 부디 서로 죽고 죽여라.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둘이 서로 동귀어진이라도 한다면 참 좋은 기분일 터. 그는 그리 말하며 찻잔에 남은 꿀물을 입에 털어 넣었다.

“명심하도록. 아군의 목표는 기주, 적은 원가의 반역자 원소. 그 얼자 놈뿐이다. 이런 곳에서 전력을 허비할 시간이 없음을 명심하라.”

조조는 어차피 전초전 전에 짓밟는 가벼운 전채요리에 불과했다. 그런 건 손견 정도의 선에서 정리하는 것만으로 충분.

하북에는 아직 공손찬이 건재했다. 연주를 차지한 후에는 그와 연계하여 잘난 척은 혼자 다하는 얼자 놈을 죽인다. 그러면 그 얼자 놈의 천방지축에 휘말려 죽은 가족들에게도 좋은 복수가 되겠지.

원술의 금빛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원소와 판박이처럼 같은 금색으로 빛나는 머리와 눈동자. 그는 원소를 죽임으로 지금까지 존재했던 원가의 마지막을 장식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세대.

새로운 원가의 유일한 주인이 된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런 곳에서 허투루 전력을 소모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로지 우아하고 품위 있게. 귀족이라면 응당 그리해야 함이니, 어느 때라도 품격을 잃지 않는다.

원술은 전형적인 귀족이었다.

전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귀족.=============================※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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