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20화 (120/343)

1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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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한 장의 서신.

“원술이 드디어 미쳤군.”

조조가 먼저 말문을 텄지만, 그 뒤를 따르는 말이 없었다. 서신의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예주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원소계 사람이던 주앙을 비롯한 주씨 가문을 원술이 박살 냈다는 것.

그리고 다음은 연주.

“연주를 비우라는군. 원소에게 가기 위한 길을 열라는 소린데…. 우습군. 소연, 그대도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

소연은 답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너무 빨랐다. 원래라면 형주 인근을 공략해야 했을 원술이 왜? 그러면 손견도 아직 죽지 않았다는 소리인데, 이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사건이었다.

“맹덕,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원술이라면 양주 일대에서 꽤 큰 규모로 군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하후 병조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 말을 이번에 조조에게 가담한 순가의 인물, 그중에서도 가장 조조에게 중히 쓰이고 있던 순욱이 덧붙였다. 색소가 옅은 갈색 머리가 유독 특징적인 순가의 인물 중에서도 가장 여려 보이는 여자.

그녀는 그리 말하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당장 원술이 이끄는 병력이 사만을 넘는다는 소문입니다. 그것을 전부 연주로 돌릴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연합군 시절의 맹장이던 손견이 건재합니다.”

“저도 조금은 주의하시는 편이 옳다고 봐요.”

그것을 진궁까지 지지하고 나서니 조조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라고 어찌 모를까. 당시 손견이 연합군에서 보여주던 용맹과 실적은 결코 얕잡아 볼 것이 아니었다.

원술 자체는 가문의 힘을 등에 업은 개새끼라고 해도, 그 개가 호랑이를 길들이고 있으니 그것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조인. 그대는 어찌 생각하나?”

“명하신다면 싸우겠습니다.”

“괜히 물어봤군.”

승산 같은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조는 그것을 묻고자 했으나, 기본적으로 명령에 충실한 그에게는 승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조조는 조인에게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조금 더 성장한다면, 나중에는 능히 일군을 본인이 이끌 인재인 것을. 지금은 아직 부관이나 돌격대장에 그치는 모습이 영 아쉬울 따름이었다.

“생각해도 정해질 것은 없겠군. 예주자사 공주가 급사한 것이 이렇게 되는가. 그곳이 텅 비었으니, 원술이 예주 근처에서 활개 치는 것도 이해는 했다지만.”

공백이라는 건 조조도 그곳을 노릴 수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인근 제후들도 충분히 그곳을 목표로 진군할 수도 있다는 뜻.

아직은 원소의 부하인 처지인지라 그의 의향 없이 예주를 취할 수는 없었기에 방관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그곳을 원술과 도겸이 나눠 점거하고는 그곳을 근간으로 원술이 북상하는 상황.

“조공. 아버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나요?”

“흠, 조씨 일가는 전부 도착했으나, 그분은 아직 그곳에서 할 일이 있다더군. 재산을 정리해야 한다는데, 우습기도 하지.”

소연의 말에 그녀는 우습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러나 소연의 입장에서 조숭이 아직 연주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은 큰 변수였다. 안 그래도 원술의 북상이 예상 이상으로 빨라졌다.

하북은 아직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지만, 공손찬의 손을 든 도겸이 언제 움직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

“다시금 재촉해주세요. 도겸은 공손찬의 손을 잡은 사람. 필연적으로 저희와는 적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혹여라도 변고가 있을까 두렵습니다.”

“아버님의 명성을 생각하면 도겸이 구태여 건드려서 약점을 만들까 싶기도 한데. 일단 그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군. 이번에는 사람을 보내도록 하지.”

언제 역사가 가속화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조조가 기존 역사보다 빠르게 연주 전역을 장악했다. 아직 소식은 돌지 않았지만, 동탁도 슬슬 사망할 무렵. 이 상황에서 원술이 형주가 아닌 연주를 공격한다는 건 조금씩 역사가 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소연과 대화를 마친 조조는 고개를 돌렸다.

“원술 자체는 별거 없다. 손견은 다소 위협적이라지만, 그를 막을 인재는 아군에도 있다. 연주도 안정된 상황에서 그들의 공세에 지레 겁먹을 이유가 있는가?”

“경계는 하되,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요.”

진궁은 그 말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군의 식량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병력 역시도 원술 못지않은 상황에 지휘관이라면 원술군보다 훨씬 나아요.”

당장 초창기부터 조조를 따른 하후돈, 하후연, 조인, 조홍이 있었다. 거기에 진소연과 조운 역시 일군을 다룰 수 있는 인물에, 현재 복양에 주둔하고 있는 전호 역시도 만만찮은 맹장.

이번에 새로이 조조의 군문에 들어온 무장들도 있었으니, 인재의 넓이에서는 결코 원술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원술은 아마 영천군 허현 인근에서 바로 진류군으로 진군하겠죠. 성공한다면 단번에 연주 전체에 손을 뻗을 수 있으니 전략적으로는 나쁜 선택이 아니에요.”

진궁은 그리 말하며 발걸음을 중앙으로 옮겼다.

조조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양옆으로 나열한 문무제장의 시선을 한 몸으로 받는 자리. 그곳에서 그녀는 조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허현에서 진류로 뚫린 가도 옆으로는 산세가 깊으며, 넘어오더라도 바로 평야. 대규모 회전이 벌어지기에도 용이할뿐더러 상대적으로 기병 전력이 우위에 있는 아군에게 불리할 것이 없는 전장이에요.”

“본인 또한 그리 생각한다.”

전략적인 선택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전술적인 선택으로는 패착에 가까웠다.

손견이 아무리 강하고 그 휘하가 용맹한 제장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원술의 모자란 부분을 전부 메워주진 않는다.

병력의 숫자는 저쪽이 우위일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아군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밀릴 이유는 없다.

조조는 그리 판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을 준비하라. 각 군에서 차출할 수 있는 군은 차출하고, 연주성 내 아군 또한 준비하도록. 기마를 준비하기에 앞선 군수 작업은 진궁, 그대에게 일임하지.”

“명, 받들겠습니다.”

원술.

조조에게 있어도 그 이름은 꽤 깊은 악연으로 남은 이름이었다. 과거 원소와 어울렸을 당시에도 내시의 자식이라며 얼마나 무시를 당했던가. 그 가문의 후광으로 성장하는 그 남자에게 얼마나 짜증도 일었는지.

그 해묵은 원한을 전부 해결할 기회라면 나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원가에 가졌던 열등감과 질투, 그런 잡다한 감정을 전부 해소하겠다.

“원술, 좋다. 그대는 언제나 본인을 얕잡아봤지.”

이번에는 그대가 본인의 밑을 길 차례다. 봐주지는 않을 것이야. 전력으로,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아주지.

그녀가 손에 쥔 의천에 힘을 주었다.

천하가 혼란하여 전쟁이 끊이지 않으니, 이 검을 내려놓을 기회는 아직 멀고도 지난한 일이었다. 포기할 시기는 이미 진즉에 지났다.

“우금, 악진. 그대들의 실력도 여기서 볼 수 있겠군. 그대들의 분투, 진심으로 기원하지.”

그들은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아군은 이미 예전부터 전쟁의 준비를 마쳐두었다. 언제든 출병할 수 있는 상황. 조조가 고개를 돌려 소연을 바라보았다.

제장 중 하후돈의 맞은편에 서서 가장 높은 관직 서열을 증명하는 자리에 있던 그녀. 소연은 조조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분부만 하세요.”

“좋다.”

그 말에 조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도겸이 일만 가까운 병력을 이끌며 연주로 말머리를 돌렸다는 전보가 도착했다. 예주에서는 원술의 사만 대군. 서주에서는 도겸의 일만 대군.

전장이 순식간에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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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쓰러진 상황에서 미오에서는 동탁군의 제장들이 모였다. 기존 한의 문무백관마저 전부 물린 채, 기존 동탁군의 인사들만이 모인 자리.

“아버지의 상태는 좀 어떠냐?”

“그것이, 조금 좋지 않으신 모양입니다요. 약은 전부 투여하고 있습니다마는, 당분간은 좀 요양을 병행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요.”

“그놈의 다요, 다요. 좀 간결하게 말 못 하냐?”

여포의 질책에 이유는 콧수염을 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연공서열로는 이유가 여포보다 우위였으나, 어쨌건 여포는 동탁 상국의 의붓딸.

게다가 여포와 병주군을 대적하게 되는 건 이유에겐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여 장군. 거기까지 하지.”

오로지 서영만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쯧,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우선은 상국께서 일어나실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싶습니다마는, 아무래도 이번 일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들쥐들이 너무 많습니다요.”

장안은 사실 동탁의 본거지와 가장 가까운 곳이기는 했지만, 그 내부에 있는 한의 관료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동탁의 가장 큰 적. 내부에서 품은 칼날인데, 그들을 품지 않으면 국정을 돌볼 방법이 없었기에 품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동탁이 쓰러진 이후, 점점 잦은 회동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유가 모를 리도 없는 것. 사실상 장안 내부는 동탁에게 있어서는 적지와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예주의 원술이 북상하고 있습니다요. 정보에 따르면 연주를 차지한 조조와 일전을 벌일 생각이라는데, 조정의 늙은이들은 이걸 기회로 보고는 원술에게 장안으로 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요.”

그는 그리 말하며 서신 하나를 던졌다.

중서령의 인장이 찍힌 서신. 그곳에는 후장군 원술에게 예주군을 돌리어 장안을 탈환, 한 황실을 다시 세워달라는 간곡한 요구가 적혀있었다.

“주변 정세도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이런 상황에서 예주가 흔들린다면 아군도 무사키는 힘들겠군. 우리는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지?”

서영의 말에 이유는 살짝 머뭇거렸다.

사실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동탁의 직속인 서량의 군이 움직이면 장안의 방비가 허술해진다. 그걸 조정 황실의 여우 같은 이들이 잠자코 보고 있을 리도 없었다. 그렇다고 방관하자면, 앞으로도 동탁의 권위는 계속 도전받는다.

“우선은 지켜볼….”

“무슨 헛소리야?”

여포는 이유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어떤 의미로 그녀에게 있어 기회였다. 본디 장료와 계획했던 토벌을 핑계로 동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은 흑산적이 동탁과 손을 잡으며 무산되었다.

그 뒤로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었던 차.

“우리가 움직일게. 내가 병주군을 이끌고 원술을 격파한다면 그 누구도 아버지의 건재함을 의심하지 않을 거 아니야?”

“그, 그것은 맞습니다만요.”

“그놈의 요, 요. 좀 빼라고 했지.”

하지만 여기서 여포를 내보내도 되는가.

이유의 머릿속에는 그런 의문이 남았다.

물론 여포가 직접 휘하 군을 이끌고 나서준다면 나쁠 것이 없었다. 그간 여포의 이름값으로 주변을 억눌렀던 것이 있지만, 기존 동탁의 군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잠재울 수 있는 것.

안 그래도 여포의 군은 최근 장안 일대에서도 조금 경원시 당하던 상황이었다. 이유는 항상 그것을 걱정했는데, 이런 기회에 그들이 공적을 세운다면 누가 여포와 병주군을 무시할까.

어쩌면 이번 기회로 다시금 병주군과 서량의 군이 뭉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오히려 반겨 마지않아야 할 일인데.

그는 어째서인지 가슴이 술렁거렸다.

“뭘 뜸 들여? 혹시 내가 질까 그러냐?”

“아닙니다요! 그 누가 여포 장군의 패배를 생각하겠습니까요! 그, 단지 상국께서 아직 깨어나지 않으셨으니, 자식 된 도리에 어긋날까 그것이 두려울 뿐입니다요.”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오래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예감의 경종. 분명 상황은 여포가 나서서 원술을 격파해준다면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었다. 여포에게는 충분히 저력이 있었다.

만약 여포만으로는 버겁다면 조조에게 관직이라도 하나 던져준다면 충분한 일.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면서 동탁의 영향력을 높혀줄 계기였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이유는 여포를 내보내기 망설이고 있었다.

“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고.”

“그, 크흠. 좋습니다요. 장군이 직접 나서준다면 원술 같은 도련님이 저희의 적일 리가 없지요. 전부 믿고 맡기겠습니다요.”

어쩔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북상하는 원술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가 자칫 잘못해서 내부에서 소식이 전해진다면 상황은 더 곤란해졌다.

원술은 반동탁 연합군에서도 휘하 손견을 이끌고 수많은 전공을 올린 인물.

지금 쳐낼 수 있다면 반드시 쳐내야만 했다.

“좋아. 진즉에 그럴 것이지. 그러면 나 준비하러 간다? 물자 같은 건 알아서 맞춰주고. 전쟁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 처음부터 좀 많이 챙겨둬라. 알겠냐?”

그녀는 그리 말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됐다.

드디어 동탁의 손에서 벗어날 명분이 생겼다.

그것도 최고의 명분으로. 이번에 나간다면 충분한 치중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벌게 된 셈이었다.

회의장에서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늑대의 손에 잡혔던 용이 드디어 풀려나는 순간. 그녀는 누구보다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

우선 장료를 부르고, 기존 병주군 외에도 끌고 갈 수 있는 병력은 모조리 끌고 가야지. 개 같은 동탁 놈, 엿이나 처먹어보라지.

여포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무쌍이 앞으로 향할 곳은 예주. 원술이 북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조조의 군은 양 갈래로 나뉘어 예주와 서주로 움직였다.

하여 예주 경계선에서는 여포와 원술, 조조가 대치한다. 서주의 경계선에서는 조조군과 도겸이 대립하게 되었다.

이것이 192년 여름의 일이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 여러분 진짜 몸조리 잘하십쇼...

감기인거 같은데 기침이 너무 심해서 밖에도 못 나가겠네요...

밖에 나가서 이렇게 기침하면 쫓겨납니다.

현 세력지도나 그런 건 한 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사마의 일러스트는 제가 지갑 여유 생기는대로 바로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이번엔 여포도 오랜만에 나왔네요.

:) 그럼 내일은 더 많은 분량으로 찾아뵙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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