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16화 (116/343)

116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어긋나다 그간 연주 내를 돌았던 진궁 선생이 돌아왔다는 말에 미리 관청으로 향했다. 길건 짧건 신세를 진 사람이 막 고생길에 돌아왔다는데 적어도 환영은 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저 멀리서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오래 걸리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

무언가 일이 그르치기라도 했을까? 시기를 착각했나 싶었지만, 그래도 기왕 왔으니까 손을 흔들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진궁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아, 전호 장군님.”

그녀는 살짝 기운 빠진 느낌으로 고개를 들었다.

“연주에 가셨던 일이 끝났다고 들었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나 보네요.”

“호족들의 반발이 너무 강해서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궁 선생이라면 분명 연주 내에서도 큰 입지와 명성을 지닌 명사라고 들었는데, 그런 그녀가 이리 한숨을 내쉴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상황이 안 좋은 걸까.

“어떻기에 그렇습니까?”

“아예 세수도 못 내겠다는 지방관과 호족도 있어요. 생색내기나 구실 정도는 맞추겠다는 느낌으로 반도 안 되는 것을 올리려 하는 이들도 있고….”

“그건 참….”

큰일이구만.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건 앞으로 조조나 연주의 지배권에 귀속되지 않겠다는 말과도 다를 게 없었다. 그렇게 저마다 반발하고 나서는 이들은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장차 누가 조조의 뒤를 따를까.

“어떻게, 타협도 안 됐던가요?”

“아예 군을 키우려는 지방관도 있어요.”

그건 반란 아닌가?

상황이 그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제야 진궁 선생님 표정이 어두운 것도 이해가 가는데, 문제는 조조가 그런 꼬락서니를 그냥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조공은 뭐라고 하십니까?”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하시네요.”

“그렇겠죠.”

이해할 수는 있었다. 아예 자체적으로 군을 일으키려 드는 작자가 있다면 그건 더 용납할 수가 없는 일. 사실상 지방관의 반란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일이었다.

“그들은 이번 황건 사태로 지방 자체의 방위를 위한 거라고 하는데, 그걸 주목과 아무런 연결도 없이 행하려 드는 건 반역행위죠. 그걸 몇 번이나 설명은 했는데.”

잘 안 됐으니 이런 표정이시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조조는 연주 내에서는 외지인인 상황에서 그들이 조조를 믿지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호족과는 어떻게든 연합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무의미한 피를 흩뿌리게 될 것인데, 제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어도 어떻게든 했을 텐데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번째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한숨. 봄날이 이리도 화창한데, 그와 반대로 그녀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조공도 그렇고, 소연 별가도 그렇고 다들 너무 서두르고 있어요.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은 시간이 필요한데.”

“소연 아씨가요?”

그건 좀 의외였다.

아가씨라면 최대한 피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호족과 지방관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하지만, 이런 문제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회유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게 옳지 않은가?

자고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하물며 조조가 연주목으로 취임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짜고짜 이렇게 기존 기득권을 탄압하는 건 조금 어떨까 싶은데.

“이번 일은 소연 별가가 일임한다고 들었어요.”

“아가씨가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분도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해하고 있어요. 그 아가씨가 갑자기 그럴 리가….”

조금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이 중요하다. 그건 천천히 시간을 들인다는 것에도 쓸 수 있었지만, 반대로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만 하는 이유로도 댈 수 있었다.

아가씨는 예전부터 뭔가에 쫓기듯 바쁘게 움직이고는 했다.

고작 2년.

그 짧은 시간 만에 진소연의 군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그것의 방증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빠르고 단호하게, 그러면서도 가장 짧은 길만은 선택하려 드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항상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믿고 따르는 사람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앞으로의 일을 미리 아는 것처럼 대단한 식견을 가진 사람이 계속 시간에 쫓기듯 움직이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조급하게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었다.

“아가씨는 구태여 피를 보려 하지 않는 분입니다. 진궁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큰일로 번지지는 않을 거니까, 조금 마음을 놓으세요.”

그럴 리가 없었다.

그리 말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했다. 최근의 아가씨는 뭔가 내가 알던 아가씨가 아닌 것 같아서, 진소연이라는 사람이 어딘가 바뀐 것만 같아서. 그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렇겠죠?”

진궁 선생은 애써 웃었다.

“그럼요. 제가 소연 아씨를 몇 년이나 따랐는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확신은 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이렇게 놓고 보니 나는 그녀의 행동을 확신하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예전에는 분명 이런 일이 없었는데.

“전호 장군이 그리 말해주니 조금은 안심이네요. 지금은 어떻게든 그들을 회유해야 할 때니까요. 여기서 그들을 탄압해버리면, 자칫 반발이 더욱 거세질 우려가 있잖아요?”

“일은 좋게 처리할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옳으니까요. 조공이나 아가씨도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거기까지 말하니 진궁 선생이 기지개를 켰다.

“아으! 너무 오래 앉아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하네요. 어깨도 결리는 것 같은데, 잠깐 산책이라도 할 겸 같이 어울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론이죠.”

기지개를 켜는 그녀의 모습과 함께 출렁이는 가슴에 순간 눈길이 쏠렸던 것은 남자라면 당연한 심리. 애써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그렇게 진궁의 곁을 지키며 길을 걸었다.

성내로 흐르는 하천. 그 주변에 심어진 버드나무의 밑을 천천히 걸었다. 진궁 선생은 가끔 하천을 가리키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는 했다.

“사람들도 분주하게 살아가네요.”

“그렇지요.”

성내에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나름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부호라는 것은 아니어서 그들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야만 했지만, 적어도 성 바깥에 거주하는 이들보다는 나름 활력이 도는 모습이었다.

“아직 연주 내에는 황건적이 새긴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어요. 가족을 잃은 사람들, 그들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

“많았겠죠.”

도적이라는 게 뭐 별거인가. 제 욕심대로 행동하고 빼앗으면 그것이 도적이지. 그런 의미에서 보호받지 못한 백성들의 처지가 얼마나 곤궁해졌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좋은 정치를 해야죠. 조공이라면 그게 가능할 거예요. 예전부터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과거에도 연이 있으셨다고 하셨지요.”

“네, 잠깐이지만.”

그녀는 그리 말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분명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 표정은 마치 무언가를 얼버무리려고 짓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그 뒤를 묻지는 못했다.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웃어넘기며 그 뒷말을 묻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냥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걸었다.

강가는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구역이라 각지에서 상행을 여는 사람부터 물을 길어가는 사람이나 무언가를 싣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까지. 정말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햇볕은 아직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직 정오가 되지 않은 무렵이라서 그런지 여전히 분주하기 그지없는 하천가. 그 길을 그녀와 단둘이서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가능할 겁니다.”

먼저 입을 열었다.

진궁 선생은 앞만 바라보고 걷다가 뒤를 돌아봤다. 갑작스럽게 꺼낸 말이어서 그런지 표정에는 눈을 크게 뜨고는 의아하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공이랑 소연 아씨라면, 가능할 겁니다.”

바른 정치라는 거.

그 둘이라면 가능할 거다. 적어도 소연 아씨라면 가능할 것이었다. 그녀는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우리와 함께하면서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선택하고 그녀가 나를 선택했다.

그렇기에 이 말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설령 미래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적어도 언젠가는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실 겁니다. 전 그것만큼은 믿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그래야만 하고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참을 걸었다. 하천부지 인근을 전부 다 돌았다 싶을 무렵이 되니 슬슬 해가 중천에 떠 정오를 가리킬 무렵이었다.

“아으, 꽤 많이 걸었네요. 전호 장군, 혹시 이 뒤에 일정이 없으면 우리 집에서 식사라도 하고 가실래요?”

“나쁘지 않죠.”

진궁 선생이 하는 밥은 맛있었으니까. 운이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진궁 선생은 요리를 잘했다. 이게 자식이 있는 엄마의 힘이라는 걸까.

아, 그렇지만 그 전에 미리 한 마디.

“혹시 그 풀 때기는 빼주실 수 있으실까요?”

난 개인적으로 밥상에 초록색이 있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대체 왜 그런 걸 밥상에 올리고 먹는 건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 풀 때기라면…. 후훗, 그게 싫으셨어요?”

“네.”

“그럼 빼 드려야죠. 우리 전호 장군님 말씀인데.”

그녀는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말하며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이끌려서 움직이니 정말 꼬마가 엄마 손이라도 잡고 가는 기분이었다.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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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군.”

조조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소연은 살짝 표정을 굳히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역시라고 해야 할까. 진궁의 말대로라면 토호들과 지방관은 그녀의 치하에 있는 걸 거부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제대로 주를 통치할 수도 없는 것.

“그대가 말했던 것을 지킬 때가 온 듯하군.”

“알고 있습니다.”

연주 토박이들은 기본적으로 연주인이라는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이들이었다. 시간을 들인다면 조금은 완화될지 몰라도, 저들을 완벽히 굴복시키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발목을 잡힐 수는 없었다.

조조와 소연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조만간 본인이 직접 전통을 보내 각 지방의 호족과 지방관을 초대하지. 거기서는 본인이 움직이겠으나, 호출에 불응하는 이들은 그대가 해결하도록.”

이번 호출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예 조조와 척을 진다고 공언한 셈이었다. 적어도 조조는 그런 의도를 담아 전통을 보낼 생각이었으니, 생각이 있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호출에 응하리라.

그러니 이 호출에 응하지 않는 이들은 조조의 편이 아니었다. 절대로 조조에게 굽히지 않으며 장차 나아가 자신의 세력을 일구려는 것들이 분명했다.

“그대가 처리하도록.”

조조의 말에 소연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조조 당사자에게는 썩 마음에 들었다. 그간 항상 애매한 의견만을 고수하던 진소연이 드디어 마음을 굳혔다면 이보다 더 나은 인재도 드물었다.

제련되지 않았던 원석이 다듬어지는 것을 어찌 마음에 들지 않을까. 적어도 그녀가 느끼기에 진소연은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나았다.

“앞으로는 바빠지겠군.”

소연은 끝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꼭 말아쥔 주먹이, 살짝 떨리는 어깨가 그녀의 감정을 대신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런데도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

“진궁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 그런 이들은 포섭할 수 없는 이들이니 너무 부담가질 필요가 없다.”

조조는 그리 말하며 지도를 바라보았다.

최근 원소는 평원을 포위하고 발해를 공격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공손찬을 기주 내에서 몰아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 그렇게 된다면 기주 내의 세력권을 다시 회복하는 셈이었다.

그녀는 잠재적으로 원소를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원소가 그리 순항하고 있다면 그녀 역시도 바쁘게 나아가야만 했다.

“남으로는 원술. 동으로는 도겸, 서로는 동탁. 아직 처리해야 할 적이 많다. 고작 이런 곳에서 발목을 잡힐 수는 없지.”

앞으로 조조의 세력은 더 넓게 뻗어 나가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원소라는 이름의 무게를 감당할 수도 없는 일.

“조금 더 서둘러야겠다.”

그녀의 말에 소연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 국면만 넘기면 돼. 그러면 남은 건 관도대전. 그것을 이겨낸다면 남은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자기 자신을 그리 다그치면서.

조조는 그런 소연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련되어가는 원석에 너무 힘을 주는 건 옳지 못하지. 망가뜨리기엔 너무 아까운 원석이니까.

“어깨에 힘을 풀도록. 그대가 하는 일은 모두 본인의 명. 그대가 하는 모든 행위는 이 조조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이다.”

조조는 미소를 지었다.

소연은 그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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