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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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로 보낸 국의의 군을 뒤로하고 본인이 직접 본대를 이끌고 대규모 공세를 펼친 것인데, 그 뒤를 기존 원소를 따르던 참모들과 이번에 새로 하북계 참모들이 지키고 있었다.
“원공, 여기서는 공세를 강화하죠.”
먼저 발언을 제안한 것은 곽도.
그녀는 지도 일대를 가리켰다. 현재 평원군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유비라는 작자. 그렇게 이름을 날린 인물은 아니었고, 지키고 있는 군의 규모도 형편없는 수준이니 여기서 무리를 한다면 반드시 점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옳지 못한 의견이오.”
그리고 거기에 반발한 것이 전풍.
“유비는 평원군을 덕으로 다스렸소. 그 휘하에 관우라는 이는 동탁의 맹장 화웅을 단칼에 벤 무용의 소유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인데, 하물며 저만한 이들이 지키는 곳을 구태여 위태로이 할 필요가 없소.”
“그건 너무 나약한 발상 아니신가요?”
곽도가 전풍의 말에 반발하며 고개를 들었다.
“저희는 원공 휘하의 군입니다. 저런 소규모의 적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야, 대체 누가 원공의 이름을 존중하고 두려워하겠습니까!”
“진정한 강자는 쉬어갈 줄도 아는 법. 원공. 지금은 참으셔야 합니다. 저희는 발해 공략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들을 억누르기만 하면 그만인 것을.”
이것은 단지 책략을 정하기 위한 반발을 넘어섰다.
곽도를 비롯하여 본디 원소를 따르던 이들과 기존 하북의 호족.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르고 바라보는 풍경이 다른 이들이 원소의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친 것이었다.
그 두 무리의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흠, 선생들은 그리 생각하나?”
정작 원소는 그 누구의 손도 들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서로 자신에게 주장하는 바를 듣기만 할 뿐.
지금 여기서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각 세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뜻이었으니, 최대한 평등하게 무게추를 달고자 한 원소는 구태여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저런 대단한 이들이 하나로 모여 서로의 의견을 주장한다. 모두가 원소에게 쓰이기 위해 의견을 피력하고 머리를 굴린다. 나쁠 것이 없었다.
기존에 낙양에서부터 자신을 따른 이들은 물론이고 이번에 기주에서 새로이 편입된 이들도 모두 날고 기는 인재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오롯이 자신의 의견 한 번 들어달라고 저리 몸을 비꼬는 것이 어찌 기분이 나쁠까.
“좋소. 선생들은 조금 더 의견을 나누시오. 아직 시간은 많아. 공손찬을 한 번 꺾어 기세를 눌렀으니, 당분간은 우리가 주도하는 전장이겠지.”
더 확실한 안건을 내놓아라.
무엇보다 최선인 계책을 바쳐라.
그것을 위해 그대들을 방치하고 서로 견제하게 하는 것이었다. 더욱 완벽하고 깔끔한, 완전무결의 승리를 자신에게 바치게 하도록.
전풍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이라는 이라면 응당 칼처럼 결론을 낼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군주란 단호한 결단력과 이성적인 판단을 겸한 이를 뜻했다.
원소는 대단했다.
정치적인 입지를 끌어올린 것만으로 기주 전체를 꿀꺽 삼킨 작자. 지독하게도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려 들지만, 그런 그를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제 모습을 정돈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만큼은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는 아군 진영 내의 견제나 분란을 방관, 오히려 독려하면서까지 분란을 조장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그가 제어 가능한 선에서 이뤄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균열이 언젠가는 해가 될 터.
원소는 제 능력을 너무 과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전부 그의 예정대로 되었다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언젠가 그가 힘들어졌을 때 가장 크게 터질 수 있는 고름이 되리라.
반면 곽도는 그런 전풍에게 오히려 이를 드러냈다.
“전풍 별가종사께서는 어찌 그리 신중하게만 나오시는지요? 자칫 그것이 원공이 나아가야 할 때 발을 멈추는 일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것이 다소 걱정이옵니다만.”
“곽공.”
저 계집애가.
전풍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깨물었다.
이번에 관직 서열에서 자신에게 밀린 이후로 계속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더니, 이런 자리에서 대놓고 이리 말하는가.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 원공은 하북 인사의 말을 전부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간 원소를 옆에서 지원해준 이들도 있고, 무엇보다 그렇게 하북 인사들에게 휘둘리면 결국 내부적인 영향력이 줄어들 것도 우려하고 있겠지.
알고는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전풍에게는 지금 이 모든 일이 답답했다.
북쪽에는 아직도 공손찬이 이를 갈고 있었다. 동쪽에서는 유비, 서쪽으로는 흑산적이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도 이렇게 내부적인 정쟁까지 병행하는 꼬락서니가 어찌 답답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권력을 얻고자 했던 것도 그 본인이었다.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던 것도, 더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강한 권세를 누려 가문의 영광을 이루고자 했던 것도 전부 전풍 본인의 선택이었다.
“좋소, 그렇다면 그대의 의견은 고당현 치소를 공략하자는 것이 아니오? 그러면 적어도 국의 장군의 연락을 기다려도 늦지는 않을 것이 아니오.”
그 말에 곽도가 혀를 찼다.
누구에게나 들릴 정도로 큰 소리였기에 원소나 전풍의 귀에 들리지 않을 리도 없었다. 전풍은 당연히 인상을 썼지만, 정작 중요한 원소가 그것을 방관했다.
곽도가 보기에 전풍은 노련한 여우였다.
국의 자체도 따지고 보면 하북계 출신. 그러니 평소 전풍과는 이런저런 연결고리가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꼬박꼬박 하북계의 인물을 언급하는 것이 더럽고 역겨웠다.
확실히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전부 늘어놓아 요점을 정리하면 하북계 인사의 행동에 맞춰 군을 움직이자는 소리인데, 그런 안건을 몇인가 받아들이면 결국 원소군의 주도권 자체가 하북계로 넘어간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지금은 빠르게 영향권을 넓혀야 할 때입니다. 하북에서 오래 지내셔서 세간의 흐름에 둔하실 수 있지만, 지금 각지에서 군웅들이 세력을 넓히려고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돌려 원소를 바라보았다.
“당장 각지에서 전쟁이 발발한 것은 원공도 아시지 않습니까? 불과 얼마 전 조조도 연주를 집어삼킨….”
거기까지 말했을 때.
“곽도.”
원소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딱딱해진 목소리에 곽도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간 오랫동안 원소를 지켜보았기에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것.
지금 원소는 명백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아만의 일을 그대가 꺼내지 말라.”
“죄, 죄송합니다!!”
그녀가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이건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이었다. 가끔 원소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하나는 그를 노비의 자식이라며 모욕하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조조 맹덕에 관한 일.
“그녀는 내 오랜 벗이다. 그녀만큼 날 이해해주고 받쳐주는 이도 없지. 아만이 연주를 잡음으로 남쪽에서의 도전이 없어졌다. 그런데도 그대가 감히 그녀의 행동을 그리 폄하해?”
“그, 그런 의도는…!!”
안색까지 파리해진 곽도가 필사적으로 변명하려 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단지. 그런 모든 말이 채 꺼내지기도 전에 원소는 탁자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의도가 아니면 대체 무슨 의도로!!!”
이 모습에는 전풍마저 몸이 굳었다.
제왕의 분노가 이런 것인가.
그간 항상 웃는 낯으로 여유로움만을 보였던 원소. 그렇기에 아직 원소의 밑에서 일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전풍에게 이런 모습은 생소한 것이었다.
장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아만이 날 배신할 리가 없다. 내가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베풀었는데. 그녀도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해줬는데. 그러니 다신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지 말라.”
그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원소라고 그들의 불안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연주라면 기주 바로 아래. 기주가 안정케 된다면 바로 차지할 수도 있었던 곳을 동군의 태수로 앉혔던 조조가 차지한 셈이었으니.
아니다, 그럴 리 없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살짝 불안해져서, 그래서 원소도 그답지 않게 감정을 드러내고는 곽도에게 면박을 준 꼬락서니였다.
“미안하군. 군의를 계속하지.”
조금 전까지 고함을 지르느라 걸걸해진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원소가 손짓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빠르게 정돈될 리도 없었고, 결국 군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전풍은 이쯤에서 다시금 생각했다.
조금 피곤한 정계 생활이 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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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분주하게 발걸음을 놀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군부를 들렀다가 왔기에 조금은 지쳤지만, 아직도 소녀는 할 일이 많았다. 적어도 문관 중 일부에게는 말을 건네야 했으니까.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저씨도 참, 이런 일을 손 놓고 있으면 어떡하자는 건지. 나니까 이런 일도 해주는 건데, 그 사람은 하여간 감사를 몰라.”
진소연의 군은 완벽하게 조조군의 산하로, 이윽고 하나의 군으로 흡수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호는 그 일을 그저 수수방관하다 못해서 되려 돕기까지 하니 사마의에겐 복장 터질 일이었다.
아무리 조조의 밑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자기 세력은 꾸준히 만들어야지. 그걸 그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안 그래도 진소연 휘하의 인재들은 여러 의미로 조조군에서는 조금 이질적인 존재였다.
막 합류한 순가의 인물들이나 기타 제장들이 있다지만, 그걸 포함하더라도 진소연만큼 공고하게 체계를 갖추고 군을 이끌던 이들은 없었다.
어떤 의미로는 조조의 밑에서 가장 자기 세력을 잘 꾸린 인물인데, 언젠가는 그게 독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게다가 조조 자체는 근본적으로 전호라는 인물과 그 방향성이 전혀 다른 인물. 사마의가 생각하기에 아저씨는 아직 그것을 명확하게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적어도 그녀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만약 일이 틀어져서 전호와 조조가 갈라서가 된다면?
그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수족이 전부 조조에게 포섭된 뒤라면 전호에게는 어떠한 수단도 남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면 전호라는 남자에게 남을 미래는 무엇인가.
기껏해야 조조라는 인물이 그리는 천하. 그걸 구성하기 위한 밑바탕 중 하나가 되는 것? 그도 아니라면 그런 조조에게 반발하여 분전하다가 결국 반란분자로 처형당하는 거?
그런 미래를 사마의는 용납할 수 없었다.
“나니까 이렇게 해주는 거지.”
이미 기존에 전호를 따르던 인물 중 주요한 인사에겐 모두 언질을 돌렸다. 노골적이지 않은 선에서 아저씨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투로.
어린 몸으로 하기에는 다소 고된 일이었지만, 반대로 어린아이였기에 할 수 있는 일도 있었다. 노골적이지 않게 전호의 존재감만을 다시 재확인시키는 정도는 아이의 몸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
군 내에서 파벌을 형성하는 건 이로울 게 없으나, 적어도 전호에게는 그런 파벌이라도 있어야지만 비로소 발언권을 가질 수 있기도 했다.
태양에 낀 구름은 하나면 충분했다.
지금이야 아직 의견이 맞으니 조조를 따르고 있겠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약 전호라는 영웅의 앞날에 먹구름일 뿐이라면, 그런 것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나았다.
미래는 미리 준비해둔다.
소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할 일이 많았다. 노골적으로 움직일 수 없으니 조금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사소한 작업 하나하나가 언젠가는 전호의 도움이 될 터.
그는 자기의 뜻을 마음껏 펼쳐줘야만 했다.
애당초 사마의는 그것이 보고 싶어서 그 남자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조조도 아니고 진소연도 아니었다. 단지 전호라는 남자가 신경이 쓰여서, 그래서 그 남자의 뒤를 졸졸 따랐던 것.
만약 그렇게 한 끝이 설령 파멸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사마의는 그 작은 영웅의 마지막을 보고 싶은 것이지, 누군가에게 먹혀 구성품 중 하나로 전락하는 꼬락서니만은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천천히.
그렇지만 당당하게 한 걸음씩.
당신의 미래는 내가 열어주겠다. 그러니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자기 자신을 믿으며 힘차게 나아가면 그만이다.
그 미래가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라고 하더라도, 설령 끝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원하는 대로 걸어간 미래가 그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건 아저씨도 납득할 수 있는 미래겠지?=============================※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