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09화 (109/343)

109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청주발 황건 도당 조조의 군이 동아현에서 남하하며 진로에 있던 황건적 세력을 모두 소탕할 때, 진소연이 이끄는 군도 태산에서부터 밀고 내려오며 인근 주민을 피난시키면서 천천히 남하하고 있었다.

최종 목표는 산양군의 동쪽에서 그들을 압박하는 것.

“주군, 잘 될까요?”

“조조가 얼마나 잘 싸워주느냐가 관건이지. 그녀가 진다면 말짱 헛수고겠지만. 조운, 너는 조조가 이런 민란을 못 이겨 패배할 여자로 보이니?”

소연의 질문에 조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여자가 이끄는 군이 황건적에 지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저들은 숫자만 많았지 병사의 질적으로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그들은 훈련조차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백성이야. 대열이라는 것도 모르고, 옆 아군과의 간격도 모르는 그냥 백성.”

그냥 배고파서, 그런 차에 누군가가 꼬드기는 달콤한 꼬드김에 넘어가 무기를 쥐었을 뿐인 이들이었다. 고작 그런 어중이떠중이의 군세에 조조가 패할 리가 없었다.

“우리도 진군할 거야.”

“아군의 피로가 조금 누적되었는데요.”

“문제없어.”

어차피 싸울 일은 없었다. 아군은 단지 그 자리를 지키면서 그들에게 압박만 넣으면 그만이었다. 조조도 구태여 싸우라는 언급을 넣지 않은 것을 보아 그리 생각하는 게 현명했다.

“조조는 우리가 싸우게 두지 않을 거야.”

“왜요?”

그건 조운에게 있어서는 다소 의아한 말이었다.

아군이 진소연의 지휘하에 세운 공적은 조조군 내에서도 제일이었다. 당장 그만한 전공을 세운 군대가 다소 지쳤기로서니 싸우지 않게 한다니.

“저희가 지금까지 싸우면서 증명했는데, 이런 전투에 불참시킨다고요? 이 전투로 적을 패퇴시키는 것이 아니었나요?”

“맞아.”

이번 전투를 끝으로 조조는 완전히 황건적을 청주 일대로 쫓아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아군이 구태여 태산 방면을 사수하는 게 아니라 황건적이 차지한 본거지이기도 한 산양군 동쪽으로 진군하고 있는 것.

그렇게 살길을 열어주어 일부러 도망치게 한다.

조조는 단지 이동하라고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태산 일대를 전부 포기하라고 내려오라는 말은 곧 그런 의미라고 소연은 순순히 이해하고 납득했다.

지력 100.

그녀는 그것을 별거 아니라고 여겼지만, 정작 이런 상황에서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확실히 대단한 것이었다.

밑바탕이 될 지식이 없으면 두뇌가 명석해진다고 해도 그뿐.

지력은 곧 지혜였다.

지혜만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지만, 그것에 지식이라는 기반을 다져준다면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하여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렇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조조는 우리가 이 이상 공을 세우는 걸 원하지 않아.”

“네?”

조운은 순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황건적의 규모는 아직도 어마어마한 것. 비록 거기에 전투 인원의 식솔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고는 해도 그 머릿수가 불러오는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으뜸의 공적을 세운 군이 공적을 쌓는 것을 원치 않는다니.

조운도 머리는 나쁘지 않아, 곰곰이 생각하며 그 뜻을 얼추 이해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상황에서 아예 배제된다는 건, 결국 조조 단독으로 저 많은 황건적을 격파하겠다는 뜻.

단독으로 격파하기엔 적의 숫자가 조금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은 아직 남아있었다.

소연은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비록 초창기부터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개인의 군을 이끌고 있던 군벌이야. 지금이야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으니까 상하관계와는 무관하게 돌아갔던 거지.”

“그 사람이 연주목이 되면 좀 달라지겠죠.”

조운도 그 점은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조조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특히 대표적으로 그녀의 오라비인 전호가 그런 구석이 있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지금 있는 사람 외의 인간들이 끼기 시작한다면 바로잡혀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전호도 최근 조조와 거리를 두거나 딱딱하게 대하면서 위계질서를 지키려 하고 있었다.

조조 당사자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싶었지만.

“안 그래도 우리가 개인적인 군을 이끌면서 군벌의 위치에 있는데, 여기서 공적을 너무 쌓는다면 추후 조조는 우리를 다루기 힘들어할 거야.”

소연은 그 뒷말을 잇지 않았다.

다루기 힘들어진 수하의 말로.

그것은 피해야만 했다. 어차피 군내에서 공적은 쌓을 만큼 쌓았다. 전호도 복양에서 대승을 거두었다는 전보가 들렸으니, 이 이상 욕심내지 않아도 충분히 조조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그게 제일이잖니?”

“그렇긴 하지만요.”

조금 석연찮은 투로 답하는 조운을 바라보며 그녀가 씩 웃었다. 물론 이해는 해도 감정적으로 그것을 옳다 받아들이기 어려우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조는 분명 지금의 공적만으로 충분한 대우를 해줄 터였다. 이 이상 괜히 공적에 욕심을 낸다면 차후 모난 돌이 되어버린다.

“일단 다들 지쳤겠지만, 지금은 움직이자. 싸움만 피하면서 산양군 일대에 자리를 잡으면, 그 뒤에는 적당히 구색만 갖추어도 충분할 거야.”

“적이 공격해오지 않을까요?”

“이미 그 일대의 식량도 전부 거덜 났을 거야. 굶주린 민병이 정규군에게 싸움을 걸 리가 없어. 만약 정말 그런다고 하면….”

전부 죽인다.

살인을 좋아하는 취미는 없었지만, 그렇게 앞도 뒤도 모르는 것들이 구태여 자살을 원한다면 충분히 원하는 바를 이뤄줄 능력이 있었다.

싸움을 피하는 건 어디까지나 아군의 피로,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이상 조조에게 거슬리는 구석을 제공할 이유가 없어서일 뿐이었다.

예전의 진소연이라면 어떻게든 피했겠지.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러지 않길 바라야겠네요.”

조운의 눈에 그녀의 웃음이 다소 음울하면서도 어딘가 어둡게 보였다. 조금씩 사람이 바뀌어 간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 아군은 모두 전호를 따르던 이들이었다.

당장 그녀조차 이 군의 주인이 전호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진소연은 이 군에서 계획을 짜거나 사무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지금은 어떤가.

다들 어느 순간부터인가 진소연의 명령이라면 몇 번의 연전이어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전호가 떨어지고 형양에서부터 지금까지.

진소연은 순식간에 군의 체계를 잡고 과거 도적이었던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깊게 새겼다. 전장에선 앞장서며 뒤로는 아군을 보살피며 가끔은 일반 병사들과도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 훌륭한 지휘관이자 무장, 그러면서 문관으로까지 성장했다.

“저도 그럼 슬슬 준비할게요.”

“어머, 차라도 한 잔 들고 가지.”

소연이 모닥불에서 끓고 있는 물을 가리키며 그리 말했지만, 그녀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으로 그녀의 명에 따라 강행군을 하려면 아군에게 미리 채비하게 할 시간도 필요했다.

그녀는 웃는 낯으로 조운을 배웅했다.

조운에게 그런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 과거에는 전호를 제외하고는 대화도 잘 나누지 않던 사람인데, 저렇게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구나.

점점 발전하는 주군의 모습은 그녀에게도 뿌듯했다.

물론 근래에는 좀 무리를 하는 구석도 있어, 그것만이 유일한 걱정거리였다.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그녀의 주군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이제는 능수능란하게 깃대를 쥐고 적을 후려치는데, 그 손속에는 망설임이라는 것이 없었다.

무관으로도, 지휘관으로도.

“오라버니도 참, 뭘 그리 걱정했는지.”

전호는 예전부터 줄곧 소연이 전장에 서는 것을 반대했었다. 그것은 어린아이를 돌보려는 어미의 모습과도 흡사해서, 그래서 그녀도 조금은 소연에게 불신을 품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그냥 대단한 사람이었다.

“이런 대단한 사람을 왜 그리 걱정하는 건지. 오라버니도 참, 아무리 좋아하는 여자라고 해도 걱정이 너무 지나쳐.”

물론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닌 건 슬프지만.

그녀는 작게 읊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앞으로도 조금 바빠질 터. 남은 물자의 관리부터 아군을 다시 재무장시키는 것까지, 방삼이라도 있었으면 조금 손을 덜었겠다며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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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움직인다.

지금은 동군태수, 그러나 곧 연주목이 될 여자.

“군승에게서 전령이다. 몇 번인가 전투를 피하면서 산양 인근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전투를 피했다는 말은 구태여 왜 적은 거지?”

군을 이끄는 자가 전투를 피했다는 건 자랑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당당하게 수차례 전투를 피했다는 말을 같이 써넣으며 전령을 보낸 것이 하후돈에게는 다소 의아한 부분이었다.

물론 몇 번 전투를 피했기로서니 그녀의 공적이 깎이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순수하게 왜 이런 말을 적었는가 싶은 의문.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머리는 좋아.”

그녀가 별달리 말하지 않아도 의중을 꿰고 있었다.

이미 진소연이 이끄는 파벌은 상당한 공훈을 세웠다. 복양성의 방비만을 맡겼던 전호는 아예 그것을 대파했고, 진소연의 군도 태산 일대에서 황건적 무리 여덟을 격파하고 수천의 수급을 거두었다.

나중을 생각한다면 그들을 한 번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것을 말로 직접 한다면 대놓고 견제하는 모양새이니, 그저 싸울 필요는 없다고만 했을 뿐.

진소연은 그런 조조의 의중을 읽고 구태여 싸우지 않고 진군하고 있었다. 아마 구태여 싸움을 피했다고 적은 이유도 그걸 위함이겠지.

다룰 수만 있다면 이런 유능한 인재는 얼마나 많더라도 나쁠 게 없었다.

“원양. 조인은?”

“놈이라면 기병대를 이끌고 이미 준비하던데.”

아직 출병하라는 명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벌써 준비하는 모양새에 하후돈이 질린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귀여운 맛이 있던 꼬마였는데, 이제는 아예 무뚝뚝하니 명령에만 충실하겠다는 태도인 것이 그에게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조도 그렇고 조인도 그렇고.

조홍은 너무 가벼워서 탈이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조씨 성을 가진 이들은 전부 자라면서 어딘가 이상해져 버리는 병이라도 있는 것인가.

“흠. 조인에게는 그대로 대기하라 이르도록.”

어차피 곧 진군을 개시할 터. 그렇다면 미리 준비해둔 것을 구태여 다시 풀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복양에서 이끄는 삼천의 군이 이미 제음 인근에 도착했다는 전달은 받았다. 진소연의 군도 산양 동쪽 부근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제 남은 건 그녀가 이끄는 본대뿐이었다.

“포신은?”

“뭐, 옆에서 열심히 군에 연설하고 있던데.”

포신이 이끄는 기존의 연주군. 거기에 조조 본인이 이끄는 군을 합치면 약 3만에 달하는 대병력이었다. 물론 황건적의 선두에 선 이들은 아군의 두 배 언저리는 되어 보였지만, 그래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녀는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황건적과 대적한 것은 연천. 그 이후로도 황건적과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여기서 패한다면 연주는 물 건너간다. 당장 그녀 자신의 명성도 땅에 떨어질 터. 황건적도 여기서 패한다면 다시 청주까지 도망쳐야 하는 꼬락서니니, 그 부족한 식량으로는 겨울을 채 버틸 수 없었다.

서로의 존망을 건 일전이었다.

북쪽의 원소는 이미 공손찬을 한 번 밀어내고 평원 일대에 자리 잡은 유비와 적대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서쪽으로는 흑산적 장연, 북쪽으로는 공손찬의 군대.

원소는 앞으로도 계속 전쟁을 벌이리라.

그는 자신의 영예를 위하여 천하에 피를 흩뿌리고 있었다. 한 황실을 거부하고 스스로 일어나 군을 모으면서 사방으로 전쟁을 벌이는 모습.

조조도 그것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원소가 영예를 위해 피를 흩뿌린다면 조조는 권력을 위해 피를 흩뿌린다.

한때는 황건적을 애달프게 여겼던 적도 있었다. 저들도 과거 백성이었던 것을, 중앙 권력가의 폐해로 말미암아 사지로 내몰린 불쌍한 이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일까.

그녀는 항상 누군가를 희생케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누군가를 보듬고는 도무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마치 운명이 그녀에게 타인을 희생시키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았다.

언제나, 늘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했다.

이번에도 피를 흩뿌린다.

불쌍하고 안쓰러운 것들이었다. 무지한 것이 죄가 아닐 진데, 정작 그들은 아무런 베풂도 얻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이미 정했다.

어차피 다 망가진 것이라면 본인이 가지겠다.

몇 번인가 고치려고 그리 노력했다. 십상시에 대적했던 것도 목숨을 건 행위였고, 동탁을 암살하려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형양에서는 결국 누구도 돕지 않았던 동탁 추격전을 유비와 진소연을 이끌고 나섰다.

그런데도 천하는 올바른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 노력했는데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녀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고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폐기품.

“본인이 가져도 아무런 불평도 못 하겠지.”

설령 그 과정에서 천하가 핏물로 잠기더라도.

“원양, 전군에 명하라. 출정 준비다.”

다시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었다.

저 멀리에서 조조의 검은 군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녀는 장차 저것이 더욱 퍼져, 언젠가는 저 검은 군기가 천하 전체에 펄럭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밑은 시뻘겋게 물든 대지였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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