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05화 (105/343)

105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청주발 황건 도당 장안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렀다.

동탁의 횡포는 점점 더 심해져, 이제는 아예 황제의 관을 쓰고 다니기 시작하고 있었다. 공공연하게 그가 황위를 선양 받을 거라는 소문까지 도는 상황.

그런 와중에 기존 양주의 군대는 더욱 병주군과 대립을 거듭했다. 동탁마저도 그 상황을 방관하거나 가끔은 면박까지 줘가면서 가담하는 판국.

“누님. 우리 진짜 큰일 난 거 같아.”

장료의 말에 여포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알고 있는 일.

사방에서 병주군을 향한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병사끼리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는데, 정작 보급이나 봉급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

그것을 어떻게든 이유가 지원해주고는 있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동탁이 병주 출신의 군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내가 좀 싹싹하게 굴라니까는.”

“병신. 이게 내 문제냐?”

그녀가 발로 장료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영감탱이. 진짜 봐주니까 밑도 끝도 없이 사람을 무시하네. 제가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갔는데. 말마따나 병주군이 그때 합류하지 않았으면 그 인간이 천하를 잡았겠어?”

“아, 으그…!!”

여포가 묻거나 말거나 장료는 정강이를 부여잡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 괴물 같은 힘으로 차였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그것은 정작 가해자인 그녀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일.

“대답 안 하냐?”

“아니 시발! 사람 정강이를 까놓고 어떻게…!!”

“약하긴.”

그녀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미오의 궁궐.

동탁의 세월을 들여 지은 건축물이었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황제보다 더한 권력을 쥔 동탁이 기거하는 주지육림의 궁궐이었다.

이 시간에도 동탁은 주변에 여자를, 혹은 사내아이를 끼고는 향락을 즐기고 있겠지. 세상 모든 것을 제 것이라고 외치면서, 정작 거기까지 올려준 이들을 이리도 무시하고.

언제까지고 이런 취급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녀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이 상황을 타개할 수단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동탁에게 저항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설령 동탁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그 누가 여포라는 이름을 믿고 따를까.

“근데 누님, 이거 진짜 장난 아니거든?”

“나도 알아.”

장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모르지. 누님아, 지금 이건 우리가 사냥개가 되기 일보 직전이야. 더 나아가면 바로 씹어 먹힐 수도 있다니까?”

토사구팽.

배움이 짧은 그녀도 알고 있는 사자성어였다.

사냥이 끝난 뒤엔 사냥개도 필요가 없다. 그녀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최근 동탁은 남색에 미쳐 조정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동탁이 횡포를 멈춘 것에 만족하고 있지만, 그것이 폭풍전야임을 그녀가 모를 리도 없는 것.

“쯧, 어찌할까.”

군을 일으킨다는 건 불가능했다.

동탁의 양주군은 이미 기존의 황실의 병력과 낙양 방위군을 전부 포섭한 지 오래였다. 물론 그들 전부가 동탁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명분 없는 반란을 두고 볼 리도 없었다.

무언가 계기가 필요했다.

“그러고 보니, 왕윤 사도랑은 요즘 만나오?”

“전혀.”

혹시라도 그쪽으로 연줄을 이을 수 있을까 했던 장료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몇 번인가 식사에 부르기에 적당히 식사만 했더니, 그 뒤로는 먼저 연락해오지 않았다.

“에휴. 대장도 나가리네.”

“기억해. 내 모가지가 날아갈 것 같다 싶으면 네놈 모가지도 황천으로 날려버릴 거니까. 어떻게든 생각을 좀 짜내봐라.”

“내가 무슨 문관 선생인 줄로 아시나?”

말은 그렇게 했어도, 결국 지금까지 여포가 군을 이끌 때 뒤에서 없는 머리로나마 쥐어짜며 방향성을 정한 것은 보통 장료의 역할이었다.

그는 그 역할을 별로 싫어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대장은 압도적인 무력이 있었다. 그것도 적당하면 모를까, 저만한 무력을 지닌 이에게 지략까지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차라리 본인이 조금 더 공부해서라도 군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네.”

장료가 눈을 감았다.

“요즘 하내 일대랑 연주 방면이 어수선하잖아. 차라리 거기를 노리는 것은 어떻겠나? 토벌을 자진해서 나선다면 우리가 거슬리는 상국도 얼씨구나 하고 치워버릴 거 같은데.”

“상국은 개뿔.”

그녀는 씹어먹을 기세로 이를 갈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장료의 생각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동탁이 왠지 쉽게 놓아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걸 어떻게 잘 설득한다면.

“문제는 없겠네. 그런데 우리가 거기 가서 뭐하냐?”

“흑산적이라도 잡지 뭐.”

“이건 또 뭔 헛소리야.”

여포는 그런 의미도 없는 짓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기왕 한다면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차라리 어디에 군을 의탁해서라도 자리를 잡는 게 맞지 않을까.

“원소에게라도 가볼까?”

“그 뺀질이? 싫은데.”

과거 낙양에서 잠깐 얼굴을 마주쳤던 적이 있었던 얼굴. 그녀는 왠지 모르게 그 뺀질거리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속내를 꽁꽁 감추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실제로도 그는 훗날 반동탁 연합군을 결성했다.

“그러면 그 인근으로는 연주 쪽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니 유대라는 작자도 있겠네. 그쪽이라면 움직이긴 쉽겠지만, 상국이 연주까지 토벌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인데.”

“어차피 다신 안 돌아올 건데 무슨 상관이야?”

여기서 더 있으면 정말 잡아먹힐 수도 있었다.

그건 여포도 공감하고 있었고, 장료 역시도 거의 확정적인 미래라고 생각했다. 최근 미오의 분위기는 그만큼 날이 서 있었다.

여기서 더 버티다가는 부러진다.

“일단 말은 꺼내보겠다만.”

솔직히 여포 본인도 동탁이 순순히 수긍할지는 몰랐다. 당장 장안 일대와 미오로 거점을 옮기고서는 특히 자기 멋대로 하려는 것을 느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말을 한다고 해서 옳다구나 수긍할지는.

“해봐야지. 동탁 그 양반을 죽일 게 아니라면, 차라리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게 맞아. 안 그랬다가는 누님이나 나나 둘 다 모가지를 썰릴걸?”

“쯧, 정면으로는 다 죽일 수 있는데.”

그녀는 손에 쥔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날을 세웠음에도 바람을 크게 일으키며 휘둘린다. 적토마에 올라 방천화극만 휘두른다면 적수는 없을 것 같았는데, 정작 그녀를 가로막는 것은 무력이 아닌 정치적인 이해였다.

“이런 복잡한 건 질색이다. 장료, 네가 알아서 해봐. 정리되면 나한테 말하고. 그 늙은이한테 가서 적당히 승부를 봐야지.”

“싫은 티 내면 안 되는 거 알지?”

그걸 어떻게 안 내나.

여포는 코웃음을 치면서도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동탁은 최근 미색의 동자 하나와 놀아나면서 남색을 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든 파고들면, 그게 아니더라도 동탁에게 그녀 본인이 거슬리는 존재라 느끼게 만든다면 문제는 없을 터.

“하여간 이런 정치판은 질색이야.”

“나도 질색인데 말이지.”

장료는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시선을 돌렸다.

동탁 어르신도 참, 무심도 하시지.

그를 상국이라는 지위까지 올리는데 병주 출신의 군이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데. 장료는 그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미 동탁은 이 일대에선 거역할 세력도 없는 강호로 성장했다.

“좀 잘 지내보라니까.”

“그거랑 시발 어떻게 잘 지내.”

그 돼지와 잘 지내느니 혀를 깨물지.

예전에 자신에게 찝쩍거리던 꼬락서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토악질이 올라왔다. 적어도 동탁은 그녀의 안에서는 혐오스러운 무언가로 남아있었다.

장료도 그걸 알기에 쓰게 웃었다.

“앞으로도 바쁘겠네.”

“알면 잘하라고.”

무심한 대장의 말에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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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

제일 먼저 욕지거리가 나왔다.

날은 저물고 나서야 공성을 벌이던 황건적이 뒤로 물러났다. 겨우 끝났다는 안도감에 다리에서 힘이 풀려서 그대로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순간 엉덩이가 끈적거리는 것이, 살짝 시선을 내리까니 핏물이 고인 흔적이 보였다. 엉덩이와 손바닥에 다 굳어가서 점성이 생긴 핏물이 느껴진다.

“시발.”

재수도 더럽게 없지.

주변을 둘러보니 얼추 상황은 비슷했다.

부상병은 생기는 족족 성벽 아래로 내려가거나, 그게 불가능한 이는 따로 아군의 호위를 받아 내려보내서 그런지 다들 팔다리는 멀쩡했다.

그래 봐야 신병들.

저 멀리서 고함을 지르며 살았다는 자기과시를 하는 놈부터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떨군 이, 심지어는 펑펑 우는 놈들까지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줘 몸을 일으켰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에 힘이 쭉 빠진 느낌. 탈력감에 균형도 잘 잡히지 않는 것을 비틀거리면서도 한 발짝 앞으로 걸음을 뗐다.

“시발 울긴 왜 울어.”

주변에서 세상 서럽다고 우는 신병 하나의 머리를 두드렸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아 보이는 여아 하나가 세상 서럽게 우는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아남았으면 우선은 웃어야지.

그런 의미를 담아 살짝 두드렸을 뿐이었다. 말은 조금 거칠게 나왔지만, 그걸로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울음을 그치길 바랐던 것.

주변의 시선이 이리로 쏠렸다.

울던 여아도 고개를 들더니 기겁을 하고, 이윽고 딸꾹질까지 시작했다. 좀 과민반응이지 않은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서, 성주님…, 그것이, 흐끅!! 그게….”

“아.”

그런가.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왜 다들 이리 과도하게 반응하는지, 어째서 다들 기겁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지 신경이 쓰였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성주였다.

예전처럼 병사들에게 다가가 헛소리를 꺼내거나 욕지거리를 내뱉는, 가끔은 농담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직급이 아니었다.

“힘내라고, 시발.”

괜히 와서 분위기만 망쳤다.

적당히 분위기라도 풀고자 했다. 그것이 전쟁이 다 끝나 이제야 겨우 늘어지던 병사에게는 괜한 긴장을 주는 꼴이 되어버린 것인데, 그것이 못내 씁쓸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선 위치.

예전의 내가 도적단의 두령 호세였다면, 지금의 나는 복양 성주 전호였다. 그게 이렇게 큰 차이라는 것을 무심코 잊고 있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에는 아직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중간중간 내 이름이 언급되는 것도 들렸지만 애써 무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 관청에서 해야 할 일들이 남았다. 이번 공세로 혹여 무너진 곳은 없는지도 파악해야 했고, 사마의에게 맡겼던 일은 어찌 풀렸는지도 알아봐야 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저씨.”

“왜 나와 있어.”

관청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보라색이 보였다. 소녀는 관청의 벽에 등을 기대고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그리 말하며 내게 찻잔을 건넨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차를 따르는데, 안타깝게도 겨울이라 그런지 진즉에 식어 김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마침 딱 목을 축이고 싶었다.

“고맙다.”

“뭘요. 신입은 물심부름이나 하는 거라면서요?”

꽤 예전에 했던 말인데도 기억하고 있었나.

“너도 참 뒤끝 하나 죽여준다.”

“제가 머리가 좀 좋아요.”

사마의는 빙긋 웃으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 와중에도 보랏빛 눈동자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 소녀는 그저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쉬세요.”

“내일부터 다시 전쟁이다.”

그들이 하루 만에 다시 달려들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방비는 해두어야 했다. 아직 쉴 수는, 이런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아군이 여유만 있다면 적당히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지금 현 상황에서는 사람 손 하나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장 성주로서 민정을 살피지는 못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어떤 것을 보강해야 할지는 파악하는 것이 옳았다.

“그건 제가 해둘 테니까, 눈이라도 조금 붙이세요.”

사마의는 그리 말하며 내 등을 억지로 떠밀었다.

“그럼 조금만이다. 깨워.”

“알았으니까 좀 들어가요.”

반쯤 억지스럽게 등을 떠밀며 고집을 피우는 통에 못 이기는 척 걸음을 옮겼다. 사실 오늘 너무 뛰어다니기도 했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했다.

사실, 솔직하게.

그냥 진솔하게 말하자면 조금 힘들었다.

어린아이의 고집 같은 호의였지만, 그런 사소한 걱정에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조그마한 손으로 내 등을 떠미는 것이 감사했다.

“꼭 깨워. 할 일 많다.”

“알겠다고요! 진짜, 고집은.”

사마의는 마지막까지 까칠하게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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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일러스트를 맡아주셨던 개미인간님의 일러스트는 아니지만, 각각 개성이 다르셔서 모두 마음에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미인간님께는 다시 머리를 박습니다!

역사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여포가 초선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여포를 꼬드기려던 왕윤의 계획이 조금 일그러진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이나마 천천히. 기존의 미래는 점점 바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코멘트는 매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의 의견은 언제나 확인하고 있습으며, 반영할 부분은 반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PS_그간 저를 괴롭혀왔던 군 문제가 드디어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작가는 어엿한 군 면제를 받은 신의 아들로 거듭났습니다!!

그간 군 면제와 관련된 서류 처리 등에 시달렸던 나날도 오늘부로 끝입니다!!!!

다들 쑤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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