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04화 (104/343)

104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청주발 황건 도당 성벽에 올라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황색의 물결.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득실거리며 복양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지평선의 끝자락에서부터 움직이는 그 인파의 물결은 확실히 거대했다.

“오우, 시발. 존나게 많네.”

“아저씨. 욕 좀 줄이라고 했죠.”

아니, 그래도 저 까마득한 광경을 보고 어찌 욕지거리 하나 내뱉지 않을 수 있을까. 저 정도면 말마따나 성벽 아래 시체를 쌓고 올라와도 충분히 닿을 정도가 아닌가?

“위에 서는 자가 먼저 진중함을 보여야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전호 장군님의 마음은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착한 말을 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넵!”

“……아저씨?”

사마의의 표정이 무서웠다.

그치만 진궁 선생의 앞에만 서면 뭔가 어려진다고 할까, 쉬이 거절하기 힘든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것.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본능적인 무언가를 건드리는 목소리와 어투. 그 말에는 따라야만 할 것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이게 부드럽게 사람을 다스리는 매력일까?

“어휴, 진짜.”

소녀는 혀를 차며 내 옆구리를 때렸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조홍이 웃음을 흘리며 내 근처로 다가왔다. 황금투구가 햇빛에 비치면서 비추는 빛이 거슬릴 정도로 눈부셨다.

“후훗, 그러네. 왜 우리 언니가 동생에게 복양을 맡겼는지 조금은 알겠어. 담이 대단하구나. 저런 병력을 상대로 쫄지도 않고.”

조홍은 그리 말하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뭔 소리요? 당연히 쫄았지.”

무서우니까 더 센 척하는 거다. 당장 숫자가 몇인지 헤아리기도 어려운 적이랑 싸워야 하는데, 정작 그 대장이 겁에 질려 달달 떨기라도 하면 아군의 사기가 어찌 될까.

“어차피 싸우는 동안에는 웃을 일도 없을 거 아니요. 그러니까 웃는 거지. 조홍 장군도 지금 웃어두쇼. 나중에 아득바득 기어 올라오는 놈들 쥐어패는 동안엔 웃을 일도 없을 거니까.”

“그러네. 그것도 맞지.”

슬슬 황건적의 모습은 육안에 선명히 보일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복양성의 동쪽 성문을 향해 진군하는 숫자는 대략적으로만 보아도 십만은 되어 보이는 것인데.

“슬슬 위치로 돌아가지요. 사마의, 너는 내가 없는 동안 관청을 부탁한다. 일단 내부에서 헛소리 지껄이는 놈은 다 족쳐라.”

“그러면 장병 백만 주세요.”

백이면 될까 싶었지만, 사마의가 저리 자신만만하게 말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꼬맹이가 어리기는 해도 허튼 말은 안 하니 그걸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부를 규합하는 일로 사마의를 쓰는 것은 조금 부담이었다. 실력의 유무를 떠나 아직 어리니까.

그렇지만 저런 대군과 싸우는 동안에는 내부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사기를 떨구는 말을 하는 이들을 먼저 조져둬야 했다.

사마의도 그 점을 꼬집었었고, 나도 동의한 일.

그리 정리를 끝내고 자리를 잡았다. 아마 대놓고 동쪽 성문만 공략할 리는 없으니, 북쪽으로는 방삼이와 진궁 선생을 보냈고, 남쪽 성문에는 조홍을 보내었다.

그리고 동쪽 성문을 내가 맡는다.

“참나, 어이가 없지.”

살다 살다 이제는 성주가 되어 수성전도 치르고 말이야. 혼란 속에서 벼락출세가 나온다고들 하는데, 내가 딱 그런 상황이 아닌가.

“궁수는 시위를 걸고 화살을 먹여라.”

몇 안 되는 궁수에게 명령을 내리며 거리를 살폈다. 성벽 위와 그 밑에 돌이나 목재 등, 던질 수 있는 것을 잔뜩 마련해두긴 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황건적의 머릿수는 대충 어림잡아 십만은 가뿐히 넘어 보였다. 아군이 술렁거리는 소리가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조용!! 어차피 저들에게 잡히면 죽는다! 숫자가 많다고 해도 결국에는 도적, 이 성벽을 공략할 무엇 하나 갖춰지지 않은 이들에 불과하다!!”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병사들에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뚫린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

지휘관은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야만 했다.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이기리라는 태도를 고수하며 전장에 임하는 게 맞았다. 그렇기에 소리를 치며 검을 뽑았다.

“궁수, 시위를 당겨라!!”

조금만 더.

고작 수백의 궁수가 쏘는 화살이라도 그것이 반복된다면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터. 황건적은 제대로 된 갑옷도 입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로 보였다.

죽창만을 무기로 삼고 진군하는 이들도 보였고, 애당초 대열조차도 일정하지 못한 것이 전형적인 민란으로 일어난 도적 떼의 특징이 보였다.

머릿수를 믿고 있겠지만.

“지금이다, 쏴라!!”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간다. 그것을 시작으로 저 멀리에서도 함성을 내지르며 황건적 무리가 달리기 시작했다.

곳곳에는 조악한 사다리를 잡고 달려드는 이들도 보였다. 나름 공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들고 온 것일까.

화살을 몇 번인가 쏘았지만, 결국에 그들은 성벽 바로 아래까지 도달했고 이내 사다리를 걸치고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위나 통나무, 아무거나 굴려!! 아끼지 마!!”

그리 말하며 사다리를 미처 밀어내지 못한 곳으로 달려가 성벽을 오른 황건적 하나를 베어냈다. 발로 성벽에 걸친 사다리를 막 걷어찼을 때.

반대편에서 비명이 들렸다.

“쯧.”

바위를 계속 굴리며 싸우고는 있지만,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온다. 아군 병사의 숫자는 성벽 전체를 두를 정도로 많지 못했고, 곳곳에서 날아드는 화살에도 피해가 쌓이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신병 위주로 모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움직임이 더뎠다. 빠르게 빈 지역을 메꾸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첫 전투에서 저런 대군을 상대한다면 몸이 굳을 수는 있었지만.

최대한 빨리 달려나가서 막 성벽에 오른 황건적 하나를 베었다. 청감을 잡고 그 뒤를 이었던 적을 베어내며 다시 사다리를 밀어냈다.

그런 반복이었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한쪽에서 뚫린다.

내 예상 이상으로 아군의 움직임이 더디고 무뎠다. 신병 위주로 편재했을 때부터 고려는 했지만, 그 생각 이상으로 굼뜬 움직임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신병의 처음은 다 이런 노릇.

그나마 다행인 것이 황건적은 동문 위주로 병력을 꼬라박고 있기에 비교적 다른 성문으로 향해 들어가는 적의 숫자는 많지 않다는 것.

요컨대 동문만 제대로 막을 수 있으면 됐다.

“물러서지 마라!! 사다리는 보이는 족족 걷어내!”

소리를 지르며 성벽 위를 달렸다.

아직 전쟁은 초입이었다. 벌써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이상으로 몸은 자연스럽게 아군의 빈자리를 찾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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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현에서는 첫 전투가 끝났다.

“원양, 사상자는?”

“그리 많지는 않아. 적어도 적의 피해보다는 훨씬 적지. 확실한 것은 알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그리 말하며 끝말을 흐렸다.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당장 그럴 시간이 없었다. 이번 전투에서 무너진 목책을 정비하고 부상자를 뒤로 돌려 치료하며 다음 전투를 준비해야만 했다.

이번 한 번의 공세를 막았다고 끝이 아니었다.

아직도 저 멀리에 자리 잡은 황건적의 숫자는 까마득한 것. 그들 전부를 도망치게 하지 않고서야 여유를 부리는 일도 요원한 것이었다.

“소연 군승의 군은?”

“그쪽도 나름 성공적으로 선방했더군. 특히 조운이라는 이도 그렇고, 군승 본인도 제법 무력이 뛰어나 빈틈을 본인들의 능력으로 메우면서 싸워 피해가 크지 않다고 들었다.”

“그런가.”

조조는 지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황건적의 태반이 거리를 살짝 물려 산지 부근에 진을 치고 자리를 잡은 상황. 조운과 진소연은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워주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예상 이상으로 적의 숫자가 적군.”

“뭐? 저 까마득한 놈들이??”

“이곳은 제북 바로 옆이다. 그들이 당연히 밀고 들어오는 경로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 그런데도 생각보다는 많은 숫자가 아니야.”

그녀는 그리 말하며 동아현 아래, 연주로 직접 들어가는 길목을 가리켰다. 그곳은 아래쪽으로 돌아가는 가도였지만, 성공적으로 연주 내부까지 진출이 가능한 길목 중 하나였다.

“아마 태반은 직접 연주를 약탈하러 갔겠군. 그러하면 복양도 조금 위태로울까. 본인의 생각 이상으로 병력이 많이 빠졌다.”

“복양이? 그러면 지원군을….”

거기까지 말한 하후돈이 문뜩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네. 생각해보니 우리 코가 석 자야. 맹덕. 네가 그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군은 당장 복양에 병력을 돌릴 여력이 없다.”

“알고 있음이다.”

그녀도 복양에 원군을 파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미 진궁과 조홍까지 붙여준 상황. 수적으로는 열세겠지만, 그 남자의 능력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진궁이 붙어있다. 그녀도 군의 일에는 나름 식견을 가진 이이니, 잘 보좌한다면 복양은 문제가 아니다.”

“웬일이야? 그리 아끼고 돌더니.”

“본인이?”

조조는 정말로 의문스럽다는 눈으로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그녀를 제외한 다른 제장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조조가 전호라는 이를 제법 특별히 취급하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나 마찬가지.

“이번 일도 그렇지. 조홍에게 맡기고 전호 그 친구를 부관으로 삼았어도 됐을 것을, 구태여 성주로 임명한 것도 너의 의사잖아.”

“그가 적임이다. 자렴도 분명 용병에 일가견은 있으나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모으지는 못한다. 그런 재능까지 고려한 인사배치인데.”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런 식으로 보였다는 것은 다소 의문이었다. 물론 조조를 오래 지켜본 하후돈이 보기에는 빼도 박도 못할 일이었지만, 조조 본인이 저리 나오는 이상 구태여 찌를 필요는 없겠다 싶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면 됐고.”

그는 그리 말하며 한 발짝 조조에게 다가갔다.

“그나저나 이젠 어떻게 할 거냐? 그 도적 떼거리가 고작 이번 패전으로 물러서지는 않을 건데.”

“요격할까, 지킬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장단이 있다.”

요격한다면 조인을 선두로, 그 밑을 소연과 조운에게 받치도록 언질을 놓을 필요가 있었다. 하후돈과 하후연 남매는 그녀와 함께 본대를 이끌고 동아현에서 돌아들어 가 적 본대를 친다.

성공만 한다면 적의 기세를 꺾을 수 있었다.

“요격? 그렇지만 숫자가 너무 많잖아.”

“구태여 전부 몰살할 필요도 없다. 한 번 대패를 안겨주어 동군에서 쫓아낼 수만 있다면 일단 첫 목표는 달성하는 것이지.”

어차피 동군의 병력으로 황건적을 전부 일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차피 연주로 몰아넣으면 나머지는 연주자사 유대의 몫.

그러나 실수한다면 전멸인 다소 위험한 수였다.

“지키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나, 그래서야 현상이 너무 오래 유지된다.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일장일단.

조조는 검지 손톱으로 지도를 톡톡 두드렸다.

우선 아군은 동군으로 몰려든 황건적만 밀어낸다. 그리만 해도 대단한 전공임과 동시에, 불필요한 교전을 피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유대의 전력을 크게 깎아 먹어 연주 내에서 지배권을 키울 수 있는 일. 소연이 항상 그녀에게 말했던 연주를 차지하라던 말이 우습게도 이런 형태로 이뤄지려 하고 있었다.

“연주자사가 황건적의 토벌에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아군에게 명분이 생긴다. 지지하는 세력도 늘어날 것이니, 잘만 한다면 연주를 삼킬 수도 있겠군.”

만약 교전 중에 연주자사가 죽어주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너무 자기 희망적인 바람이었지만, 그만큼 지금 상황은 천명에 빌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일단 지킬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조조.

순간 소연이 그녀에게 누누이 당부하던 말이 떠올랐다. 빠르게 연주를 차지하지 않으면 원소에게 비할 수도 없게 되리라던 그녀의 말.

빠르게 연주를 집어삼키려면.

“내일, 아군이 먼저 타격한다.”

최대한 빠르게 동군으로 모인 황건적을 몰아낸다. 거기서 전과를 쌓으면 쌓을수록 다음으로 나아가기 수월해진다.

몸을 사리기 위해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진소연. 좋다. 그대의 말대로 내 누구보다 빠르게 나아가주마. 그대가 원하는 대로 누구보다 강한 이가 되겠다.”

“조조?”

하후돈은 그녀의 혼잣말에 살짝 반문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지도를 빤히 바라볼 뿐. 지금 이런 상황에서 원소는 공손찬과의 교전, 그리고 승전을 거두었다는 정보는 이미 들었다.

원소가 만약 공손찬을 정리한다면.

“그 전에 본인도 한 주는 차지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다소 희생을 치른다 하더라도, 천하를 쥐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였다. 이대로 황건적을 동군에서 쫓아내면 그들은 필연적으로 연주 방향으로 도망칠 터였다.

만약 연주로 도망치지 않는다면 그 퇴로를 끊어서라도 연주에 몰아넣고 한 번 지옥을 연출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뒤에 자신이 그것을 토벌한다면.

조조는 머릿속으로 많은 가정을, 그것을 엮어 그림을 그려냈다. 앞으로의 미래와 그것 이뤄내기 위해 치러야 할 희생. 거기까지 나아가기 위한 가정을 그려낸다.

수많은 민간인이 피해를 보겠지. 그것은 조조 본인도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는 난세였다.

그렇다면 이 난세를 빠르게 평정하는 것만이 그들을 위한 위로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설령 그것이 뻔뻔한 변명이라 할지라도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욕심은 고개를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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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 파트만 끝내면 조금 더 나아갈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파트를 병행하면서 1-20화를 리메이크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처음에 대략적으로 날려 썼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오글거리고 날림으로 쓴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네요ㅠㅠ

일단은 계속 연재는 이어갑니다만, 초반부 수정은 조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날이 춥네요. 슬슬 가을입니다.

여러분도 건강 유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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