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03화 (103/343)

10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청주발 황건 도당 그 후로 이틀간 병력을 모으고 복양으로 출발했다. 결국은 신병 위주로 군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기병 200기에 궁수도 300명 정도는 차출할 수 있었다는 점일까.

운이는 마지막까지 아쉽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본인도 따라오고 싶은 투였지만, 정작 아가씨가 아직 여기에 남아 조조를 따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방삼이 대신 운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너무 과도하게 빼가는 것. 그걸 본인도 아니까 아쉽다는 표정만 짓지 내색하지 않는 거겠지.

소연 아가씨는 내 건승을 빌어주었다.

잘하라고, 너라면 할 수 있다며 웃어주기에 아가씨야말로 잘하라고 응수하였다. 다소 담백한 인사였으나 나쁘지 않았다.

하여 군을 이끌고 복양성에 도착했다.

한 것은 좋은데.

“그때랑 변한 게 거의 없네?”

생각해보니 그 당시, 처음으로 복양성을 보았을 때도 수성에 그렇게까지 적당한 성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막 부임하고 이런 말을 하려니 속이 쓰리기도 한데.

정말 달라진 것이 없었다.

“군수께서 분명 수선을 하였다고 하지 않았수?”

“아, 아하하. 얘도 참! 고작 몇 개월로 성 하나가 뚝딱 보수가 될 리가 있니? 누나가 보기에는 멀쩡한데 왜 그럴까?”

조홍이 시선을 피했다.

분명 올 때까지는 자기가 먼저 점검했다고, 완벽하게 수선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던 여자는 어디로 가고. 시발, 돈 많은 사람 아니었으면 진즉에 사생결단을 봤을 건데.

“그래도 높이는 제법 되어요. 전호 장군께서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너무 심려치 마세요.”

“네.”

“어? 동생? 나랑은 좀 태도가 다르지 않니?”

시끄럽다. 어떻게 돈만 많은 철딱서니와 엄마 같은 사람을 비교할까. 입술을 삐쭉 내민다고 예쁘게 봐줄 생각 추호도 없다.

“뭐, 그래도 제법 쓸만하지 않남?”

방삼이가 고개를 들며 쓱 주변을 둘러보는데, 사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이런 성벽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당장 동아현은 사람 한 명의 신장을 조금 넘는 낮은 장벽밖에 없는 판국에 이런 성벽이 어딘가.

그냥 좀 기대했던 거랑 달라서 그러지.

“우선 복양에 남은 관료부터 불러들이죠.”

사마의가 그리 말하며 조홍을 돌아봤다.

“얼마 전까지 여기에 계셨다고 하였으니, 자료는 있으시겠죠? 주로 군량이나 병기 관련된 행정업무를 담당하던 이는 누군가요?”

조홍은 그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저기요?”

여기서부터 뭔가 싸늘한 느낌이 드는데.

“그, 그게 말이지.”

“설마.”

이쯤 되니 사마의가 허탈하게 헛웃음을 터뜨리면서 조홍을 응시했다. 그 시선을 애써 피하는 모습이 뭔가 굉장히 불길하다. 설마, 아니겠지 싶었지만.

“이, 있었는데…? 없어졌어.”

“…그래요. 차라리 통제되지 않는 관료는 없는 게 낫죠. 설마 그들이 군 물자를 전부 들고 도망가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그럼! 그랬으면 진즉에 치중을 싣고 왔지.”

그 대답에 나부터가 안심했다.

물자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론 행정을 관리할 인물이 없어졌다는 것은 조금 뼈아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사람도 아닌 이와 합을 맞춰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악재이긴 하나 최악까진 아니었다.

주변 입지는 대부분 평야였다. 그 말은 적의 침입도 용이하지만, 반대로 기회가 된다면 아군이 기병을 이끌고 적을 분쇄하기도 용이한 지형.

저 멀리에는 꽤 큰 산림지대가 있었지만, 거기까지는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요컨대 우선은 이 근방을 중심으로 수성을.

“외부의 백성들은?”

“그건 이 누나가 진즉에 피난시켜뒀지.”

그러면 다른 곳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진궁 주부님. 우선 입성하는 즉시 관료들을 모아주세요. 일단은 내부 식량 사정부터 알아야겠습니다. 사마의, 너도 도와드려.”

둘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하고 다음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홍 장군께선 관청으로 가주시고, 방삼아. 너는 나랑 같이 일단 방위군 군영으로 가자. 거기서 우리가 끌고 온 병사랑 재편해야겠다.”

원래 복양에 있던 방위군도 새로 뽑은 신병 위주로 배치되었다고 들었다. 우선은 군을 합치는 작업부터. 배치는 차차 신경 쓴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토대를 닦아야 했다.

“거, 문제는 없는데 지휘관은 어쩌시려고?”

방삼이의 질문에 시선을 돌렸다.

“기존에 있던 무관들은요.”

“숫자는 있는데, 예상하다시피 관직을 얻거나 한 이들은 아니야. 아마 지휘관으로 쓸 생각은 접어야 할걸?”

물론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애당초 원래 아군과 함께했던 이들도 아닌 것을, 그 무얼 믿고 지휘를 맡길까. 차라리 그저 그런 이들이라는 것은 다행이었다.

“일단 그럼 예정대로. 움직입시다.”

완벽하게 대처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황건적은 코앞이었다. 지금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해내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만 했다.

“아저씨. 나름 모양새가 나오네요.”

“그러냐?”

나름대로 생각나는 것을 말했을 뿐인데, 그게 나름 모양새가 난다고 하면 다행이지. 이런 일에는 영 경험이 없어서, 일단 할 수 있는 것만 읊었을 뿐이었다.

“일단 빼먹으신 건 성 내 백성들의 관리인데. 그쪽 부분은 제가 진궁 주부를 도우면서 따로 사람을 보낼게요.”

“그리 해주면 고맙지.”

황건적이 아무리 숫자가 많다 하더라도 공성 병기까지 갖추고 있을 리가 없었다. 기껏해야 사다리 정도로 기어오르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인데, 그거라면 해볼 만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동아현일까.

소연 아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조조가 고작 황건적에게 패한다는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대다수의 정예는 그쪽으로 돌렸으니 문제는 없겠지.

그래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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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적의 무리가 100만에 가깝다는 말은 과장이었다. 아무리 그 숫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거의 주 인구수 절반 가까운 숫자가 황건적으로 돌아설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 숫자가 많은 것도 사실.

대열이 곳곳으로 황건적이 밀고 들어왔다. 군데군데 방진을 짜 목책까지 세우며 대비를 했지만, 그 틈새까지 공략당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큿, 이래서는….”

수비 범위를 넓히기 위해 군을 퍼뜨리며 방진을 짠 것은 좋았지만, 너무 숫자가 많으니 사이를 파고드는 적병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대열을 유지해!!”

조운은 그리 외치고는 자신의 창을 쥐었다.

일단 방진과 방진의 사이에 파고든 적 병력은 아직까진 상정범위 내였다. 협공을 당한다거나 그 이음새를 끊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저리 내버려 둘 수만은 없었다.

조운은 미리 생각했던 대로 부관에게 대장기를 넘긴 뒤 바로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여기서부터는 무장의 영역. 최대한 아군의 이음새를 깨뜨리려는 적병을 개인의 무력으로 분쇄한다. 빠르게 발을 내디디며 창을 휘둘렀다.

전선은 고착상태.

이런 상황이라면 개인의 역량으로 충분히 현상유지까지는 이끌 수 있었다. 묵직한 창의 무게를 그대로 실어 휘둘렀다. 한 명을 물리치면 바로 다른 곳으로 달려가서 내지른다.

그녀는 그것을 반복하며 최대한 적을 떨어냈다.

상황은 다른 곳도 다르지 않았다.

소연은 과거 썼던, 그리고 이제는 손에 익어 자신의 무기처럼 느껴지는 철봉을 쥐었다. 본디 대장기의 깃대 역할을 하던 그것이 이제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기로 돌변한 것.

통상적인 무기보다도 훨씬 무거운 것을 그녀는 자유롭게 휘둘렀다. 사람의 몸에 닿을 때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타격감.

무언가 부서버린 느낌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아… 후우….”

멈출 수 없다.

방금 머리를 깬 적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려졌다. 그 두껍다던 두개골을 제대로 으깼다는 느낌을 받았다. 손이 저리기는 해도 멈출 수는 없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것.

살인이었다.

그녀가 한 번 봉을 휘두를 때마다 사람 하나가 죽어 나간다. 한 번, 또 한 번.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에도 제법 익숙해졌지만, 그와 별개로 사람이 죽는 장면은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만큼은 아니었다.

얼굴색을 바꿀 정도로 동요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보다는 아군의 움직임을, 그리고 자신을 향한 공격에 시선이 돌아갔다.

현대인이었을 적에는.

적어도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적의 진소연이라면 있을 수 없는 변화였다. 그것이 옳은 것인가. 그녀는 자신을 옳다 믿고 싶었지만, 완벽한 확신은 없었다.

단지 자신이 손을 놓고 있으면 주변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멈추지 않을 뿐.

최전선에서 사람과 싸우는 감각. 주변에서는 여전히 비명이,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격하게 들려왔다. 고함도, 공포를 잊기 위한 군가의 열창도 전부.

“전군! 대열을 유지해!! 도망치는 적은 쫓지 말도록!”

지금은 지키기만 하면 됐다. 그것을 주변에 외치며 상기시키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 적은 꾸역꾸역 몰려오고 있었다.

“아가씨!”

저 멀리서 본인의 진영 인근으로 몰렸던 적을 다소 떨쳐낸 조운이 빠르게 뛰며 소연에게 달려왔다. 도적 떼가 특히 이쪽으로 많이 몰린 것은 진즉에 확인하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조운은 바로 주변에 있던 적마저도 창 한 번 휘둘러 떨쳐내며 그녀에게 붙었다. 그 말에 소연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나야 문제는 없지만, 적이 너무 많아.”

연주 내부까지 파고드는 황건적이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동아현은 그리 많은 병력이 몰리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이런 숫자라면.

“연주 내는 아마 지옥이 됐을 거야.”

숫자가 이리도 많으면 방법이 없었다. 아군이야 미리 계속 모병하여 준비하고 있었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연주 내부에 다른 이들은 전혀 그렇지 못할 터.

“오라버니는 괜찮으려나 모르겠네요.”

조운은 그리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겠지.”

그리 답하면서도 그녀는 조운의 모습이 못내 이상하다는 듯 눈을 살짝 가늘게 떴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조운까지 가담하여 방진과 방진의 사이로 파고든 병력을 떨쳐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적의 숫자는 많았다.

조조가 이끄는 군대도 다소 고전하는 모습.

질적으로는 아군이 압도적. 그러나 숫자는 황건적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기존에 약속되었던 기병대가 움직여야 할 때.

아직 완전히 적을 끌어들였다고 판단하지 않는 건가.

소연이 생각하기에 이쯤이면 기병대가 적을 한 번 흩어주고 그것을 아군이 두드려 일소한다는 그림이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조조는 아직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왜?”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그랬나.

소연은 자신의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순간 끈적하면서도 차가운 액체가 느껴졌다. 손을 떼니 거기에 묻은 핏물이 바람에 식어 차갑게 굳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손가락을 맞대어 문지르니 그 점성이 느껴졌다.

“그렇구나.”

“네?”

“나, 조금 전까지 사람을 죽이고 다녔구나.”

이번이 두 번째 전장에 서는 것이었다. 두 번째 살인이었다. 그걸 태연하게 몇이나 되는 이들을 죽였다. 머리를 짓이기고 갈빗대를 부러뜨리면서, 두들겨 패 죽여가면서도 그녀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건 그녀의 선택이었다.

“아가씨. 지금이라도 후방으로 가시는….”

“그건 안 돼.”

조운의 말을 끊은 소연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은 한 사람도 아쉬워. 당장 너도 지휘를 포기하면서까지 주변을 도는 이유가 뭔데. 약한 소리를 하면 주변 사람이, 내 사람이 죽어.”

“그렇지만….”

조운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이 반드시 일치한다는 법은 없었다. 적어도 조운이 보기에 소연은 쉬는 것이 맞았다.

조운 본인도 지금에야 사람을 죽이는 것에 망설이지 않는다지만, 당장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 그리고 그 이래로 몇 번인가 사람을 죽였을 때는 밥도 잘 넘기지 못했었다.

하물며 소연도 전장에서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게 몇 번 안 된다는 걸 아는데, 그런데도 소연은 애써 웃고 있었다.

어딘가 일그러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네요. 아가씨 말이 맞아요.”

가만히 있으면 내 사람이 죽는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싸워야 하는 게 옳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비록 소연이 신경 쓰이는 것도 맞지만, 본인이 직접 싸우겠다고 나서는 걸 막아설 명분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오라버니.

당신이 여기 있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누구보다도 소연을 진지하게 따르면서도 연모하는 남자. 자신의 첫사랑, 첫 경험. 이 마음의 두근거림을 가져간 남자.

그라면 조금 다른 판단을 했을까.

그것은 그녀에게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조조의 군영에서부터 들려오는 나팔 소리. 그 소리는 퍼지고 끊기고를 반복하며 신호를 주듯 주변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뿔 나팔이 울었어. 조운! 돌아가서 진격 준비를.”

저 멀리서 조인이 이끄는 기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초 계획했던 대로 조인이 이끄는 기병이 움직이면 아군도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쳐야 했다.

동아현의 전투가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무운을.”

“너도 조심해.”

그녀들도 각자 자신의 진영으로 다시 움직였다. 조인의 기병이 성공적으로 적 진영을 흔들어주기만 한다면 적을 물릴 수 있었다.

소연은 손에 쥔 깃대를 꾹 말아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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