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플레이어와 나-102화 (102/343)

10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청주발 황건 도당 임시로 세운 지휘부에 불려 나가서 결국 인상을 쓰게 됐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뭐? 복양 성주? 갑자기 파격적인 것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어허, 진급하는데 욕이라니. 이 친구도 참.”

하후돈이 그리 말하면서도 썩 싫지는 않다는 듯이 웃었다. 예전이었으면 불경이니 어쩌니 하면서 호통을 칠 양반인데, 나름 그래도 안면을 트고 지냈기 때문일까.

물론 그것과 이건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아니, 거기 따로 성주 있지 않았습니까? 내 장담컨대 이 손으로 뭐 세수라던가 행정이라던가 절대 무리요.”

“걱정하지 말라. 그대에게는 진궁도 딸려 보낼 터이니.”

그리 말하는 조조의 뒤편에서 진궁이 살짝 손을 흔들면서 환한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그럼 원래 거기에 있던 양반은?”

“도망쳤다.”

……응? 이게 뭔 소리야?

“원래 복양 성주는 왕굉이 세운 작자. 어차피 아군과 오래 갈 인물도 아니었을뿐더러, 이번에 청주에서부터 황건적이 대대적으로 연주 내부까지 침공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금세 잠적해버리더군.”

“염병.”

진짜 하다 하다 이런 개판이 다 있나.

“하여 그대에게는 복양 성주로서 내정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쪽으로 침공해오는 황건적을 막아달라는 말인데, 가능하겠는가?”

“아니 뭐, 그거라면야.”

어차피 여기서 막으나 거기서 막으나 별 차이는 없었다. 성이라면 조금 더 편하겠지. 그러면 신병 위주로 편재한다고 해도 여기보단 잘 버틸 자신이 있었다.

“관직의 차이는 있으나 성주는 그대다. 진궁 주부를 그대의 부관으로 붙여주지. 그녀도 동의한바. 혹여 더 필요한 것은 있는가?”

“흠, 방삼이 정도만 더 끼면…”

거기까지 말했을 때 옷깃이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살짝 눈을 내리까니 옆에 있던 사마의가 아주 열렬하게 나를 바라보는 것이.

“거기에 이 꼬마까지. 그 정도면 얼추 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머지 지휘관 역할을 이행할 수 있는 이를 더 붙여주신다면 불만은 없지요.”

“조홍을 붙여주지.”

게엑.

조금만 더 조건을 달 걸 그랬나.

분명 그녀도 나름대로 용병을 아는 장수였다. 게다가 조조의 친인척인 사람이니 그런 그녀가 나를 받친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 어울리면 피곤할 게 뻔한 여자인 것이.

저 봐라, 벌써 헤실거리며 웃고 있다.

“그 외에 불만은?”

“있을 리도 없지만….”

그리 답하며 시선을 돌렸다.

나는 어쨌거나 아가씨의 부하. 조조를 아가씨가 따를 뿐이지, 내 직속은 어떻게 됐건 소연 아씨인 것이 맞았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소연 아씨와 시선이 마주쳤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아 그녀도 동의했다고 보면 되는 걸까. 그렇다면 구태여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해보지요.”

아가씨가 납득했다면 그걸로 좋다.

어디서 싸우건 다를 것은 없었다. 설령 아가씨와 잠시 떨어진다고 해도, 전장이 달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야 마찬가지인 일.

“대답이 시원해서 좋다.”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오늘 중으로 군을 편재하도록. 기존 복양 방위군으로 이천이 있으니, 여기서 삼천을 더 편재하여 출병하도록.”

그녀는 그리 무언가를 던졌다.

살짝 작고 묵직한 것을 손으로 낚아채어 확인하니 빨간 도장이었다. 나무로 깎여 살짝 반들거리는 도장. 아마 이게 복양 성주의 인장이겠지.

“앞으로 청주에서 온 황건적은 분명 연주 각지로 퍼질 것이다. 특히 복양은 그 중심지에서 격전지가 될 터. 그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존명.”

성벽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복양으로 아무리 많은 황건적이 몰린다고 하더라도 당장 조조와 아가씨가 버텨야 할 동아현에 비해선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었다. 여긴 아예 성벽 자체가 없다시피 하니까.

해봄직 하다고 느꼈다.

“좋다. 그렇다면 물러가도록. 오늘 내로 군을 편재하고 최대한 빠르게 출진하라. 아직 시간은 있다지만….”

알고 있었다.

수성하기에 앞서 먼저 그 주변의 지리나 거점을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게다가 성주가 도주하고 난 뒤이니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해야 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러 가보도록.”

살짝 시선을 돌렸다. 소연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는 마지막까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사마의가 내 뒤를 따랐다.

천막을 걷어 밖으로 나가는 와중에도 뒤에서는 동아 방비에 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들렸다. 내게 주어진 것은 총 오천 가까운 병력과 방삼, 사마의, 진궁에 조홍인가.

“이상하네요.”

“뭐가?”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홍이 당신보다 밑으로 배치된다는 거요.”

그건 나도 말하려다 말았던 것이었다.

어떤 연유가 있더라도 조조를 나보다 오래 따른 게 조홍인데, 그런 그녀를 내 밑으로 두어가면서까지 지휘를 맡길 바엔 차라리 조홍의 부관으로 나를 두는 게 낫지 않은가?

“살짝 살폈는데, 조조 휘하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어요.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면서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던걸요.”

“그러게. 내가 뭐 했던가?”

막 전공을 쌓거나 했던 적은, 아니 뭐. 아예 전공이 없지는 않다마는, 그래도 조조에게 조홍이 쌓은 공적이 어마어마할 것인데. 애초에 지금도 물주 역할 톡톡히 하고 있잖아.

“아저씨가 전공이 없지는 않죠. 기병대장으로 이룬 전과가 얼만데요? 문제는 그걸 고려해도 제 친인척 위에 아저씨를 앉혔다는 건데.”

사마의는 그리 말하며 눈을 감았다.

조조군에는 아직 사람이 모자랐다. 조조 본인도 훌륭한 장군이며 그 밑을 바치는 하후돈, 아직 대화한 적은 없지만 하후연이라는 여자도 있었고, 거기에 조홍이나 조인 같은 이들도 있기야 했다.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거지.

그러니 아가씨나 운이, 나나 방삼이에게도 역할이 돌아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도 제 사람보다 나를 더 중용한다는 건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실제로 그래서 아가씨의 눈치를 조금 살폈는데, 생각보다 소연 아씨가 별 말이 없었던 것도 다소 이상한 점이기는 했다.

“뭐, 나쁘지는 않죠.”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렇게 조조가 기용해준다는 건, 아저씨가 더 출세한다는 거 아니에요? 저로서는 아무래도 좋다고 할까, 오히려 이게 더 편하네요.”

“네가 왜 좋아.”

실없이 웃기는.

사마의는 그리 말하며 내 손을 잡았다. 작은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꼭 잡는데, 원체 거친 내 손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피부가 맞닿는 느낌이었다.

“먹히지만 마요.”

“뭐?”

“조조요. 저는 태양을 가리는 구름은 하나로 족해요. 구름이 하나 더 껴버리면, 태양을 볼 수가 없잖아요.”

무슨 소린가 싶어 반문했지만, 소녀는 그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적당히 조조에게 너무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로만 이해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앞으로는 조금 바빠질 예정이었다.

우선 방삼이를 다시 호출하고, 그 뒤로 병력을 차출해야 하는데 군의 구성도 조금 문제였다.

일단 병주에서부터 우리를 따랐던 놈들은 아가씨를 지지하게 두어야 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조조가 이끌던 군에서 빼내는 것이 나았다.

고민이었다.

“사마의. 군 구성은 어떻게 할까.”

“그야 당연히 기병을 조금 섞어서, 나머지는 궁수 위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점이지만…. 안 되겠네요. 그러면 여기가 너무 허술해져요.”

기병이야 두말할 나위 없는 고위 병종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궁수도 제법 귀한 인재였다. 키우기에도 시간이 걸릴뿐더러 돈도 제법 들어가는 병종.

“고민이네.”

“우선 조인이라는 이에게 가죠. 하후돈이 저곳에 있다면, 지금 군을 대표하는 자는 조인일 테니까. 그 천생 군인이라면 한도 선에서는 충분히 답해줄 거예요.”

그 양반이라면 뭐. 아마 가능한 것을 전부 또박또박 설명해주겠지. 천생이 군인이라고 할까, 정말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딱딱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사람이라면 믿을 만은 하지.”

몇 번인가 기병으로 합을 맞춰보았는데, 그거 진짜 군인 중에서도 군인이었다. 게다가 나처럼 야매로 군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체계를 잡고 지휘하는 장군이어서 배울 점도 있었고.

아마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일.

그 안에 빠르게 군을 편재하고 복양으로 넘어가야만 했다. 이미 황건 도당이 제북을 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복양 자체가 포위된 뒤에나 도착할 우려도 있었다.

복양이라.

지금까지야 조금 당황스러운 일이어서 당장의 문제만 생각했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도 한 성의 성주가 된 것이었다.

그것도 연주의 중심에 자리 잡은 요충지의 성주.

“나도 참, 출세했구만.”

“그러게요.”

사마의가 적당히 대답하는 걸 뒤로하고 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꼬장꼬장한 표정과 태도. 조금 강압적이면서, 어딘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던 남자.

전풍 원호.

그는 내게 언제까지 밖에서 검이나 쥐고 있을 것이냐고 했지만, 보아라. 그 결과로 나는 한 성의 성주가 되었다.

물론 임시적인 작위이기는 하나, 그만큼 위로 올라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적어도 그가 말해던 작위보다는 더 높은 위치에 섰다.

“아저씨? 멈춰서 뭐해요?”

“아, 조금.”

별거 아닌 일이었다.

단순한 과시욕일까. 나중에 그 남자를 만날 일이 생긴다면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작위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만,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사람의 욕망도 생기는 것.

보아라, 나는 당신의 손을 빌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당신의 도움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고, 혼자서도 이리 자랐다.

그리 단언하고 싶었다.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 어린애 같은 욕심이 생겼다.

미련하긴. 우습게도 그 남자와는 아무런 사이라며 소연 아씨에게 그리 말해놓고, 정작 내가 그 누구보다 전풍이라는 남자를 의식하고 있었다.

“너한테 애라고 놀릴 것이 아니었네.”

그리 말하며 사마의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사마의는 무슨 소리냐며 반문했지만, 구태여 답할 이유가 없어 잠시 그 부드러운 머릿결을 매만지며 웃었다. 허망한 느낌으로 잠시동안.

이건 분명 우스운 자신을 향한 조소였다.

전풍 원호.

비록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나나 그나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내게 품은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품은 감정은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가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아니, 왜 혼자 멍하니 있다가는….”

소녀가 불평을 터뜨렸다.

애써 그 불평을 무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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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시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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